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들의 추억!
모임개요
ㅇ 언 제 : 2024. 5. 9(목) - 5. 10(금) / 1박 2일
ㅇ 누 가 : ‘한울’회원 11명
ㅇ 어 디 : 상관리조트(전북 완주군 상관면 소재)
ㅇ 날 씨 : 맑음
ㅇ 여 정 : - 1일차 : 상관리조트 - ‘건지’산 편백나무 숲
- 2일차 : 전주 한옥마을
모임여정(앨범)
완주 상관리조트(5. 13/월)
‘한울’회 참석을 위해 서둘러 아내 병원진료를 마치고, 전북 완주로 향합니다.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鷄龍臺)에서 교우(交友)했던 전우들의 모임입니다.
병중인 아내를 두고 늙은(?) 애마에 몸을 의지하여 혼자 떠납니다.
베이스캠프(Base camp)는 전북 완주군 상관면에 있는 ‘상관리조트’로 숙식은 물론 Spa까지 갖춘 곳입니다.
인천, 춘천, 용인, 청주, 보은 등에서 꾸역꾸역 역전(歷戰)의 용사(?)들이 모였습니다.
문경에 거주하는 가족이 갑작스런 집안 불상사로 인해 불참하여 안타깝습니다.
1년만의 해후인지라 무척 반갑네요.
이곳은 산등성이에 수많은 편백나무 그루가 장관을 이루어 사계절 내내 탐방객이 끊이지 않는답니다.
공기까지 좋아 절로 Healing이 될 것 같습니다.
전주한옥마을과도 가깝다니 기대가 되네요.
편백나무 숲
리조트에 짐 풀고 움직입니다.
전주시 뒷산 역할을 하는 ‘건지’산자락에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트레킹코스가 있답니다.
피톤치드 머금은 편백나무 숲길 따라 오르면 전주시가 한눈에 들어와 감탄한다는데, 애초부터 꼭대기까진 쉽게 포기합니다. ㅎ
숲은 이미 5월의 싱그러움이 가득합니다.
초록색 이끼 옷을 걸친 나무들의 청정함에서 신성함까지 느껴집니다.
1976년 조림사업으로 조성된 숲을 2009년 일반에 공개했다는데, 치유목적으로 많이들 찾는다고 하네요.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하고 서늘한 숲을 걷노라니, 심신에 맑은 기운이 스며드는 듯합니다.
상쾌한 바람도 좋고,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는 숲길도 좋아 절로 오감이 상쾌합니다.
활짝 열어 제친 귓속을 무구한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스칩니다.
알싸한 나무향기가 폐부의 묵은 앙금을 털어내니 마음까지 느긋해집니다.
나무에 기댄 사람을 뜻하는 쉴 ‘휴(休)’자가 말해주듯 자연이 주는 휴식과 위안으로 잡다한 세상사를 사라집니다.
이렇게 초록 이파리만으로도 긍정적인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뿐입니다.
이게 바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이겠죠.
그야말로 치유(治癒)의 공간인데요, 늙은이들에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만찬(연포탕)
상관리조트 내에 있는 ‘맛’집에서 즐거운 만찬 시간을 갖습니다.
장소가 상관이기에 왠지 맛과 상관(^^)이 있을 듯합니다. ㅋ
메뉴는 맑은장국에 낙지를 넣어 끓인 ‘연포탕(軟泡湯)’입니다.
엄청 큰 낙지가 끓는 물속에 들어가 장렬하게 전사합니다. ㅎ
환호성과 함께 왁자지껄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정치에서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모든 메뉴를 상위에 올려놓고 씹어대도, 약한 이빨 때문인지 시원하질 않네요. ㅎ
사람을 이기려 들지 말아야합니다.
사람을 이겨서 남는 건 외로움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지 오래입니다.
우정을 이기려 들지 말아야합니다.
전우애로 뭉쳐 한세대를 보냈기에 이겨서 남는 건 상처밖에 없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을 이기려 들지 말아야합니다.
세상을 이겨서 남는 건 불행밖에 없음까지 통달한 우리들입니다.
인생살이는 이기는 것이 지는 것이고, 지는 것이 이기는 것입니다.
세상이치가 그러합니다.
어쩜 우린 인생달인(?)인지도 모릅니다. ㅋ
잘 익어가는 봄날이 갑니다.
Do it now!
회의를 핑계로 자리를 옮겨 두런두런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대개는 퇴직하면서 아름다운 노년을 꿈꿉니다.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며, 자연을 벗 삼아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는 소박한 꿈 말입니다.
허나 누구처럼 안타깝게도 병마와 싸우느라 이루지 못할 꿈이 되기도 합니다.
50대부터 노후를 위해 치밀하고 촘촘하게 계획을 세운 한 부부가 있었답니다.
은퇴 후 자연에 묻혀 살면서 1년에 두어 번 해외여행과 동서남해안을 옮겨 다니는 Nomad 인생을 꿈꿨습니다.
구두쇠처럼 살아도 목표 있는 삶이 있어 누구에게나 당당했고, 여행준비를 낙으로 삼으며 시간과 금전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건장하던 남편이 갑자기 찾아온 병마를 이기지 못해 죽고 말았습니다.
