출처; 정토학연구 7집
한국 불교호스피스의 현황과 과제
박 영 희 *
• 목 차 •
Ⅰ. 머리말
Ⅱ. 호스피스의 개요
Ⅲ. 한국 호스피스의 현황
Ⅳ. 한국불교 호스피스의 현황
Ⅴ. 한국불교 호스피스의 과제
Ⅵ. 맺음말
․ 영문초록
Ⅰ. 머리말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의학․과학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더불어 사회 경제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가치관 및 윤리관의 변화도 맞게 되었다. 그 가운데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질병의 치유와 수명 연장의 측면에서는 상당한 공헌을 한 반면 질병의 완치와 수명 연장에만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죽어 가는 말기환자들에 대한 배려가 소홀하게 되어 인간 존엄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경제수준의 눈부신 발전과 생활방식의 변화로 사람들은 삶의 질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의학의 발달로 늘어난 만성질환과 말기환자들에 대한 삶의 질을 요구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따라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말기환자 관리를 위한 호스피스와 완화의학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대두된 것이다. 호스피스(hospice)는 완치가 불가능하여 죽음이 예견되는 환자와 그 가족을 육체적․정서적․사회적․영적인 돌봄을 통하여 남은 삶의 질을 높이고, 죽음 및 사별의 문제까지 포괄하여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1위는 암이다. 매년 10만 명 정도가 새롭게 암환자로 등록되고, 총 사망자의 25%를 차지하고 있어 사망자 4명당 1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스피스가 말기환자를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호스피스는 2000년 이후 양적인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질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발전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그나마 대부분이 종교소속 의료기관이나 단체들로 종교가 기여하는 몫은 크다고 하겠다. 종교의 이념에 대한 실천이 사회봉사로 나타나고 있으며, 또한 각 종교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사관이 호스피스 활동을 추진하게 되는 직접적인 동기가 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종교 가운데 불교는 특히 괴로움으로부터의 해탈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해탈은 生老病死를 위시한 많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하며 불교는 이 生死의 세계를 벗어나 열반의 세계에 도달할 것을 가르친다. 그러나 불교는 모든 사회봉사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특히 죽음과 관련있는 임종환자를 위한 호스피스에 대한 활동은 타 종교에 비해 양적․질적인 부분 모두에서 훨씬 뒤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여 불교도 하나의 일익을 담당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부처님은 중생의 고통을 두루 살피고 끌어안으면서 중생이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찬가지로 현대 불교도 사람들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불교사상에 의거하여 인간에게 있어서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들이 느끼는 최고의 고통인 죽음을 올바르게 이해하여 임종자들을 돌볼 수 있는데 기여해야 한다.
본 논문은 한국 불교호스피스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봄으로써 현재 한국 불교호스피스의 현주소는 무엇이며, 앞으로 불교가 임종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며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러한 문제점의 보안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Ⅱ. 호스피스의 개요
호스피스의 어원은 라틴어의 호스피탈리스(hospitalis)와 호스피티움(hospitium)에서 기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호스피탈리스는 ‘주인’을 뜻하는 호스페스(hospes)와 ‘치료하는 병원’을 의미하는 호스피탈(hospital)의 복합어로서, 주인과 손님 사이의 따뜻한 마음과 그러한 마음을 표현하는 ‘장소’의 뜻을 지닌 ‘hospitium’이라는 어원에서 변천되어 왔다.
중세기에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는 성지순례자나 여행자가 쉬어가던 휴식처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어 아픈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숙박소를 제공해 주고 필요한 간호를 베풀어주면서 시작된 호스피스는 현대에 들어서면서 체계를 갖추며 발전하기 시작하였는데, 1967년 영국의 런던에서 시실리 손더스(Cicely Saunders)에 의해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가 개방되어 현대 호스피스 운동의 체계적 모태가 되었다.
호스피스는 집, 공공시설, 장소, 돌봄, 태도나 프로그램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릴 수 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와 그의 가족을 사랑과 자비로 돌보는 행위로서, 남은 여생동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체적․정서적․사회적․영적인 돌봄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하며, 사별 후 가족이 갖는 고통과 슬픔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총체적인 돌봄(holistic care)을 뜻한다. 즉, 호스피스란 임종자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희망 속에서 가능한 한 편안한 삶을 살도록 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을 의미한다.
