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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닉네임: 땡깡히어로
메일주소: wnsal2233@hanmail.net
총 분량(몇 편): [1~89(完)]
하고 싶은 말: 결과는 부딪혀 본 후에 일. 일단 개기자!-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출처: Τ.Ι.Λ.Μ.Ο.〃백묘[白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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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수 육아일기 11…[팬미팅]
"너 또, 다희 데려왔어?"
준형이 차 뒤편에 앉은 희찬을 돌아보며 핀잔주듯 말했다.
준형의 말에 희찬이 왜냐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준형은 희찬의 눈빛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너 오늘 다희 볼 시간 없어! 빨리 빨리 움직여야 된다고."
"알아."
희찬의 대답에 준형은 더 미치겠단 얼굴을 하고는 말했다.
"왜 이렇게 태평하게 대답하느냔 말이다!"
"그럼 안절부절 못해야 하는 거야?"
"이 자식아. 나한테 맡길 생각이라면 접어! 나는 절대 나다희를 맡지 않을 거야!
이 울보 녀석을 맡아주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구!"
"씨잉…. 아빠, 아빠!"
"응?"
준형이 눈을 부리부리 뜨고 자신을 노려보자,
매번 울기만 하던 다희가 이제는 익숙해진 건 지 울기는커녕 준형처럼 눈을 부릅떴다.
그래도 무섭긴 한 지, 희찬의 다리 뒤로 쏙 숨으며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희찬을 불렀다.
다희의 부름에 희찬이 고개를 내려, 다희에게 시선을 줬다.
"주녀삼천은 나빠! 매일 매일 다희만 너 미워! 이러케 해!"
(준형삼촌은 나빠! 맨날 다희만 미워해!)
다희의 말에 희찬이 싱긋 웃으며 다희가 귀여운 지 다희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이내 다희와 쌍으로 준형에게 레이저빔을 쏴댔다.
둘의 눈빛, 레이저빔에 이기지 못한 준형이 휙 몸을 틀어버렸다.
"아, 정말! 너희 둘만 보면 내가 속이 터져! 다희는 니가 알아서 해!"
버럭, 외치고 뭐라고 구시렁거리며 준형에 뒤에 대고
다희가 혀를 쭉 내밀고는 말했다.
"메에에에-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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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오늘 갈거냐?"
"당근이지! 당연 가야지, 안 그러냐?"
"당연히 가야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희찬이 팬미팅 하는 날인데~"
교실에 들어선 다비는 두런두런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여자애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창가 제일 앞자리인 자신의 자리에 가 앉았다.
앉아서 멍하니 창 밖을 쳐다보다 하늘을 보고 있자니…다희 생각이 나서 다비는 빙그시 웃었다.
다비는 자신이 웃고 있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 채, 빙글빙글 하늘만 보며 웃을 뿐이었다.
"은다비."
다비는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하늘에서 시선을 떼, 자신을 부른 사람을 쳐다봤다. 윤미였다.
여자애들을 이끄는 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다비는 윤미가 자신을 부르는 영문을 몰라, 눈을 말똥말똥 뜨고 윤미를 바라봤다.
무표정하게 다비는 내려보던 윤미가 다비의 책상에 양 손을 짚고는 씩 웃었다.
"너도 갈래?"
-
"괜, 괜찮대도!"
다비가 손사래를 치며 윤미의 손을 뿌리쳤다.
윤미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허리에 손을 얹고 서 있다가,
다시 다비의 손을 잡고는 억지로 질질질 끌고 도로변으로 나갔다.
"일도 없다며? 원래는 일 있는 날인데, 오늘 쉬는 날이라며?"
"그, 그래도! 나 그런 데 갈 돈도 없단 말이야."
"그냥 그런 데라니? 그냥 팬미팅이 아니야! 나희찬 팬미팅이라고!
너도 나희찬 좋아하잖아, 안 그래?"
"아니야! 나는 나희찬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퍼득- 대답하려던 다비는 입을 다물었다.
다희에 대해 말하는 게 쑥스럽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모두에게 알리고 싶을 정도로 당당하다.
물론,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단 사실로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다비에게 떠오른 것은
다희가 자신의 아이란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 후에 희찬이 난감해진다는 생각이었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그런 생각 따위로 주춤 대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비는 희찬을 난감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라?"
윤미가 되물었다.
"아니, 아니야. 좋아해. 좋아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돈이…"
"에이, 좋아하면은 다 된거야! 그리고 팬미팅에 돈 내는 건, 솔직히 별로 안 돼.
팬들이 해주고 싶어서 돈 모아 내는 건 있어도. 너, 팬미팅 한 번도 안 가봤구나?"
윤미의 말에 다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미는 씩- 시원스레 웃으며 다비의 손을 이끌었다.
이 미소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을 사는 걸까. 생각 될 정도로 호의적이고 매력적였다.
다비는 윤미의 기분 좋은 미소에 홀리듯, 픽 웃으며 윤미에게 이끌려 희찬의 팬미팅으로 향했다.
정하한테는 친구와 같이 놀러 간다는 문자를 남겨 놓고.
#
희찬은 스케줄 내내, 다희를 맡지 않겠다는 준형에게
억지로 다희를 떠넘기고는 무대에 올랐다.
다희도 준형이 싫은 지, 징징거렸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옆에 있는 다른 연예인 동무들에게 맡길까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준형이 아무리 진저리 치며 싫어한대도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어쨌든 모든 무대 스케줄을 마치고 차를 타고 다음 스케줄 장소로 향했다.
"이번엔 다희 절대 안 맡는다."
준형이 진이 다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진이 빠진 채로 말하는 준형의 볼에는 손톱으로 긁힌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이번만큼은 희찬도 미안한 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 희찬은 이내 무슨 생각이 떠오른 건지 밝게 웃으며 말했다.
"팬미팅이잖아. 다희도 같이 나가면 돼!"
-
팬미팅 장소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희찬이 아이돌인만큼, 나이 있는 사람보다는 10대 위주. 물론, 10대 중에서도 여학생들.
아직 교복도 안 갈아 입고 온 사람들이 수북했다.
윤미와 윤미 패거리, 다비처럼 학교 끝나고 바로 온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다비는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한 듯 두리번 거렸다.
윤미는 그런 다비가 아이라도 된다는 양, 혹여 잃어버릴까. 손을 꽉 잡았다.
"곧 팬미팅이 시작합니다~"
사회자 역활을 맡은 희찬의 동료 연예인의 말에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소리도 질러댔다.
그런 시끄러운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은 지, 다비가 분위기에 어우러지지 못한 채 서먹서먹해 했다.
"진짜 처음 와 보나 보네."
윤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비를 쳐다보며 말했다.
윤미의 말에 다비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사회자가 뭐라고 하는가. 싶더니, 아이들 시선이 모두 무대로 쏠렸다.
비명소리뿐만이 아니라,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비롯해 가지각색의 소리를 내며 아이들은 희찬을 맞이했다.
그리고 희찬의 손에 이끌려 나오는 다희의 모습에 더더욱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그건 다비도 마찬가지였다. 희찬의 인기를 실감하며 놀라워하고,
희찬의 손을 잡은 채, 해맑게 나오는 다희의 모습에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다희야…."
다비의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윤미가 씩 웃었다.
"너도 다희 좋아하는 구나?
나야, 별로 아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물론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근데 다희는 나희찬 얘라니까 특별하게 내가 좋아해주고 있어. 너도 그래?"
"으, 응."
윤미는 아직도 다비가 희찬의 팬이라고 여기고 있는지,
다비에게 자랑스럽게 늘어놓으며 물었다.
다비는 윤미의 물음에 대충 대답해주며 넋을 놓고, 싱글벙글 하며 예쁜 딸, 다희를 응시했다.
"안녕하세요. 와- 엄청 많이 와줬네요.
여러분~나 기분 엄청 좋아요. 하하."
희찬의 인사에 쏟아지는 비명소리.
목이 아프지도 않는지 쉬지도 않고 질러댄다. 희찬이 말할 때만 빼고?
어쨌든 희찬의 인사로 팬미팅은 시작됐다.
팬들이 희찬을 위해 준비한 각종 이벤트, 선물.
더불어 희찬이 팬들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와 작은 선물 몇가지.
정해진 순서대로 팬미팅이 진행 되었다.
팬들이 준비한 이벤트와 선물에 희찬이 좋아라. 하는 것도 잠시.
이번엔 희찬이 준비한 이벤트를 풀어놓을 차례였다.
"본의 아니게 이벤트가 바뀌게 됐는데요.
원래 제가 여러분한테 노래 불러 드리는 거였잖아요, 근데…특별히 우리 다희가 불러주기로 했어요."
희찬이 밝게 말하며 자신의 옆에서 말똥말똥 사람들을 구경하는
다희를 내려보다가, 다희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하도 희찬을 따라 행사장이고, 공연장이고를 다닌 덕에
사람에 대한 낯가림도 없었고 이렇게 정신 없는 곳에서도 다희는 언제나처럼 해맑았다.
다희는 조금도 긴장하는 내색없이 희찬이 내미는 마이크를 손에 들고는 무대 가운데에 섰다.
다희가 아직 작은 탓에 마이크가 다희의 얼굴 만하게 보였다.
들고 있기도 다희에겐 버거울 정도로 마이크가 커보였다.
그래서 인지, 다희의 손이 더더욱 아기자기하게 보였다.
"아녕하세여! 나다희에여!"
(안녕하세요! 나다희에요!)
어느새 익힌 존댓말과 나다희라는 자신의 이름.
항상 다이, 다이라고 했던 말을 어느새 고친 것이었다.
다희의 발음이 다 새는 귀여운 인사에 사람들이 탄성을 흘렸다.
다희는 그래도 노래를 부르자니 부끄러운 지, 얼굴을 살짝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희찬이 싱긋 웃으며 노래를 틀어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희찬의 곡 멜로디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멜로디 소리를 들은 다희가 고개짓을 조금씩 하며 박자를 잡는가. 싶더니 조그마한 입을 열었다.
"나만 두지 마라여. 나 외롭게 하지 마라여.
그대만 사라하는데. 그대만 기대하는데.
왜 그러언 날 두고 가려해. 나 슬퍼여.
그대 떠나면 나 살지 모해여. 당시이 내 세상인 걸.
당시이 엄신 나더 엄는거얼."
발음은 다 새지만, 박자도 음정도 가사도 정확하게
다희도 희찬의 노래를 불러나갔다.
1절부터 시작해서 2절까지 다희는 막힘없이 노래를 불렀다.
희찬의 팬미팅에 온 팬들은 다희가 노래 부르는 것에 감탄사를 줄일 줄 몰랐다.
"가지마여."
다희의 노래가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노래 부를 당시에는 눈까지 지그시 감으며 정말 가수처럼 부르더니,
노래를 다 부르고 나니 빠르게 인사를 꾸벅 하고는 얼른 희찬의 뒤로 숨었다.
희찬은 그런 다희가 예뻐 죽겠는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짓고는
뒤로 숨은 다희를 품에 안고는 볼을 부비적거렸다.
그러다, 다희에 손에 들려 있는 마이크를 손에 들고는 말했다.
"그럼 원래 노래랑 비교하시죠."
희찬이 싱긋 웃어보였다.
"나만 두지 말아요. 나 외롭게 하지 말아요.
