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월요일 (많이 더운날)
어제 평소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아파트를 구경갔더랬습니다
00아파트 33평형 (서울북부2009-0000) 감정가는 3억6천이고 1차 유찰후 최저가는 2억8천8백
입찰일은 일주후인 8월 00일 (추후 결과는 3억4천2백에 어느분에겐가 낙찰됨)
제가 산을 좋아하는지라 북한산 등반후 하산길을 정릉으로 잡아 아파트 단지로 내려 왔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아파트를 한바퀴 돌아보는 일도 장난이 아닙니다.
경비아저씨 하고 아이스크림 사이좋게 나눠먹고 복덕방도 몇군데 ~~~
복덕이라~~
웬지 요즘은 복덕방이라는 말이 거부감있게 들리는데 제가 고집스레 이말을 여기에 쓰는이유는
복덕의 어원이 生氣福德 즉 덕과 복이 살아움직이는 곳 이라는 고매한 뜻을 가지고 있는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멋들어진 표현으로 만들어 주었는데 후세에 우리가 그 본디 뜻을 살리지 못하고
부정적인 언어로 만들고 말았네요
좌우지간 문을열고 경매가격조사차 왔다고 미리 말하고 들어갔는데
사장님 실장님 두루두루 모두 여자분 일색
흠~ 뭔가 일이 잘될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친절하게 상담해주니 마음도 이쁘고 목소리도 이쁘고 얼굴도 이쁘고
시집안갔으면 며느리 삼고 싶어 지더이다
이정도면 이 더위속에 땀흘리고 돌아다닌 피로가 싹 가시는듯 ㅎㅎㅎ
덤으로 내일 입찰인 길건너 아파트도 같이 조사해 보고
42평형 감정가 5억에 1차유찰되어 최저가는 4억
부동산에서는 42평형 매물이 거의 없다는군요
조망이 뛰어나 같은 단지내에서도 가격이 높게 나온다는......
곁다리 물건이지만
4억2~3천은 넘겨야 되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녁식사 후 경매싸이트 들어가 등기떼고 세대열람까지 확인해봅니다
순위보전 가등기가 한건 보이지만 말소기준등기 뒤에 있으니 당근 말소
세입자도 없고 권리분석할꺼리도 없는 아주 깨끗한 물건으로 보입니다
많이 더운날의 임장이었지만 결과는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마당쓸고 돈줍고
뽕도따고 님도보고
갑자기 지하철에 붙어있던 광고문구가 생각이 나는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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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비많이 오던날)
오늘 아침 식사중에 오전에 만나기로 한 사람이 급한일이 있다고 약속을 펑크내 버렸습니다
갑자기 시간이 남으니까 경매연습하러 법원이나 가볼까나~ 하는 생각을 문득 했는데
그건 어제 곁다리로 조사해둔 물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마시며 마눌이 뜬굼없이 간밤에 꾼 꿈얘기를 꺼냅니다
울집 안방에 물이 가득차서 출렁출렁대고 있었다는 꿈이라는데 꿈해몽이 궁색한 나는 그기 딱 개꿈이네 할려다가
同價紅裳(같은값이면 다홍치마)이라고 (사실은 개꿈이라고 함 디지게 혼날테니.......)
그꿈이 참말로 부자될 꿈이 분명하네 로 살짝 틀어서 대꾸합니다
괜한 말한마디에 결국 꿈값으로 일만냥을 뜯겼지만 애시당초 지나가는 말로 던진말이니 꿈얘긴 까맣게 잊고
차를 몰고 법원으로.....................go
이것이 오늘 파란만장 입찰기의 서곡일 줄이야~~
하늘도 모르고 땅도 모르고 마눌도 모르고 흑~흑~흑~ 나도 몰랐습니다
오전 10시정각 법원 도착 당연히 주차할곳이 없지요
밖에서 한바퀴 돌아보니 법원 근처는 전부 유료주차장뿐이넹
그냥 분위기 보러 왔는데 돈까지 내기는 싫어서 (아까워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 골목 거주자 우선구역에 얌체로...(평일이니까 주인은 저녁에나 오겠지 ㅎㅎㅎ...)
오늘은 어제 조사한 물건으로 연습을 해볼 생각입니다
" 실전을 연습처럼 연습을 실전처럼 "
군시절 중대장이 했던말이었던듯....... 가물~가물~
눈치보느라 입찰물건을 5분정도 간격으로 계속 3번 열람신청해봤는데 3번 모두 즉시 나옵니다
이 정도면 열람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야그?
