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동시에 오피스텔에 입주하였던 부부는 이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두가지 걱정이 있었다 한다. 그중 첫째가, 안방과 작은 방 그리고 식탁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주방만 있고 거실은 없는 구조의 난제. 특히 현관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안방 방문인 슬라이딩 도어가 넓게 가로막혀 있어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여기에서 실평수 12평밖에 되지 않는 오래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스타일리스트의 고심이 시작되었다.
일단 그녀의 경험상,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방의 개수보다 오히려 넓고 아늑한 거실이 더욱 요긴했다. 더욱이 이 집의 경우, 안방의 슬라이딩 도어를 없애고 베란다를 확장한 뒤 거실로 만들면 현관부터 베란다까지 공간이 흐르듯 이어질 수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침실 하나, 거실 하나의 공간 배치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집주인의 걱정이 있었지만, 결국 스타일리스트의 확신을 믿었고 거실 소파 앞에는 티 테이블 겸 식탁이 되는 좌탁도 들여놓았다. 덕분에 좁은 주방의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었고, 집 안에 들어서는 순간 베란다 창밖의 풍경을 마주하게 되면서 답답한 구조의 난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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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집의 최대 취약점 중 하나는 철거할 수 없는 옹벽이었다. 옹벽의 답답한 느낌을 최소한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 스타일리스트는 옹벽에 나무 프레임을 덧대 깨끗한 직각의 라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천장이나 벽에서 이어지게 같은 벽지를 바른 뒤 5cm의 얇은 나무 프레임을 블랙으로 둘러 안정감 있는 공간을 연출하였다.
‘장롱은 물론 수납장까지 모두 새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 부부의 두 번째 걱정이었다. 그런데 스타일리스트는 집주인의 우려가 무색하게도 “큰 가구는 절대 구입하지 말라”고 먼저 주문하였다 한다. 좁은 집에는 가구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집이 좁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 대신, 그녀는 모던 스타일 외국 잡지에 소개되는 작은 아파트를 떠올리고 빌트인 수납장을 제안하였다.
물론 그를 위하여 사전에 삐뚤빼뚤하였던 천장과 벽을 다져 기막히게 직각을 맞추었고, 천장 몰딩을 아예 없애 매끈한 배경을 만들었다. 그와 직각을 이루는 수납장 또한 긴 비례로 제작하였고, 일부러 가구의 서라운딩 즉 몰딩을 도어보다 2cm쯤 뒤로 밀어 넣었다. 덕분에 겉으로 보았을 때 군더더기 선이 보이지 않아, 간결하고 시크한 공간이 연출되었다. 빌트인 스타일의 거실 및 안방 수납장은 모두 화이트 혹은 그레이의 무채색으로 제작하여, 마치 가구가 집의 일부인 양 연출한 것도‘스타일’과 ‘실용’을 모두 중요시하는 스타일리스트의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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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창가에는 커튼을 달고 사다리 모양의 이동식 파티션도 설치해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베란다와 방의 경계에 레일을 심고 시공한 이 파티션은 옆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적인 재미도 느껴진다.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주방이에요. 집 안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구조인데, 모던한 스테인리스 스틸을 보면 시원한 느낌이 들어요.” 안주인이 좋아하는 스테인리스 스틸은 물때가 잘 지워지지 않을 뿐 아니라 기름이라도 튈라치면 그 더러움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실용성 면에서는 결코 추천하지 않지만, 한편으로 ‘신혼 때가 아니면 언제 써보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시공을 결정하였다. 하지만 가격 또한 수입 타일 만큼 비싸, 보통 싱크대용으로 제작하는 12mm 대신 8mm의 얇은 자재를 선택하여야 했다. 비록 흠집이 잘 생겨 내구성은 떨어지지만, 이 또한 요리를 자주 할 수 없는 맞벌이 주부라는 점을 고려하였다.
주방에 힘을 주고 나니, 다른 공간에는 모두 제일 저렴한 자재를 시공하였다. 침대 위 수납장과 그 옆 화장대의 경우, 싱크대 자재 중 도어보다도 훨씬 가격이 싼 몸통 패널로 제작한 것. 그래도 일반 가구처럼 고급스럽다 했더니, 주문할 때 진회색 패널의 가장자리를 모두 블랙으로 마감해달라 했기 때문이란다. 블랙 컬러는 안정감을 줄 뿐 아니라 저렴한 자재를 고급스럽게 눈속임해주므로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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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욕실 문 등에 붙어 있는 손잡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가 제작한 것. 50cm 길이의 긴 스틸 손잡이를 모던한 라인으로 디자인했다.
첫댓글 진짜 전혀 다른 집 같아요~멋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