그대만 사랑하는데. 그대만 기대하는데.
왜 그런 날 두고 가려해. 나 슬퍼요.
그대 떠나면 나 살지 못해요. 당신이 내 세상인 걸.
당신 없인 나도 없는걸. 꿈결 같은 시간 속을 헤매였죠. 당신이 떠난 후.
지난 추억 속만 질리도록 헤매였죠. 눈을 뜨고 싶지 않아요.
아침 햇살이 나를 내리쬐면 나는 또 다시 느끼게 될 테니까.
당신이, 내 세상이 이제는 내 곁에 없다는 것을 느낄 테니까.
같은 땅 아래라도 있어주면 안 되는 거였나요. 왜 그렇게 멀리 떠났나요.
다신 만날 수 있단 기대도 하지 못하게, 그렇게 떠났나요.
그곳은 행복한가요. 나 없이도 웃을 수 있는 정말 좋은 곳인가요.
난 그게 걱정이에요. 행복하지 못할 까봐. 그대, 하늘에서도 울고 있을까봐.
못난 나를 용서해줘요. 아픔도 몰라주고 당신이 창백한 얼굴이 될 때까지 몰라서 미안해요.
당신이 말하기도 전에 알았어야 하는건데, 알지 못해 미안해요.
아침 햇살이 비추네요. 눈을 뜨지 않았는데도 느낄 수 있어요.
그대 손길 같네요. 언제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부드러운 손길 같아요.
그 손길이 따스하게 내 머리를 만져주는 것 같아, 눈물이 나요.
눈을 뜨지 않았는데도 결국, 난 아침을 느끼죠. 그대가 없음을 느끼죠.
이렇게 애원할게요.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올 순 없나요.
정말 먼 길이라는 것을 알아요. 하늘로 가는 길이 얼마나 먼 줄 알아요. 하지만 부탁할게요.
가지말아요. 가지말아요. 가지말아요."
풍부한 성량. 그리고 매혹적인 목소리.
아이들이 왜 그토록 희찬한테 열광하는 지 알 것 같았다. 보기 드문 인재였다.
요즘 가수들을 뛰어넘는.
노래실력보다는 비주얼이 우선이 된 지금에 찾아보기 힘든.
게다가, 성형수술로 얼굴을 고치는 사람이 늘어난 지금에 성형수술도 하지 않은 얼굴인데도
빛이 날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니, 아이들이 열광할 만했다.
다비는 처음으로 느꼈다.
TV를 볼 여력도 없는 다비였기에, 일하는 곳에서 힐끔, 힐끔 보던 TV로 가끔 보던 희찬.
그땐 일하는 중이라, 이렇게 진지하게 느낄 수 없었는데
정말 음악 하나에만 집중했을 때, 희찬의 목소리 하나에만 집중했을 때.
희찬은 최고였다. 정말로 희찬의 팬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잠시, 멍하니 있던 다비는 노래가 끝 맞쳐지자, 아이들의 함성소리에 퍼득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중얼거렸다.
"멋지기는 무슨. 우리 다희만큼일까."
희찬은 환호성 소리를 들으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다희가 훨 낫죠?"
희찬의 물음에 아이들은 그냥 웅성거릴 뿐,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간혹, 네. 라고 하는 아이도 있었고 아니요! 라고 외치는 아이도 있었다.
"당근, 우리 다희가 낫지."
그 사이에는 작게 중얼거리며 답하는 다비도 있었다.
"그 다음으로 선물 증정과 사인시간 갖겠습니다."
희찬이 살짝 웃어보이며 말하고는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무대 아래로 내려온 희찬은 곧바로 선풍기 앞으로 달려가서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우아- 시원해. 형, 우리 다희 정말 노래 잘 부르지 않아?"
희찬의 물음에 준형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다희를 째려봤다.
다희도 이에 질세라, 준형을 흘겨봤다.
[★]인기가수 육아일기 12…[배웅]
"진짜 안 돼!"
"왜 안 되는데! 여기까지 와서 사인도 안 받고 그냥 가자고?"
"아니! 나는 안 받는다고. 난 괜찮으니까 애들이랑 가서 받고 와!"
다비가 자신을 자꾸 사인을 받으러 가자며 이끄는 윤미를 뿌리쳤다.
분명, 희찬의 옆에는 다희가 있을거고 다희는 자신을 보자마자 달려오며 '엄마!'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공식적인 곳에서 있으면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일.
다비는 그 일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든 윤미의 손을 뿌리쳐냈다.
하지만 윤미는 끈질기리만큼, 자기 의지가 강한 아이였다.
어떻게든 다비를 끌고 가겠다는 신념인지 다비의 의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비를 이끌었다.
게다가, 힘은 어찌나 장사인지. 이길 도리가 없었다.
낑낑 메며 결국 끌려온 다비는 안절부절 못하며 도망 가기 위해 안감힘을 썼다.
그런 다비의 눈에 다희가 들어왔다.
다희가 보일 정도로 가까워진 것이다.
다비는 심장이 쿵덕쿵덕, 뛰었다. 지금에라도 다희가 자신을 발견한다면?
다비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긴장이 되서 숨도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제발……나 좀 나둬!"
결국, 다비가 버럭 작게 화를 냈다. 시선이 몰리면 다희가 보게 될까. 곤란했기 때문이다.
다비의 짜증에 윤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비는 한숨을 푹 내쉬며 윤미가 잡은 손을 차갑게 뿌리쳤다.
'친구 따위 없는 게 역시 편해.' 다비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래 혼자 살아오며 느낀 바였다.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어느새 떠나가고, 떠나가서 자신을 욕하기 일쑤.
그럴 바에야 아예 사귀지 않는 게 좋다고 판단한 친구라는 존재.
다비에겐 친구라는 게 그런 거였다.
하지만 기분 좋게 다가오는 윤미가 싫지 않아, 잠시 친구로써 받아들였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귀찮을 뿐이었다.
다비의 눈빛이 일순간에 무감각하고 차갑게 변했다.
예전과 같았다. 남들에게 관심 없고, 무감각하고.
며칠 전, 희찬의 얘기가 나왔을 때(다비에게 관심 요소는 희찬이 아닌, 다희였지만.) 보였던
눈빛으로 인해 윤미를 이끈 것이었는데, 그 눈빛은 한순간에 꿈처럼 사라져버렸다.
윤미는 다비의 눈빛이 바뀐 것을 보고는 계속 웃고 있던 얼굴이 무표정하게 변했다.
"나 좀 제발 나둬. 받기 싫다잖아? 귀찮게 왜 이래?"
다비가 짜증스럽게 말하고는 휙 몸을 틀었다.
윤미가 인상을 찡그리고는 그런 다비의 손목을 붙잡았다.
"놔!"
다비가 거칠게 윤미의 손을 뿌리쳤다.
"나한테 예전처럼 그냥 무관심하게 대해.
나는 그게 편해. 학교에 다니는 것도 사실, 별로 그닥 좋은 건 아니야.
당장이라도 학교를 끊어버리고 일에만 진념하고 싶어. 돈이 항상 딸리고 부족해서 그러고 싶어.
근데 친구, 정하. 정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니는 거야. 정하가 하도 뭐라고 그래서.
그러니까 제발 나 좀 나둬. 귀찮으니까."
"다비야. 너는 니가 세상에 대해 정말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세상을 이미 다 겪은 사람처럼 말해. 너 아직 나랑 같은 19살이야."
윤미가 진지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다비는 윤미가 너무도 진지하게 말해, 무심하게 휙 돌아설 수가 없었다.
멀뚱히 서서 있던 다비가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너랑 같은 19살이면? 너희랑 같은 19살이면? 같다고 생각 하는 거야?"
다비가 비웃음을 입가에 띄웠다.
"난 너희랑 달라. 너희랑 같은 19살이 아니야.
어떻게 해야 돈을 더 벌까, 어떻게 해야 돈을 알뜰하게 쓸까.
어떻게 해야 사기를 안 당할까. 어떻게 해야 이 엿 같은 세상에서 버티면 살까.
그 궁리를 하고 살아. 너희처럼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졸졸 따라다닐 생각이나 하면서 맘 편히 못 산다고!
알면 뭘 알아? 내 사정이 어떤 지 니가 알기나 해? 세상을 다 겪은 사람처럼 말한다고 했지?
그래, 맞아. 세상을 다 겪은 사람처럼 말하게 돼. 세상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알게 됬거든.
결국은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됬거든. 꿈도 돈이 있어야 이룰 수 있는 거거든.
난 그렇게 알고 있거든. 정말 난 그렇게 알고 살고 있거든."
말을 끝마친 다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피곤함에 지친 한숨 소리에 윤미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다비를 응시하다 말했다.
"그래도 너는 우리랑 같은 19살이야.
그렇게 세상을 비난하며 살지 마. 궂은 일을 당하면서도 웃는 사람들은 세상에 많아."
윤미의 위로에 다비는 멍해졌다.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위로라는 걸 아는데도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미안, 화내서…."
"아냐, 괜찮아!"
윤미가 여느때와 다를 것없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다비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려 주고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제부터 내가 니 친구가 되 줄게.
김정하, 걔가 니 친구지? 친구는 많을수록 좋은 거거든.
나도 니 친구 될게. 그러니까, 세상을 너무 힘들다고 생각 마.
너 혼자 사는 거라 생각하면 원래 더 힘든 거야.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
김정하가 있어서 니가 학교를 나온다고 했지? 나 때문에 편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나 때문에 마음에 평온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그렇게 할게. 언제나 내 옆에서 만큼이라도 니가 마음을 푹 놓고 세상을 즐길 수 있도록 도울게."
윤미의 말에 다비는 울컥- 가슴에서 뭔가 치밀어 올랐다.
"사인 받기 싫다고 했지? 그럼 먼저 가. 난 받고 갈래!"
윤미의 말에 다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비는 얼른 몸을 틀었다.
가슴에 전율이 느껴졌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된 전율.
그냥 새로운 것을 알게 된 전율하고는 좀 다른 조금 더 가슴을 따뜻하면서도 짜릿하게 하는 전율.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가 점점 거칠게 변해가다, 다시 안정을 찾듯
짜릿하고 불안정하면서도 나쁘지 않은 전율이.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서 느껴지는 가슴 속 전율이 온 몸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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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하야."
"왔어?"
다비가 오자마자 소파에 앉아서 시큰둥한 표정으로 TV를 돌리던
정하가 벌떡 일어나며 다비를 맞이했다.
다비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해맑은 다비의 미소에 정하도 덩달아 씩 웃으며 물었다.
"친구랑 놀러 갔다 온다며? 친구 누구?"
정하가 관심스럽게 물었다.
부모님이라도 되는 양, 묻는 정하의 물음에 다비가 픽 웃으며 대꾸했다.
"같은 반에 윤미라는 애 있어."
"윤미? 아, 걔?"
"응. 우리 반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애."
"와- 그런 친구를 뒀단 말이야? 언제 사귄거야.
맨날 친구 없는 게 편하다면서 너 하나 만으로도 귀찮다면서 그러더니."
"……오늘."
"오늘?"
"응. 오늘 귀찮은 친구가 하나 더 들었어."
다비가 투덜거리듯 말하면서도 얼굴만큼은 맑게 갠 하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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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왔다!"
"엄마! 정아삼천!"
