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가 저더러 앉은 자리에 풀도 안날 사람이라고 합니다. 한 푼 두 푼에도 벌벌 한다고요.
그렇게 모은 여유돈 3백여 만원.
이 달 말 가족끼리 일본 여행 가야해서 자매들낄 갹출한 돈 3백.
없는 살림에 부모님 환갑에 맞춰 해외여행 보내드린다고 3년 전부터 매달 십만원씩 힘들게 자매들끼리 부은 곗돈 7백6십만원.
신랑과 집 대출금 갚고 부푼 마음으로 붓기 시작한 50만원짜리 적금 8개월동안 넣은 4백여 만원.
게다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까지 580만원까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떻게 그렇게 멍청하고 순진할 수 있었을지 아무리 지금 생각해봐도 믿어지지 않아요.
게다가 전 4년제 국립대 사대를 나와 학원을 운영하는 나름 배운 사람이기도 하고요.
나이는 올해로 35. 세상물정을 훤히 꿰뚫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어둡지도 않은, 너무 어리지도, 너무 나이든 것도 아니고요.......
보이스피싱에 대한 시사프로그램도 본 적이 있어서 그들의 수법을 이미 대충은 알고 있었음에도.
게.다.가. 제 아버지와 여동생이 둘 다 현직 경찰입니다!!!!!!!
조그만 학원인지라 제가 직강을 많이 하지만, 옆에 강사 선생님까지 계셨고요!( 그분도 홀딱 넘어갔지 뭐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떻게 당할 수 있었는지....그 수많은 의심가는 부분들을 어떻게 간과할 수 있었는지....아............
지금부터 사건 전말을 쓸테니. 다른 분들은 모쪼록 속는 일 없도록 한 번 보시고, 주변 분들에게 널리 알려주실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때는 2013년 1월 11일 금요일. 오후 12시 반쯤이었어요.
02-1599-6897 (전화 번호도 잊어버리지 못해요!!ㅠㅠ)에서 전화가 왔어요.
평소 02 번호는 잘 받지도 않았는데...이번달에 가족들과 일본 자유여행을 계획 중이었던지라 제가 예약한 여행사 번호이겠거니 하고 받았죠.
그런데, 다급하고 경직된 목소리로
"###씨 번호 맞죠?"
"네" (이때부터 슬쩍 긴장되더니.)
"저는 대검찰청 서울지검 이@@(잘 기억이 안나네요.) 수사관입니다. 잠깐만 검사님 바꿔드리겠습니다"
검사? 왠 검사?
"저는 대검찰청 서울지검 최지석 검사입니다. ###씨 맞으십니까?"
"네" (오. 검사가 이름도 멋지구리 하고. 목소리도 스마트해. -_- )
"혹시 김정현을 아십니까?"
"김정현이요?" (내 고등학교 동창 중에 둘이나 있어서 어떤 놈이 사고를 친건가, 연락 안 한지 오래 되었는데...갸웃거리고 있던 찰나)
"42세 광주에 거주하고 있는 김정현을 아십니까?"
제가 사는 곳은 충남 공주시.
"모르는데요." (조금 짜증이 나고 있었습니다. 할 일도 많고 곧 수업을 해야됐거든요. 이때 그냥 전화를 끊었더라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 그럼 지금부터 메모하세요."
메모를 하라니까, 뭔가 믿음이 가더군요. 책상에 있는 종이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 2012년 9월 국제금융사기범 김정현이 검거되며 ###씨의 하나은행과 농협 대포통장 그리고 여러 개의 신용카드가 발견되었습니다. ###씨 사건 번호는 0130이며, 제 이름은 최지석 검사입니다. 적으셨습니까?"
"네"
"지금 컴퓨터 할 수 있으세요?"
"네"(고분고분...검사가 뭐라고 ㅠㅠ)
"그럼 주소창에 제가 불러드리는 주소를 쳐주십시오. www.spo-iu.com"
.com 이라는 게 정말 수상쩍었죠. 모든 정부기관은 go.kr. 이거나 or.kr 뭐 이 비스무리하단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닷 컴요? 왜 닷컴이죠? go.kr 이 아니라?" 이랬더니
"금융감독원과 사설 모니터링 기관과 연계되어 있는 서울지검 홈피라서 그렇습니다."
