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과 정오에. 드보르작 신세계에서 "꿈속의 고향"이... |
잊혀지는 것들이 안타까워도 어쩔 수 없다. 사이렌 소리가 혹시 어느 소설에 등장할까?
그 소설을 읽으면서 사이렌의 의미를 나중에 사는 사람들이 이해할까?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어쩌겠는가?
날로 달라지고 날마다 없어지는 것들이 있지만 그래도 ...
< 현대화된 고성능 사이렌 >
옛 것 가운데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도 많지만 불과 얼마전의 일도 까맣게 잊게 되는 것들도 많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싸이렌 소리를 듣고 시간을 알았다. 지금은 어떤가? 사이렌이 없어도 누구나
항시 시간을 알고 산다. 그러니 싸이렌은 민방공 훈련 등 특수한 때가 아니면 들을 일이 없게 되었다. 소
방서의 불자동차나 병원의 구급차도 지금은 삐뽀삐뽀 등 고유의 소리를 내니 사이렌 소리를 듣긴 퍽 어
렵다.
아직 사이렌 소리를 아는 사람들이 아직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사이렌 소리를 말하는이가 없으니 사이렌 소리와 함께 사이렌 소리를 듣고 시간을 알았다는 것은 아예 잊혀지는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정오와 자정에 사이렌이 울렸다.
다른 지방은 몰라도 내가 살던 곳에서는 사이렌이 울렸고 시계가 없는 사람들이 그 사이렌 소리를 듣고
시간을 알았다. 사이렌이 나중에 음악으로 바뀌었는데 그 노래가 드보르작(혹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에서 "꿈속의 고향"이었다.
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 "꿈속의 고향" http://youtu.be/-ENf4VEhI40
< 1970년대 자정과 정오에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진 노래 "꿈속의 고향" 유튜브에서 조회수 : 997,584 >
♪ ♬ ~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터전 그대로 향기도 높다
지금은 사라진 동무들 모여 옥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
반딧불 쫓아서 즐기었건만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 ♪
1966년 난 국민학교 6학년이었다.
지금은 초등학교로 바뀌었지만 난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할때는 국민학교라고 한다. 왜냐? 그래야 더 어감
이 있고 실감이 나기 때문이다. 나는 국민학교 6학년 때 중학교를 시험봐서 가야 했기에 하루에 4시간만
자고 공부를 했다.
가난한 집도 부잣집도 아닌 평범한 살림의 우리집에서 남들이 다하는 것도 아닌 과외를 시킬 이유는 없
었다. 그때는 가정교사가 있었다. 혹시 지금도 가정교사가 있는 집이 있을까? 그런데 난 운이 좋았을까?
친구아버지가 모대학교 학생과장님이셨는데 나와 같은 6학년인 아들을 위해 먼친척 대학생을 가정교사
로 들였다. 아마 당시 대부분의 가정교사가 그랬듯 집에서 먹고, 자고, 학비를 대어주는 조건의 가정교
사였을 것이다.
난 학교에서 돌아오면 저녁밥을 먹은후 공부할 책을 들고 친구 모O현 집으로 갔다. 가정교사 형 모O우
는 지금은 모 대학의 교수가 되어 있다. 나와 친구는 그 형의 지도하에 공부를 하였다. 그러니 나는 덤으
로 가정교사의 지도를 받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밤 12시, 자정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온다. 사이렌이었던가? 음악이었던가? 자정을 알리는 시내에 있는
소방서(?)의 큰 나팔에서 들려오는 시간을 알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공부하기 싫을 때는 귀를 쫑긋, 자
정을 알리는 사이렌소리를 기다리느라 여념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러고는 아침 04시에 일어나 또 친구 집으로 공부하러 갔다. 그러니 잠이라고는 4시간 밖에 자지 않은
것이다. 나는 그 버릇이 평생 버릇이 되었는지 원래 태생이 그런지 지금도 아침에 늦잠을 자지 못한다.
오늘(2013.04.30 화요일) 아침에도 누가 뭐랄까? 04시 30분에 일어났다.
