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어린이다운 시선으로
세상을 새롭게 느끼게 하는 맛있는 동시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20번째 동시집 『참 달콤한 고 녀석』이 출간되었다. ‘전북동시읽는모임’에서 활동하는 여섯 명의 시인들이 엮은 동시집이다. 서로 힘이 되어 주면서 함께 동시를 읽고 생각을 나누며 문학의 길을 같이 해온 동인들이 그동안의 성과를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게 된 것이다. 각자의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과 삶이 담긴 동시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독특한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어서 다채롭고도 풍성한 동시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전체 6부로 구성된 이 동시집은 각 부별로 한 시인의 작품 12~13편씩을 수록해 놓았다.
먼저 1부의 김경숙 시인의 동시는 아이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게다가 사물에 아이의 마음을 투영해 표현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어른의 마음이 아닌 어린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핫도그처럼 맛있고 딱풀처럼 동시의 매력에 딱 붙게 하는 것이다. “내가 틀린 답 박박 지울 때/너는 찌르르 찌르르 여름 지우고//내가 문제 쓱쓱 풀 때/너는 찌르르 찌르르 가을 부르고”(「숙제 친구」)나 “너희들,/싸우고 등 돌린 친구들 있으면//딱! 기다려//내가 간다”(「딱풀」)을 읽다 보면 눈에 잡힐 듯 생생하여 미소가 저절로 난다. 이는 김경숙 시인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어 하는 듯 설레고 기쁘다. 하지만 「화난 엄마」를 읽다 보면 선물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 둘, 셋!/눈꼬리가 올라간다//
넷, 다섯, 여섯!/콧구멍이 커진다//
일곱, 여덟, 아홉!/입술이 실룩거린다//
열!//
?라?라 외계인/우가우가 오랑우탄/쿵쾅쿵쾅 헐크//
엄마속에 몰래/숨어 있던 녀석들/총출동이다!
-「화난 엄마」 전문
「화난 엄마」는 정말 잔뜩 화가 난 엄마의 얼굴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화난 엄마의 표정 변화를 ‘눈꼬리가 올라간다?콧구멍이 커진다?입술이 실룩거린다’로 재미있고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아이들이나 부모들 누구나 한 번씩은 경험해봤을 내용이어서 웃음이 나면서도 엄마가 얼마나 화가 났으면 숨어 있던 외계인과 헐크 오랑우탄을 총출동시켰을까 싶어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엄마의 파마머리가 보글보글, 뽀글뽀글, 지글지글, 짜글짜글 변하는 과정이 재밌는 「파마머리의 비밀」에서도 엄마의 일상을 재밌는 말로 표현하여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다독여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부는 송현주 시인의 작품을 모았다. 대부분의 작품이 자연에서 배운 나눔과 배려가 묻어나는 동시가 많다. 송현주 시인이 산골 마을에서 자라면서 배운 마음을 아이들도 가졌으면 하는 소망으로 동시를 썼기 때문이다. 짝꿍에게 주고 싶은데 깨질까 봐 못 줄까 봐 걱정인 「쌀과자」, 감을 가지고 가서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하는 엄마의 마음 「단감」, 검정봉다리에 생선을 듬뿍 넣어 주는 생선가게 「생선가게 할매」의 마음을 읽다 보면 모두에게 나눠 주고 싶어하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읽힌다.
아저씨 넓은 등에/우주 하나를 내려놓았다//
바람결에 슬며시!//
오늘밤/아저씨네 집에/별별 얘기꽃 피어나겠다//
-「꽃잎 한 장」 전문
「꽃잎 한 장」은 자연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이 가장 잘 느껴지면서 이미지가 산뜻하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이는 자연과 함께하는 가족 간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맘을 이해하고 품어주는 계기를 마련하라는 시인의 마음이 전해진다. 노란 괭이밥 아래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하는 달팽이 가족 「화단에서」, 얼음 동동 복분자 주스만 있으면 ‘여름아 와라’ 외칠 수 있는 「복분자」 모두 아이들에게 자연의 힘을 말하고 있다.
3부에서는 이영희 시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영희 시인은 서해 바다로 흘러가는 만경강이 시작되는 고산에서 나고 자랐다고 한다. 너른 들을 부드럽게 휘돌아 흐르는 강의 마음을 닮아서일까? 이영희 시인의 동시는 강처럼 포근하고 넉넉하고 풍요롭게 느껴진다.
