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옛 재단 복귀 판결로 홍역을 치렀던 서울 상문고등학교가 새학기를 맞아 다시 정상수업이 차질을 빚는 등 파행을 거듭하 고 있다. 다시 복귀한 재단측이 94년 성적조작 등 비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장모(60) 당시 교감을 3월 1일부로 신임 교 장으로 임명한데 대해 교사 및 학생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데 따른 것. 특히 장교장이 1일 담임교사 명단을 발표하면서 전교조 소속 교사를 대폭 배제하고, 비 전교조 교사들로 대체한 데 대해 공동대책위 소속 교사들이 항의하고 있다. 일부 반의 경우 담임이 2명 임명된 셈이어서 새 학기를 시작해야하는 마당에 학생들
은 큰 혼란을 느끼고 있다.
지난 2월 9일부터 교무실에서 농성을 계속해 온 상문고정상화 공동대책위 소속 교사 54명은 2일 오전 6시30분부터 마스크를 쓴 채 교문 앞에서 “성적조작에 연루된 장교장의 선임을 취소하라 ”며 장교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침묵 시위를 벌였다. 또 신학기 를 맞아 등교하던 2, 3학년 학생 1600여명도 동참, “내일부터 예정된 수업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나섰다.
장교장은 이날 오전 8시40분쯤 출근을 시도하다 교사 및 학생들 과 졸업생 30여명에 의해 교문밖으로 밀려났다. 이날 개학식과 입학식도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했다.
공대위 대표 최인환(44)교사는 “재단측의 조치는 94년 이후 지금까지 교사와 학생들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온 것을 무력화하자는 의도”라며 “고질적인 사학비리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학교수업이 다소 차질을 빚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장교장은 1일 비상회의를 소집, 지난달 17일 발표된 부장교사 및 담임교사 임명을 취소하고 새로운 명단을 통보해 공대위 소속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신임 장교장은 이날 “비리 혐의에 관해서는 이미 법적인 책임을 진 상태로 교장으로서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다”며 “새로운 부장 및 담임교사의 임명은 새로운 교장 취임에 따른 당연한 조치일 뿐”이라고 주장했
다.
〈강연곤·김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