그런데 당시 우리 집에 시계가 없었다. 어떤날은 02시 혹은 03시에 깨워 기껏 친구집에 가 더 자고 04
시에 일어나 공부하는 일도 있었다.
중학생이 되고, 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 "꿈속의 고향"이라는 노래를 음악시간에 배웠다.
체코출신의 드보르작이 아메리카 흑인의 영가에 보헤미아 집시음악을 결합하여 영가풍으로 만든 곡이
라는 것과,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민요는 작곡가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꿈속의 고향"이 그렇다는 것
이다. 나는 중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것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다 맞는지 모르겠다.
< 꿈속의 고향 악보 : 말 그대로 꿈속에 고향을 보는 듯한 가사이다 >
♪ ♬ ~ 청천에 별들이 반짝일 때면 영혼의 안식처 찾아 헤매네
밤마다 그리는 그리운 고향 낡아진 창문의 그늘 아니면
이마음 붙일 곳 어디메이뇨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 ♪
위 가사는 번안가사이다. 그런데 누가 번안하였을까? 노래와 걸맞게 노랫말이 참 곱다. 지금은 사라진
동무들 모여 옥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 반딧불 쫓아서 즐기었건만.. 영낙없이 어려서 즐기던 그 모습이
다. 그러니 고향을 그리는 가사라는 해설이 과연 맞다. 지금 악보를 찾아보니 '박용구 역사'라 하였는
데??
나중에 이 노래가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제2악장의 주제(테마)이고 연주하는 악기가 오보에라는
것을 알았지만 중학교 때는 그런 것을 배웠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러해 동안 하루에 두 번 이 "꿈속의 고향"이 정오와 자정에 온 시내가 다 들리는 큰 음악으로 흘러 나
왔다. 나올때 마다 따라 불렀다. 그러니 가사와 노래가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는지 모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부를 수 있다.
1970년대 말이었던가?
나나무스꾸리라는 이태리 가수가 저억덕너머(Over and Over http://youtu.be/58vKwJl_Ph0 )라는 노래를
내놓았는데 그 번안가요 2절이 "물소리 새소리 들려오는 시냇가 언덕에 마주앉아 사랑의 노래 불러주
던 어여쁜 소녀 보고싶네"인데 위 "꿈속의 고향"의 가사와 다른듯 닮았다고 생각하여 이 노래를 부르면
이어서 저 노래를 부르곤 하였다.
시계가 없을 때 시간을 알려주던 사이렌, 나중에 음악으로 바꾸면서 하필 왜 이 노래를 골랐을까?
우리가곡이나 민요도 가요도 있고 하고 많은 노래 가운데 하필 미국민요인 "꿈속의 고향"이라니... 하지
만 좋다. 미국민요면 어떻고, 흑인 영가면 어떻고, 미국 원주민의 가락이면 어떻고, 보헤미안이나 집시
풍이면 어떤가? 잔잔히 흐르는 이 음악이 나의 삶에서 가끔은 위안과 꿈을 주었을 것이고, 이런 교향곡
을 작곡하고 그 가운데서 "꿈속의 고향"을 골라낸 사람들이 멋있다.
구한말에는 순라꾼들의 인경소리가 시간을 아는 가늠자였다고 한다. 시골은 어땠을까? 순라꾼이 없어
인경소리마저 들리지 않으니 시간은 닭우는 소리, 별과 달이 지고 뜨는 모습을 보고 알 수 밖에 없었
다. 얼마전 TV에 외딴섬에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할머니가 인터뷰하면서 "삼태성을 보니 인경이 되었
구나" 하는 것을 보았다. 그 섬에서는 아직도 해,달,별이 시간을 재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잊혀지는 것들이 안타까워도 어쩌겠는가? 사이렌 소리가 혹시 어느 소설에 등장할까?
그 소설을 읽으면서 사이렌의 의미를 나중에 사는 사람들이 이해할까? 이해하지 못한다하여 어쩌겠는가?
날로 달라지고 날마다 없어지는 것들이 있는 것을...
.밝 누 리. 나 용 주
[밝은 우리의 온 삶터]
-밝은 밝음이며, 온은 따뜻함(溫)이고 모두(全 온통)이며, 누리는 살아가는 세상이고 살아가는 역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