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말년에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며 남긴 자서전이 바로 '한중록'으로, 한글로 쓰여있어 실록 등의 왕실 공식문서에선 알기 힘든 왕실 용어들, 심지어 영조나 사도세자 등의 말투 혹은 말버릇 같은 다양한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음.
특히 훗날 정조의 요청으로 기록이 대부분 사라진 남편 사도세자의 기행, 그리고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임오화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고 시동생 화완옹주(정조의 고모이자 사도세자의 친동생)의 이야기 등등 왕실의 비화들이 다양하고도 자세히 적혀있어 자칫 미궁 속에 빠질 수 있었던 사도세자와 정조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음.
한중록으로 인해 한국 문화계는 사극 스토리로 활용될 떡밥을 말그대로 어마어마하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됐는데,
시아버지 영조의 습관 및 말투와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 사도세자의 인생여정과 기행과 그의 정신질환 스토리, 영조가 아들이자 세자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갇혀 죽인 임오화변 스토리(특히 사도세자의 정신질환은 현대 정신의학적 진단방법을 통해 증명됨으로써 한중록의 신뢰성이 확인됨),
세손이던 정조가 등극을 막으려는 반대세력의 방해를 극복하는 정치적 풍파 스토리, 정조의 총애를 믿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다 비참하게 몰락한 홍국영 스토리(심지어 홍국영이 잘생겼단 서술까지 있음),
정조의 고모인 화완옹주의 조카를 향한 집착과 질투 스토리 등등 한중록의 기록으로 재창조될 수 있는 떡밥이 무궁무진함.
그리고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옮겨진 의빈 성씨(성덕임)와 정조의 러브스토리 또한 생각지도 않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의빈 성씨는 혜경궁 홍씨의 친정집 '청지기', 요즘 말로 '집사'의 딸임. 혜경궁 홍씨의 권유로 성덕임이 입궁하여 궁녀 생활을 시작했고 혜경궁 홍씨의 곁에서 시중을 들다가 정조와 눈이 맞게 된거.
게다가 곁에서 지켜본 만큼 덕임이의 성품을 익히 알고 있었고, 덕임이를 예뻐한 혜경궁 홍씨의 적극적인 응원으로 결국 정조와 러브스토리의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됐으니....
바야흐로 혜경궁 홍씨는 여말선초와 더불어 한국 사극계의 양대산맥인 영정조 시기의 무궁무진한 떡밥을 제공한 전설적인 인물이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