희찬과 다희가 명쾌하고 시끌벅적하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둘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던 정하와 다비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희찬은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자신을 마중 나오는 가족이라니. 얼마만에 느끼는 건가.
가족들이랑 같이 살 때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엄마고, 아빠고 언제나 바빴으니까.
"다희야!"
"우리 다희~"
하지만 희찬의 뭉클했던 가슴은 싸아하니 차가워졌다.
정하와 다비는 희찬의 품에 안겨 있는 다희만을 쏙 빼서는 소파로 다시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혼자 헌 신짝 처럼 버려진 희찬이 처량한 얼굴을 하고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야. 아무리 그래도 같이 사는데 예의로써라도 아는 체를 해줘야 하는 거 아냐?"
희찬이 투덜거리며 정하와 다비 반대 편 소파에 앉았다.
원망의 눈초리로 다비와 정하를 쏘아보지만,
둘은 그런 희찬을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희찬의 말마저도.
관심은 오로지 다희에게 뿐이었다.
희찬은 왠지 모를 쓸쓸함을 느끼며 소파에서 일어나려 했다.
"멋졌어."
다비가 일어나려는 희찬을 쳐다보며 말했다.
갑작스런 다비의 말에 희찬도, 정하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희찬은 다비의 시선이 자신한테 향해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되물었다.
"나?"
희찬의 물음에 다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르 웃었다.
희찬은 문득, 그 미소가 참 예쁘단 생각이 들었다.
희찬이 자신이 생각한 것에 대해 자각하기도 전에 다비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나 친구들이랑 니 팬미팅 갔었거든.
친구들이 데리고 가길래, 거의 끌려가다시피.
처음에는 별로 가고 싶지도 않았고 그랬는데, 가 보니까 좋더라.
가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어, 여러 재밌는 것도 구경하고…다희 노래 부르는 것도 보고."
다비의 말에 희찬과 정하의 눈이 커다래졌다.
커다래진 이유는 달랐지만.
"진짜? 진짜 왔었어?"
"응."
"와! 역시, 너도 내 팬이었구만!
어쩐지…. 우리 집에서 산다고 할 때부터 알아 봤어야 하는 건데.
다희 핑계 대고 내 곁에 있고 싶어서 그런 거지? 아, 이 피곤한 인기를 어쩌면 좋아."
희찬의 말에 다비의 얼굴이 곱게 일그러졌다.
다비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본 정하는 이내 커다래졌던 눈을 원상태로 돌리며 픽 웃었다.
"그럼 그냥 친구들이랑 놀러 가는 식으로 간 거네, 팬으로써가 아니라."
정하의 결론에 다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도 봤어. 너 노래 부르는 것도 봤어, 정말 멋지더라.
이건 진심이야. 왜 애들이 좋아하는 지 알 거 같더라."
"하흠흠, 흠…."
다비의 칭찬에 희찬이 헛기침을 하며 다비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정하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그런 희찬과 다비를 번갈아 쳐다봤다.
어쩐지 친근해 보이는 둘의 모습에 질투가 일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다비가 희찬에게 싱긋 싱긋 웃어 보이는 게 싫었다.
잘 웃지 않는 다비가 웃어주는 건 그만큼 그 사람을 신뢰하고 마음을 열었다는 증거.
정하는 불안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다비의 예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나저나, 다희야."
다비가 다희를 불렀다.
다비의 부름에 다비의 품에 안겨 있던 다희가 고개만 들어 다비를 쳐다봤다.
"왜에, 엄마?"
"아까 최고더라! 노래 엄청 엄청 잘 부르더라!"
다비가 얼굴 가득 자랑스런 미소를 띄고 말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 쉽지 않았을 텐데,
게다가 가사까지 완벽히 외우고, 박자도 음정도 완벽했던 것 같다.
희찬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은 없었지만 느낌상 그랬다.
노래의 흐름상 틀림이 없음이 분명했다.
그러니, 다희의 엄마로써 다희가 엄청 대견스러울 것이니라.
다비는 다희의 머리를 헤집어 놓으며 다희의 볼에 뽀뽀를 연신해댔다.
"에이이이, 엄마. 뽀뽀 마니하면은! 다희 귀차나아!"
다희가 자꾸 뽀뽀를 해대는 다비를 밀어내며 칭얼거렸다.
그래도 마냥 좋은지, 다비는 다희에게 뽀뽀세례를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
"다시 나가야 돼."
희찬이 짤막하게 말하며 식탁에서 일어났다.
밥을 먹던 다비가 고개를 들어, 희찬을 쳐다봤다.
"일하러?"
다비의 물음에 희찬이 고개를 까닥여 보이고는 현관으로 향했다.
희찬이 현관으로 가는 것을 본 다희는 폴짝- 의자에서 뛰어내려서는 투다다- 희찬에게 달려갔다.
"아빠아!"
다희의 부름에 희찬이 멈춰서서 다희를 쳐다봤다.
"아빠 갔다 온다, 나다희!"
희찬이 다희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살살 치며 말했다.
다희는 희찬이 머리를 툭툭 치자 인상을 찡그리며 희찬을 흘겨봤다.
"씨이. 머리 탁탁, 하지 마!"
(씨이. 머리 치지 마!)
"왜? 기분 나빠? 자존심 상해?"
희찬이 고개를 쳐들고는 약 올리듯 말했다.
희찬의 행동에 다희가 입술이 대빨 나와서는 꿍얼거렸다.
"아빠 일 간다꼬오해서 다희가 밥 얌얌 하다가 와써.
근데에 아빠는 다희 머리 탁탁 하고! 나빠! 아빠 잘 가. 하러 나오지 말 걸!"
(아빠 일 나간다고해서 다희가 밥 먹다 말고 나왔는데,
아빠는 다희 머리 치고! 나빠! 아빠 배웅 하러 나오지 말 걸!)
다희의 투덜거림에 희찬이 픽 웃고는 입가에 승리의 미소를 띄우고는 말했다.
"나다희. 너는 아직 아빠의 상대가 못 돼."
희찬의 말에 다희가 인상을 팍 쓰고 희찬을 쳐다봤다.
희찬은 인상을 쓰는 다희에게 손을 작게 흔들어 보이고는 문고리를 손에 잡았다.
"어어? 아빠!"
"응?"
"가?"
"응, 가야지."
"아빠아!"
"응?"
"이러케 해 바!"
(이렇게 해 봐!)
이렇게 해보라며 다희는 허리를 푹 숙이는 시늉을 해보였다.
다희의 시늉에 희찬이 어리둥절해서는 허리를 숙여보였다.
그러자, 다희가 씩 웃으며 희찬의 볼에 쪽소리가 나게 입을 맞췄다.
"아빠! 빵빵 위험해! 하고 일 잘했어! 하고 와야 돼!"
(아빠! 자동차 조심하고 일 잘하고 와야 돼!)
"기분 짱 좋아, 다희야! 다희 짱이야!"
희찬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짓고는 좋아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가까스로 대답했다.
"다희 짱이야?"
"응! 다희 짱이야! 짱짱! 최고야!"
"헤헤! 다희도 아빠도 짱이야! 짱짱 최고야!"
다희가 조그만한 엄지 손가락을 양 쪽 다 들어 보이며 말했다.
배시시 웃는 귀여운 다희의 머리를 희찬은 마지막으로 쓰다듬어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배웅하겠다고 뛰쳐나간 다희 따라나온 다비는 다가오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가,
희찬이 나가자 다가와 다희를 안아들었다.
"다희 공주님. 아빠 배웅 잘 해줬어요?"
"배웅?"
"배웅. 다희가 아빠 앞에 가서 잘 다녀오세요. 했잖아.
빵빵 위험해! 라고 하면서."
"응!"
"그게 배웅이야."
"아아! 그럼 아빠 잘 가가 아니라, 아빠 배웅해야?"
식탁에 다시 자리하고 앉으며 다희의 엉뚱한 질문에 다비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앞에서 듣고 있던 정하도 웃긴 지, 픽픽 웃었다.
다희만이 영문을 몰라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을 뿐이었다.
"아빠 배웅해.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배웅. 이라고 하는 거야.
다희가 한 행동이 말이야."
"아아."
"그러면은 아빠 잘 가.하고 아빠한테 아빠 배웅하러 와써하면은 돼?"
"응! 우리 다희 정말 똑똑하네."
"헤헤! 다희 짱이야?"
"응, 다희 짱이야."
"다희 짱짱 최고야?"
"응! 다희 짱짱 최고야!"
"헤헤! 다희 짱이야, 짱짱 최고야! 엄마도 짱이야, 짱짱 최고야!
아빠도 짱이야, 짱짱 최고야!"
"나는?"
듣고 있던 정하가 섭섭하다는 투로 물었다.
정하의 물음에 다희가 꺄르르 웃으며 말했다.
"정아삼천도 짱이야, 짱짱 최고야아!"
[★]인기가수 육아일기 13…["…아빠 생각."]
아침 시간.
희찬이 일어나서는 눈을 부비적거리며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오자마자,
"밥!"
…이라고 외치곤 눈을 반짝이며 식탁에 가장 먼저 와 앉았다.
다비는 그런 희찬을 힐끗, 째려봤다.
다비의 눈빛을 눈치챈 희찬이 말했다.
"돈 안 줘도 돼.
니가 밥을 이렇게 매일 해준다고 약속만 한다면."
"좋아."
희찬의 말에 다비는 씩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다비의 웃음에 희찬도 덩달아 웃음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밥 줘."
희찬의 말에 다비가 밥그릇에다가 밥을 퍼와, 희찬의 앞에 놔줬다.
밥을 놓자마자 희찬은 역시나 게걸스럽게 밥을 먹어댔다.
다비는 밥을 먹는 희찬을 쳐다보고는 흐뭇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이 한 음식을 맛있게 잘 먹어준다는 것은 기분 좋은 게 당연했다.
다비는 희찬과 정하가 같이 쓰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방이 두 개뿐이라, 다비와 다희가 같이 쓰고 한 방은 희찬과 정하가 쓰기로 한 것이었다.
"정하야."
문에 짧게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정하는 소파에 드러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다.
"밥 먹어."
다비의 나긋한 말에 정하가 그제야, 책을 덮었다.
"오늘은 무슨 반찬이야?"
"뭐 어제 먹던 거 먹어야지, 맨날 바꿀 순 없잖아."
"에이. 그래도 바꾸지."
정하가 장난스럽게 투덜대며 부엌으로 향했다.
정하가 식탁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난 다비는 다희를 깨우러 발을 움직였다.
-
"야."
"왜."
"사람이 말을 걸으면 쳐다봐 주지 그러냐?"
"니 얼굴 보면 밥이 안 넘어가."
"왜? 내가 너무 잘 생겨서?"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묻는 희찬의 질문에 정하가 눈을 감았다 천천히 뜨며
이를 악 물고는 씩 웃었다.
억지로 웃는 미소는 괴기하게 일그러졌다.
정하의 얼굴을 보고도 희찬은 의기양양한 얼굴.
몽롱한 시선으로 앉아 있는 다희 입에 밥을 떠 먹이던 다비가 힐끔, 둘을 쳐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조용히…밥 먹자."
정하가 화를 속으로 삼키고는 말했다.
"난 벌써 다 먹었어."
"그럼 일어나던가."
"더 먹고 싶어."
"그럼 더 퍼 먹던가."