호스피스는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한 비인간화 문제, 사회변화의 문제로 인한 노인 소외, 임종자의 소홀과 가치관이나 윤리관의 변화에 따른 혼란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난 ‘인간의 실존회복 운동’, ‘인간의 존엄성 회복 운동’인 것이다. 따라서 인간을 부분으로 나누어 연구하고 다루는 과학기술 위주의 의료수혜에서 인간존중과 인간이해, 스스로의 결정과 창의성을 소중히 하는 인도주의와 더불어 인간은 여러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것을 전체로 이해하는 총체주의의 사상과 철학을 기반으로 이론과 실제가 발전되어 왔다. 또한 치료의 개념에서 돌봄의 개념으로서, 타인에 대한 열정과 연민을 갖는 사랑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
호스피스의 철학을 보면, 호스피스는 말기환자와 임종환자 그리고 그 가족을 돌보고 지지하며, 그들의 남은 생을 가능한 한 편안하게 하고 충만된 삶을 살도록 해준다. 또한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죽음을 삶의 자연스런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게 하며, 삶을 연장시키거나 단축시키지 않으며, 환자와 가족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가능한 모든 자원을 이용하여 신체적․사회적․심리적․영적 요구를 충족시키며 지지하여 죽음을 준비하도록 돕는다.
호스피스 프로그램의 원칙과 표준을 살펴보면 미국병원신임합동위원회(Joint Commission on Accreditation of Hospitals; JCAH, 1986)에서는 다음과 같은 10개의 각 원칙 아래 여러 개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⑴ 환자와 가족은 호스피스 간호의 한 단위이다.
⑵ 호스피스 활동은 전문직 팀에 의해 이루어진다.
⑶ 호스피스는 지속적인 간호를 제공한다.
⑷ 호스피스는 가정간호를 제공한다.
⑸ 호스피스는 입원환자 간호도 제공한다.
⑹ 호스피스에서는 의무기록을 문서화하고 보관한다.
⑺ 호스피스는 통제기관이 있어야 한다.
⑻ 관리 및 행정적인 업무가 유지되어야 한다.
⑼ 자원이용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⑽ 호스피스에 대한 질 보장 제도가 확립되어야 한다.
호스피스 프로그램은 병동형․산재형․독립형․가정형 등 다양하며, 호스피스 대상자 선정기준은 호스피스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암으로 진단 받은 자로 호스피스 간호가 필요한 자, 의사로부터 6개월 정도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자, 의사의 동의가 있거나 의뢰된 환자, 환자나 가족이 의사의 진단을 받아들이고 예후를 논의하여 통증 및 증상완화를 위한 비치료적인 간호를 받기로 결정된 자, 가족이나 친지가 없어 호스피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선정된 자, 의식이 분명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자, 수술․항암요법․방사선 요법을 시행하였으나 더 이상의 의학적인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로 증상완화 치료가 필요한 자이다.
또한 호스피스 입원환자는 임종간호, 증상관리, 완화적 간호만을 목적으로 입원시키며, 빈 병상이 있어야 하고, 가정간호를 받던 환자를 우선으로 하고, 가정에 있는 환자로 통증과 증상을 완화시킬 수 없는 환자가 대상이 된다. 호스피스 환자에 있어 ‘사전동의’는 특히 중요한데, 자율성의 존중과 환자/연구대상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기 위한 것이다.
호스피스 활동은 다른 건강 체계와는 달리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호스피스 팀의 통합적인 노력을 통해 대상자를 돌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전문직과 비전문직 요원이 호스피스 팀을 구성하여 협동적으로 임종환자를 돌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 팀이 된다. 호스피스 팀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주로 행정가(또는 조정가), 의사, 간호사, 성직자, 사회사업가, 자원봉사자이며 또한 물리치료사, 영양사, 약사, 작업치료사 및 환자와 그의 가족은 물론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사람까지 포함된다.
