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시야와 소양호의 풍경이 발을 묶는 홍천 가리산을 다녀왔다.

[雲峰]

<2019년 11월 30일>

처음 계획은 '가리산 휴양림 → 계곡 삼거리 → 남릉 삼거리 → 가리산 → 뱃터 갈림길 → 은주사 → 양지말 → 소양댐 물노리 뱃터' 13.4km, 4시간 40분간의 탐방 후 소양호 뱃놀이를 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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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산[加里山]

높이: 1,051m

위치: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화촌면, 춘천시 북산면

가리산은 춘천군, 인제군, 홍천군의 두촌면과 경계지역에 위치하며, 산 정상에 서면 탁 트인 시야와 발아래로 펼쳐진 소양호의 풍경이 등산객들의 발을 묶는 곳이다. 산자락 밑에 있는 조그마한 폭포의 물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며, 이곳에서부터 계곡과 능선을 따라 등산이 시작된다.

가리산 우거진 숲과 노송들이 등산객들을 맞아주고 산 중턱에는 광산을 하던 자리도 보이며, 정상을 조금 못 미쳐 오르게 되면 작은 샘물이 등산객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소양호 쪽으로 하산길을 택하면 배를 타고 피로를 풀 수 있는 등 각 코스마다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가리산은 또한 강원도에서 진달래가 가장 많이 피는 산으로 손꼽힌다. 역내리 가리산 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해 용소폭포를 지나면 능선길 좌우에 일부러 심어놓은 듯한 진달래 꽃길이 장관을 이룬다. 5월 중순께 만개한다.

가리산 자연 휴양림

해발 1,051m의 가리산 기슭에 있으며 휴양림 시설이 있는 중심지역은 해발 550m로서 공기가 매우 신선하며, 사계절 운영하는 산막이 18동 조성되어 있고 여름에는 소형 산막, 텐트장, 취사장이 있어 야영지로서 적합하여 피서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가족 단위의 심신 휴양지로 산책로가 있고 다목적광장, 놀이 시설, 체육시설, 물놀이장, 맨발로 걷는 건강로, 구내매점 등의 부대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강원도에서 진달래가 가장 많이 피는 산으로 알려져 있고, 참나무 중심의 울창한 산림과 부드러운 산줄기 등 우리나라 산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홍천강의 발원지 및 소양강의 수원(水源)을 이루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암봉이 솟아있는 정상에서 소양호를 조망할 수 있고, 야생화가 많이 자생하여 자연학습관찰에도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음. '98년 강원도에서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었다. - 한국의 산하

홍천 가리산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1년이 넘게 어떻게 갈 것인가 고민했다. 대중교통으로 갈 수도 있지만, 3번이나 버스를 갈아타야 해 쉽지 않았다. 다행히 가리산이 까만 소 선정 100대 명산에 끼어 있어 산악회를 이용한 산행도 가능해 다른 산에 비해 쉽게 갈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리산을 알게 된 것도 한국의 산하 선정 100대 명산에 끼어 있어서였던 거 같다. 지금 확인해 보니 100대 명산 중 52위다. 한국 등산객이 52번째로 많이 가고 좋아하는 산이라는 얘기다. 서울에서 멀지 않고 자연 휴양림을 들머리로 환종주가 가능해 자차를 이용한 산행을 많이 하는 거로 보인다.

애초 가리산은 7~8월경 휴양림으로 올라 선착장으로 하산해 배를 타고 춘천으로 갈 계획이었다. 산행과 뱃놀이를 겸한 야유회! 그런데 소양호의 상태에 따라 유람선이 다니는 거라, 배가 다니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승객이 적어 배편도 얼마 없어 산행이 늦어지면 아주 심각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웠다. 해서 대중교통은 버리고 산악회를 따라가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런데 생각 외로 가리산을 가는 산악회가 없어 계속 계획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산악회에서 11월 마지막 주 산행으로 가리산행이 공지에 올라왔다. 그 공지를 보자마자 바로 회비를 입금하고 버스의 자리 배정을 요청했다.