"더 줄까?"
다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희찬에게 물었다.
다비의 물음에 희찬의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이내 희찬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럼 어쩌라고 앉아 있는 거냐?"
정하가 불퉁스럽게 물었다.
정하의 불만스런 목소리에도 희찬은 꿋꿋이 식탁에 앉아서 숟가락만 입에 넣고 빨아먹었다.
"밥 다 처먹었으면서 뭘 그렇게 앉아서 뚫어져라 사람들 밥 먹는 걸 보느냐고!"
정하가 버럭 화를 내며 희찬을 노려봤다.
그도 그럴 것이, 다 먹었다면서, 더 안 먹는다면서 앉아서는 숟가락을 빨아대며
정하가 밥을 먹는 모습을 애처롭게 쳐다보다가 다희가 밥 먹는 걸 히죽히죽거리며 보다가,
다비가 밥을 먹는 걸 힐끔, 힐끔 보며 헤- 입을 벌리고 넋을 놓아대니…추잡스럽기 그지 없었다.
옛 말에도 남 밥 먹는데 옆에서 깔짝대는 꼴이 제일 꼴볼견이고 추잡스럽다는데,
그 꼴을 희찬은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먹고 싶은 걸."
"그냥 더 먹어. 하루 그렇게 먹는다고 살이 막 찌겠어?"
다비의 말에 희찬이 고민하는 표정으로 빠져들었다.
미간을 좁히고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 톡톡, 입술을 치는 희찬.
고민하는 희찬을 정하는 한심스럽다는 눈빛으로 흘기다가 다비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심하지도 않냐? 뭘 그렇게 챙겨주냐?"
정하가 다비에게 불만을 토로하자, 다비가 살짝 웃어보이며 답했다.
"밥 잘 먹어주니까 기분 좋잖아.
그리고 어찌 됐든 같이 사는데, 가족이랑 다를 건 없잖아."
다비의 말에 정하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차피 타인이야. 같이 산다고 가족은 아니잖아."
정하가 딱 잘라 말했다.
다비는 정하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남의 일에 신경은 잘 쓰지 않아도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아이였다.
작은 것이라도 도울 줄 아는 정 많은 정하가 저렇게 말하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뭐 어때."
다비가 꿍얼거리고는 밥을 입에 넣었다.
"나 더 줘."
희찬의 말에 다비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밥통으로 향했다.
밥을 푸러가는 다비의 뒷모습을 보던 정하가 인상을 쓰고는 희찬을 노려봤다.
"넌 발 없냐? 손 없냐?"
"쟤가 퍼준다잖아."
희찬이 태연스럽게 말했다.
정하가 하- 하고 헛웃음을 흘리고는 속이 타는지 물컵에 물을 들이켰다.
너무 당연스럽게 변해버린 희찬과 다비의 모습에
정하는 아래서부터 울컥거리며 치밀어 올라오는 질투에 짜증이 났다.
같이 지내서 친해지는 건 당연한 게 맞는데도 자꾸 질투가 나서 짜증이 났다.
정하는 답답한 듯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비야. 나 그만 먹을래."
"어? 왜?"
다비가 눈을 땡그랗게 뜨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디 아파?"
"아니. 그냥 좀 입맛이 없다."
"그래도 다 먹지."
다비가 섭섭한 얼굴을 하고는 말했다.
"미안."
정하가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는 욕실로 향했다.
다비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풀이 죽었다.
"맛없게 됐나?"
다비의 중얼거림에 희찬이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정하의 밥그릇을 자신의 앞에 가져다 놓고는 말했다.
"맛이 없긴! 정말 맛있는데. 이 맛있는 걸 맛이 없다니!"
희찬의 칭찬 아닌 칭찬에 다비가 히죽 웃었다.
희찬은 다비가 기분 상해 하는 것 같아 칭찬을 한 건 아니었는 모양인지,
정말로 맛있어하며 다비가 더 떠준 밥도 싹 먹고 정하가 남긴 밥까지 싹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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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요일이라 너네는 어디 안 가지?"
희찬이 옷매무새를 매만지고는 머리에 모자를 하나 쓰며 넌지시 물었다.
희찬의 물음에 다비가 고개를 까딱여 보였다.
정하는 희찬이 현관 앞에서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희찬이 힐끔 정하를 쳐다보곤 말했다.
"너는 나를 왜 배웅 안 해주냐?"
희찬의 말에 정하가 책에서 눈을 떼어 희찬을 한 번 쳐다만 보곤,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려버렸다.
"귀찮아서."
단조로운 답변에 희찬이 '저걸 그냥.'이라는 표정을 딱 얼굴에 드러내다가는
싱글벙글거리며 다비의 품에 안겨 있는 다희를 쳐다봤다.
"다희야!"
"응?"
"아빠 갔다올게!"
"응! 아빠, 다희가 배웅해줘!"
(응! 아빠, 다희가 배웅해줬어!)
"그래!"
"조심조심하기!"
"오케이, 마덜!"
"마더? 마더리 머야?"
(마덜? 마덜이 뭐야?)
"엄마라는 거야. 영어로 엄마."
"엄마! 근데…영어?"
"영어 몰라? A,B,C,D."
"에이,비이,씨,디?"
"그래, 그거!"
"이게 먼데?"
(이게 뭔데?)
"아니다, 됐어. 나중에 다희가 크면 알게 될거야.
다희야. 지금은 그냥 엄마라고만 알아둬."
"알아써!"
"진짜 갔다올게~"
"응!"
희찬이 손을 흔들어보이며 현관을 열었다.
"나희찬 갔다오마!"
희찬이 밝게 다비에게 말했다.
다비는 픽 웃더니 고개를 또 한 번 까닥여 보였다.
희찬이 나가고 현관문을 잠근 다비가 다희를 안고 소파에 앉았다.
소파에 앉자, 다희가 고개를 들어 다비를 올려다보더니 헤벌쭉 웃었다.
"마더!"
"으응?"
"마더!"
"하하. 벌써 써먹는 거야?"
"써? 써? 으으. 쓴 거 다희 싫어!"
"어어. 미안, 미안. 엄마가 어려운 말 안 쓸게."
다비는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인상을 팍 쓰고는 고개를 좌우로 사정없이 가로 젓는 다희에게 말했다.
"엄마!"
다희가 다비를 불렀다.
"응?"
"아빠, 짱짱짱 멋지지?"
다희가 자랑스럽게 물었다.
다희의 물음에 다비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답을 하는 대신에, 되물었다.
"다희는 아빠가 짱짱짱 멋져?"
다비의 질문에 다희는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아빠 짱짱짱 멋져! 엄마는 안 멋져?"
다희가 그 커다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답을 기다렸다.
다희의 눈빛에 못 이긴 다비가 입술을 열었다 다시 닫으며, 다희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글쎄……엄마는 잘 모르…맞아, 정말 멋지지."
다비가 얼른 말을 바꿨다.
다희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추궁하는 시선을 내비쳤기 때문이었다.
아빠가 뭐가 멋지느냐. 그런 식으로 말하면 화라도 될 기세였기에 마지못해 다비는 인정했다.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정하가 몸을 살짝 움찔했다.
정하가 이마에 주름을 그리고는 다비를 옆눈으로 쳐다봤다.
그러다가, 다비에게 시선을 떼고 책으로 눈을 돌리며 입술을 물었다.
'기분 나빠.'
다비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을 지 예상하면서도 괜시리 정하는 기분이 상했다.
"그치? 아빠 짱 멋져! 아빠 노래 할 때 진짜 진짜 멋져!
그리고 아빠는 몰라라고 하는 거 없다? 아빠는 똘똘이야."
(그치? 아빠 짱 멋져! 아빠 노래 할 때 진짜 진짜 멋져!
그리고 아빠는 모르는 거 없다? 아빠는 똘똘이야.)
다희가 자신이 보는 만화에 나오는 똘똘이라는 캐릭터를 말해가며 희찬을 칭찬했다.
만화에서 항상 똑똑하게 나오는 캐릭터였다.
다희의 말을 들은 다비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미소가 살짝 서글퍼졌다.
그런 것을 눈치채기에는 다희는 아직 어렸기에, 다희는 빙그르 웃으며 쉬지 않고 희찬 자랑을 했다.
아빠인 희찬이 많이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쉬지 않고 나오는 다희의 칭찬에 다비는 그냥 미소를 짓고 고개만 끄덕여줄 뿐이었다.
다비를 힐끔힐끔 보던 정하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강후, 그 새끼 생각은 왜 해서…….' 정하가 속으로 생각하며 안쓰러운 시선을 다비에게 보냈다.
"그리고 또…!"
조물조물 작은 입을 움직여 말을 하는 다희를 쳐다보며
다비가 여전히 서글픈 미소를 하고는 강후 생각을 하며 속으로 다희에게 하지 못하는 말을 했다.
'다희야. 다희 아빠는……나희찬이 아니라, 신강후라는 사람이야.
다희 진짜 아빠는 신강후라는 사람이야. 다희가 지금 열심히 자랑하는 아빠보다 멋져.
다희가 아빠는 얼굴도 멋지고, 노래도 잘 부르고, 착하고, 똑똑하고, 친절하다고…재밌다고 그랬지?
다희 진짜 아빠도 그래. 아니, 다희 진짜 아빠가 훨씬 멋져.
얼굴도 훨씬 멋지고, 노래도 훨씬 잘 부르고, 훨씬 착하고, 훨씬 똑똑하고, 훨씬 친절하고…재밌어.'
다비는 애틋한 눈빛을 하고는 다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다희에 얼굴에 있는 강후.
자신을 쏙 빼닮은 다희였지만, 그래도 강후의 얼굴이 아예 없진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 다희의 얼굴에는 강후의 얼굴이 있었다.
'보고싶어, 강후야.'
다비는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을 부르는 다희의 부름에 답했다.
"엄마, 어떤 생각해?"
(엄마, 무슨 생각해?)
"…아빠 생각."
"헤헤! 나도 아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해맑게 말하는 다희의 말에 다비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인기가수 육아일기 14…[Mind]
밤 10시.
꽤 늦은 시간이 인데도 희찬이 들어오지 않았다.
다희가 희찬이 오면 자겠다고 생떼를 쓰는 바람에 다비는 어쩔 수 없이 다희를 품에 안고
소파에 앉아서 희찬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비야. 내일 학교 가야 하잖아, 자야지."
정하가 부모님 같은 잔소리를 했다.
정하의 잔소리에 다비가 픽,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희 재우고."
"그럼…너무 늦게 자지 말고."
"응."
다비의 대답을 들은 정하는 내키지 않는 듯했지만
등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정하가 방으로 들어가고나자, 다비는 멀뚱멀뚱 소파에 앉아서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쳐다봤다.
밤 10시면은 아직 어린 다희에게는 자기에 알맞지 않은 시간.
더 일찍 재워야 했다.
다비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다희를 재우기 위해 토닥였다.
"엄마, 하지 마. 토닥토닥하면은 다희 코-한단 마리야."
(엄마, 하지 마. 토닥토닥하면 다희 잔단 말이야.)
"그냥 이러고 있자."
다비가 타이르듯 말했다.
어찌 된 게 졸려서 눈은 풀렸으면서 잘도 버틴다.
이 기세를 계속 몰아가면 정말로 희찬이 들어올 때까지 안 잘 모양새였다.