Ⅲ. 한국 호스피스의 현황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임종에 이르른 사람을 위한 돌봄이 제공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직적 임종간호인 호스피스의 시작은 1965년 3월 호주에서 온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강원도 강릉에 갈바리 의원을 설립하여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방랑 및 무연고자 환자들, 가난한 환자들과 임종자 간호를 하면서부터이다.
그 후 1980년대에 들어 종교단체와 관련있는 기관이나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증가해왔고, 1990년대에 와서는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하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1992년에는 한국호스피스 협회와 한국 가톨릭 호스피스 협회 등 2개의 호스피스 협회가 설립되었고, 1998년도에 한국 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가 발족되었다. 2000년도에 접어들면서 양적인 팽창이 계속되면서 현재 전국에 64개의 호스피스 기관이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외에도 더 많은 기관이 활동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호스피스․완화의료 활동을 시작한 년도는 1980년 이전이 4.8%, 1990년도 이후가 72.6%이며, 지역적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에 21개(32.8%)로 가장 많은 기관이 활동하고 있다.
호스피스의 발전은 가톨릭과 개신교 등 종교단체의 공헌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공헌에도 불구하고 너무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여 호스피스의 성격이나 구성이 왜곡되는 경향이 없지 않으며, 이는 한국 호스피스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하나가 되고 있다.
호스피스 팀의 책임자로는 간호사, 의사, 성직자 등이 대부분이며, 재원조달방법으로는 기관 보조, 정기 또는 비정기 후원회의 도움, 후원회비, 또는 기타 팀원의 회비 등이 있다. 팀 활동 현황은 전문 의료인력 없이 성직자나 비전문 자원봉사자만으로 구성된 곳도 있어 팀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전담직원 및 자원봉사자의 수도 기관별 편차가 심하다. 출판 홍보물을 제작하고 있는 곳에서는 주로 팜플렛이나 활동지침서, 소식지 및 봉사 사례집 등을 제작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관이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주로 간호사와 자원봉사자를 위한 교육이며, 사별가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기관도 있다.
전문 교육기관으로는 1995년 10월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호스피스 교육 연구소가 국제보건기구(WHO)로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위한 세계보건기구의 협력센터(Collaborating Centre for Hospice and Palliative Care)로 첫 인가를 받아 전문요원인 간호사, 대학생, 자원봉사자 및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호스피스 교육․훈련 과정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1996년 제1기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호스피스 전문교육과정을 시작으로 2003년까지 8기생 약 400여명을 배출하였으며, 이들 수료자들은 전국의 호스피스 실무, 학계, 관련조직 등에서 주요 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을 위한 호스피스 전문교육과정은 2003년부터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제휴하여 1년 과정(250여 시간)의 심화된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계명대학교 호스피스간호사 전문교육과정도 2000년도에 신설하여 2003년까지 4기생 약 120여명을 배출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호스피스 기관 운영은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지에 발표된 「한국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1년 기준으로 64개의 호스피스기관이 운영 중에 있으나 매년 10만 명 규모로 불어나는 시한부 말기암 환자들을 관리하고, 말기암 환자들의 평안과 정신적 안정과 의료제공을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64개 기관 중 의료기관이 40개(62.5%), 비의료기관이 24개소(37.5%)이며, 의료기관 중 대학병원이 31.3%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병동형이 13개, 산재형이 33개, 독립형이 8개, 가정방문이 49개, 주간진료형이 7개이다. 또한 사회복지 기관이 8개, 종교기관이 9개, 민간단체 등이 7개, 병원급이 32개, 의원급이 8개이다.