어떻게 저런 말도 안되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수 있는지 ㅠㅠ...창피할 따름입니다...
그 홈피 메인화면은 대검찰청 홈피와 정말 똑같았고요.
(대검찰청 홈피를 거의 동시에 네이버에 찾아서 들어가 보기까지 했었죠. 그래도 속았고요 -_-
게다가 예전 보이스피싱에 관한 시사프로그램에서 국민은행 홈피와 똑같았다며 인터뷰하는 장면이 슬쩍 떠올랐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멈추지 못했는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틈을 주지 않고 여기저기 배너를 눌러 제 사건번호가 있는 문서를 보여주더군요.
(거기엔 제 주민등록 번호가 확실히 있었고, 뭔가 그럴듯한 검찰총장과 수사과장 등등의 사인이 있는 정부문서였습죠.)
그리고나서 피해자임을 스스로 증명하지 않으면 안된다더군요.
제가 공범으로 의심될 수 있다나.
아까 말씀드렸듯이 얼마 후 가족과 일본여행을 가야하는데, 지금 피해자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외국을 못나간다는 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마켓, 옥션 등등에 회원가입하셨고요. 해외 여행도 가보셨죠?"
해외 여행은 신혼 여행으로 단 한 번.
옥션은 거의 가진 않지만 예전에 가입은 한 것 같고, 지마켓은 제 딸내미 물품 구입으로 SVIP죠.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내가 너무 많은 사이트에 가입한 건가?'란 죄스런 마음을 가지게 되더군요...
"그런 곳에서 ###씨 개인정보가 유출된 듯 싶습니다. 본인 확인만 하면 간단히 끝날 수 있습니다. 아시겠죠?"
안심이 되었습니다. 간단한 본인 확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있었죠.
"자, 지금부터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시고, 전화도 끊으시면 안됩니다."
(실제 그놈들과 전 거의 4시간 가까이 통화를 했습니다.
중간중간 전화가 끊기기도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득달같이 전화를 해서는 '전화가 자꾸 끊기네요' 이러면서 혼내켰습니다 ㅠㅠ 그럼 전 짜증이 나면서도 또 죄송해 했고요.....아.....................)
그리고 나서 이런저런 배너를 눌러 제 농협과 하나은행 통장번호, 인터넷뱅킹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를 모조리 다 입력하라더군요....
그리고 전 수업도 다른 강사분께 맡겨가며 그 뻘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 뱅킹 번호는 제가 사용 안 한지 오래 되어 휴면계좌가 된 상태였죠. 그리고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2회 오류가 났고요. 그랬더니 그놈이 얼른 가까운 농협 지점에 가서 임시 비밀번호를 받아오래요.
전 그때부터 땀이 줄줄 나도록 뛰어다녔습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단위농협에 가서 임시비밀번호를 알아 전화로 그 놈들에게 알려주려 다시 통화를 시도했더니
뭐라는 줄 아십니까?
"전 &&&수사관인데요. 검사님 지금 인터뷰 중이십니다.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전 성당 다닙니다. 하느님이 절 구제해실 기회를 이때 한번 주신거죠. 다들 눈치 채셨습니까?
아까 저에겐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래놓고, 언론사와 인터뷰라뇨!!!!!!!!!!!!!!!!!!!!!!!!!!
하지만, 제가 사기를 당할라니까 스스로 어떻게 해석했냐면, 아, 내가 피해자인 건 비밀리 수사해야하는 것이고, 이번 사건이 크긴 큰 거구나....이렇게....그놈들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쨌건 다시 검사란 놈이 전활 받고, 내 비밀번호를 다시 확인하더니, 본인 확인이 되었다더군요.
이때부터 내 인터넷뱅킹은 그놈들에게 활짝 열려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때라도 전화를 끊고 112에 신고를 했다면, 내 계좌가 딱 막혀서 돈을 빼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보이스피싱 사기의 가장 큰 열쇠는 '스피드' 더군요.