성원이 되지 않아 기대했던 산행이 무산된 경험이 많아, 언제부터인가 매일 산악회 카페를 방문해 산행 신청자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11월 13일 1번으로 신청했는데, 그 이후 신청자가 없다가 11월 25일 두 번째 신청자가 나왔다. 아무래도 성원 미달로 무산될 거 같아 Plan B로 다른 산악회의 황석산, 거망산 연계 산행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그 산행은 만석으로 빈자리가 없어 Plan B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급격히 신청자가 늘어 성원을 초과해 무산될 염려는 없었다. 그리고 다른 산악회도 돌아다녀 보니 가리산을 가는 산악회가 많았다. 한국의 산하 산 분석에서 겨울철에 인기 있는 산이라 산악회도 겨울에 집중적으로 가리산행을 배치하는 듯하다.

그동안 1 일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군용 배낭이 막 사용하기에 좋지만, 사용자를 배려하지 않은 만듦새 때문에 어깨가 아주 아파 비슷한 다른 배낭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심설에 사용할 지팡이와 비상용 디팩에 항상 있어야 할 유연한 물통도. OK 몰을 샅샅이 뒤져 마음에 드는 걸 주문했고, 택배사의 사정으로 하루 늦은 금요일 도착했다. 일단 세 제품 다 실물을 보니 모니터로 보고 설명으로만 읽은 것보다 좋았다. 이번 산행에서 지팡이만 빼고 다 사용해 보기로 했다. 다른 때와 같이 무알코올 산행에,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모든 게 들어 있는 비상용 디팩은 가져가지만, 점심은 다른 산행과 같이 과일과 간식용 소시지, 미니 핫바로 해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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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에 기상해 다시 잠이 들었다가 5분후에 다시 울린 알람에 억지로 일어났다. 새로 산 배낭에 비상용 디팩과 먹을 게 들어 있는 디팩을 넣었다. 겨울용 등산복에 바람막이 안에 조끼를 하나 더 입었다. 등산 양말도 이번에 새로 산 거로. 그리고 정상에 눈이 얼어 있을 수 있으니 아이젠을 준비하는 산악회의 공지에 따라 아이젠을 챙겼다.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6시 10분에 집을 나섰다. 과거에는 등산객의 성지 신사역으로 가기 위해 불광역까지 걸어갔는데, 귀차니즘에 이제는 집에서 조금 걸어 나가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까지 간다.

6시 57분에 신사역에 도착해 4번 출구로 나가니 바람은 강하고 추웠다. 출구 주변에는 각지로 떠나는 등산객이 명동에서 출발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 피할 곳이 없어 버스가 빨리 오기만 기다려야 했다. 신사역이 출발지가 아닌 산악회의 문제다. 앞으로 이 산악회를 이용할 때는 정시에 맞춰 나와야 할 듯하다. 지하철 역사에 있던 등산객이 누군가를 기다린다고 생각했는데, 그중 50% 이상은, 이 상황을 미리 알고 버스가 도착하기를 따뜻한 역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 같다.

7시 5분경 버스가 도착했고, 패드와 카메라는 들고 배낭을 버스 짐칸에 넣고 버스에 탔다. 내 옆자리엔 이미 등산객이 타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바로 잠을 청했지만, 버스 안이 밝아 잠을 잘 수 없었다. 이번 산행은 강원도로 가는 거라 죽전이 아니라 잠실에서 나머지 인원을 태울 예정이라 불을 끄지 않아서 그렇다. 잠실역에서 남은 인원을 태운 후 불을 끄고 가리산 휴양림을 향해 달렸다. 버스 안에서 부족한 잠을 청했지만,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간간이 깼을 때 도로를 보니 생각보다 차량이 많아 약간 정체되고 있었다. 버스의 실내등이 켜져 정신을 차리니 버스는 가평 휴게소로 들어가고 있었다. 도로의 정체를 증명하듯 휴게소는 각지로 향하는 차량으로 거의 만원이었다.