현재 활동 중인 한국의 호스피스사업 유형은 병원형, 산재형, 가정형, 독립형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병원형은 병원 부속형 호스피스로서 병원 내에 독립된 하나의 병동을 이용하여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것이며, 산재형은 병원에 내과 병동이나 암병동에 입원한 호스피스 대상자에게 호스피스 팀이 활동을 하는 것이며, 가정형은 호스피스 환자의 각 가정에서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것이다. 또한 독립형은 호스피스 환자를 위한 독립된 건물을 갖추고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들은 단독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유기적인 연관관계를 가지면서, 환자는 의사, 간호사, 성직자, 사회사업가와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진 호스피스 팀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과 가족이 원하는 바에 따라 병원․산재․독립․가정 호스피스 등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매년 발생하는 암 환자의 규모는 약 10만여 명, 이 중 6만 여명이 매년 말기암환자 상태에서 암으로 사망한다. 수술로 치료가 더 이상 불가능하여 불가피하게 닥쳐올 마지막을 준비하고 연명하고 있는 말기암 환자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호스피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도화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호스피스 협회 중심으로 1998년부터 제도화를 위한 간담회 및 세미나를 열어 호스피스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제도화된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2003년 들어서서 보건복지부는 말기암환자 관리체계를 개발하기 위해 「말기암환자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2003년부터 2년 간 실시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5개 기관을 최종 선정하였다. 이번 시범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사업지원평가단’을 구성했다.
시범사업기관은 병동형이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산재형이 세브란스병원 호스피스, 공공형이 지방공사의료원 의정부의료원, 가정형이 이화여대 가정호스피스센터, 시설형이 샘물호스피스 등이다. 이들 시범기관은 매년 2,8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 받게 되며, 복지부는 시범사업기간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활동지침과 시설 및 인력수준, 수가모형 등을 개발하고, 종사자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현재 선진 의료환경을 갖추었다고 평가되는 미국과 대만의 경우, 국가 차원의 호스피스 시범사업이 실시된(미국 1979년, 대만 2000년) 직후 호스피스 제도는 안정적으로 제도로 정착되어 활성화되고 미국은 1982년, 대만은 2000년에 호스피스 관련법을 법제화한 바 있다. 의료계에서는 완화의학이라는 전문 분야도 생겼고, 사회적으로 재정적 지원이 활발하며, 국가적으로는 의료보험의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호스피스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나라들은 영국을 중심으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의 영연방 국가들과 싱가포르, 홍콩, 미국, 독일, 일본, 대만 등을 꼽을 수 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대만, 일본 등이 호스피스에 관련한 의료보험이 되고 있으며, 한국은 아직 의료보험이 실시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Ⅳ. 한국 불교 호스피스의 현황
오래 전부터 불교에서도 호스피스와 비슷한 곳이 있어 임종하는 승려들을 머물게 하고 돌보는 곳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無常院’이다. 무상원에 대해서는 四分律刪繁補闕行事卷下 「瞻病送終」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中國本傳에 말하기를 기원정사 서북쪽에 해가 지는 곳에 無常院을 설치하여 만약 병든 자가 있으며 그 곳에 있도록 하였다. 사람들이 무상당 안의 옷, 발우, 여러 도구 등을 욕심내므로 떨어진 곳에 설치했다. 오는 사람이 많아 몇 사람은 돌려보내고 전심으로 법을 구한다. 그 건물 안에는 한 분의 立像을 모시고 金薄을 입혀 서쪽을 향하고 오른 손을 들고, 왼손에는 15綵幡을 매 다리 아래로 드리운다. 병자는 불상의 뒤에 있도록 하고 왼손에 幡脚을 잡도록 하였으니, 부처님을 따라 정토에 왕생한다는 뜻이다.
즉 무상원은 인도의 기원정사 49外院의 하나이며, 정사의 서북쪽에 설치하여 늙거나 병든 승려가 입적할 때까지 거처하도록 하여 無常을 관하게 하고, 淨土를 설교하며 염불을 외우게 하여 세상에의 집착을 버리게 하고, 안락국에 왕생케 하는 장소인 것이다. 이 외에도 延壽院(堂)․延壽寮․將息寮․省行堂․重病閣․涅槃堂․無常院(堂) 등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호스피스 활동이 1988년 가톨릭 대학교 부설 강남성모병원에서 시작된 이래 가톨릭과 기독교는 임종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활동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불교는 아직까지 이 부분에 활동과 관심에 있어서 많은 미흡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미 앞에서 언급한 64개의 호스피스기관(의료기관 40개, 비의료기관 24개) 중 전체의 87.5%인 56개의 종교기관 중 대부분이 가톨릭과 기독교를 배경으로 한 기관이고, 단 한 곳인 정토마을(대표: 능행스님) 만이 불교기관으로 조사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여건상 호스피스 사업은 병원보다는 자원봉사자를 훈련시켜 모든 암환자들의 기본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심리적, 사회적인 지지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특히 대부분의 불교호스피스는 자원봉사자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교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교육기관도 약 10여 곳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토마을(충북 청원), 니르바나(천태종), 불교자원봉사연합회(서울), 불심봉사단(부산), 통도사 자비원(경남 양산), 자비 신행회(광주), 동국대 경주병원 불교회(경주), 능인사회복지법인(서울) 등이며, 2004년 새롭게 시작한 곳으로는 수효사(서울), 법해사(경기도 군포), 관음사 영남불교대학(대구) 등이 있으며,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서울)에 석사과정으로 호스피스과가 신설되었다.
