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Chaos 卡俄斯
카오스는 복잡하고, 무질서하고, 불규칙한 상태의 혼돈(混沌)이다. 카오스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거대한 틈 또는 공허(kháos, χάος)다. 그리스어 카오스는 ‘벌어진 틈’이라는 의미의 인도유럽공동조어 코라(χώρα, khṓra)에서 유래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카오스는 우주의 실체와 질서가 생기기 전의 무와 공허의 상태를 말한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는데 첫째, 카오스를 무질서한 혼돈의 덩어리로 보고 이 혼돈의 덩어리가 생성 변화하여 우주 자연이 생겼다는 견해이고 둘째, 카오스를 완전한 공허로 보고 이 공허 속에서 다른 것들이 생겼다는 견해다. 카오스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Hσίοδος, Hesiodos, cir. BCE 700)의 [신통기(Theogony)]에 기술되어 있다. 헤시오도스는 당시 그리스인들의 신화를 모아 신의 계보학을 정리하여 장단단6음보(Dactylic hexameter)의 운문시를 썼다.
장단단6음보(强弱弱六音步)는 한 행에서 장단단이 여섯 번 반복하는 12음절 또는 18음절의 장중한 운문이다. 헤시오도스가 장단단6음보를 쓴 이유는 규칙적이고 숭고한 음조로 신의 세계와 우주 생성을 기술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헤시오도스는 [신통기]에서 모든 신들보다 앞서 카오스를 기술했다. 헤시오도스는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의 계보 전에 원래 존재했던 우주의 힘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그것은 공허인 카오스(χάος), 대지이자 산 자들의 공간인 가이아(Γαῖα, Gaia), 지하 세계이자 죽은 자들의 공간인 타르타로스(Τάρταρος Tartaros), 사랑과 생성인 에로스(Eρως, Eros)다. 공허인 카오스는 다른 신적 힘들이 운동하고 생성할 수 있는 터전이다. 그러므로 그리스 신화에서 카오스는 우주 생성 이전의 원초적 상태를 말한다. 카오스에 시간과 공간의 질서가 세워진 다음 신들이 활동한다.
아브라함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에서 카오스는 신의 천지창조 이전 상태다. 공허 카오스 위에 천지를 창조했다는 기록은 아브라함 종교의 [성경] <창세기>를 비롯한 여러 곳에 나타난다.
창세기(1: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1: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예레미아(4:23) ○보라 내가 땅을 본즉 혼돈하고 공허하며 하늘에는 빛이 없으며
아브라함 종교 [성경]의 혼돈은 공허만이 아니라 무질서, 어둠의 의미도 있다. 영어 <창세기>에서는 카오스를 형태가 없는, 공허, 어둠(formless and empty, darkness), 무질서 등으로 표현했다.
해석학에서는 창조자인 신이 카오스 자체를 창조했다는 학설과 신이 카오스에 질서와 실체를 부여했다는 학설로 나누어진다. 두 번째 카오스는 신을 제작자(ποιητής, poiētḗs)로 보는 관점이다. 아브라함 종교에서 제작자인 신이 제작한 것은 빛, 어둠, 시간, 공간, 질서, 물질, 인간, 동물, 식물 등이다. 혼돈은 이런 것들이 존재하기 이전 상태다. 그러므로 혼돈은 존재가 없고 형상이 없는 원초적 공허 상태를 말한다. 도교(道敎)에서도 카오스 혼돈을 우주 생성의 기원으로 간주한다. 다음 [도덕경] 25장은 혼돈을 설명한 부분이다.
물질은 혼돈이 이룬 것이고 천지보다 먼저 생겨났다. 고요하고 어둡지만 스스로 존재하면서 변함이 없다. 운행에 게으름이 없어 가히 천하의 어머니라 할만하다. 나는 그 이름을 모르지만, 글자 도라고 한다.(有物混成 先天地生 寂兮寥兮 獨立不改 周行而不殆 可以爲天下母 吾不知其名 字之曰道)
도덕경에서 혼돈은 우주 생성 이전의 물질이나 상태다. 이처럼 공허 또는 태허(太虛)가 만물의 어머니이고 어머니가 생성한 것에 질서를 부여한 것이 도(道)다. 힌두교의 우주 만물의 근원이자 제일원리인 브라흐만(Brahman) 역시 카오스다. 이상 논의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카오스는 우주 생성의 시초에 관한 개념이다. 둘째, 카오스는 우주 생성 이전의 상태로서 공허, 태허(太虛), 무를 의미한다. 셋째, 카오스는 우주 생성의 근원이자 실체로서 원초적 덩어리 형태를 말한다. 넷째, 카오스는 시간, 공간, 물질 등 이전의 상태로서 존재를 가능케 하는 원리다. 한편 물리학의 카오스이론은 혼돈 상태의 카오스에 내적 질서가 있다는 이론이다.★(김승환)
*참고문헌 [도덕경], [성경]
*참조 <강약약6음보>, <공/수냐타>, <공간>, <끌개>, <도>, <도가도비상도>, <브라흐만>, <시간>, <아브라함 종교>, <아트만>, <이상한 끌개>, <카오스이론>, <창조론>, <태허>, <해석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