8시 18분 휴게소에 도착했고, 인솔자가 35분까지 버스로 돌아오라고 했다. 버스에서 내려 스트레칭을 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와 차가운 바람에 쏟아지는 재채기로 힘이 들었다. 이 날씨면 오늘 산행이 쉽지 않다. 볼일을 보고 추위를 피해 바로 버스로 돌아왔다. 다른 승객도 마찬가지였는지 주어진 시간보다 모두 일찍 도착해 8시 31분경 산행 들머리를 향해 출발했다. 여느 산악회와 같이 휴게소를 떠나자마자 인솔자가 이번 산행의 지도를 나눠주며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전체 코스가 대략 10km 정도 되는데, 그중 들머리에서 새득이봉까지가 1.8km라고 했다. 문제는 들머리가 해발 300여 미터에 새득이봉이 935m니 대략 600m를 올라야 한다는 거다. 고로 쉽지 않은 깔딱이다. 그리고 인솔자가 쉬운 코스라고 합수곡에서 가삽고개로 향하는 코스를 소개했다. 인증만 원하거나 좀 편한 산행을 원하면 그 코스로 오르면 된다고. 그런데 지도를 보면 어렵다는 코스는 큰 원을 그리고 있고 쉽다는 코스는 작은 원을 그리고 있다. 그럼 작은 원이 더 힘들어야 하는데? 물론 전체 코스는 좀 짧지만, 보면 알겠지! 

- (산행 후 결과로) 안내 산악회의 인솔자답게 큰 원을 그린(어려운 코스) 등산객과 작은 원을 그린(쉬운 코스-인솔자) 등산객 몇 사람에게 본인이 오른 코스의 난이도에 관련해 질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산행을 총평하는 중에 언급했다. 인솔자의 말에 따르면, 작은 원을 그린 팀은 힘들었다고 평가했지만, 큰 원을 그린 팀은 평이했다고. 물론 두 팀 등산객의 경험이나 체력적 차이는 있겠지만, 이론적으로 봐도 작은 원 쪽이 경사가 더 심했을 거다. 전체 코스는 짧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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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20분경 버스는 도로를 벗어나 휴양림으로 접어들었다.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내년을 위한 확장 공사로 기존 아스팔트를 걷어내는 등 정신이 없었다. 공사로 망가진 도로라 흔들리는 버스에서 인솔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다시 한번 코스에 관해 설명하고 정상은 얼어있을 수 있으니 아이젠을 꼭 챙기라고 했다. 그리고 마감 시간은 15시라고. 9시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해 15시에 종료면 10km 산행에 5시간 30분의 시간을 주는 거다. 물론 일찍 도착하면 일찍 떠난다는 얘기는 했지만. 10km에 저 정도 시간이면 생각보다 코스가 더 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버스가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등산 준비를 했다. 애초 조끼는 벗어 배낭에 넣고 정상에서 꺼내 입을 계획이었지만, 휴게소의 찬바람이 기억나 처음부터 입고 가기로 했다.

휴양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가 있었다. 단체는 인당 1,500원! 입장료를 걷어 인솔자가 매표소에 냈고, 버스 주차료 6,000원은 기사가 내고 주차장으로 갔다. 그 입장료를 회피하기 위해 가리산행은 홍천고개에서 시작하기도 하지만, 산불통제 기간에는 홍천고개가 막혀 1,500원 더 내고 휴양림을 들머리로 한다고. 9시 26분 버스가 주차장에 도착해 끼리끼리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저 멀리 능선 위에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 두 개가 보였다. 인솔자가 지도를 보며 1, 2, 3봉이 바위 봉우리로 안전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고 한 말이 이해됐다. 주차장에서는 바위 봉우리 두 개만 보였다. 차갑고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그 바위 봉우리를 보자마자 갑자기, 시베리아를 방불케 하는 추위와 강한 바람, 한여름의 태풍과 폭우 등 이런 기상이 모든 걸 깎아내고 정상에는 바윗덩어리만 남았다는 진리가 떠올랐다. 고로 모든 산의 정상은 바위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주차장에서 20여 미터를 가자, 새득이봉으로 가는 길과 가삽고개로 바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이정표만 봐서는 그게 갈림길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오른쪽 2 주차장 위에 새득이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었는데, 초행자는 주차장이라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었다. 우리도 인솔자가 주차장 쪽으로 가야 한다고 알려줘서 제대로 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몇몇 등산객은 바로 가삽고개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인솔자의 "쉽다!"라는 말을 믿고!

