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에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쩌다
나처럼 아직도 구식 휴대전화기, 할배 폰을 쓰는 사람을 만나면 동지를 만난 듯 반갑다. 그런데 아직도 소수의 사람이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않고 할배 폰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다음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스마트 폰이 가진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용 방식을 익혀야 하는데, 그것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므로 기능이 단순하여 사용이 간편한 할배 폰으로 전화 송수신할 때만 사용하며 마음 편하게 살고자 하는 경우.
나이 들기는 했어도 첨단기기 사용에
남다른 취미가 있고, 젊은이들
못지 않게 컴퓨터를 비롯한 이런 기기의 사용법을 빨리 습득하는 편인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다.
둘째, 전화 송수신 외에 사진 촬영, 음악 듣기, 영상 감상, 길 찾기 등의 부가 기능을 사용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경우.
집 밖에서까지 그런 일로 바쁘게 지낸다? 사진을 찍을 일이 있으면 거의 10년 전에 사서 자동차 글러브 박스에 모셔둔 구식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면 되지만, 그럴 일이 별로 없다. 음악 감상이나 영화 감상까지 전화기로 해야 하나? 낯선 데로
갈 때에는 미리 컴퓨터로 지도를 뽑아 두면 되고. 요컨대, 집을
떠나서 이런저런 일로 바쁘게 지내는 게 싫다. 간편하게 사는 게 좋은 거지 뭐.
셋째, 스마트 폰의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접속 요금, 길 찾기 기능 사용을 위한 월정 수수료 등, 재래식 휴대전화기보다 적지 않은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우.
나같이 연금으로 생활하며 매월 수입과 지출을 아슬아슬하게 맞추며 사는 백수에게는 매달 $50
정도의 추가 지출이 매우 부담스럽다. 사실은 이 때문에 내가 스마트 폰이라는 재미있는 장난감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장난감이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물건이니 없다고 답답할 일은 없다.
그런데 나는 스마트 폰이든 할배 폰이든, 전화라는 문명의 이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교통사고로
성대를 다친 이후로는 날씨가 궂거나 피곤하면 목소리를 내기가 좀 힘이 들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전화로 수다 떠는
걸 본래 좋아하지 않아서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걸려 오는 전화는 어쩔 수 없이 받기는 하지만, 간단히 요점만 사무적으로 말하니 전화 건 사람도 재미가 없을 것이다.
전쟁 직후에 강원도 시골에서는 드물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집에 전화가 설치되어 있어서
어릴 적부터 전화를 익숙하게 사용하던 내가 언제부터 전화기를 성가신 물건으로 여기게 되었을까? 그건 L 전자에서 소비자서비스 책임자로 일하며 온종일
성난 소비자들의 전화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는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불만을 터뜨리는 소비자들의 전화를 온종일 받아야 하는 생활을 8년이나 했더니 나중에는 전화벨 소리만 울려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전화 울럼증이 생겨버렸다. 그래서인가? 전화기는
반갑지 않은 물건이자 짜증스러운 물건이라는 그 당시에 머리 깊숙이 박힌 생각이 가시지 않아서인지 전화 울럼증은 아직도 여전한 편이다.
그런저런 이유로 전화보다는 이메일을 소통
수단으로
주로
택하다 보니 전화로 얘기를 나눌 일이 점점 줄어서 요즈음은 내 휴대전화기로는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밖에는 전화가 걸려 오지 않는다. 어쩌다 걸려 오는 것도
사기성 짙은 광고 아니면 외출한 아내가 밥솥 스위치를 눌러 놓으라고 당부하는 전화 정도다.
이메일로 소통하면 좋은 점이 참 많다. 언제 걸려오든 받아야 하는 전화와 달리 내가 원할 때에 볼 수 있고, 인사치레 없이 요점만 말해도 실례가 되지 않고, 기록이 남으니 피차 자신이 쓴 글에 책임을
지게 되고,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 되는 등, 이메일의 장점이 한둘이
아니다.
내가 이메일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외부와의 소통은 아내라는 대변인의 몫이다. 나에게 용건이 있어도 대개는 아내의 전화를 거치는 것 같다. 나는 무슨 전화든 한두 마디면 용건을 끝내는데, 아내는 수십 분이나 늘려서 얘기하는 걸 옆에서
듣다 보면 짜증스러워하다가도 참 희한한 재주라고 감탄하기도 한다.
전화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스마트 폰이든 할배 폰이든 매 한 가지다. 그러니 내가 호주머니에서 할배 폰을 꺼내더라도 못 본 척 하시옵고, 나에게 용건이 있으시면 전화보다는 이메일을 이용하시옵소서.
2014년 8월 15일
첫댓글 동감이다. 사실 내가 스마트폰으로 바꾼 건 내 의사도 아니고 자식들이 강권하며 사주었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필요한 건 먼길 자전거로 떠나면서 지도를 프린트 해가는 게 10매 내외가 되는데, 스마트폰의 위성지도가 그걸 유용하게 대행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동호회원과 가족끼리의 카톡을 통해 늘 소식을 주고받는 것 때문이다. 이놈의 스마트폰 걸핏하면 무슨 "알림"창이 뜨면서 업데이트하겠느냐 하고 묻고, 따라서 진행하면, 신상정보를 다른 곳에 사용해도 되느냐고 묻는다. 그건 무조건 ok를 놔야 다음단계로 진행되니, 그게 싫다 완전발가벗겨지는 것 같은 그 몹쓸 기분! 참 애물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