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의 대화>
19012324 안예진
사물: 파버 카스텔 2b 연필 - 5일간 10질문 씩 진행. Q: 안예진 A: 연필
[1일차]
Q1: 넌 누구야?
A1: 연필이야. 그 중에서도 2b.
Q2: 너가 연필이라서 싫었던 적은 없어?
A2: 딱히 그런 적은 없었어. 넌 그런 적 있어?
Q3: 가끔 그렇게 생각했어. 너가 연필이라 좋은 점은 뭐야?
A3: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양으로 변할 수도 있고, 나로 무언가가 생기기도 한다는 점.
Q4: 언젠간 다 닳게 될텐데 그건 안 무서워?
A4: 아직은 아니니까 괜찮아. 그때까지 쓸모 있을 지가 더 걱정이야. 근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Q5: 그것도 맞아. 난 그게 무서워서 물어본 거였어. 단순히 존재가 없어지는 것 보다 쓸모 없어지는 게 더 무서운 거야?
A5: 아무래도 난 쓰이기 위해 태어난 거라 그런지 그게 더 무서워.
Q6: 너의 쓰임을 계속 증명하고 싶은거야?
A6: 응. 그 어떤 연필보다도 더 쓸모 있고 자주 쓰이는 연필이고 싶어.
Q7: 나랑 되게 비슷하네. 다른 사물이고 싶었던 적은 없어?
A7: 딱히 없는데 가끔 지우개 달린 연필이 부러웠어.
Q8: 왜?
A8: 난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해. 지우개가 없으니까. 대신 지우개 달린 연필은 실수해도 괜찮잖아.
Q9: 넌 실수를 하면 안돼는 거야?
A9: 실수하게 되는 연필보단 실수해도 괜찮은 연필을 더 선호하잖아.
Q10: 아깐 되게 자존감이 높아 보였는데 꼭 그렇지도 않구나.
A10: 누구든 다른 면이 있는 것처럼, 나도 그래.
[2일차]
Q11: 오늘은 기분이 어때?
A11: 그냥 그래.
Q12: 기분이 안좋은 것 같은데 왜 그래?
A12: 어제부터 계속 가만히 있었거든.
Q13: 심심한거야?
A13: 아니 뭔가 하고 싶은데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어서 답답해.
Q14: 무언가 그리고 싶구나.
A14: 그렇지.
Q15: 지금까지 많이 일했는데 좀 쉬어볼 생각은 없어?
A15: 쉬는 건 마음이 불편해. 내가 쓸모없어진 것 같잖아.
Q16: 어제 너 말 들어보니까 그럴 것 같긴 했어. 너가 제일 좋아하는 건 뭐야?
A16: 부드럽게 그려진 선. 내가 만든 선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좋아.
Q17: 거친 선은 싫은 거야?
A17: 보통 날 쓰는 사람은 거친 것 보다 부드러운 선을 쓰려해.
Q18: 그럼 무슨 색이 좋아? 넌 회색이어도 다른 색이 좋을 수는 있잖아.
A18: 흰색이 좋아.
Q19: 왜?
A19: 하얀게 밝고 예쁘고 완벽해 보여.
Q20: 그럼 하얀 종이를 좋아하겠네.
A20: 맞아.
[3일차]
Q21: 안녕. 난 오늘 좀 피곤한데 넌 어때?
A21: 난 괜찮아. 왜 피곤한데?
Q22: 고민이 많아 너처럼 어디에 쓸모가 있을지 고민하느라.
A22: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긴 해.
Q23: 매번 너무 쓸모에 대한 것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기도 해.
A23: 어쩔 수 없지 우린 어딘가에 사용되어야 하니까.
Q24: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 너의 몸은 초록색인데 마음에 들어?
A24: 너가 보기엔 어때?
Q25: 난 괜찮은 것 같아. 마음에 들어 꽤 고급스러워 보이고.
A25: 날 쓰는 사람들은 내 고급스러운 면모도 좋아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연필에게 필요하거든.
Q26: 너가 더 고급스러워 보이면 어떨까?
A26: 값이 더 비싸지지만 않는다면 사람들은 더 좋아하겠지.
Q27: 지금 보니까 좀 군데군데 까진 게 보이는 데 이건 어떻게 생각해?