2 주차장 바로 위에 능선을 향하는 급경사의 잘 다듬어진 등산로가 보였다. 인솔자의 말대로 정상을 향하는 끝없는 경사였다. 새득이봉을 향하는 길 좌로는 가리산 강우 레이더가 우뚝 솟아있었고, 능선에는 출퇴근용 또는 장비나 식자재를 옮기기 위한 모노레일이 길게 뻗어 있는 게 보였다. 6부 능선을 지나자 능선 위에 우뚝 솟은 세 개의 바윗덩어리가 인상적이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그 세 봉우리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비록 잎은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그 가지가 울창해 사진을 찍기에는 좋지 않았다. 해서 방해하는 가지가 없는 곳에서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으로 정상을 향해 급경사를 계속해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바람도 차고 기온도 낮아서 손이 시렸다. 해서 늘 그래 왔듯이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올라갔다.

나야 급할 게 없어 무리하지는 않고 평소 페이스대로 올라가 10시 17분에 새득이봉, 등골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사실상 급경사가 끝난 지점이다. 이제부터 가리산 정상까지는 약간의 오르내림만 있는 능선 길이다. 그런데 인솔자가 나눠준 지도와는 달리 주차장에서 이 갈림길까지 2km였다. 그리고 그 갈림길에서 새득이봉까지는 700m를 더 가야 했다. 어쨌든 해발 600m를 오르기 위해 2km 급경사 등산길에 50분이 걸렸다. 그럼 시속 2km가 초과한다는 얘기로 인솔자가 경고한 거와는 아주 달랐다. 따라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할 건인가?'가 내 고민이 됐다.

일단 능선에 오르자 저 앞으로 보이는 세 개의 바윗덩이와 강우 레이더, 거길 향해 이어진 모노레일을 찍어야 한다는 일념에 아무런 방해 없이 찍을 수 있는 위치를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뭐 그렇게 빈둥거리며 가도 마감보다 2시간 빠른 1시면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산행을 시작하며 급경사의 오르막길에서 나보다 앞섰던 대부분을 추월해 선두 그룹과 같이 움직이다가 능선에 올라서는 순간 방해물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망대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동안 나를 따라서 오던 몇몇이 앞서갔다. 그런데, 없었다! 잎은 다 떨어졌지만, 앙상함에도 울창한 가지의 방해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망대가 없었다! 오죽하면 '나무에 올라가서 찍을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산세로 봐선 전망대가 있을 거 같지 않아 계속 길을 가 새득이봉, 홍천고개 갈림길에 10시 30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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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31분에 해발 935m로 가리산 중봉인 새득이봉에 도착했다. 아니, 1봉이 상봉, 2봉이 중봉, 3봉이 하봉이면 새득이봉은 명함도 못 내미나? 그래서 그런지 산악회가 나뭇가지에 매단 새득이봉임을 알려주는 명패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었다. 인솔자의 말대로 세득이봉에서부터 세 개의 바윗덩이 정상까지는 오르내림이 별로 없는 낙엽 쌓인 관목숲 길이었다. 세 개의 바위 봉우리를 향해 가면 갈수록 저 세 개가 한 눈에 안 들어오기 전에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강박감이 강했다. 해서 어차피 방해물을 없앨 수 없다면, 그냥 인정하기로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뒤로, 좌·우로 보이는 모든 게 절경이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을 찍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지만.