빨리 신고만 하면, 내 계좌에서 돈이 못나가도록 막을 수 있고,
좀 늦더라도, 그놈들이 마련한 대포통장 계좌를 막아 그놈들이 빼가지 못하게 할 수 있어요.
그럼 나중에 모두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암튼 전 그 때 피해자임이 확인되었다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또 다음 수업을 꼭 해야해서 다급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걸려오더군요.
암튼 또 고분고분 받았습니다.
검사가 뭐라고...전 성실납세자이며, 작은 시골 마을에서 혹시라도 학부모들이 절 보고 있을까봐 사소한 무단횡단도 안하는 나름 정직하게 사는 사람인데....검사가 뭐가 무서워서...
그런데도 정말 무섭더라고요...계속 머리고 뜨겁고 손이 벌벌 떨리고 가슴이 쿵닥대고 ㅠㅠ
암튼 사기꾼 놈들이 이제 피해자임이 확인 되었고, 다른 은행 통장들을 동결하여 제 재산을 보호해준다더군요.
동결하면 잔액이 모두 0이 된대요.
그러니 모두 뽑아서 농협통장으로 이체하라더군요.
전 이제 완전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돈을 있는대로 다 끌어모으기 시작했습니다.
ATM기계로 가서 하나은행에 있는 그 날까지의 제 수익(아직 카드값이 결제가 안된 상태 ㅠㅠㅠㅠㅠ)을 260만원 정도 모두 농협에 있는 통장으로 옮겼습니다.
ATM에서 계좌이체를 할 때는 "혹시 낯선 사람과 통화하면서 거래를 하는 중인가?" 하는 내용의 문구가 뜹니다.
전 그 문구를 읽으면서도 '아니오'라는 버튼을 눌렀죠.
왜냐면, 그 검사는 더이상 '낯선 사람' 이 아니거든요. 내 재산을 보호해주는 정의의 사도더라니까요!!!!-_-
전 그때까지도 제 비밀번호를 가르쳐준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내 통장에 내 돈 옮기는 데 뭔 문제가 있으랴? 안심하고 있었습니다...이런 상병신이 따로 없습니다....
이체하지 못하고 하나은행 통장에 남은 5천 얼마 정도의 잔고와 타은행 이체로 인한 수수료 700원은 모두 전산에 남으므로 금융감독원에서 다 피해자 보상처리를 해준다더군요.
피해자 보상 절차를 또 두루뭉술하게 얘기해주더군요.
그래서 전 안심하고 또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신협으로 가서 제 명의의 적금을 깨서 농협으로 옮기라더군요.
그당시 이율이 4.7%짜리 좋은 이율이었는데, 2015년 3월까지 3년 부으면 이자가 백만원 이상 붙는 좋은 조건이었죠.
여긴 시골 동네라 신협 직원들과 전 아는 사입니다.
서로 안부를 묻고, 애기 잘 크고 있냐 호호 거리면서 적금을 깼습니다.
그 놈들은 전화를 계속 끊지 못하게 해서 켜놓은 채로 수다를 떨었는데요. 그 놈이 듣고 있을 생각하니 거짓말을 해댔습니다. 살기 너무 어려워서 적금 깨러 왔다고....
그때 그 직원에게라도 '왠 검사가 전화해서 내 재산을 보호해준다대'라고 얘기했다면, 그 직원이 나에게 경고를 해줬을텐데....
암튼 그렇게 4백여만원을 또 농협에 이체했고요.
그리고 다음 수업은 제가 꼭 해야하는 수업이라 더이상 못하겠다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수업을 하라더군요. 전화는 계속 켜놓고요.
그 전에도 몇번이나, 스마트 폰이냐, 통화중 대기로 다른 전화를 받을 수 있느냐, 물어봤거든요.
그땐 아무생각 없이 내가 중요한 전화는 중간중간 통화하며 받을 수 있게 편의를 봐주려 저러나보다...하고 넘겼는데.
알고보니 이 놈들 불안해서 그랬던 거였어요. 중간에 그만두면 지금까지 공들인 게 다 물거품이 되니까.
하지만 전 그놈들에게 '대어'였습니다.
