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고 활을 쏘면 나는 독수리를 맞힐 수 있지만 독수리를 보고 활을 쏘면 바위만 맞힐 뿐이다."
당신은 과연 어느 쪽인가? 혹시 달을 보고 쏘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문법이라는 독수리, 단어라는 독수리, 독해라는 독수리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지는 않은가.
언어는 결국 말하기다. 말을 못하면 문법 실력, 단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도로아미타불 헛공부한 거다. 말문이 트이지 않으면, 즉 달을 보고 활을 쏘지 않으면 문법도, 단어도, 독해도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다. 역으로 말문이 트이면, 요컨대 달을 보고 화살을 쏘면 문법 독수리, 단어 독수리, 독해 독수리, 영작 독수리, 토익/토플 독수리 등 모든 독수리를 다 잡을 수 있다.
영어가 도데체 뭐길래 10년 공부로도 안되는 걸까? 원래 어려워서일까? No, 아니다. 배우기가 그렇게 어렵다면 전세계의 수십억 인구가 어떻게 영어로 읽고 쓰고 말하겠는가. 그럼 우리가 열심히 안해서일까? 그것도 No, 아니다. 우리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 대학 때까지, 심지어 사회에 나와서도 열심히 너무나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한다. 과외에 학원은 기본이고, 대학 때도 전공은 대충 하고 영어만 죽어라고 판다. 그런데도 왜 외국인을 만나면 한마디 뻥긋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
도대체 왜 그럴까? 혹시 방법이 잘못 되어서 그런건 아닐까? 맞다. 방법이 잘못돼서 그런 거다. 우리는 달을 보고 화살을 쏘는 게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독수리를 보고 화살을 쏘기 때문에 영어를 결코 못 잡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게 시험이라는 독수리다. 말은 한 마디 못해도 수능 성적만 좋으면 대학을 가고 토익 점수만 좋으면 취직이 됐으니까, 요령만 익혀서 찍기만 잘하면 아무 문제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인터넷을 매개로 세계를 하나로 묶어버린 정보화 시대는 우리에게 반쪽의 영어가 아닌 온전한 영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달을 보고 쏘면 독수리를 잡을 수 있다는데, 어떻게 해야 달을 보고 화살을 쏠 수 있을까.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말부터 하는 거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우리는 이게 안 된다. 말하기부터가 아니라 문법 먼저, 단어 먼저, 독해 먼저, 그리고 맨 나중에 말하기를 한다. 이러니 영어가 안 될 수밖에. 간단하고 귀운 방법을 버리고 굳이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온갖 '비법 아닌 비법'을 동원해 속전속결로 '일주일만 하면' '두번만 읽으면' 할 수 있다고, 아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뻥을 치거나 협박한다. 이러니 열 명이 도전하면 기껏해야 아주 특출난 한두 명만 성공할 수밖에.
미국 아이의 경우, 만 5세가 되면 말문이 트인다고 한다. 주위의 온통 영어로만 된 소리에 노출된 상태에서도 5년이 걸리는데, 온통 한국어만 들리는 환경에서 어떻게 두세 달 만에 말문이 트이겠는가. 물론 우리는 유아와 달리 이해력과 사고력이 있는 성인이니까 5년까지야 안 걸리겠지만, 그래도 2~3년은 꾸준히 해야 말문이 트이지 않겠는가. 결국 영어를 잘하게 되는 비결은 간단하다. 몇 달 만에 뚝딱 끝낼 생각을 버리고 유아가 말 배울 때처럼 2~3년 꾸준히 시간을 들여 그냥 보이는대로 들리는 대로 부지런히 입을 놀려 따라하다 보면 영어는 누구나 다 된다. 적어도 열에 아홉 명은 된다. 쉽지 않은가?
우리는 그동안 잘못된 방법으로 배웠기 때문에 문법은 훤하면서도 작문은 거의 못하고, 단어는 외국인보다 많이 알면서도 회화는커녕 입도 뻥긋 못했다. 해서 난 기존의 모든 영어 학습법을 거부한다. 기존의 학습법은 나로 하여금 영어에 콤플렉스를 갖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뒤집어야 한다. 어떻게 뒤집냐고?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으면 해결책은 안보이게 마련이다. 쉽게 생각하자. 컬럼버스가 한 것처럼 계란의 밑을 가볍게 톡 쳐서 깬 다음 바로 세우면 된다. 그 방법이 바로 후에 언급하게 될 이미지 메이킹 학습법이다. 이미지 메이킹 학습법은 기존의 학습법과 정반대다. 완전히 반대다. 하지만 난 이미지 메이킹 방식이 좋다. 나로 하여금 영어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었으니까.
우리는 왜 언어를 쓸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다. 그럼 의사소통이란 뭘까?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활자나 음성기호가 아니라, 이미지 즉 그림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내가 친구에게 '집'이라고 말하면 친구는 'ㅈ' 'ㅣ' 'ㅂ' 이라고 하는 음성기호가 아닌 '2층집' '벽돌집' '통나무집' '아파트' 등 여러가지 형태의 집을 떠올린다. 영어를 사용하는 원어민도 마찬가지다. house하면 그들도 h,o,u,s,e라고 하는 알파벳 기호가 아니라 'a two - story house' ' a brick buiding' 'cabin' 'apartment' 등 여러가지 형태의 집을 떠올린다. 그런데 우리는 house를 들으면 무엇을 떠올릴까? 우린 바로 우리말 '집'을 떠올린다. 그런 다음에야 여러가지 형태의 집을 떠올린다. 이러니 영어가 제대로 되겠는가. 이처럼 우리말 해석을 거치지 않고, 영어를 보거나 들으면 바로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입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영어 공부법이 바로 이미지 메이킹 영어 학습법(I.M.English)이다.