10시 41분에 합수곡에서 출발하는 짧은 코스 또는 쉬운 코스의 길이 능선에 도착하는 가삽고개에 도착했다. 그런데 가삽고개는, 고개라고 부르기도 뭐한, 능선 위 분지에 있는 갈림길이었고, 여럿이 같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긴 나무 의자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 중 하나에 등산객 홀로 쉬면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 등산객을 뒤로하고 관목이 우거진 평탄한 능선을 따라 주변의 겨우살이 군락지를 구경하며, 1.3km를 산책하듯 걸어 10시 57분에 정상 바로 아래 소양호로 향하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한천자묘와 은주사로 가는 길이라고. 그리고 춘천으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물노리 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11시 2분에 세 개의 바윗덩어리, 가리산 정상(상·중·하 봉) 아래에 도착했다. 그런데 멀리서 보기에는 세 봉우리가 나란히 서 있는 거 같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2봉(중봉), 3봉(하봉)은 나란히 있었고 정상인 1봉은 2봉과 3봉 사이에 있었다. 정확히는 세 바윗덩어리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었지만, 멀리서는 나란히 서 있는 거처럼 보인 거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보인 두 바윗덩이는 1봉과 2봉의 모습이었다. 고로 2봉과 3봉을 거치지 않고 정상인 1봉으로 바로 갈 수도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도 2봉과 3봉을 거쳐 1봉으로 갔을 테지만, 남아도는 마당에야 당연히 남들이 가지 않는 곳도 가는 게 산꾼이지.

바위 암봉인 2봉으로 오르는 길은 다른 산의 암봉과는 다르게 바위에 철봉을 박아 안전시설을 만들었고, 그 철봉을 잡고 좌우로 이동하게 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 철봉이 없어도 충분했는데. 어쨌든 장갑 없이 그 철봉을 잡았을 때 손으로 전해는 얼어붙을 거 같은 차가운 기운에 몸서리를 치며 2봉 정상을 향해 갔다. 그리고 바위 모서리를 돌아 바위에 박힌 철 받침을 딛고 오르자 이번 겨울 처음 보는 굵은 고드름이 반겼다. 인솔자의 말대로 땅은 꽁꽁 얼어있었지만, 눈이 없어 아이젠을 착용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차가운 철봉과 철 받침을 잡고 오르자니 손이 동상이 걸릴 거 같아 좀 지나서는 남들 보라고 철봉 잡고 오르던 걸 버리고, 내가 늘 하듯이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꼽고 암봉에 올랐다. 물론 뭘 잡아야 할 상황이면 손을 꺼내 철봉이 아니라 바위를 잡았다. 사실 배낭 헤드 주머니에 장갑이 있었지만, 그 놈의 귀차니즘 때문에! 2봉 안부에 오르자, 오는 동안 앞을 가리고 있던 앙상하지만, 울창한 숲이 사라져 주변의 산이 다 보였다. 강한 바람에 구름은 낮게 깔려 있어, 어느 정도 이상의 산은 모두 그 높이와 산세를 뽐내고 있었다. 설악산, 오대산, 삼악산, 오봉산 등등! 2봉 안부에서 보니, 2봉 앞으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가리산의 정상이자 1봉이 있었고 3봉은 2봉 오른쪽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2봉에서 주변 경관을 찍고 3봉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3봉으로 향하는 원래 길은 리지를 오르는 거였는데, 안전을 위해 그 옆으로 철봉을 박아 길을 낸 거였다. 그 철봉을 박은 쪽도 철봉이 아니라 바위틈을 잡고 얼마든지 오를 수 있었다. 다른 등산객이야 어떻게 오르든 난 바위를 기어 올라 3봉(하봉) 정상에 올랐다. 3봉 정상에 오르자 밑으로 소양호가 보이며, 왜 호수산행의 명산이라 부르는지 알게 되었다. 2봉 옆으로는 1봉이 보였고,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하얗게 빛나는 철봉이 보였다. 정상에는 몇몇 등산객이 인증을 찍거나, 주변의 절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었다.

3봉에서 주변 절경을 구경한 후 다시 2봉 안부로 돌아왔다. 다들 1봉으로 향하고 있지만, 남아도는 게 시간이고 시간이 없더라도 2봉 정상을 지나치는 건 산꾼에게 예의가 아냐, 바위를 기어 올라 정상에 올랐다. 3봉 정상도 그랬지만, 2봉 정상도 바람만 강하지 않으면, 비박지로 최고였다. 물론 술을 마셔도 안 되고. 2봉 정상에서 다시 소양호 사진을 찍고 주변 절경을 감상 후 정상에서 내려와 앞에 보이는 가리산 정상이자 1봉을 향해 암봉을 내려갔다.