"시러어어!"
(싫어어어!)
"다희야. 자야지!"
결국, 참다못한 다비가 다희한테 화를 냈다.
다비가 화를 내자, 다희가 씩씩거리다가 다비의 품에 파고 들었다.
"그럼 토닥토닥해. 그래도 다희는 코- 안 해!"
다희의 말에 다비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희의 등을 토닥여줬다.
얌전히 토닥여지는 다비의 손길에 다희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눈을 끔뻑, 끔뻑거리며 다희가 잠에 들어갔다.
끝내 다희는 눈을 꼭 감고 꿈나라로 향했다.
그런 다희를 다비는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내려보다가 방으로 향했다.
다희를 이부자리에 눕히고 다희의 옆에 덩달아 누웠다.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이 오기는커녕 희찬이 들어오나, 귀를 열어두고 있었다.
한참을 뒤척이던 다비가 이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시계를 올려다보니, 벌써 밤 12시.
다비는 한숨을 푹 내쉬며 소파로 걸음을 옮겼다.
"내일 피곤하겠다."
혼자 중얼거린 다비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소파에 가만히 앉아,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것만 지겹도록 쳐다봤다.
지겨워서 정하와 희찬의 방에 몰래 들어가,
정하가 읽던 책도 꺼내 읽기도 하고 TV를 틀어보기도 하지만 딱히 볼 만한 게 없었다.
"이 놈은 사람 걱정 되게 왜 안 들어오는 거야. 이러다 날 새겠다."
다비가 한숨을 땅이 꺼져라 내쉬며 다시 시계를 쳐다봤다.
시계바늘은 벌써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형. 나 졸려."
"이제 집에 들어가서 푹 쉬어라."
"다시는 이렇게 스케줄 잡지 마. 무슨, 쉴 틈도 안 주고."
"그게 다 니 능력이고, 인기다."
"하하하하."
희찬은 얼굴 가득 자만심을 담고는 호쾌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이내 잔뜩 졸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그 놈의 잘난 척하는 짓만 빼면 나도 니 팬일텐데 말이다."
"매니저가 하여튼 지가 맡은 연예인 안티질이나 하고 말이야.
지난 번에 안티 카페 만든 거 형이지?"
"야! 내가 아무리 널 그리 사랑하지 않는다지만, 안티카페까진 안 만든다!"
"회원이지?"
"해볼까도 생각은 해봤었어."
"형은 대체 누구 편이야? 안티들 팬이야, 아니면 내 편이야?
어디 매니저 무서워서 매니저 앞에서 내 추잡한 모습이라던가 밝히지 않은 모습들을
맘 편히 보이겠어? 지금 이렇게 말 많이 하고 떠드는 캐릭터도 형한테 보이면 좋을 게 없겠어.
지금 막 녹음 해놓는 거 아니야? 안티카페에 올리려고."
"하하하하. 희찬아, 나를 대체 어디까지 나쁜 놈으로 만들 셈이냐?
내가 아무리 그래도 의리는 있다, 인마."
"농담이야."
희찬이 픽 웃으며 답했다.
준형과 장난스레 농담을 주고받던 희찬이 눈을 지그시 감으며
몸을 자동차 의자에 거의 파묻듯이 하고는 중얼댔다.
"오늘 했던 것 중에 라디오 방송이 제일 재밌었어.
시간이 늦은 시간대거라, 이제야 집에 가긴 하지만."
"왜 재밌었는데?"
"새벽 1시 30분, 달콤한 Choose."
"제목을 물어본 게 아니걸랑?"
"새벽 1시 30분, 달콤한 Choose……정말 즐거웠어.
순옥선배랑 함께라서 짱 즐거웠어."
"선배님이 이 말 들으면 화내실 걸? 본래 이름 말하지 말라셨잖아."
"괜찮아. 그때야 젊으셨을 때지.
지금은 이미 나이도 드셨는데 이름 때문에 나이 들어보여서 싫단 말이 맞긴 하겠어?"
"너 그거 그대로 미소선배한테 일러 바칠거다."
"허허, 이거 완전 배신자일세. 의리는 있으시다며?"
"그나저나 미소선배가 이제 서른 넷이신가?"
"아니지, 이제 서른 여섯이시지."
"아아. 벌써 그렇게 되셨나."
"응."
"니가 오디션 보러 15살 때 방송국 왔었나?"
"응, 그때 미소선배가 나를 대폭 밀어주셨지."
"그때 너 실력 엄청 좋았었댔어.
심사에선 이미 너 가수 시키기로 확정했었다잖냐."
"그래도 내가 여기까지 올 때까지 끌어올려 준 건 미소선배잖아."
"그래. 니가 괜히 미소선배 팬이겠냐."
"순옥선배야, 이순옥선배."
"선배 화내신다니까?"
-
"내려, 인마. 야! 나희찬! 집에 왔다고."
준형이 뒤를 돌아보며 곯아 떨어진 희찬을 깨웠다.
곤히 잠든 희찬은 깨어날 생각은커녕, 코까지 골 기세로 잘도 자고 있었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었는지 잠에서 도통 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준형은 피식- 웃으며 귀엽다는 듯 희찬을 쳐다보며 차에서 내려, 뒷자석으로 향했다.
뒷자석으로 온 준형은 희찬을 조심히 흔들었다.
"희찬아."
"우우우웅, 졸려."
준형의 흔듦에 희찬이 몸을 뒤척이며 자세를 바꿔서 잠을 청했다.
준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희찬의 머리를 예쁘다는 듯, 몇 대 토닥여줬다.
딱-딱-딱-
경쾌한 소리가 희찬의 머리에서 들려왔다.
"아파!"
희찬이 버럭 외치며 잠에서 깨어났다.
희찬이 몽롱한 시선으로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깨운 준형을 원망의 눈초리로 쏘아봤다.
"왜 때리는 건데?"
"귀여운 자식. 아직도 애는 애라니까."
"시끄러워, 나 졸려."
희찬은 준형의 말에 짜증을 부리고는 졸리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누우려했다.
준형은 그런 희찬을 노려보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정말 귀엽네…."
준형이 중얼거리며 또다시 희찬의 머리를 예쁘다는 듯, 몇 대 토닥였다.
딱-딱-
"아씨! 왜 그래!"
"집에 들어가서 자라고, 새끼야! 나도 집에 가서 자자, 앙?
벌써 새벽 2시 45분이야, 이제 3시 된단 말이다.
졸음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 줄 알아? 지금 나 조낸 졸리걸랑?
니 놈 보내놓고 졸음 운전할 생각하니 심장이 콩닥콩닥 하걸랑?
물론, 내가 워낙에 운전을 잘해서 문제는 없겠지만.
어쨌든! 나는 졸려 죽겠단 말씀이야. 나 집에 들어가서 푸욱- 쉴거란 말이다!"
"에이씨……아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애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거 참 떽떽 시끄럽게 구시네."
작게 꿍얼거린 희찬이 비틀비틀거리며 졸린 눈을 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희찬이 나오기 위해 덩달아, 나온 준형은 인상을 팍 찡그린 채 희찬을 노려봤다.
"그럼 넌 아내도 있고, 애도 있냐?"
"애 있잖아, 애."
"어후, 저걸 그냥!"
준형이 뒷목을 잡고는 희찬에게 삿대질을 하며
화를 삭히느라 부들부들 떨었다.
희찬은 몽롱한 시선으로 준형을 멍청히 쳐다보며 서 있다가 하품을 찢어져라하고는 등을 돌렸다.
자신의 집, 빌라로 들어가기 위해 희찬이 천천히 걸음을 떼었다.
빌라 안으로 들어가는 희찬의 뒷태를 준형은 혼자 화를 삭히며 쏘아볼 뿐이었다.
희찬은 그런 준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손을 척-들어올리더니 살짝 흔들고 다시 내렸다.
멀어져가는 희찬을 준형은 한 가지 생각만을 하며 쳐다봤다.
"의리고 뭐고……확 까발릴까보다. 속도 좁고, 말도 많은 데다가
먹을 건 엄청 밝히고, 싸가지도 없고
연예인 되기 전에 중학교 때는 사고만 치고 다닌 녀석이라고! 화악- 다 소문 내고 다닐까보다!"
#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희찬은 쏟아지는 졸음에
자꾸만 눈꺼풀이 버티지 못하고 눈을 덮으려는 것을 겨우겨우 참아내고 있었다.
고층 빌라인 자신의 집.
웬만큼 돈이 있지 않고는 살기 힘들다는 빌라.
빌라의 층수만 해도 총 45층.
그 층수 중, 희찬의 집이 있는 층은 24층.
24층으로 올라갈 동안 희찬은 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졸리다고 엘리베이터에 드러누워서 잘 수도 없는 탓이니 말이다.
참고 참아온 끝내 딩동-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희찬은 터덜터덜 힘없는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 문을 열고 들어온 희찬은 터덜터덜 걸어서 곧바로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문득.
불 켜진 거실 소파에 누군가 있는 것 갔단 생각에 희찬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소파로 가까이 다가가자 그 누군가가 보였다.
좁은 소파에 쭈그리고 누워서는 새벽이라 추운지 양 팔로 몸을 감싸안고 곤히 잠든 다비.
"………………."
잠을 자고 있는 다비를 졸린 눈으로 멍하니 바라봤다.
지금 보니 꽤 예쁜 얼굴이었다.
속눈썹도 가지런하고 긴 것 같았고, 그 속눈썹으로 가만히 가리고 있는 눈.
감겨진 눈이 왠지 매혹적으로 보였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알수 없는 묘하고 가슴을 부드럽게 뛰게 만드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느낌.
머리를 알딸딸하게 만들고, 코끝을 알싸하게 감싸는 듯한 느낌.
그 느낌들이 희찬의 심장을 감싸안 듯 심장 깊숙이까지 그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희찬은 여전히 멍한 시선으로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쭈그려 앉자, 숨을 내쉴 수 없을 정도로 코 끝으로 향기가 새어들어왔다.
다비만의 향기가 설레일 정도로 향긋하게 희찬의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숨을 쉴 때마다 그 향기가 퍼져들어와서 희찬은 숨을 멈췄다.
계속 맡고 있다가는 질식할 것 같았다.
처음 맛보는 그 묘한 기분과 느낌에 희찬은 퍼득 정신이 들었다.
희찬은 놀라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고개를 빠르게 좌우로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다시 자고 있는 다비를 바라봤다. 자신도 모르는 새 웃음이 지어졌다.
"기다린 거냐?"
자는 다비가 대답해줄 리 만무했지만, 희찬은 그렇게 물으며
자는 다비를 안아 들었다. 보는 것만큼이나 가벼웠다.
항상 매끼마다 밥을 꼬박꼬박 하는 것보면은 밥을 안 먹는 게 아닐텐데.
희찬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다, 문득 밥을 먹을 때 항상 조금씩 깨작깨작 먹던 다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먹으니까 살이 안 찌지."
희찬이 혀를 차며 품에 안겨 있는 다비를 한심하다는 듯 내려봤다.
다비를 방으로 안고 가, 다희의 옆에 눕혔다.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새근새근 자는 귀여운 다희의 얼굴을 한 손으로 쓰다듬어준
희찬은 다비에게 다시 시선이 갔다.
희찬은 또 다시 멍청한 얼굴을 하고는 다비를 멍하니 쳐다봤다.
