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앞 ‘헤너디자인’. 신발을 벗고 양탄자가 깔린 바닥에 앉았다. 치렁치렁한 인도 전통의상과 장신구가 잔뜩 걸린 이곳은 인도식 문신 ‘헤너’ 전문점.
중동지방에서 자라는 염료용 식물의 잎을 말린 뒤 곱게 갈아 몸에 그림을 그려준다. 그림은 2주일 가량 지나면 자연스럽게 지워진다. 문신과 비슷하지만 바늘을 꽂지 않으니 전혀 아프지 않다. 염료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아랍어로는 ‘헤너’, 인도어로는 ‘맨디’라 부른다. 지난 여름부터 2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헤너’는 최근 축구선수 안정환의 ‘문신파동’ 이후 눈에 띄게 찾는 사람이 늘었다.
그림을 그려주는 양은지씨(26)는 기자의 손등에 고깔 모양의 용기를 눌러 동글동글한 잎사귀 모양을 만들어나갔다. 헤너 파우더를 물이나 레몬즙에 개어 걸쭉하게 만든 뒤 비닐고깔에 꼭꼭 눌러담아 염색제로 사용한다. 여자들은 주로 손등, 가슴, 발목, 허리 뒷부분에, 남자들은 어깨나 팔뚝에 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비나 기하학적인 전통문양이 보편적이지만 용, 사자, 전갈 같은 동물을 그리기도 한다. 직접 도안을 만들어오거나 영문 이니셜을 그리는 경우도 있다.
“지금 그리는 것은 블랙 헤너라고 해요. 자연산에 화학염료를 약간 섞어 선명한 검은색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지요. 자연산은 연한 갈색이 나옵니다. 요즘은 여러가지 색깔을 섞은 컬러 헤너나 레인보 타투도 많이 찾는 편이에요”
손가락 끝에 물방울 무늬로 장식도 곁들였다. 그림을 그리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문양이 복잡하거나 큼직하게 들어가는 경우에는 30분에서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염료가 피부에 스며들도록 기다린 다음 떼어내면 된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2시간이면 바짝 마른다.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한 손님이 헤너를 그리러 찾아왔다. 팔뚝에 길게 그어진 흉터가 있는 그는 “짧은 옷을 많이 입는 여름철에는 시선을 분산시키고 싶어 헤너를 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큼지막한 용을 그렸지만 올해는 소용돌이 모양의 트라이벌 무늬를 해보기로 했다. 손등에 작은 문양을 그리는 데는 1만5천원 정도, 팔뚝에 띠모양을 두르거나 문양이 커질 경우에는 3만~4만원이 든다.
“같은 그림이라도 사람에 따라, 신체 부위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나옵니다. 지속기간도 달라지고요. 열이 많은 손등에는 선명하게 그려지지만, 등처럼 기름기가 많은 부분에서는 헤너가 잘 안먹지요”
등에 용이나 사자무늬를 그려달라는 남자손님들도 많다고 한다. 인도에서 헤너는 장식적인 측면과 함께 축복의 의미를 담아 그려진다. 악한 기운을 막고 행운을 부르는 부적의 기능도 하고 있다. 사자나 칼 문양을 그린 뒤 ‘전사의 기운’을 느낀다는 남자손님들도 있다고 양씨는 귀띔했다.
1시간이 지나자 염색제가 바짝 말라 손등이 팽팽해졌다. 마른 염색제를 털어내자 손등에 새겨진 문양이 드러났다. 처음에는 선명한 검은색이지만 점차 색깔이 연해지면서 2~3주가 지나면 완전히 사라진다. 염료가 새겨진 피부각질이 벗겨지기 때문이다. 블랙 헤너는 화학염료를 섞기 때문에 1도 화상 수준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금속이나 화장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미리 전문가와 상의하는 편이 좋다. 헤너디자인 (02)322-5015.
첫댓글 ㅎㅎ 저 염색하게 주신다는 그 헤너는 잘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