처음에 이미지 메이킹 학습법으로 공부하는 데는 그림책이 가장 좋다. 엥?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애들이 보는 그림책 갖고 공부하냐고? 너무 무시하는것 아니냐고? 아니다. 절대 아니다. 예를 들어 지금 피아노를 배운다고 한번 생각새보자. 성인이라고 바로 쇼팽이나 베토벤을 연주하던가. 아니다.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꼬마애들처럼 건반 두드리는 법부터 시작해서 바이엘, 체르니 순서대로 차근차근 배워나가야 한다. 우리는 유독 책에 대해서 묘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처음 배우는 것 중에서 단지 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초교육을 등한시하고 생략한 채 고급수준부터 배우는 게 영어 말고 또 있던가! 어린이라고 해서 물장구부터 가르치고 성인이라고 해서 다이빙부터 가르치는 게 영어 교육 분야 말고 또 있던가?
만 5세가 지나 말문이 트인 아이는 미국 아이든 한국 아이든 그때부터 여러 가지 읽을거리, 볼거리, 들을거리 등을 통해 자기 표현력에 살을 붙여 간다. 이때 보는 책이 그림책이다. 이미 한글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성인에게 그림책으로 한글을 가르친다면 모든 사람이 웃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성인에게 그림책으로 영어를 가르쳐주면? 아마 웃을 사람 거의 없을 것이다. 영어를 기준으로 한 우리의 언어적 나이는 5세가 채 안 되는 사람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다섯 살짜리 미국 어린이보다 영어를 더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사람은 굳이 이미지 메이킹 영어 학습법으로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기초가 돼 있는 상태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독한 마음먹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미국 어린이 다섯 살 정도가 보는 그림책을 구입해서 이미지 메이킹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영어를 자연스럽게 하지 못하고 반벙어리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적어도 열 살까지 받아야 하는 영어 교육의 기초 부문을 생략한채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교재에 대한 편견을 벗어던졌다면, 이제 tape에 대한 오해도 말끔하게 씻어버려야 한다. 우리에게 영어 tape은 만병통치약이다. 하루종일 tape만 듣고 있으면 마치 영어가 저절로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나 tape 역시 영어의 기본 뼈대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들으면 효과가 별로 없다. 기본 뼈대, 즉 정확한 발음을 구사할 줄 알고 영어를 이미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상태에서 살을 붙이기 위해 듣기용으로 쓰는게 바로 tape 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비록 한국땅이지만 영어가 모국어처럼 들리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즉 영어 특유의 리듬, 액센트, 억양에 익숙해지기 위해 필요로 하는게 바로 tape이란 얘기다. 그런데 우리는 tape를 어떤 용도로 쓰는가. 영어 발음은 우리말 발음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tape만 들어서는 정확한 발음은 결코 알 수 없는데도 우리는 tape으로 발음을 교정하려 든다. 영어에서 발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발음은 영어의 시작인 동시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tape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자. tape은 발음을 완전히 마스터한 후에 들어야 하는 것이다.
한가지만 더 얘기하자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소극적인 영어, 침묵하는 영어를 해왔다. 그러나 영어는 '말' 이다. 말은 원래 떠들면서 하게 되어 있다. 속으로 웅얼거리거나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절대 깨칠 수 없다. 영어공부에서야말로 '웅변은 금이고 침묵은 똥이다.' 실수를 두려워 말고 자꾸 큰소리로 말해 봐라. 그러면 영어, 의외로 쉽게 빨리 된다.
이 글에서 내가 제기한 이론과 방법은 순전히 내가 공부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서 터득한 것들뿐이다. 이미지 메이킹 학습법으로 공부한 지난 2년 동안 나의 영어 실력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미지 메이킹 학습법으로 공부하기 전에 내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마치 뱀이 지나간 자리처럼 구불구불 휘어져 있다. 나는 그 휘어진 길을 따라 길고도 험한 길을 멀리 빙 돌아왔던 것이다. 나는 후배들에게 내 경험을 바탕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닌 똑바로 쭉 뻗은 길을 가르쳐주고 싶다. 나는 지금 '번역과 해석을 통한 준비된 영어'가 아니라 '느낌에서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바로바로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얼마 있지 않아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고, 어제 바로 귀국해서 한국말은 하나도 못한다'고 원어민에게까지 뻥을 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내겐 이 방식이 완벽하게 적용된다. 그래서 난 이미지 메이킹 학습법이 좋다. 다만 한 가지, 영어를 단 몇 개월 만에 유창하게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게 될 이 글을 읽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위 글은 "그래 아직도 영어공부한다. 왜"의 저자인 김명기님의 글을 여기에 옮긴 것입니다. 김명기님은 www.sendic.net의 운영자이시고 국내최초로 전자영어문장사전(sendic)을 개발하여 바로 전 소개시켜드린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배포해 드리고 있습니다. sendic외에도 여러가지 영어학습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으니 한번쯤 방문하시기를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