수업 90분 내내 검사가 내 수업을 듣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긴장되어서 더 열심히 수업을 하고, 전화가 끊겼는지 가끔 확인도 하며 수업을 했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절 그냥 상병신이라 불러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수업이 끝난 뒤, 기사님께 전화가 오고 통화하느라 그놈들과 잠시 통화가 끊겼더니, 전화를 어찌나 해대는지요 -_-
정말 핸드폰 밧데리를 빼서 던져버리고 싶었죠. 그렇게 할 걸!!!!!!!!!!!!!!!
하지만, 공무집행 방해죄로 잡혀갈 수 있다는 협박을 들은 상태라 고분고분 또 전화를 받고
이제 택시를 타고 하나은행까지 가서 카드론과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한도까지 긁어서 580만원을 만들어 또 농협에 이체했습니다.
왜 현금서비스까지 했냐고요?
제 명의의 신용카드로 더이상 다른 범죄자들이 현금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한도까지 긁어놓고 제 통장에 넣어놓으면 금융감독원이 알아서 다 제자리로 돌려놔준다고 해서요....
....저런 말도 안되는 말을 믿다니....
그리고 택시 타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느새 전화는 끊어져 있었습니다.
전 그저 안심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아....이제 끝이구나....힘들었어.....살다보니 참 별 일 다 있네....명의 도용은 무서운거야....
....
그로부터 약 2시간 뒤, 수업이 끝나고 또 엄마랑 무심결에 얘기했는데,
엄마가 "그거 사기 아니냐?' 묻자
전 엄마께 "제가 홈피까지 다 확인했어요. 그리고 돈이 제 통장 안에 다 있는데요 뭐." 라고 핀잔을 주었는데
그 순간! 제가 비밀번호를 가르쳐준 게 번뜩 기억나는 거 있죠!!!!!!!!!!!!!!!!!!!!!!!!!!!!!!
농협으로 쓰레바 신은 채로 뛰어갔습니다.
제 돈은 이미 다 인출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챙피하게 ATM 딱 세 대 있는 그 작은 부스 안에서 엄마한테 다시 전화해서 나 사기당했다고 소릴 질러댔습니다.
엄마는 아빠한테 전화했고, 아빠는 다시 빨리 112에 신고하라더군요.
112에 신고했더니, 바로 제 통장이 막히긴 햇지만, 돈이 다 빠져나간 상태니...뭐...부질없는 짓이었어요.
경찰에선 이미 퇴근시간이니 월요일에 오라고 하더군요.
친정엄마는 남편에게 털어놓고 이 일도 털어버리라 하셨지만,
지금도 남편에게는 비밀이에요.
남편도 저 못지 않게 짠돌인데다가, 저를 완전 믿고, 월급 통장 다 맡겨버렸거든요.
그 믿음을 저버릴 순 없었어요.
절 비난하시겠죠. 남편을 속인다고.
그래도 도저히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이래저래 땜빵하려 노력 중이에요.
여동생들에게도 비밀이에요. 친정 부모님에게 부탁드려놨어요.
그 곗돈 날린 줄 알면, 저에게 얼마나 실망할지...얼마나 허탈해할지...생각만해도 너무 미안해서 죽고 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엇보다 같이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 날려 남편한테 너무 미안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저같은 상병신을 만나서 이 무슨....
전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3일 내내 한 숨을 못잤습니다.
이 사기당한 날은 우리딸 백일날 이었습니다.
토요일은 백일잔치 날이라, 시댁식구들과 친정식구들이 총출동했고, 사진도 찍어야 했습죠.
정말, 어떻게 그런 행사를 치뤘는지, 무슨 정신이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아요.
월요일에 제 농협통장들 싹 폐기하고, 경찰서 가서 조서 쓰고, 또 출근해서 꾸역꾸역 일을 했죠.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제 돈이 인출된 새마을 금고, 농협, 기업은행, 우체국을 돌며 '피해자 구제 신청' 이란 걸 하게 됐습니다.