희찬은 얼른 등을 돌려, 방에서 빠져 나왔다.
희찬은 쉬지 못했던 숨을 몰아쉬며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 거칠게 뛰고 있었다. 심장에 대었던 손을 떼어, 코 아래에 갔다 대었다.
손 안에 옅게 남아있는 다비의 향기가 그대로 다가왔다.
희찬은 아찔한 기분이 들어 얼른 손을 코에서 떼어냈다.
"나희찬. 왜 이래?"
희찬은 당황스런 기분이 되어 중얼거리고는 방으로 휙하니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왔다가, 정하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게 보였다.
희찬은 멍하니 다비의 자는 모습을 떠올렸다. 아니, 떠올라졌다.
그 순간 희찬은 얼굴에 화기가 돌며 화르륵 달아올랐다.
희찬은 정하가 볼까 당황해서는 재빨리 방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는 화장실로 도망치듯 들어가서는 물을 받아놓고 얼굴을 푹 담갔다.
차가운 물 덕에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얼굴에 돌던 화기도 갈아 앉은 것 같았다.
얼굴을 꺼내놓고 거울을 쳐다봤다. 자신의 얼굴이 보이는데, 찬찬히 다시 다비의 얼굴이 떠올라버렸다.
희찬은 얼굴이 다시 새빨개졌다.
"병원 가봐야 돼나. 왜 이렇게 자꾸 열이 나는 거야."
희찬은 낮게 중얼거리며 인상을 찡그리고 다시 얼굴을 물에 담갔다.
그러면서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기다리다가 잠든 것 같은 다비를 떠올리니 못견디게 예쁘단 생각이 들었다.
[★]인기가수 육아일기 15…[다희의 천적]
들려오는 물소리에 다비가 어렴풋이 눈을 떴다.
흐릿한 시선으로 방 안을 둘러보던 다비가 눈을 부비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핸드폰 플립을 열어 시간을 보니 시간은 아직 새벽 5시.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씻다니.
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로 나온 다비가 거실을 둘러보다가 소파에 시선이 닿자, 어제 일이 떠올랐다.
희찬을 기다리다가 끝내 잠들고 만.
그 생각이 나니 다비가 어리둥절해졌다.
잠이 들었으니 분명 소파에서 잤을 텐데, 자신이 일어난 것은 방 안.
"정하가 옮겨줬나?"
단순히 생각하고 넘기며 다비가 물소리가 나는 욕실로 향했다.
똑똑-
"누구야?"
다비의 물음에 문이 열리며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희찬이 나왔다.
눈이 반쯤 풀려서는 피곤이 역력한 얼굴로 희찬이 웃도리도 입지 않은 채로 터벅터벅 걸어나오며 입을 열었다.
"문을 두드리면서 누구야,라니.
누구야,라고 묻는 건 안에 있는 사람 아니냐?"
다비는 희찬의 물음에 어떤 대꾸도 못한 채 멀뚱멀뚱 희찬을 쳐다봤다.
멀뚱히 자신을 쳐다보는 다비를 아는지 모르는지 희찬이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치, 석상이라도 된다는 냥 멈춰 서 있던 다비가 희찬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움직였다.
"으아."
다비가 낮은 탄성을 내뱉으며 양 볼을 귀엽게 물들였다.
다비가 양 볼을 손으로 찰싹찰싹 때리며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욕실 문을 걸어 잠그고 다비가 걸려있는 거울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근데 진짜 연예인은 연예인인가 봐."
자기도 모르게 희찬을 떠올리며 중얼거리던
다비가 자신이 생각한 것을 자각한 순간, 빠르게 머리를 휘저으며 양 볼을 아까보다 세게 더 찰싹찰싹 때렸다.
"은다비, 변태 같아아아아."
다비가 누가 들을까 작게 실망의 투로 중얼거렸다.
-
"아직 5시 30분인데 나가?"
씻고 나온 다비가 어느새 옷을 갖춰 입고 신발을 신고 있는 희찬에게 물었다.
다비의 물음에 희찬이 마지막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찍부터 촬영 있어서."
"바쁘구나아."
다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곤 나가려는 희찬을 불러세웠다.
"그럼 다희는?"
"니가 맡아야지."
"오늘 월요일이잖아?"
다비가 당황해서는 말했다.
다비의 말에 희찬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황했다.
"어떻게 해?"
"내가 어떻게 알아?"
다비의 물음에 돌아오는 희찬의 말은 역시나 다비와 같은 물음.
이내 희찬은 나가지도 못하고 어정쩡하니 서서 고민에 빠졌다.
다비 역시도 멀뚱히 서서 고민에 빠진 채, 눈만 깜빡였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던 희찬이 퍼득 정신을 차리고 벽에 걸린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곤
눈을 땡그랗게 뜨며 허둥지둥 거렸다.
"야, 나 늦겠어!"
급하게 외친 희찬이 벌컥, 문을 열어젖혔다.
"나 오늘도 바빠! 새벽 늦게까지 일한단 말이야.
늦게까지만 일하면 맡을 수라도 있겠는데 쉴 틈없이 일해야 돼.
다희 볼 시간이 전혀 없어! 미안, 대충 어떻게 해봐. 먼저 가 본다!"
"야, 야!!!"
희찬이 따발총 쏘듯 빠르게 자신의 말만 남긴 채
다비의 다급한 부름도 무시하고 재빨리 나가버렸다.
남겨진 다비가 안절부절 못하며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렸다.
잔뜩 고민을 하는 다비의 귀에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비가 고민을 잠시 멈추고 시선을 소리가 나는 쪽으로 줬다.
정하가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왔다.
"일찍 일어났네."
정하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하의 말에 대답 대신 다비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눈알만 떼구르르 굴렸다.
"정하야. 어쩌지?"
무슨 생각하냐고 정하가 물어보려던 찰라,
다비가 정하에게 심각하단 투로 물었다.
다비의 심각한 듯한 투의 물음에 정하가 미간을 좁히며 다비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인데?"
"나희찬이 바쁘다고 그냥 휑하니 가버렸어.
오늘 하룻동안은 다희를 데리고 가도 잠시라도 봐줄 틈이 없데나 뭐래나.
어쨌든 그러면 다희를 맡을 사람은 너랑 나뿐인데,
너랑 나는 학교에 가야 하잖아. 그렇다고 다희를 집에 혼자 둘 수도 없고."
다비가 한숨을 푹 내쉬며 고민하고 있던 사항을 털어놓았다.
다비의 말을 가만히 듣던 정하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훑으며 생각하는가 싶더니
뭔가 떠올랐는지 표정이 밝아지며 대답했다.
"내가 학교 가지말고 다희 돌볼까?"
정하의 말에 다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빠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안 돼. 내가 그럼 너한테 미안하잖아."
"왜?"
"다희는 내 딸이잖아. 근데 정하 너는 솔직히 다희를 관련이 전혀 없잖아."
"야, 어떻게 그렇게 섭섭하게 말하냐?
다희가 왜 나랑 관련이 없어? 내가 다희 아빠…는 아니고, 삼촌이잖냐."
정하가 '다희 아빠랑 다를 바 없잖아.'라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다희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올 때까지 정하가 다희 아빠 역할을 해왔으니,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을 금기에도 같은 말이었다.
했다가는 다비가 또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듯,
서글픈 얼굴을 하고 다희의 친아빠인 신강후를 생각할 테니까.
그건 정말 바라지 않는 일이니, 정하는 알아서 다비가 강후 생각을 할 말을 피했다.
정하의 말에도 다비는 한사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안 돼.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무 미안해지잖아. 차라리 내가 하루 학교를 빠지는 게 낫지.
학교에 데려가는 것도 이상하기도 하지만, 일단은 아이들이 다희를 알아볼테니까 안 되고."
"너는 학교 빠져도 된다는 거냐?"
"학교 끝나고 바로 가는 시간대인 아르바이트 하나 있거든?
너 학교 끝나고 집에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가면 되니까 아르바이트는 걱정 없고."
"은다비. 내가 하는 말에 답변부터 하지?"
"나한테는 학교보다 다희가 더 중요하니까 괜찮아."
"그래도, 나한테는 빠지면 안 좋다면서 너는 빠지냐?"
"그럼 어떡해?"
다비가 미간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답이 나오질 않는 문제를 부여잡고 있으려니 머리가 다 아픈 것 같았다.
다비의 되물음에 정하가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할 말이 없어, 정하가 말 없이 입을 다물고 있자 다비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것 봐. 내가 학교를 빠지면 된다니까."
다비의 말에 정하가 불만스런 얼굴이 되었다.
다비는 좋아한다. 모든지 다 다비 입장에서 좋은 쪽으로 해주고 싶다.
그런데 다비가 희생하는 식으로 일이 흘러간다는 것은 그닥 맘에 들지 않았다.
설사, 그게 다희 때문이라도 말이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학교 갈 준비나 해. 내가 밥하고 있을게."
다비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정하는 소파에 앉아, 부엌으로 향하는 다비를 쳐다보다가
얼굴이 밝아지더니 이내 다비를 불러세웠다.
"다비야!"
"응?"
"이건 어때?"
-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
"괜한 걱정이다. 키워달라는 것도 아니고 잠깐 학교 갔다 오는 동안만
봐달라는 건데, 다희 구박할까봐 그러냐?"
"아니. 그냥 좀……죄송하기도 하고."
"괜찮아, 걱정 마. 내가 학교 끝나자마자 잽싸게 다희 데리러 옆집에 갈테니까."
"그렇겠지? 괜찮겠지?"
"그렇대도."
정하의 말에도 다비는 마음이 놓이질 않는지 자꾸 다희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눈앞에 없으면 밥은 잘 먹나, 다치진 않았나 걱정을 하긴 해도
없다 해도 희찬이나 정하가 맡고 있는 경우였으니 이렇게 걱정이 되진 않았는데
옆집 아줌마한테, 타인한테 맡긴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그럼 들어가봐라."
"응, 다희 부탁할게."
"그래, 걱정 말고 오늘도 아자!"
"응~"
정하가 주먹을 꽉 쥐어 보이며 힘내라는 제스처를 취해보이자
다비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반으로 들어갔다.
#
현지는 희찬이 말했던 것을 되짚어보며 문 앞에 섰다.
"여기가 희찬선배 집인가?"
중얼거린 현지는 씩 입가에 웃음을 걸었다.
그러다, 이내 무표정으로 얼굴을 바꾸더니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비춰보며 내숭적인 미소, 얌전 떠는 미소를 입가에 담았다.
"흠흠."
목을 가다듬은 현지는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한 번 누르고 얌전히 기다리던 현지는 아무리 기다려도 안에서 아무 기척도 없자,
미간을 찌푸리며 초인종을 다시 눌렀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현지는 입술을 꽉 깨물며 미간을 팍 찌푸렸다.
"뭐야?"
얼굴을 일그러트릴대로 일그러트리고 현지는 초인종을 이제 인정사정없이 눌러댔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존재하지 않았다.
현지는 허탕 쳤다는 생각에 있는 짜증, 없는 짜증 얼굴에 다 드러내놓고 휙 몸을 틀었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발을 움직였다.
"어?"
현지가 눈을 땡그랗게 뜨고 희찬의 옆집 문이 열리며,
다희를 안고 나오는 아줌마를 발견하고는 씩,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저기…아줌마."
