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지금까지 구학문(사서오경)을 하면서 나의 스승으로부터 배운 것을 2010년 경인년을 보내면서 새로운 해인 2011년 신묘년을 맞이하는 우리가 한번쯤 새겨볼 내용이라 생각해서 간략하게나마 정리해 보았다. 친구 여러분들에게 많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경자(敬者)는 득인(得人)하고 득천하(得天下)라”◇
●“《대학》은 성공하는 비결로 경(敬)을 내세운다. 경은 몸을 공손히 할 공(恭)과 마음을 공손히 할 경(敬)으로 표현된다. 마치 직(直)과 같다. 바를 정(正)과 곧을 직(直)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이치이다.”
유교의 근본목적은 성군을 배출하는 것이다. 성군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건설할 줄 아는 대지도자를 일컫는다. 유교에서 성인은 성군의 경지에 이른 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변화의 연속 속에서 군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학(大學)》에 보면 ‘구일신(苟日新)이어든 일일신(日日新)하고 우일신(又日新)하니라’라는 문장이 있다. 풀이하면 ‘진실로 하루가 새로워지려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는 말이다.
사서((四書)에서는 백성에 관해 열심히 공부하라는 표현이 별로 없다. 단지 군자에 한해 하늘이 새롭게 변화시키고 바꾸어 나가는 역사에 비례해 새롭게 하라고 지적한다.
유교에서는 지도자를 만들어내는 순서를 보면 제일 먼저 몸을 만드는 수신(修身)을 든다. 수신은 우선 마음을 바로 해야 한다. 대학 경문에 ‘자천자(自天子)로 이지어서인(以至於庶人)이 일시개이수신위본(壹是皆以修身爲本)이니라’고 했다. 왕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결같이 몸을 수양하는 것으로써 근본을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치국(治國)의 근본은 교육이고 교육의 근본은 수신에 있다. 교육은 불을 켜는 것이다. 성인이 백성들에게 불을 켜는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예를 들어 공자가 어느 곳에 행차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만으로 백성은 그 순간 불이 켜진다.
‘이언교지자(以言敎之者)는 불종(不從)하고 이신교지자(以身敎之者)는 종(從)하니라.’ 말로써 가르치는 군주는 백성이 따르지 않고 몸으로써 가르치는 군주는 백성이 따른다는 말이다. 유교교육의 기본방향은 몸으로써 가르치는 것이다. 몸이 본(本)이 되어 만백성이 본받고 따를 수 있게 해야 한다.
본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다. 맹자가 말하기 저 산을 넘어가려면 그 산을 넘어가 본 자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인생살이 백년 길에 몰라서 평생 헤매다가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誠과 敬, 천하를 다스리는 요체
성현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유교는 나에게 남이 있게 하는 가르침이다. 사람과 만물은 크게 나와 남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사람들, 동물, 광물, 자연 등 나 이외의 이 세상 모든 것들으이 남이다. 이 세상은 나란 존재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 그러나 나는 남이 없으면 한시도 살 수 없다. 그만큼 남은 내게 굉장히 소중하고 높다.
그래서 《대학》은 성공하는 비결로 경(敬)을 내세운다. 경은 몸을 공손히 할 공(恭)과 마음을 공손히 할 경(敬)으로 표현된다. 마치 직(直)과 같다. 바를 정(正)과 곧을 직(直)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이치이다.
《대학》에서는 천하를 다스리는 요체를 공경할 경(敬) 한 자로 정리해서 내놓았다. 경을 행할 때 남이 있고 천하가 있다. 내가 경을 행하기 위해선 우선 남에 대한 성실, 진실, 정성이 있어야 한다. 《중용(中庸)》에서는 우주만물의 이치를 정성 성(誠)자로 축약해서 표현한다. 나 자신은 진실하고 성실하고 정성되며, 남에게는 삼가고 조심하고 공경히 해야 한다. 이것이 몸에 배이게 해야 한다. 《중용(中庸)》에서 ‘성즉명의(誠則明矣)요 명즉성의(明則誠矣)니라’했다. 밝음을 얻으면 경을 얻는다. 어두운 사람이 사람과 만물을 공경할 리 없다. 퇴계 이황도 평생 누군가 글을 청하면 경(經) 한 자만을 써주었다고 한다.
논어에서 무엇이 제일 중요한가? 그것은 바로 군자의 3대 조건이다.
子曰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人不知而不慍이면 不亦君子乎아
공자가 말씀하시길,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친한 벗이 먼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 아니겠는가?
우선 벗이 찾아오려면 네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 네 가지는 바로 ‘볼 거리, 배울 거리, 얻을 거리, 즐길 거리’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해외로 나가는 자국민에 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수가 매우 적다. 이는 앞서 말한 네 가지 요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자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논어의 도처에는 많은 표현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이 바로 ‘수기이안민(修己以安民)’이다. 군자는 반드시 몸을 만들어 그것을 가지고 만백성을 편안케 해야 한다. 어느 날 자로(子路)가 공자께 “군자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공자는 “수기이경(修己以敬)-자기 몸을 닦음으로써 남을 공경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자로가 “그뿐입니까?” 하고 묻자 “수기안민(修己安民)-몸을 닦아 남을 편안케 하는 것이니라”고 답하였다. 그래도 잘 이해하지 못하나 공자가 다시 “수기이안백성(修己以安百姓)-몸을 닦음으로써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군자를 이르는 표현은 논어 도처에 무수히 있다.