2 - 4

11시 17분에 정상에 오르니 나보다 먼저 올랐던 예닐곱의 등산객은 끼리끼리 정상분지에 자리를 잡고 이른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일단 저 멀리 보이는 가리산 강우 레이다를 사진으로 남긴 후, 삼각대를 설치하고 한가한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주변 절경을 감상하고 사진으로 찍었다. 결과적으로 2봉 안부에서 찍은 것과 대동소이했지만! 차고 강한 바람 가릴 거 하나 없는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산꾼에게 경의를 보낸 후 다음 목적지인 무쇠말재를 향해 갔다. 그런데 1봉에서 강우 레이더 쪽으로 향하는 암봉 하산 길은 반대쪽의 2봉이나 3봉, 1봉과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거리나 험한 정도에서. 당연히 배는 더 길고 험했다. 내가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로.

11시 35분에 샘터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렇게 내려가면 1시 이전에 날머리에 도착하는 게 확실했다. 일찍 도착하면 빨리 귀경한다고 했지만, 1시에 출발하지는 않을 거고, 빨라야 2시 출발이다. 그럼 1시간 동안 뭘 할지 고민하며 샘터 갈림길까지 내려갔다. 배도 슬슬 고파왔고. 일단 1안 휴양림 매점에서 곡차를 팔면 그걸로 점심을 때운다. 아니면 취사장에서 비상용 디팩에 있는 라면을 끓여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어쨌든 샘터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보니 거리가 나와 있지 않았다. 하산은 직진해야 하고 샘터는 우로 빠졌다. 고로 샘터에 갔다가 돌아와야 한다는 거다. 샘터까지 거리를 몰라 잠깐 망설였지만, 남은 게 시간이고 애초 라면은 먹을 생각이 없었으니 샘터를 향해 오른쪽으로 갔다.

갈림길에서 30여 미터 지나 작은 고개를 넘자 20여 미터 아래로 샘터가 보였다. 샘터는 나무로 만든 긴 의자도 설치되어 있는 등 쉬면서 식사나,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잘 만든 휴식처였다. 샘터로 내려가서 보니 샘에 관해 설명해 놓은 입간판이 있었다. 그냥 샘이 아니라 "석간수"라고! 바위틈에서 졸졸 떨어지는 물을 빨간 바가지로 받고 있었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은 후 바가지에 있는 모든 물을 마셨다. 생각해보니 집을 나서 이후 처음으로 뭘 먹은 거였다. 비록 물이었지만. 바가지를 원위치한 다음, 배낭을 벗어 식량 중 귤 두 개와 간식용 소시지, 미니 핫 바를 꺼내 주머니에 넣었다.

샘터를 떠나며 보니, 내 예상대로 애초 왔던 길이 아니라 샘터에서 무쇠말재로 향하는 길이 따로 있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다시 돌아가기를 하지 않아도 됐다. 귤과 소시지, 핫바를 먹으며 무쇠말재로 향했다. 앉아서 쉬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이런 식이라면 하루에 30km는 쉽게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11시 47분에 정상에서 내려오는 샘터 갈림길과 만나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갈림길은 "야시대리"로 향하는 갈림길이기도 했다. 등산로 입구에서 국도까지 14km에 이른다는. 시간이 남아돈다 해도, 굳이 그 코스에 도전할 생각은 없지만.

12시 1분에 무쇠말재에 도착했다. 무쇠말재는 강우 레이더와 휴양림으로 향하는 갈림길이기도 했다. 무쇠말재에서부터 계곡까지의 대략 1km는 해발 300m 이상을 내려가는 급경사로 90% 이상이 나무를 이용한 계단 길이었다. 길목에 연리목이 있어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뛰어 내려갈까도 생각해 봤지만, 남는 게 시간이라, 유유자적 내려갔다. 12시 27분에 계곡에 도착하는 거로 급경사가 끝났다. 계곡을 따라 50여 미터 더 가자 가리산 환 종주 중 작은 원을 그리는 합수부에 도착했다. 산의 규모에 비해 계곡이 크고 풍부한 수량에 놀랐다. 지난주 갔던, 운길산이나, 그 이전의 오봉산은 바짝 말라 있었던 것에 반해. 탁족이나 하고 갈까 하고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 둘러보니 상수도 보호원이라는 안내문이 보여 포기하고 계속 길을 갔다.