불교계 단체 중에서 가장 오랜 세월 지속적으로 많은 불자호스피스 자원봉사자를 배출한 곳은 사회복지법인 정토마을(능행)이다. 정토마을은 1996년 충북불교자원봉사교육센터를 개원하고 아미타 호스피스회를 설립하여 매년 7월과 12월 2회에 걸쳐 전문호스피스 봉사자 교육을 실시하고 매년 20-30명을 배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19기를 배출할 정도로 불교 호스피스로서는 그 관록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2000년도에는 말기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전인치료센터인 정토마을을 개원하여 호스피스 독립형 센터로서의 면모도 갖추었다.
또한 불교자원봉사연합회(성덕)도 매년 봄?가을로 호스피스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통도사 자비원(현문)에서도 2002년부터 4월?9월 년 2회 호스피스 봉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광주의 자비신행회(현장)는 1999년 9월 호스피스 봉사자교육을 실시한 이래 2004년 현재 6기까지 총 약 180여명이 교육받았으며 2000년 4월 첫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하여 전남대 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능인사회복지관(법등)에서도 2003년 2월에 제1기생 50여명이 교육받았으며, 2004년 3월 제2기생 20여명이 교육받았다. 이들 교육생 중 몇 명은 보훈병원, 보바스병원, 구로 고대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불교계 단체 중에서 종단 차원에서 호스피스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시도하고 있는 곳은 천태종이다. 대한불교천태종 복지재단(운덕)은 2002년 5월 ‘니르바나 기본교육’을 서울 관문사를 시작으로 서울과 6대 광역시, 제주도 등 전국 8개 시․도에 위치한 사찰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2002년 12월 ‘천태종 니르바나 자원봉사단’을 발족하였다. 2003년에는 2002년에 기본교육을 받은 8개 사찰에서 심화교육을 실시하였고, 다시 전국 8개 시․도를 대상으로 기본교육을 실시하였다.
2004년에는 사찰 1곳에서 기본교육을 사찰 5곳에서 심화교육을 실시 하였다. 교육은 기본교육과 심화교육으로 나누어 3월부터 10월까지 호스피스교육을 실시한다. 한 곳에서 약 50~60여명 정도로 현재까지 기본교육을 마친 봉사자는 약 1000여명이며, 심화교육을 마친 봉사자는 500여명에 이른다. 불교계 어느 종단에서도 호스피스 활동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종단 차원의 참여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다고 하겠으며, 앞으로 불교호스피스 활동 영역을 대폭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된다.