돈이 남아 있으면 '구제'를 받는 건데, 제 경우 뭐 돌려받을 게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제 사건이 여기저기 문서로 남겨져있고, 통계로 잡혔음 하는 마음에
쪽팔리고,
기업은행 같은 경우 제가 사는 동네 없어서 다른 도시까지 나가느라 차비만 만원 가까이 나오는데도,
그리고 그 사건을 또 곱씹느라 속이 뒤집어져도
꾸역꾸역 신청했습니다. 오늘에서야 마무리되었네요.....
정말 잊고 싶은 기억이지만,
남편을 속이면서 저 혼자 감당해내기로 결심했으면 겪어야할 고통이겠죠.
농협 인터넷뱅킹 임시번호 써있는 종이에 이렇게 써있더군요.
"절대 타인에게 개인의 금융정보를 알리지 마십시오."
제가 아는 명언 중 제일 중요한 말입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멍청하지 않으니 당하시지 않을거에요.
혹시 당하시더라도, 얼른 112에 연락하시면 내 돈이 빠져나간 상태라도 그 놈들의 대포통장에 남아 있을 수 있으니, 그럼 돌려받으실 수 있으니 빨리 연락하세요.
대학생이거나, 교회, 성당 등에 다녀 어르신들을 뵐 기회가 있는 사람들이면,
꼭 어르신들에게 제 케이스를 자세히 말씀드리고 사기 당하시지 않으시도록 주의를 주세요.
제 여동생이 경찰이란 걸 위에서 말씀드렸죠. 걔는 더 시골에서 근무하는데요.
가끔 다 터진 작업복을 입으신 채, 은행이라곤 농협밖에 모르는 시골 영감님이 왜 내 통장에 돈이 없다고 나오냐며 영문을 모르겠다고 오시면 가슴이 먹먹해진다더군요.
사기당한 거라고 말씀드려도 믿지 못하시고요.
그 할아버지는 생활고에 시달려 이번 달에 자살하셨대요.
저야, 평생 남편에게 죄스러운 마음으로 한 십년간 옷 안사입고, 먹고싶은 거 줄이며 아끼고 아끼면 2천만원은 모을 수 있고, 또 그 돈 없어도 먹고 살 수는 있지만,
시골에 있는 노인양반들 전재산을 빼간다는 얘길 들으면 정말 그 찢어죽여도 쉬언찮을 놈들에 대한 분노로 미쳐버리겠습니다.....
대검찰청에서 전화가 왔다고요? 그냥 끊어버리세요.
은행에서 보안과 신용때문에 전화가 왔다고요? 그냥 끊어버리세요.
아이가 납치를 당했다고요? 그냥 끊어버리세요.
제 돈은 99%는 중국으로 흘러갑니다. 중국에 있는 사기단이 주축이죠. 한국에 있는 놈들은 심부름꾼에 불과하고 제 2천 3백만원 정도에서 용돈 정도로 일이백 받을 겁니다.
중국은 아직도 전산이 잘 안되어있어 제 돈은 절대 찾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도 피땀 흘려 번 돈을 그렇게 잃고 싶지 않으시다면
전화를 그냥 끊어버리세요.
그리고 다신 저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제발 널리널리 알려주세요.
올 한 해 전 저에게 벌을 줄 겁니다.
멍청한 짓을 한 것에 대한 자책과 남편을 속이는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이미 벌을 받고 있지만,
옷, 화장품, 신발 등등 제 물건을 하나도 안 사주려고요.
2천 3백만원이면 우리딸 대학 등록금으로 쓸 수 있는데
우리 신랑 십만원짜리 등산화 하나 비싸다고 망설이느라 못 사 신은 지 3년 됐는데
어떻게 제가 제 물건을 살 수 있겠어요? 전 벌을 받아도 쌉니다.
네, 절 욕해주세요. 죽어도 싸다고 욕하세요 ㅠㅠㅠㅠㅠ
아님 이런 제가 불쌍하다면, 여러분 중 사기당한 경험을 또 댓글로 달아주세요.
그래서 또 다른 분들이 다른 케이스들을 보며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요.
길고 긴 멍청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한번 널리널리 퍼뜨려주시고, 더이상 중국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땀묻은 돈이 흘러가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첫댓글 우리 약국 손님도 똑같이 당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정신차려 모면했답니다...
정말 조심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