강한 바람에 날리는 낙엽송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저 밑에서 흐르는 계곡의 요란한 물소리도 감상하며, 길을 가 12시 42분에 가리산 강우 레이더 관측소에 도착했다. 등산로는 여기서 끝났다는 얘기다. 여기서부터는 휴양림 구간이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라면을 끓일 수 있는 취사장을 찾으며 갔다. 그때 저 앞에서 연기가 나는 굴뚝이 보였다. 뭔가 하고 자세히 보니 휴양림 매점이었다. 그리고 매점 입구에는 "식사 됩니다"라고 쓰여있었다. 12시 55분에 그 매점 겸 식당에 들어가는 거로 이번 가리산 환종주를 마쳤다.

3

매점으로 들어가자 이미 두 명의 등산객이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다른 얘기로 그 넓은 식당 겸 매점에 손님이 두 사람이라는 얘기다. 한 등산객 앞에는 라면 그릇이, 다른 등산객 앞에는 곡차가 있었다. 내가 메뉴를 유심히 보자 매점 주인장이자 식당 주인장이 밥은 안되고 라면은 된다고 했다. 라면이야 내가 취사장 가서 끓여 먹으면 되는 거라, "도토리묵은?" 하고 물어보았다. 도토리묵 무침은 된다고 해서 그럼 도토리묵에 곡차로 달라고 했더니, 매점의 냉장고를 가리키며 저기서 마음에 드는 곡차를 가져다 마시라고 했다. 냉장고에는 다양한 술이 있었지만, 곡차는 옥수수와 잣이 있었다. 볼 것도 없이 잣을 가져왔다.

다른 식당에서는 도토리묵 무침을 준비하는 동안 곡차를 마실 수 있게 김치라도 주는데 이 식당은 그런 게 없었다. 해서 주문한 묵무침이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주인장 혼자 모든 걸 다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묵무침을 만드는 동안 친구 몇이 가족을 동원해 놀러 온 거로 보이는 10여 명이 매점에 들어와, 고기 구울 도구 등과 애들 먹거리를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신없는 중에도 주인장의 원칙은 명확했다. 주문한 순서대로 접수한다는 거. 그 그룹이 산 물건은 계산만 해줘도 됨에도 묵무침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등산을 마친 등산객이 하나둘 내려갔다. 그중에 한 사람이 식당으로 들어와 감자전을 주문했다.

1시 5분에 주문한 묵무침이 나와 곡차와 함께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천천히 음미하며 먹고 있는데, 이번에는 부부 등산객이 들어왔다. 그중 부인은 정상까지 내 뒤를 계속 따라와 안면이 있었다. 남편은 의자에 퍼질러 앉아 있고 부인이 감자전을 준비하고 있던 주인장에게 다가가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주인장은 찌개는 안된다고 답을 했고. 그러자 남편이 없으면 메뉴에서 없애야지 하는 둥 구시렁거렸다. 구시렁거리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내가 열이 받을 정도였다. 어쨌든 그 부인은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 그럼 뭘 시킬까 하고 물어보았다. 다시 투덜거리며 라면을 시키는 순간 주인장이 밥이 없어 찌개가 안 된다고 했다. 밥을 안 했다는 거다. 그러자 남편이 밥은 필요 없으니 고기 많이 넣은 김치찌개만 주면 된다고 했다.

곡차와 묵무침을 먹으며 이 모든 상황을 구경했다. 주문한 감자전이 나오자 그 등산객은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 왔다. 그리고 버너와 김치찌개가 나오자 합석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나를 제외한 그 식당에 있던 5명은 각자 먹고 마시던 걸 들고 한 테이블 모였다. 그렇게 모여 잔을 기울이는 동안 인솔자가 식당 앞으로 지나갔고 감자전을 시켰던 그 등산객이 보고 밖으로 뛰어나가 인솔자를 불렀다. 인솔자와 서너 명의 등산객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술판이 벌어졌다. 인솔자가 같이 들어온 등산객이 날 보더니, 혹시 그 급경사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시던 분이 아니냐고 물었다. 맞다고 했더니, 그렇게 힘든 코스를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갈 수 있는 체력에 감탄했다는 말을 뒤로하고, 내 생애 최고로 많은(다른 반찬 없이 묵무침만 먹어서 그런 듯!) 묵무침과 곡차 한 병을 마시고, 한창 술판이 벌어진 그 식당을 떠난 시각이 1시 37분이다.