그러나 이러한 단체들 중에서도 꾸준히 봉사자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몇 곳 되지 않으며, 몇몇 단체들은 호스피스 봉사자교육을 실시해오다가 그 횟수를 줄이거나 아니면 아예 그만둔 곳도 많은 실정이다. 1회 교육시 배출되는 봉사자 수에 있어서도 타종교 계에 비해 그 숫자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실정이며, 임상실습 할 장소의 부재로 이론 교육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타 종교기관의 교육을 살펴보면 매년 상․하반기로 나뉘어 단계별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말기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충분한 임상 실습교육을 함께 실시하고 있다. 또한 교육 후 자신이 속한 종교단체에서 병원이나 가정과 연계하여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반면 불교의 경우 지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며, 교육 후에도 병원이나 가정과의 연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임종을 앞 둔 불자들이 타종교 호스피스 봉사자들로 인해 개종을 하고 그 가족들까지도 개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 까닭은 호스피스는 임종환자 자신이 호스피스를 받다가 임종 한 후에도 ‘사별관리’ 프로그램이 있어 사별로 고통을 겪는 가족들까지도 관리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임종자가 개종을 하게 되면 가족들도 개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그 까닭 중 하나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대부분이 가톨릭이나 기독교 병원이며, 이들 대부분의 병원에서 호스피스 봉사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불자의 경우 말기환자들이나 가족들이 호스피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막상 호스피스에 가려고 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불교 호스피스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타종교 기관에서 하는 호스피스에 입원을 하게 되고, 해당 기관의 호스피스가 선교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입원에서 임종까지 지속적이고 헌신적인 도움에 감화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Ⅴ. 불교 호스피스의 과제와 방향
불교 호스피스의 과제와 방향에 대하여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한국 호스피스의 문제점 및 대책, 전망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그동안 이와 관련된 논문에서 주로 제기된 문제들을 살펴보면, 이경식 외 2인의 논문(2002)에서는 법적․제도적 문제, 의료계의 문제로는 의사들의 참여부족, 완화의학교육의 부재, 호스피스 팀과 시설의 부족을 들고 있으며, 암통증에 사용하는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 호스피스에 대한 대중의 인식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최윤선(1997)은 현재 한국호스피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로 첫째, 호스피스 전문인력의 양성을 포함하는 교육 및 훈련, 둘째, 한국형 호스피스 모델 개발 및 표준화, 셋째, 호스피스 활동에 필요한 호스피스 보험 수가 제정 등의 법적 제도 및 정책보완, 넷째, 마약 등 약물의 사용에 관한 것, 다섯째, 기존의료와의 관계정립, 여섯째, 호스피스를 과학적인 학문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 등을 꼽고 있다.
그런가 하면, 조유향(1994)은 호스피스의 요구가 증대됨과 더불어 사회 경제의 발전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호스피스 제도가 적극적으로 검토, 실시되는 것이 요구된다고 하면서 의료기관의 기능 미흡, 호스피스 시설의 제한성, 가정간호의 요구증대, 윤리 및 도덕적인 문제, 호스피스 대상자의 범위, 인력의 부족, 재정적 여건의 미확립, 서비스의 내용 등을 과제와 문제점으로 꼽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의 발전적 방향으로 의료인력의 양성 및 훈련, 호스피스의 교육홍보의 전개, 호스피스 모델의 확립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호스피스의 문제점 및 대책, 전망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불교 호스피스의 과제와 방향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호스피스가 가톨릭과 기독교를 중심으로 발전해 오는 동안 불교는 죽음을 목전에 둔 임종환자들에 대해서 별 관심 없이 지내왔다. 그러나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른 질병구조의 변화와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말기암 환자가 증가하였고, 질환의 관리에 있어서도 단순히 생명연장의 차원을 벗어나 생존기간 동안의 삶의 질을 고려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불교도 ‘의료현장 속에서의 불교의 역할’에 대해서 숙고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 특히 이 가운데에서도 삶의 끝에 와 있는 말기환자나 임종환자들을 돌보아주는 호스피스는 앞으로 불교계가 관심을 기울여야할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현재 불교계의 호스피스 활동이 저조한 까닭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불교계 호스피스활동이 저조한 원인을 살펴보면,
첫 번째로 불교계의 호스피스 활동에 대한 무관심을 들 수 있다. 타종교의 경우 교회나 본당에서 목사나 신부가 직접 호스피스 기구를 결성해 기독교나 가톨릭 재단 병원과 연계한다든지 또는 대학부속병원이나 일반 종합병원 내의 원목실과 연계해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 비해 스님이나 법사, 불교계 지도자들의 호스피스 활동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불교계 병원의 부족이다. 대부분의 병원이 가톨릭이나 기독교 재단인 점을 감안한다면 불자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공간이 적다는 것이다. 현재 몇몇 스님들의 호스피스에 대한 활발한 활동으로 자원봉사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실제로 봉사활동을 할 공간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교육이 단지 교육으로만 그치고 있다. 