아마도 다른사람들의 관심밖에 있는 물건으로 판단이 서고
갑자기 단독입찰 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서 왔다리 갔다리 ~~~
이거 연습인데 되면 어쩌지? 슬그머니 괜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나옵니다
입찰표 작성은 연습으로 해보려던 참이라 최저가 4억이라 써놓고서 한참을 궁리합니다 (시간 널널하고~)
에이 그래도 쬐끔은 더 붙여야 될듯 오백을 쓰고 다시 생각 , 기분이다 일십만원 추가요
입찰가 사억오백일십만원 감정가 대비 81%
이 정도면 충분히 낙찰권에서 멀어졌으리라 생각했지만
이제 마지막으로 글자를 두군데쯤 고쳐써서 자동 탈락시킬 생각이었는데
왜 나중에 보면 글자 틀린사람 꼭 불러내서 여러사람 보는데서 주의를 주는거 있죠
갑자기 그 생각이 나는겁니다
오매 쪽 팔리는거 내나이가 몇인디~~~
에이~ 이 금액이면 어차피 안될것이 확실하니 그냥 던지자
기껏해야 3등이나 되겠지 하고
도장 꾹꾹 누르고 봉투를 두번 접어서 호치케스로 팍팍, 일찌감치 접수시켜 버립니다
그리곤 마치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400냥짜리 커피한잔 뽑아들고 여기저기 사람들 모인곳들을 기웃대고
돌아다녔습니다. ㅎㅎㅎ
11시 10분 마감하고 30분쯤에 개찰
느려터진 꽁생원 집행관~~~
입찰자 많은 순서로 불러주는데
첫번째 물건 2009-000 감정가 1억8천에 최저가 1억4천4백
노원구 상계역 부근의 연립주택입니다
두달전쯤 단독주택 들어갔다가 2천만원차이에 미역국 먹은 바로 그 동네 다음골목이네요
결과는 입찰 38명 1억8천2백6십만원
허 걱~~
101.44% 라고 ~~~~~~~~~~~
이거 왜 1차유찰이 되었던거야?????????????
2009-0000 감정가 2억7천5백에 최저가 2억2천인 물건
무려 3억8천8백9십9만9천원 ...........
엇~뜨 무려 141%
마치 도깨비에 홀린듯 정신이 쑥 빠져 나갑니다
시간내서 이물건 구경가야 되겠습니다.
아파트단지안에서 온천수라도 터졌는지.................???
(이물건 일주일 후 어찌된일인지 모르지만 불허가 떨어졌습니다)
시작부터 후끈 달아 오르는 뜨거운 열기
나야 뭐 처음부터 마음을 비워 놓았으니 신경끄고 계속되는 낙찰가를 받아적는 일에만 몰두합니다
집에가서 일주후에 있을 아파트 입찰가 산정에 자료로 삼아야 하니....
하지만 집행관나으리 발음이 워낙 신통치 않은지라 번호찿기도 갈팡질팡~~
금액도 혯갈리게 들리는지라 덩달아 받아적는일도 바빠집니다
앞으로 마이크는 발음 명확한 사람(여자면 금상첨화) 이 잡았으면 하는 바램이 솔솔~~~
그렇게 시간이 한참 지나고
어디선가 갑자기 들리는 내이름~
어~~~네
얼른 대답하고 앞으로 걸어나가는데 서너걸음을 가는동안 더이상의 호명이 없는겁니다
일제히 사람들 시선이 나에게 집중, 수근거림속에 (단독입찰인가봐........) 라는 말도 작게 들려오고
나도 알아~~~ 이것들아
니들이 지금 내 기분을 알아 ?
나 이물건 낙찰 받을려고 온것이 아니거든~~~~
얼떨결에 일금4천만냥짜리 영수증 한장 달랑 받아든 손이 왜이리 허전했던지.......
명함 나눠주는 여자들 수십명을 거느리고(?) 법정을 나서는 발길은 허공을 밟고
아~ 나는 잠시 잘나가는 스타가 된듯
여기저기 마이크처럼 내미는 명함든 손길
전화번호 하나 찍어달라고 野壇法席
이제 나는 빨리 이자리를 떠나고 싶을 뿐이고...........
머리속에선 마눌에게 만원주고 산 꿈 생각만 빙글빙글
끙~~~
개꿈이여
복꿈이여
나 오늘 사고쳤다우~~~~~~~~~~~~~~~~~
경매~ 참~ 쉽죠~~잉.......................................
이상 이틀만에 낙찰받은 어리버리 낙찰후기임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 모두 부자되세요~~~~~~ㅇ
첫댓글 낙찰은 쉽고도 어려운 멀고도 가까운 ,,,,,, 세상만사 참으로 알수없는 그래서 재미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