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들 잘 들어가셨는지요~^^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극장을 찾아서 '아.. 연휴에 할 일 없는 사람 꽤 많구나..' 하는 깊은 감명과 함께 연극 입석관객이라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진 이번 연극에 대해 짧은 관람 후기 올립니다.
어제 술자리에서 7기 유나후배가 빨간 소품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자리도 좀 멀었고 흐지부지 되서 살짝 씹어버린(?) 분위기로 넘어간게 찝찝해서 올리는 글은 절대 맞습니다.
연극 줄거리는 나이많은 부자 마담과 그녀의 두 하녀 이야기입니다.
두 하녀는 자신들을 거둬주고 키워준 마담을 경외하며, 그녀의 부와 지위를 부러워 합니다.
마담은 늙어버린 자신을 보며, 두 하녀의 젊음을 부러워 합니다.
이야기는 두 하녀의 연극으로 시작합니다.
두 하녀는 마담이 집에 없으면 마담의 흉내를 내며 위안을 찾고, 또 마담으로 부터 자유롭기를 갈망합니다.
마담이 가장 아끼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붉은 가발을 쓰고 붉은 립스틱을 발라봅니다.
이때 하녀들에게 붉은 소품들은 자신들이 부러워하는 마담의 부와 지위겠죠.
하녀들은 붉은 드레스와 붉은 가발을 써보며 마담의 부와 지위가 잠시나마 자신들 것이 된 듯 느껴봅니다.
하지만 자명종이 울리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죠. 마담이 올 시간이 다 됐으니까요.
마담은 늙어버린 자신을 보며 하녀들의 젊음을 부러워 합니다.
자신을 젊고 아릅답게 만들어주는 붉은 가발, 붉은 드레스, 붉은 립스틱으로 치장을 하고 매일 싱싱한 장미로 방을 꾸밉니다.
하지만 붉은 장미가 시간이 지나면 시들듯, 붉은 가발과 붉은 드레스는 더이상 자신의 늙어버린 몸을 가려주지 못합니다.
하녀들의 검고 더러운 하녀복 속에 감춰진 붉은 속옷처럼 마담에게 붉은 소품들은 자신이 욕망하는 젊음이었을 겁니다.
자신의 붉은 드레스를 하녀에게 주고, 붉은 립스틱을 하녀들의 입에 발라주며 그녀들이 젊음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들의 젊음을 마담 자신과 공유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마담은 자신이 갖지 못한 젊음을 가진 하녀들에게 자신이 가진 지위와 부를 이용해 억압하며, 자신을 찬양하게 만들죠.
그런 마담을 보며 하녀들은 다시 그녀가 가진 부와 지위를 경외합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붉은색은 하녀들 또한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마담의 붉은 드레스를 입고 붉은 립스틱을 바르지만, 입술이 아닌 입주위에 발라진 어색한 립스틱처럼 말이죠.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부조리극이라죠.
마담을 향한 투서와 독약도 모두 실패하고 하녀들은 공포와 불안에 떱니다.
마담은 다시 붉은 가발을 쓰고 연인을 만나러 나가고, 하녀들도 다시 자신들의 연극속으로 빠져들죠.
현실에선 실패한 마담을 향한 공격은 자신들의 연극 속에서 이뤄냅니다.
동생하녀는 자신이 공경하지만 두려워하는 마담의 빨간드레스를 입고 언니에게 목 졸라 죽죠.
부와 지위, 젊음 등 누군가의 욕망이였던 붉은 옷은 죽은 시체(드레스)와 살인자의 옷(언니 내복)으로 변해있습니다.
그러니까 어쨌든 현실의 추악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 뭐 요런 결론 아니었을까요.
원래 문학과 예술이라는게, 꿈보다 해몽이 더 크다고 합니다.
어떤 시인이 문제집에 실린 자기 시를 보고 '아.. 이 단어가 그런 뜻이였어?' 라고 놀랐다는 일화도 있다는군요ㅋ
그냥 연극보면서 제가 느낀거 끄적거린거니까 공감안되도 욕하진 말아주시구요(마음이 여려서 상처받습니다)
좋은 연극 보여준 배우 및 스탭들과 추천해준 환희선배, 비오는데 단관왔던 많은 분들, 정말정말 가고 싶었지만 사정상 오지 못한 분들께 바치는 글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럼 이만..
뿅!
첫댓글 저를 꼭 집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 다들 궁금했는데 제가 대표로..아무튼 무게감있는 연극인지라 알고 싶었는데 감사요^^
배우들 에너지에 정말정말 감탄했던~~~!! *ㅁ*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기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b 언제 꼼장어 정모 한번 해요.
리뷰를 보고나니 더 보고싶어지네요^^
고맙습니다^^
선배님이 이렇게 후기 올려주시니 이해하기 훨씬 편하고 좋네요^^
또 한번 보고 싶어지는 극이었어요..
작년 가을에 봤던 연극인데 선배의 후기를 보니 더 잘 이해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