또한 타종교 호스피스 기구가 워낙 활성화돼 이미 많은 병원이나 기관을 장악하고 있어 불자 자원봉사자가 새롭게 봉사활동 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 또한 활성화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세 번째는 불자들의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부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의 증대와 더불어 보건 의료수준의 향상으로 평균수명이 현저하게 연장되면서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의 비율이 해마다 증가함과 함께 암을 비롯한 각종 만성 퇴행성 질환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죽음에 이르는 기간이 길어져 호스피스가 요구되는 대상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또한 매년 암으로 고통받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사회적으로 높아가고 있는데도 불자들의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구나 호스피스와 간병을 혼동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데 호스피스와 간병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간병은 아픈 사람 전체를 대상으로 돌보아 주는 데 반해, 호스피스는 남은 여생이 6개월 이내인 대상자들에게 베푸는 임종간호이다. 그러므로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봉사자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 죽어가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는 호스피스 대상자들을 보살피기에 앞서 반드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네 번째는 질높은 전문적 교육을 지도할 수 있는 전문인 양성과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다. 현재 많지는 않지만 불교계 기관에서 하는 호스피스 교육을 강의하는 사람들 중에는 타종교인도 상당히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호스피스 교육을 담당하거나 강의할 사람들의 숫자가 부족한 까닭도 있겠지만 전문인의 발굴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통한 전문인의 양성이 우선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스피스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으로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또한 이미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등 호스피스 팀 중 전문가로 구성되어야 하며, 불교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불자여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다섯 번째는 불자 자원봉사자와 봉사자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불자 환자를 연결시킬 수 있는 연락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받은 자원봉사 대다수가 교육받은 후 연계해 봉사 활동할 수 있는 장의 부족으로 활동을 시작해 보지도 못한 채 사장된 상태이며, 불자 환자는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자 해도 어느 곳에 연락을 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에 있다. 만약 연락 체계가 갖추어진다면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활동을 못하는 불자 봉사자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불자 환자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불교 호스피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하여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종단 또는 동국대, 중앙승가대학 등 불교 교육기관과 사찰차원에서의 지원과 교육을 통하여 많은 불자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질 높은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둘째, 네트워크를 통한 기관 간의 정보 교환과 환자와 봉사자 간의 연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 승려와 법사들을 중심으로 한 지도자 배출이다. 특히 이들 지도자들에게는 말기환자의 심리, 불교의 생사관 등 임상환자를 위한 특별교육을 실시하여 말기환자의 영적, 심리적 고통 해결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사찰 단위로 활동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현재 불교병원의 부족으로 봉사자를 양성하더라도 활동영역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사찰 내에서 말기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그 사찰 자체 내에서와 사찰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에서 호스피스 봉사자들의 지속적인 봉사가 이루어진다면 비록 다른 종교기관에 입원했을지라도 개종하는 경우는 드물게 될 것이다. 타종교의 예를 들어본다면, 지금까지 가톨릭은 본당위주로, 기독교는 각 교회별로 자체 내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반면, 불교는 이러한 활동마저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네 번째, 기도문과 병원 의식집의 통일이다. 대부분의 기도문이나 발원문, 축원문이 한문으로 되어 있거나, 문장이나 문체도 다듬어져 있지 않을 뿐더러 분량도 많아 실질적으로 말기환자들에게 부적절하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삶의 애착을 버리고 마음을 정리한 후 평온하게 이 세상을 마무리 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기도문 제작이 있어야 하겠다. 또한 대상자나 제공자가 어디에서라도 한결같이 사용할 수 있는 통일된 병원 의식집 마련도 중요하다.
다섯 번째, 용어의 통일이다. 불교에서는 말기 환자를 위한 보살핌을 호스피스라는 용어보다는 비하라(vihara)라고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비하라(vihara)는 산스크리트어로 精舍, 寺院, 僧院, 休息의 場所이다. 현대에 와서 임종간호를 대표하는 용어로 처음 사용한 것은 1985년 일본 불교대학의 田宮仁이 그리스도교 용어인 ‘호스피스’에 대응하는 것으로 제창한 이후 불교기관에서는 비하라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호스피스가 비록 기독교에서 파생된 용어이기는 하나 이미 전세계에서 임종간호의 대표적인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호스피스를 굳이 불교적인 의미가 담긴 용어로 바꿔 사용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이미 비하라 또는 니르바나라는 용어를 임종간호를 대표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할 뿐만 아니라 종교성을 지나치게 드러나게 하는 것으로 임종간호의 본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대만 자제정사의 心蓮호스피스, 미국의 Zen Hospice, 호주의 Amitaba Hospice, Karuna Hospice 등은 호스피스라는 단어 앞에 불교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용어를 사용하여 불교 호스피스임을 나타내고 있다.