A27: 조금 더 깔끔하면 당연히 더 보기 좋겠지? 빈티지해 보이긴 해도 좀 거칠게 손에 감기니까.
Q28: 너의 외관에서 특히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어?
A28: 내 몸은 나무라 조금 물러서 손톱에 약해. 사람들이 내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야 하니까 나무인 점은 어쩔 수 없어. 하지만 몸에 상처가 좀 적게 났으면 좋겠어.
Q29: 그게 힘들 수도 있긴 하겠네. 마음에 드는 점은?
A29: 얄쌍하고 한 손에 쥐기 편하다는 거지. 이렇기 때문에 전에 말했듯이 부드러운 선을 낼 수 있어.
Q30; 장단점이 미묘하면서도 확실한 느낌이네.
A30: 장점만 있는 연필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4일차]
Q31: 너는 닳는 것보다 안쓰이는 게 무섭다고는 했지만, 결국 닳게 되면 사람들이 안쓰지 않아?
A31: 그럴 때는 다들 연필 깎지를 써.
Q32: 그걸로 너가 닳게 되었을 때의 모든 불편함이 해소가 되니?
A32: 모든 불편함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해소가 되지. 아직은 이게 최선이야.
Q33; 그래도 너를 끝까지 못쓰게 될 건 매한가지 같은데. 더 못 깎잖아.
A33: 그건 그렇지.
Q34; 너가 끝까지 깎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A34: 나만으로는 불가능해 날 지지해줄 막대기라도 있어야 날 끝까지 깎을 수 있을 거야.
Q35: 왜 여태까지는 그런게 없었을까?
A35: 비효율적이잖아. 그렇게 할 바에야 버리고 새로운 연필을 쓰겠지.
Q36: 그것도 그렇네. 아쉽다.
A36: 아쉬워도 할 수 없는 거니까. 그 전까지 내 쓸모를 최대한으로 높여 놓으면 되는 거야.
Q37: 저번에 너의 최고 장점은 부드러운 선을 낼 수 있는 거라 했는데 또 다른 장점이 있을까?
A37: 비록 내 몸은 조금 무르지만 심지는 탄탄해, 입자도 곱고. 다른 물러터진 연필들과는 달라.
Q38: 항상 탄탄해?
A38: 심지를 감싸고 있는게 나무라 나무 상태가 안좋으면 같이 부러지겠지.
Q39: 역시 나무가 조금 문제가 되는 거네.
A39: 나도 내 나무의 컨디션을 조금 일정하게 맞추고 싶어.
Q40; 지금 너의 문제는 일단 약한 나무라는 거네.
A40: 그래 맞아.
[5일차]
Q41: 안녕. 오늘이 마지막 대화겠다.
A41: 그러게 조금 아쉽네.
Q42: 나랑 대화하면서 어떤 점이 좋았어?
A42: 나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 한게 좋았어. 좀 우울한 이야기 같아서 피하려 했거든.
Q43: 내가 주로 물어보긴 했지만 너도 느낀점이 있을 것 같아.
A43: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내 장단점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았어. 나를 더 잘 알게 된 것같아 기분도 좋았고.
Q44: 넌 너의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싶어?
Q44: 필수는 아니겠지만 개선이 된다면 더 멋진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Q45: 지금의 너는 중간 길이 정도인데 너의 불안을 알고 나니까 더 잘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A45: 그래 준다면야 고맙지. 지금 내 모습에서 나의 단점을 찾은 거니까 이 점을 좀 보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Q46: 지금의 너를 바꿔주는 건 어렵지만 새로운 너는 좀 바꿔줄 수 있지 않을까?
A46: 새로운 내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면 지금 나에게 실험해봐도 좋아.
Q47: 만약에 개선에 실패하면 어떨 것 같아?
A47: 실패해도 괜찮을 것 같아.
Q48: 왜?
A48: 어찌 되었던 최선의 ‘나’가 되기 위해 노력한 거고, 실패한다면 지금 내가 최선의 ‘나’인거니까.
Q49: 그것도 맞는 말이네. 널 쓰는 난, 널 더 잘 쓰려 노력해야 겠네. 너의 쓰임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겠네.
A49: 뭐 문제는 나한테만 있는 건 아니니까.
Q50: 그동안 대화 즐거웠어 항상 고마워.
A50: 나도 즐거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