주인장에게 다가가 계산을 하며 "바쁘십니다!"라고 했더니, "남편이 콩밭에 가 혼자서 일하느라 바쁘네요."라고 했다. 원래 부부가 운영하는데 오늘은 날이 추워 손님이 없을 거로 생각해 밥도 않고, 많은 준비를 안 한 거였다. 주인장에게 인사하고 매점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이번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주차장을 향해 갔다. 그런데 그 길목에 계절을 잊은 개나리가 한창이었다. 개나리를 사진으로 남기고 유유자적 걸어가 1시 43분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배낭을 버스 짐칸에 넣고 트랭글을 종료했다. 화장실을 다녀온 다음 버스에 탔다.

매점에서 술판이 벌어진 이상 일찍 떠나긴 틀렸지만, 최소한 2시 30분에는 서울로 출발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버스에 앉아 잠을 청했다. 2시 20분경 인솔자 혼자 나타났다. 그가 나타난 걸 보고 인솔자의 기본은 됐구나 인정하며 나머지 인원이 언제 나타날지 기다렸다. 한 병밖에 안 마신 곡차가 자극해 다시 화장실을 다녀와 기다리며 시간을 보니 최소 2시 30분까지는 나타날지 알았던, 나머지 인원이 40분이 넘어서야 대부분 도착했다. 해서 애초 마감 시간인 3시가 다 된, 2시 50분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했고 나는 바로 잠이 들었다.

3시 43분에 가평 휴게소에 도착해 볼일을 보고 나니 잠이 확 달아났다. 버스가 휴게소를 출발하는 순간 인솔자가 산악회에서 만든 달력을 나눠줬다. 달력을 받아 한 장씩 넘겨 보니 생각보다 달력에 있는 사계절 산 사진이 좋았다. 그걸 보고 든 생각이 우리도 산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볼까였다. 잠은 날아갔고 패드로 게임을 하며 갔는데,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체증이 심해 5시 20분에 신사역에 도착했다.

애초 내가 세운 계획과는 달리 산악회의 계획에 맞춰 '가리산 휴양림 주차장 → 휴양림 관리사무소 → 작은장구실골 → 등골산 갈림길 → 홍천고개 갈림길 → 새득이봉 → 가삽고개 → 은주사 갈림길 → 1봉 갈림길 → 2봉 → 3봉 → 2봉 → 정상 → 샘터 갈림길 → 샘터 → 샘터 갈림길 → 야시대 갈림길 → 무쇠말재 → 합수곡 → 가리산 휴양림 주차장'의 11.34km(트랭글 기준), 4시간 21분의 가리산 환종주를 했다. 30여 분 식당에 앉아 점심을 먹는 동안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한 것도 트랭글은 이동으로 기록해 실제보다 이동 거리와 시간이 늘었다. 실제 이동 거리는 9.5km에 이동 시간은 3시간 33분이다. 고로 식당에서 점심 먹은 걸 포함 휴식 시간은 48분이다.

규모에 비해 계곡이 잘 발달한 산이었다.

정상에서 보이는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가봐야 한다.

눈이 내린 후 설경이 기대되는 산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국의 산하나 산림청 까만 소 등이 100대 명산으로 인정한 듯하다.

[파란하늘]

1,2,3봉.
험한 길을 버리면 전망이 나온다^^

[雲峰]

한국의 산하 가리산 평가에서도 전형적인 육산이라고 했듯이, 험한 코스는 없음.
다만, 짧은 거리에 급격하게 해발을 높여야 해 경사가 심할 뿐.
쉬운 코스라고 했던 쪽이 경사가 더 심했을 거라는 게 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