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 김유인
아침부터 자색 고구마, 단호박, 딸기가루, 모싯잎으로 쌀가루와 반죽해서 오색송편을 만들고 있다. 알록달록 송편을 빚으면서 어린 시절에 마을 친구들이랑 흙으로 과일, 동물 모양을 만든 것이 생각난다. 그때는 먹고 사는 것이 걱정 없이 아주 순수하게 놀아서 참 좋았다.
"젊으니까 실컷 놀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해 봐라"라고 어른들이 늘 그러셨다. 그러나 열다섯 번째 설날을 맞이한 뒤 머릿속에 논다는 개념은 점점 사라졌다. 앞날에 더 나은 삶을 살려고 안정된 직업을 찾고자 학교에서 끊임없이 지식을 얻고 있다. 그렇게 단단한 마음인데도 가끔 절망감을 느껴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바로 졸업하고 나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선배님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참 웃기는 현실이다. 회사들이 다 대학졸업 이상의 수준을 갖춘 사람만 선택한다. 그런데 대부분 졸업자들은 실업난을 겪고 있다. 지금도 학교를 계속 다녀야 되는지. 아니면 직업이 아닌 별도의 수입을 얻으려고 알바를 해야 하는지. 이리저리 고민을 해본다.
돈은 삶의 전부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공부 많이 해야 되고 대학도 다녀야 직장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 하지만 시간은 여성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 소중한 시간들 또 학업에 투자를 해도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힘드니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포기한다. 여자로서 가장 성공적인 인생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물 살 젊은 나이에 시집을 갔다.
그렇게 해서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어 10년 간 결혼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이제는 아이가 컸으니 여유 시간 좀 있어서 다시 학업에 도전하고 싶다. 2년 전에 대학을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대학 졸업하고 나서 운이 좋으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못해도 더 많은 지식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다. 주어진 현실에 내 결정은 나에게 제일 좋은 선택이다.
이제 20분이 되었으니 송편이 매끈하게 잘 익었다. 올해는 세 번째의 대학 송편이고 내년에는 졸업 예정인 송편이 탄생한다. 그 후에는 실업 송편이 줄줄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