혼자 남은 아내는 슬픔과 원망, 그리고 우울증이 겹치면서 끝내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겼습니다.
한순간에 무너진 삶에 모든 게 허망해졌습니다.
미래를 담보하려다가 오늘을 망친 한 아내의 한(恨) 맺힌 고백에 가슴이 저립니다.
[Do it now!
바로 지금 시작하라!
과거는 돌릴 수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유일한 삶은 오늘 뿐이다]
목젖을 적시는 캔 맥주 한 모금이 쌉싸름합니다.
Good night~!
온천욕과 조식(5. 14/화)
일찍 일어나 리조트주변을 산책하다가 온천욕을 즐깁니다.
지하 931m 암반에서 끌어올리는 ‘지장(地獎)’온천수라는데, 리조트 대표시설이라네요.
꺼칠했던 피부가 한방에 매끈매끈해집니다. ㅋ
미네랄이 풍부하여 피부질환치료에도 효능이 입증된바 있다죠.
9,000원(리조트고객은 6,000원)입니다.
리조트에서의 아침식사는 ‘황태’국인데요, 술로 쪼그라든 이들에겐 구세주 같은 음식입니다.
간(肝)을 보호하는 음식답게 거짓말처럼 숙취가 가십니다.
애주가들마다 해장비법이 다르지만, 숙취해방은 역시 해장국입니다.
이미 전국을 평정했다는 전주 콩나물해장국은 아예 생각나지도 않네요. ㅎ
전주 한옥마을
옛 정취와 추억을 쫓아 ‘전주한옥마을’을 찾습니다.
올 때마다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한옥마을 Land mark인 조선 태조의 어진(御眞)을 모신 경기전(慶基殿)을 기웃거립니다.
근데 뜻밖에도 이곳에서 不R친구(ㅋ)를 만났습니다.
대천해수욕장 경로당(^^)에서 바람 쏘이러 나왔다는데요, 묘한 만남에 잠시 주변 관광도 잊었습니다.
밀린 얘기하느라 ‘최명희’문학관에 들려 ‘혼 불‘작가의 짧은 인생을 안타까워하며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릴 시간마저 빼앗겼습니다.
전주한옥마을에 오면 유명한 건물보다도 더 눈길이 가는 건 한복 행렬입니다.
봄날 목련의 눈부신 꽃망울을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거리를 거니는 젊은 처자들의 우아한 한복에 눈이 호강합니다.
번거로운 옷으로만 여겼던 한복의 변신이 놀라운데요, 거리까지 화사해집니다.
온갖 장식을 하고는 하늘하늘 걷는 한복 입은 여인네들의 모습이 봄날 꽃보다 더 예쁩니다.
‘이성계’가 왜구를 무찌른 뒤 승전고를 울린 오목대(梧木臺)에 올라 한옥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것도 쉽게(^^) 포기합니다.
풍남동 일대 700여 채의 한옥지붕이 고요히 파도를 이루는 게 장관이거늘 쬐끔 아쉽네요.
오찬
마무리로 전주 한식을 맛보기 위해 찜한 ‘매당(梅堂)’입니다.
한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집구석입니다.
아담한 실내 홀이 넓고 청결한 게 Private하게 식사하고플 때 좋겠네요.
음식이 끊임없이 테이블에 차려지는 매당정식(26,000원)을 대합니다.
몇 가지인지 세어보다가 쉽게 포기했습니다. ㅎ
뚝배기에 담아 온기가 그대로인 두부백탕부터 입에 넣습니다.
국내산 재료만을 사용했다는 도톰한 떡갈비는 육즙을 가득 머금고 있어 식감이 엄지 척~!
크지 않은 해물파전이지만 해물은 알찬데요, 속까지 꽉 찬 간장게장도 밥도둑 노릇을 제대로 해냅니다.
탱글탱글한 잡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선거철 때마다 전라도에 대한 언짢은(^^) 이미지를 지울 수 없었거늘, 오늘 전라도밥상이 싹 씻어주네요.
모처럼 매당에서 잘 먹었습니다.
강추~!
에필로그
아쉬운 작별을 나누고는 아내를 픽업하기 위해 대전 건양대병원으로 향합니다.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괴나리봇짐 둘러메고 여울과 함께 가는 인생길입니다.
하나씩 풀어 놓다보니, 어느덧 세월까지 큰 짐이 되어있습니다.
그리 바쁘지도 않았는데, 세월은 많은 사연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돈 주고 사들인 적 없는데, 입으로 먹지도 않았는데...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나이만 자꾸 쌓입니다.
혼자라 외치던 인생길에 손잡을 아내가 있어 좋았건만, 이젠 십자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봇짐 한구석에 사랑하는 마음을 담으니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삶의 동반자처럼 소중한 것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이런 모든 것들을 두루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인지 돌아볼 여유도 생겼습니다.
어차피 더불어 사는 세상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며, 좀 더 따스한 마음으로 감싸야합니다.
인내하지 않으면, 이별하는 일이 더 많을 수밖에요.
행복한 나날 보내시다가 후반기는 인천 강화도에서 건강하게 뵙겠습니다.
애쓰신 임원진께 감사드립니다.
수욜(5. 15) 아침에 갯바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