잎사귀 다 떨어진/시골 할머니네 집 감나무//
까지집만 덩그마니 남았다/지붕도 대문도 없이//
휘이잉 바람 불 때마다/가지가 흔들흔들//
바라보는 할머니 마음도/조마조마//
-「898번지 까치집」 전문
「898번지 까치집」를 읽다 보면 이영희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가장 잘 전해진다. 겨울바람이 앙상한 감나무를 흔들 때마다 까치집이 떨어질까 봐 안쓰럽게 쳐다보는 할머니의 마음이 조마조마 하다고 한 것을 보면 시인이 까치, 할머니 모두 따뜻하게 품어 주고 싶어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앞니 빠진 할머니에게 석류 두 알을 끼워드리고 싶어 하는 「석류알」, 푸릇푸릇 열무 속에 숨어 있던 달팽이를 지키고 싶은 「돌돌돌」 모두 이영희 동시인의 마음처럼 따뜻하다.
마냥 놀고 있는/가을 햇살이 아까운 할머니//
앞마당 가득/악기를 ?쳐 놓는다//
누런 메주콩/차르르 차르르 콩콩콩/이리저리 튀고//
잘 마른 들깻대/투닥투닥 자르르 자르르/바닥에 쌓일 때/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장단 맞추느라 떨어진다/철퍽!//
-「할머니의 가을 연주회」 전문
「할머니의 가을 연주회」는 눈에 그려지는 듯한 가을 풍경을 볼 수 있다. 할머니는 매해 “힘이 들어 내년에는 농사 못 짓것다” 말씀하시지만 아들딸 손자 손녀들을 먹일 생각에 가을 햇살조차 아까워 마당에 곡식을 한가득 내어 말린다. 그 모습을 연주회를 여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표현한 시인의 시선이 아이들 시선처럼 재밌다. 그리고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시내버스 535번을 기다리는 「해바라기 정류장」은 할머니와 손자의 마음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줘 가슴이 따뜻해진다.
4부에서는 이옥란 시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꾸밈없이 풀어낸 이옥란 시인의 동시는 아이들의 마음을 모두 알고 있는 듯 쉽게 읽혀진다. 또한 생물과 사물들의 말을 사람처럼 생각하여 그들의 말과 이야기를 알콩달콩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바닷가에 다녀온 운동화가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듣고 싶어 설레는 「운동화 일기」, 새로 산 필통한테 밀린 헌 필통과 바비인형의 대화가 돋보이는 「내가 밀린 이유」, 계단을 한칸 한칸 오르며 운동하는 「참새운동」을 읽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그들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숙제했니?/학원은 다녀왔어?/방정리는?//
엄마의 야단주머니는/매일매일 불록불록//
좀 기다려 주지/엄마는 새치기 선수다//
앗! 오늘 숙제/깜빡하고 안 했다//
내 걱정주머니도/볼록볼록//
-「두 주머니」 전문
「두 주머니」는 엄마에게 야단과 잔소리 주머니가 있다면 아이에게도 걱정주머니가 있다고 표현한 재밌는 동시이다. 엄마의 잔소리는 아이가 잘되라고 언제나 야단주머니가 불룩불룩 하지만, 오늘 숙제를 깜박한 아이도 걱정 때문에 걱정주머니가 볼록볼록하다고 하여 엄마와 아이의 마음을 모두 대변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나타나 있다.
5부에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낸 정지선 시인의 작품을 모았다. 정지선 시인의 동시는 아이들의 마음을 실감 나게 표현한 것이 매력이다. “그렇게 몇 번이나 서로 어긋났지만/그래도 끝내 우린 해냈지(「방방을 타며」)”에는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려는 아이들의 마음이 있다. 전교생이 딱 두 명인 학교에서 짝꿍이 전학 갈까 봐 전전긍긍하는 아이의 마음을 담은 「새학년」, 마지막 학원 끝나고 집에 가는 아이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가벼운 마음을 표현한 「금요일 밤」, 친구 사이의 우정을 동글동글 이라는 말 속에 재미있게 담은 「절친」 등을 읽어 보면 아이의 속마음을 절묘하게 표현했구나, 하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툭,/하면 삐지는 짝꿍
콩,/때려주고 싶지만
꾹,/눌러 참는다
딱,/두 명 뿐인 2학년//
쭈-욱/함께 지낼 내 짝꿍//
-「짝꿍」 전문
아주 작은 시골 학교라서 2학년이 딱 두 명뿐이다. 그러니 짝꿍이 얼마나 소중할까? 그러나 짝꿍은 걸핏하면 ‘툭’ 삐진다. 마음 같아서는 ‘콩’ 때려주고 싶다. 그래도 ‘꾹’ 참아야 한다. 왜냐하면 딱 두 명뿐이니까. ‘쭈욱’ 함께 지낼 친구 사이의 관계를 ‘툭’ ‘콩’ ‘꾹’ ‘딱’ ‘쭈-욱’ 이라는 짧은 말 속에 함축해서 실감나게 표현했다. 이 동시는 말의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점이 매력이다.