현지가 부드럽고 예의바른 목소리로 아줌마를 불렀다.
현지의 부름에 문을 잠그고 있던 아줌마 돌아보았다가,
현지를 알아보고는 눈빛 가득 신기함을 담고 현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다희는 현지를 발견하고는 겁을 집어먹은 얼굴을 하고는 아줌마 품에 쏙 파고 들었다.
"거…TV에 나오는 가수 아니야?"
아줌마가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난 듯 반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줌마의 물음에 현지가 살짝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 어머!"
아줌마는 말 대신에 '어머, 어머.'란 말을 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아무래도 연예인을 만났단 사실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아가씨도 희찬군 친구야?"
"네, 뭐."
"어머, 그렇구나. 그럼 놀러 온 거?"
"네."
"어? 그럼 어쩌나. 희찬군은 이미 촬영하러 나갔고,
희찬군 친구들은 학교 갔는데."
"아아…. 아, 근데 친구들이 학교 간 거랑 집이 빈 거랑 무슨 관련이 있어요?"
"어메? 몰라? 희찬군 친구들이 희찬군 집에 들어와서 사는데?"
"네?"
아줌마의 말에 현지가 미간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몰랐나보네. 왜 들어와서 살게 됐는진 모르겠는데,
남학생 한 명이랑, 여학생 한 명 들어와서 사는데?"
"진짜요?"
"응. 산 지 좀 됐어. 이제 한 달쯤 됐으려나?
아아, 아니다. 한 달은 아직 덜 됐으려나 보다."
"여학생이 들어와서 산다고요?"
얌전스러웠던 현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올라갔다.
아줌마가 현지의 변한 목소리톤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멎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희찬선배랑 친해보이던가요?"
"희찬선배? 뭐, 무튼. 아무렴 친군데 친하게 안 지내겠어?"
"하. 네, 알았어요."
현지가 헛웃음을 흘리며 미간을 찌푸리고는 짜증 섞인 투로 답했다.
아줌마가 미간을 좁히고 현지를 다시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러다, 못 참겠다는 듯 아줌마가 입을 열었다.
"근데, 아가씨. 말하는 투가 참 싸가지가 없는 것 같다?"
"제가 뭐요?"
"아, 그렇잖아. 내가 아가씨보다는 그래도 나이가 많을 텐데.
게다가 희찬군 친구라면은 더더욱이 그렇고. 근데 말투가 떽떽거리는 것이 맘에 안 드네."
"제가 아줌마한테 반말 썼어요? 제 말투 더러, 뭐라 그러세요?"
"하. 이 싸가지 없는 년이?"
"제가 뭘 어쨌다고 그러세요, 정말?"
말을 하던 현지가 힐끔, 다희를 쳐다봤다.
"그건 그렇고 다희나 주세요.
제가 다희 돌봐주기로 했거든요."
현지의 말에 잔뜩 화를 낼 준비를 하던 아줌마가
이어지는 현지의 말에 맥 빠지는 얼굴이 되서는 경계를 담은 시선으로
현지를 노려보며 의심이 찰방- 담겨 있는 투로 물었다.
"희찬군 친구 둘이 희찬군은 바쁘고
자기네들은 학교에 가야 되서 시간이 안 된다고 잠깐만 맡아달라 그러던데?
근데 무슨 소린가? 내 듣기에는 그랬는데 니가 뭔데 다희를 달라, 말라야?"
아줌마의 말에 현지가 버럭 화를 내려다가
마음을 추스르며 입가에 억지웃음을 띠우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며 말했다.
"그냥…좀…주실…래요? 제가 그렇게 말하면…그런 줄 알고요, 네?!"
결국 현지는 성격에 못 이겨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갑자기 화를 내는 현지 때문에 아줌마가 움찔했다가 미간을 팍 찌푸리며
더 이상 상대하기 싫다는 듯 품에 안고 있던 다희를 현지 품에 넘겨줬다.
"거짓말 치는 거기만 해 봐, 내가 확 경찰에 신고해버릴 테니까!"
"거짓말? 내가 그딴 짓을 왜 해?"
"이게! 이제 막 나가는 거야? 됐다, 상대 하기도 싫다. 어휴!"
"저도 아줌마 상대하기 싫거든요?"
"저, 저게!"
아줌마가 언성을 높이며 현지에게 삿대질을 했지만
현지는 보란 듯이 휙 몸을 틀어, 엘리베이터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다희가 부르르 떨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현지를 힐끗-훔쳐봤다.
그런 다희의 눈치를 챈 현지가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걸고
다희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또 보는구나, 다희야?"
"아, 안녕하세요오…."
다희가 조심히 눈치를 보며 인사를 했다.
"그래, 안녕했어.
인제 언니랑 가서 놀자?"
"왜, 왜요?"
"왜요라니? 그냥 언니는 다희가 좋아서 말이야."
"거짓말!"
현지의 말을 가만히 듣던 다희가 버럭 내지르며 미간을 확 찌푸렸다.
"거짓말이야!"
다희가 버럭 내지른 말에 현지가 눈을 치켜떴다.
입가에 짓고 있던 미소를 순식간에 지우고 현지가 다희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손에 힘을 넣어, 다희의 머리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언니가 하는 말이 거짓말일 리가 없잖아. 그렇지, 다희야?"
"으이씨! 머리 꾹꾹 하지 마! 아파아!"
"대답해, 언니 말이 맞지?"
"으이씨이이이. 아파아, 아파! 하지 마아아!"
"대답하랬다?"
"으, 으으아…"
"울기만 해 봐."
현지가 무서운 표정으로 경고했다.
현지의 무서운 표정에 다희가 새어나오려는 울음을 참으려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얌전히 언니 말만 잘 들으면 언니가 맛있는 것도 사줄게. 알았지?"
현지가 물었으나 다희는 대답은커녕 잔뜩 겁을 먹어서는
눈만 커다랗게 뜨고 끔뻑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대답해."
현지의 강제적인 말에 다희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인기가수 육아일기 16…[실수…다비에게 남겨진 것.]
"…뭐야?"
"보면 몰라? 다희잖아."
"당연 알지, 눈이 있는데. 그러니까 내 말은 왜…"
"여기 있느냐고?"
"그래, 그거다."
"희찬선배한테 점수 좀 따보려고 내가 데리고 왔어.
오빠도 잘 알지? 나 애 싫어하는 거. 오빠가 알아서 봐."
"야! 김현지!"
"본명 부르지 마, 류라고 불러.
나는 이제 생각했던대로 행동해야지. 다희 좀 보고 있어."
현지는 매니저에게 다희를 떠넘기듯이 그렇게 품에 안겨주고
어디론가 걸음을 옮겨버렸다.
남겨진 매니저는 황당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현지의 뒷모습만 멍하니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가 품에 안겨 있는 다희에게 시선이 닿았다.
매니저의 시선이 다희에게 닿자, 다희가 움찔거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 다희야, 미안. 대신 사과할게.
오빠 딱 한 번 본 적 있을 텐데…기억 안 나?"
조심히 묻는 말에 다희가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끄덕였다.
"기억해?"
"네에."
다희가 어눌한 목소리로 경계심을 담고 답했다.
다희의 답변에 매니저는 씩 웃어보이며 말했다.
"오빠가 놀아줄게."
-
"희찬선배!"
현지가 반가워하며 희찬을 불러세웠다.
이제 막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희찬이 힐끔-
거울을 통해 현지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아, 남자 대기실에는 웬일이야?"
희찬의 말에 현지가 싱긋 웃으며 애교스럽게 답했다.
"선배 보러 왔죠."
현지의 말에 희찬은 시큰둥하게 어색하니 살짝 웃어보일 뿐이었다.
대신에 옆에 있던 동료 남자 가수 몇 몇이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현지의 애교에 귀엽다는 시선을 내보이기도 했다.
"사실은 선배한테 드릴 말씀 있어서 왔어요."
"뭔데?"
"아, 제가 아까 선배 집에 다희 보러 갔었거든요.
근데 아무도 없어서 그냥 오려고 하는데, 옆집 아줌마가 다희를 데리고 나오더라구요.
어디 외출 하실려고 했던 것 같은데, 다희에다가 아줌마 아들이랑 딸까지 있어서 버거워 보이시더라구요."
"그랬어?"
다희란 말이 나오자, 곧바로 희찬은 반응을 보여왔다.
현지는 희찬의 적극적인 반응에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줌마는 자기 자식들 돌보는데만 해도 버거우실 텐데,
다희까지 있으면 괜히 다희가 구박 받고 그럴 거 같아서 제가 다희를 데려왔는데…."
"다희를 데려왔다고?"
희찬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시선을 현지에게로 돌렸다.
"앗. 희찬씨, 움직이면 안 돼요."
메이크업을 해주던 아티스트의 말에 희찬이 아차, 하는 표정으로
얼른 아까처럼 다시 고개를 돌려줬다.
"네…제가 봐드릴게요. 선배, 집에 가실 때 제가 데려다줄게요.
선배 마지막 스케줄이 뭐예요? 제가 다희 데리고 찾아갈게요."
"진짜?"
"네, 근데…제가 물어보지도 않고 다희 데려왔는데…괜찮…아요?"
현지가 희찬이 화라도 낼까. 조심히 눈치를 보며 물었다.
하지만 현지의 걱정과는 달리 희찬은 밝게 웃으며 대꾸했다.
"나야, 고맙지."
#
"네? 다희를 데려가요?"
정하의 눈이 커다래졌다.
커다래진 눈동자 안에 동공이 혼란스럽게 흔들거렸다.
정하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답하는 바람에,
덩달아 아줌마도 놀라서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얼빵한 얼굴로 고개만 위아래로 움직였다.
"누가요? 누가 데려가요?!"
"그, 그 누구지? TV에서 가수 하는 여자 있잖아, 왜.
그…아! 류! 류라고 하는 여가수 있잖아, 그 여자가 데려갔어.
자기가 돌봐주기로 약속했담서. 데려갔어."
아줌마의 대답을 들은 정하는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
"알았어요, 잠깐이라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하가 꾸벅 인사를 해보기는 얼른 몸을 틀었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뛰듯이 향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저장 시켜뒀던 희찬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길게 가다가 받기는커녕 끊기기만 했다. 결론은 연락 불가능.
일이 바쁜 모양이었다. 정하는 초조한 마음에 입술을 물어뜯었다.
지금쯤이면 다비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을 시간이었다.
다비한테 가서 전달할까도 생각했지만, 분명 듣자마자 다비는 정신없이 찾으러 다닐게 뻔했다.
일단 누가 데려갔는지도 알고 있으니, 희찬이 부탁한 것일수도 있으니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정하는 엘리베이터가 올라와 열렸지만, 내키진 않아도 집으로 돌아갔다.
-
"왜 그러고 있어?"
다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파에서 입술만 물어뜯고 있는 정하에게 물었다.
허공을 노려보며 입술만 물어뜯던 정하는 다비의 목소리에 놀라, 몸을 움찔하고 말았다.
정하의 움찔하는 모션은 너무도 크게 눈에 띄어서,
다비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는 의심의 눈초리를 담고 정하를 쳐다보며
정하의 맞은 편, 소파에 걸터앉으며 다시 물었다.
"무슨 일…있지? 다희는?"
다비가 다희 걱정에 얼른 대답하길 바라며 물었다.