내 몸을 낮추면 천하가 온다
성인은 세상에 옳고 바른 사람이 나와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를 염원한다. ‘인리향당(隣里鄕黨)’이라는 말은 이웃동네의 여러 사람, 즉 이웃을 말한다. 이웃은 보통 다섯 집을 이웃이라고 한다. 경서에 보면 군자가 자기 집 주변의 다섯 집의 마음을 얻은 후에 그 다섯 집을 통해 스물다섯 집의 마음을 얻고 그 스물다섯 집을 통해 이천 오백 가구의 마음을 얻고 그 중에서 선별하여 오백 가구의 마음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고 했다.
맹자는 “천하를 얻는데 도(道)가 있으니 먼저 백성을 얻고 백성을 얻는데 도가 있으니 먼저 백성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리하면 천하를 얻을 것이다(得天下에 有道하니 得其民이면 斯得天下矣니라. 得其民이 有道하니 得其心이면 斯得民矣니라)”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백성이 원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리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백성은 첫째, 오래 살고 싶다. 둘째, 넉넉하게 살고 싶다. 셋째, 마음이 편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몸이 편하고 싶다. 요약하면 행복과 안전이다. 사회를 이끌어 가는 리더는 국민을 넉넉한 삶 속에 몸과 마음이 편안케 해 오래 살도록 해야 할 소명을 하늘로부터 부여받았다.
문제는 몸이다. 주역에 보면 낮은 곳에 물이 모이고 높은 곳에 바람이 분다고 했다. 내 몸을 낮추면 천하 사람들이 내게 오고, 내 몸을 높이면 오는 것이라곤 태풍같은 바람밖에 없다.
천하를 얻는 비결은 서두에 말했듯이 경(敬)에 있다. 유가에서는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성공한 사람은 경(敬)해서 그렇고, 실패한 사람은 불경(不敬)해서 그렇다고 한다. 성공과 실패를 敬․不敬으로써 판가름하는 것이다. 불경한 사람은 진실하지 못하고 성실하지 못하며 정성되지 못했기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군자는 백성을 먼저 가르침으로써 다스린다. 정치는 사랑으로 백성을 바로잡고 예(禮)로써 다스린다는 뜻을 가진 인정예치(仁政禮治)의 준말이다. 유교에서는 정치라는 말 대신 치교(治敎)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 치교라는 말이 사라졌다.
옛날에는 벼슬자리에 있던 관료들이 낙향하면 사랑방에서 학교를 개설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왕의 부름을 받고 재등용되면 정사에 참여하여 다시 백성을 다스렸다. 군자의 몸은 몸 그 자체가 학교이다. 왕은 왕만큼, 정승은 정승만큼 학교이다. 그러나 만큼 군자에게 있어서 몸가짐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주자는 군자교육으로써 ‘정기의관(正其衣冠) 존기첨시(尊其瞻視) 수용필공(手容必恭) 족용필중(足容必重)’이라 했다. 의관을 정제하고 상대방 바라보기를 존엄히 하며 손은 공손히 하고 걸음걸이는 무겁게 하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쉽게 이 일 저 일에 손을 대거나 몸을 가벼이 움직이지 말라는 뜻이다. 이는 경(敬)과도 통한다. 군자는 자신의 몸을 그렇게 낮추어야 한다.
군자는 ‘승사여제(承事如祭) 수구여병(守口如甁)’ 해야 한다. 남의 일을 맡아서 할 때는 마치 부모님 제사를 지내듯 정성을 다하고 말은 병의 마개를 꼭 막듯이 아껴야 한다. 옛날에는 제자가 스승으로부터 술 한 병을 받으면 제자가 그 술병을 받아놓고 바로 절을 하고 반성을 했다. 스승이 제자에게 말이 많음을 술병으로써 알려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공자가 제일 경계한 사람도 바로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었다. 말을 함부로 하는 자는 그 스스로 말이 많을 뿐만 아니라 백성의 성실함을 무용지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군자는 가난해야 된다. 그렇다고 걱정할 것은 없다. 《맹자(孟子)》에 ‘기신정이천하귀지(其身正而天下歸之)’라 하여 그 몸이 올바르면 천하가 그에게로 돌아간다고 했다. 사람이 반듯하면 온 천하에 내 재산, 내 사람이 아닌 것이 없다.
공자의 가르침은 경영철학
예수나 부처나 공자의 가르침은 현실이며, 정치철학 내지 경영철학이다.
孟子曰
天下有道하면 小德이 役大德하며 小賢이 役大賢하고
天下無道면 小役大며 弱役强하나니
斯二者는 天也니 順天者는 存하고 逆天者는 亡하니라
천하에 정도가 행해질 때는 큰 덕을 지닌 사람한테 작은 덕을 지닌 사람이 부림을 받고, 큰 현자에게 작은 현자가 부림을 받는다. 천하에 정도가 행해짐이 없을 때에는 작은 것이 큰 것에게 부려지고, 약한 것이 강한 것에게 부려진다. 이 두 가지는 하늘의 이치이니, 하늘의 이치에 따르는 자는 살고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
이 시대에 우리가 할 바는 우리 몸을 낮추는 경(敬)이다. 모두가 잘 아는 예(禮)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 기업이나 제품이 외국에서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잘난 척 하는 순간 고객을 잃기 마련이다. 경자(敬者)는 득인(得人)하고 득천하(得天下)라. 경을 행하는 사람이야말로 사람을 얻고 천하의 주인이 될 것임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마음에 새길 바이다.
첫댓글 도를 닦고 계시는군요. 새겨 명심하겠습니다.
한참을 읽어야 조금 알것 같네요
큰 학문을 하시고 계시는 군요
잘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나도 어디 산속에 파묻혀 도나 닦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