여섯 번째는 다양한 교육여건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호스피스 교육은 다양한 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에서 실시하는 호스피스 교육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대학병원이 종교재단인 경우라 할지라도 대학병원에서의 교육은 종교성을 띄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육을 받은 후 대학병원과 같은 곳에서 활동해도 좋다. 그런데도 불교기관에서 실시하는 호스피스 교육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사고가 불자들의 사회복지적인 성향을 낮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교육 후의 봉사도 불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종교, 빈부, 인종을 뛰어넘어 다양한 계층에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불교의 자비정신이기도 하며 호스피스의 기본이념이기도 하다.
Ⅵ. 맺음말
현대의학이 장기이식, 인간복제 등의 대안으로 인간의 죽음에 정면도전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아무리 의술이 발달한다고 하여도 인간의 不死永生을 실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연 또한 이 무상함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즉 거대한 천체로부터 티끌에 이르기까지 生老病死, 生住異滅, 成住壞空 등 이 네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生死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인간의 가치와 의미를 재확인 할 수 있게 해준다. 불교의 가르침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존엄성과 그 가치를 실현하는데 노력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불교계에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그 가치를 실천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말기환자나 임종 직전의 환자에 대해 무관심해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비록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말기 환자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전인적인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인간의 실존 회복 운동’, ‘인간의 존엄성 회복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호스피스는 의료진 중심의 ‘치료(cure)’에서 환자중심의 ‘돌봄(care)’으로 암, AIDS 등 말기 환자에 대한 증가와 사회적인 요구에 의해 계속 발전할 것이다. 즉 현대의 우리 사회는 말기환자와 그의 가족을 위한 임종간호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재강조 되면서 호스피스 제도가 확대,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금까지 한국 호스피스의 발전에 미친 종교계 역할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타종교에 비해 불교계의 역할은 극히 미비해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재 불교는 지나치게 장례와 49재를 중시하는 葬式佛敎에 치중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종교로서의 불교의 올바른 역할이라고 한다면 삶과 삶의 마지막 단계, 죽는 순간, 죽은 후가 연결되어야만 할 것이다.
본 논문은 불교계에서 소홀히 하고 있는 임종직전의 말기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에 대한 한국 호스피스의 현황을 살펴보고 그 가운데에 불교 호스피스는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또한 현재 불교호스피스가 타 종교계의 활동에 비해 저조한 원인을 짚어보면서 앞으로 불교계의 임종간호가 활성화되려면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하여도 본 연구자가 현장에서 활동한 것을 토대로 제시해 보았다.
주제어: 호스피스(hospice), 말기환자(terminal patient),
한국불교호스피스(the Korean Buddist Hospice),
현황(present position), 과제(future tasks)
ABSTRACT
The present position and future tasks of
the Korean Buddist Hospice
Park. Young-hee
(Lecturer of Dongguk Univ.)
Since the beginning of the 20th century, the development of medical science has been mainly focused and achieved in a complete recovery of a disease. Nevertheless, every year increasing number of people are dying due to such incurable diseases as cancer and AIDS which still cannot be handled with the modern medical science.
To meet such needs of the contemporary times, it is no doubt that hospice establishes itself as an alternative for taking care of terminal patients with professionalism and efficiency. The religious groups are greatly interested in hospice to the extent that they can be regarded as the very driving force of advancing contemporary hospice in Korea.
However, among various religious groups, buddhism still shows the least enthusiasm in looking after terminal patients.
This paper examines the actual status of Korean hospice by exploring its current position. Also, it explains the reasons contemporary buddhism hospice shows lack of enthusiasm compared to other religions. Lastly, it further suggests a few tasks to develop and activate terminal care in budd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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