마지막으로 6부의 최성자 시인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관심이 많아 아이들을 대변한 마음을 간곡하게 표현한 동시가 많다. 달콤한 자유 시간을 바라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지우개똥」, 수능시험이 멀었는데도 시험 공포에 빠져 걱정이 앞서는 「벌써부터」,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의 심리를 실감 나게 표현한 「사춘기」 모두 최성자 시인이 아이들의 마음을 콕 집어낸 듯이 표현했다. 아이들이 현실에서 겪고 있는 마음을 알아줘서일까? 아이들은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 엄마가 그릇을 구석구석 닦으면 그릇들이 말간 얼굴로 뽀드득뽀드득 윙크하는 「설거지」, 공부도 운동도 방 정리도 잘못하지만 언젠가는 엄마 아빠에게 큰 기쁨을 주는 아이가 될 거라 믿음을 주는 「늦게 피는 꽃」으로 보답하고 있다.
새벽까지 눈이 왔다//
뿔 달린 꼬마 도깨비 눈사람/어디 두고 왔을까 도깨비 방망이//
책가방 멘 눈사람/해바라기 하다 눈물 흘린다/훌쩍훌쩍//
털모자 쓴 어린왕자 눈사람/빨간 코 되었다/콧물 찍찍//
오늘 운동장에 /전학 온 친구들 많아서 좋다/참 좋다//
-「전학생」 전문
「전학생」은 전학 온 친구들이 많기를 바라는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읽히는 동시다. 눈이 많이 온 날 시골 학교 운동장에서 신나게 눈사람을 만들고 보니 아이들에게는 눈사람도 친구이다. 수업 종이 울리면 같이 손잡고 교실로 들어갈 것만 같다. 동화적 상상력으로 풀어 쓴 이 동시는 학생수가 적은 시골 학교 아이들에게 최성자 동시인이 주는 선물과도 같다.
이처럼 『참 달콤한 고 녀석』은 여섯 명 시인의 작품을 모은 6인 동시집이다. 여섯 시인의 다양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아이들의 다채로운 마음을 만나다 보면 어느덧 동시의 달콤함에 빠져들 것이다.
[시인의 말]
동시를 쓰면서 어린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언제 어디서 만나도 동시는 참 반갑고 좋은 선물이 되었습니다. 잊고 지냈던 꿈을 다시 꾸면서, 허투루 보았던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심의 길을 함께 해 온 여섯 친구가 여기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동안 생각을 나누고 동시를 함께 읽으며 자기만의 빛깔을 가꾸어 온 친구들입니다.
이 동시집에는 각자의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과 삶이 담겨 있지만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르게, 그러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것일 테니까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 속으로 어린이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우리들의 다채로운 마음이 어린이들에게도 오롯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시인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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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김경숙
일주일에 한 번씩 시골 학교 아이들을 만나서 독서수업 하는 일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림책 『게으름 귀신 쫓은 팥죽 한 그릇』을 냈고, 〈전북동시읽는모임〉, 〈전북아동문학회〉에서 동시와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저자 : 송현주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과에 5년째 다니고 있으며, 토끼랑 발 맞춰 살 것 같은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 서정적인 풍경을 좋아합니다. 〈전북동시읽는모임〉에서 동시를 쓰고 있습니다.
저자 : 이영희
『전주사람 전주이야기』에 동화 「창암 바람」을 발표했고, 〈전북동시읽는모임〉, 〈전북아동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도서관, 지역아동센터에서 그림책놀이와 역사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 : 이옥란
전주사람 전주이야기』에 동화 「이거 먹어 볼래」를 발표했고, 『다시 읽는 우리 옛이야기3』(공저)를 냈습니다. 30여 년간 유치원 교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저자 : 정지선
『전주사람 전주이야기』에 동화 「한벽당 괴물」을 발표했으며, 인형극 〈백개의 부채〉로 각색되어 공연되고 있습니다. 〈전북동시읽는 모임〉 〈전북아동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자 : 최성자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학교에서 독서논술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전주 사람 전주이야기』에 동화 「도내기샘」을 발표했고, 〈전북동시읽는모임〉, 〈전북아동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 : 양소이
대학에서 디지털아트와 디자인을 전공하였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그림을 그리며 행복을 느낍니다. 그림을 통해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작품으로 『소풍 가는 날』, 『무지개 줄넘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