다비의 물음에 정하는 대답 대신에 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적어도 다비가 오기 전까지는 다희를 집에 데리고 올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비에게 다희를 내보이면 되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다비가 '아 그래?' 하고 쉽게 넘어갈까.
조금만 잘못 말한다면 다비는 거의 발작하듯 다희를 찾겠다고 나설텐데.
"대체 뭐야! 다희는, 다희는?"
정하가 대답하지 않자 그게 오히려 더 불안하게 만들었는지
다비는 벌떡 소파에서 일어나, 다희를 찾아 집 안을 돌아다녔다.
정하는 초조하게 다희를 찾아다니는 다비를 뒤에서 꽉 끌어안아 진정시켰다.
"무슨 일 없으니까 진정하고 내 말 들어."
"또, 또…아가, 아가…다희, 다희. 내 아가, 우리 아가…"
다비가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정하는 그런 다비를 꽉 끌어안아 진정을 토닥이며 소파에 데려와 앉혔다.
"또 우리 아가 잃어버리는 거 아니지, 응? 그렇지?"
정하는 안쓰러운 마음을 거두지 못했다. 딱 한 번. 실수한 거면서.
의지와 상관없이 어쩔 수 없었으면서. 이제 겨우 19살이니, 그럴 수 밖에 없었으면서.
아직까지도 그것 때문에 이렇게도 불안해하는 다비가 안쓰러워서 마음이 아팠다.
실수…그래, 정말 어쩔 수 없었던 일. 실수라고도 칭할 수 없는 일.
그 일로 다비에게 남겨진 것은 언제나 다희에 대한 미안함과 다희를 잃을까하는 걱정.
##
다비는 저녁 밥도 먹지 않은 채, 우두커니 소파에 걸터앉아 있었다.
자세도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 앉아서는 다희만 기다렸다.
허공만 멍하니 쳐다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희만 기다리는 다비를
정하는 멀찍히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저녁 밥을 차려, 먹이려고도 해봤지만 입도 열지 않았다.
정하는 일부러 다비가 이제 좀 마음을 놓고 있게 하려고 TV도 틀어보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다비는 다희가 오기 전까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인 모양인지 정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만 커다랗게 거실에 퍼질 뿐이었다.
시간은 어느새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다비야."
정하가 나른한 목소리로 다비를 불렀다.
"자야지."
정하의 말에 다비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멍하니 앉아 있을 뿐.
"밥도 안 먹었잖아. 야식이라도 해줄까? 먹고 잘래?"
"…………."
"다희를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봐준다고 데려갔대잖아."
"……그래도 혹시나…잃어버리면….
난 류라는 가수가 누군지도 모르는 걸. 본 적도 없어.
너도 알잖아. 내가 TV가 있었냐, 컴퓨터가 있었냐? 난 그런 거 알 수가 없어.
하물며, DMB핸드폰이라도 있었냐? 아니, 난 핸드폰이란 거 자체를 만져 본 적이 없어.
가끔씩 일하는 데서 보게 되는 TV로 류라는 가수를 알게 될 수 있을까?
가능하겠지, 물론. 우연찮게. 하지만 거의 불가능해.
거의 매일같이 TV에 나오는 가수가 아니라면."
"…그래도 나희찬이랑 관계 있겠지.
나희찬이 다희 데리고 들어오겠지. 나희찬이 부탁했다잖아."
"그래도 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아이가 맡겨졌다는데 걱정이 어떻게 안 돼?
어떻게 마음을 놓고 밥을 먹고 앉아 있을 수가 있겠어?"
"다비야, 그래도 너무 늦었…"
찰칵-
다비를 달래던 정하의 말을 끊으며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힘차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다희를 품에 안은 희찬이 집 안에 발을 들여놨다.
"어? 아직 안 잤냐, 늦게 왔는데?"
천하가 태평하다는 듯 말하는 희찬.
그런 희찬을 다비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정하는 눈을 부릅뜨면서 쳐다봤다.
갑자기 너무도 확연히 쏠리는 시선에 희찬이 주춤,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왜, 왜 그래?"
"다희는!?"
다비가 다급하게 물었다.
다비의 다급한 물음에 희찬이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이내 퍼득 정신을 차리고 품에 안겨 있는 다희를 내밀었다.
곤히 잠든 다희는 노곤한 얼굴로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다.
다비는 다희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다희를 낚아채듯 품에 안았다.
다희를 빼앗긴 희찬은 미간을 찌푸리고 다비를 쳐다보다가 정하를 쳐다봤다.
정하는 눈을 치켜뜨고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희찬을 노려보고 있었다.
"대체 왜 그래?"
"왜 그래? 사람들 걱정할 생각은 안 해?"
"내가 뭘 어쨌다고?"
"말도 안 하고…"
"말하지도 않고 그렇게 다희를 딴 사람한테 맡겨버리면 어떡해!"
막 희찬에게 뭐라고 하려던 정하의 말을 끊고 다비가 버럭 내질렀다.
잔뜩 화난 목소리로 버럭 내지른 다비는 품에 안은 다희를 내려보곤
휙 몸을 틀어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아직도 상황판단을 하지 못한 희찬에게 다비가 다시 나와 말을 이었다.
"걱정했잖아. 말도 안하고 멋대로 다희를 다른 사람한테 맡겨버리면 어떡해?
난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맡기면 어떡해?
너야 아는 사람이니까 마음이 놓이겠지. 근데 난 그럴 수 있을 거 같아?
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얼굴조차도 모르는데 마음을 놓을 수 있겠어?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애를 떠넘겨놓고 마음을 놓고 있을 수 있겠느냐고!"
다짜고짜 들어오마자 혼이 나고 있는 희찬으로써는 어떤 말도 못한 채,
눈만 깜빡이며 다비의 원망 섞인 핀잔만 듣고 있었다.
"전화라도 해줬어야지, 내가 아무리 핸드폰이 없어도 전화해줬어야지.
집전화기 있잖아, 왜 연락을 안 해? 정하도 있고!"
"뭐, 뭔소린지는 모르겠지만…미안해."
희찬이 얼빠진 얼굴로 대충 사과를 했다.
정하는 옆에서 가만히 희찬을 쳐다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뭔 소린지 모르겠어? 그렇게 말도 안 하고 다희를 다른 사람한테
맡겨버리는 바람에 나랑 다비가 얼마나 당황했는 줄 알아?"
"아…. 그건 류,그러니까 현지가 옆집 아줌마…"
"됐어. 변명은 됐으니까 다음 번엔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어."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말한 다비가 천천히 걸음을 방으로 옮겼다.
방문 잠기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가만히 서 있던 정하도 휙 몸을 틀어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남겨진 희찬은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소파에 멀뚱히 앉아 있던 희찬이 중얼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핸드폰이 없어?"
여태까지 한 말 중 가장 중요하지 않은 말만 떠올리며 읊조린
희찬은 역시나 철부지 애아빠였다.
[★]인기가수 육아일기 17…[좋아 근데 싫어!]
"야, 나희찬."
다비의 부름에 희찬이 밥을 먹다 말고 눈만 들어 다비를 쳐다봤다.
입으로는 쉴새없이 밥이 들어가고 있었다.
어느새 금방 동이 나서 또 먹고 싶어서 침을 질질 흘리며 다른 사람 걸 구경할테지.
희찬의 입으로 들어가는 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하던
다비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희찬에게 말을 꺼냈다.
"연예인들 스케줄 표 같은 거 있지?"
"스케줄 표? 아니, 뭐…표는 아닌데 비슷한 거 있어, 왜?"
"그거 나한테 매일 복사해서 줘."
"엥? 왜?"
다비의 말에 희찬이 입에 막 넣으려던 밥 숟가락을 눈앞에 둔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이며 물었다.
희찬의 물음에 다비가 대답하기 위해 입술을 열었다.
그때, 밥을 먹고 있던 정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여는 바람에 다비가 말을 이을 수 없게 되버렸다.
"스케줄 표는 어디다 쓰려고?"
정하가 초조해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다비는 말을 끊은 것이 심기에 거슬리는지 정하를 힐끗- 노려보고는 하려던 말을 입에서 꺼냈다.
"니가 다희 데리고 다닐 때 걱정 되서 그래.
어제 그런 일 있고 나니까 더 그래. 언제쯤 연락이 가능하고, 그런 걸 알아야
마음을 조금이라도 놓을 거 같아. 그러니까 스케줄 표 놓고 가.
스케줄 빡빡한 날은 그 전날에 내가 알아서 다희 어떻게 할 지 정하고 있을 테니까."
"아아, 알았어. 내일 내가 갖다 줄게.
아, 맞아. 내가 생각해봤는데 또 그렇게 난감하게 되면 다희는 현지한테 맡기면 되지 않을까?"
현지의 이름에 나오자,
멍한 시선으로 꾸벅꾸벅 졸며 다비가 내미는 밥을 받아먹던
다희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땡그랗게 뜨고 다비의 품에 파고 들었다.
다비는 잠시 그런 다희의 행동에 놀라 다희를 꽉 끌어안아 토닥이며 별 일 아닐거라 그렇게 여기고 넘겼다.
"현지?"
"아, 본명 몰라? 류야, 류."
"아아…."
다비는 그게 누군지 모르겠다고 말하려다가,
대충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비의 고갯짓에 희찬이 들고 있던 숟가락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류가 자아 마타주꺼야." (류가 잘 맡아줄거야.)
"……그래."
어제 일을 떠올리면 겁이 덜컥 났지만, 어쨌든 다희는 집에 안전히 돌아왔다.
그러니 그렇게 못 미더운 사람은 아닌 모양이니 희찬의 말대로 해도 나쁠 건 없을 거 같았다.
다비가 허락하자 이번에도 정하는 태클을 걸어왔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어떻게 맡겨?"
정하의 말에 희찬이 어느새 밥을 다 먹고 숟가락을 식탁에 내려놓으며 대꾸했다.
"이제 아는 사람 하면 되잖아. 사람은 언제든지 사귈 수 있는거야.
서로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갈라도 결국은 다 아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거야.
친하게 지내다 보면 아는 사람이 되는 거잖아. 무조건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믿어? 라고 할 바에야,
믿어보고 조금씩 아는 사람으로, 내 친구로 그렇게 만들어 나가면 되잖아."
희찬의 대꾸에 정하가 말문이 막혀버렸다.
희찬은 씩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서 쳐다보기라도 하고 싶다만……시간이 없다.
준비하고 있을게, 다희야. 빨리 빨리 먹어."
다희가 희찬을 올려다보며 울상인 얼굴로 물었다.
"아빠. 다희, 혀지한테 가,할 거야?"
(아빠. 다희, 현지한테 맡길 거야?)
"아니, 오늘은 아빠랑 있을 거야."
"진짜? 혀지한테 안 가 할거지?"
(진짜? 현지한테 안 맡길 거지?)
"그렇대도. 뭐야, 나다희 현지언니 싫어해?"
희찬의 물음에 다희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얼른 고개를 빠르게 내저으며 답했다.
"아니야, 좋아. 근데 싫어!"
"엥?"
"좋아 근데 싫어!"
다희는 희찬이 이해를 못하고 되물어보자,
다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역시나 희찬은 다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희는 답답함에 가슴을 쾅쾅 치며 울상이 되어서는 버럭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좋아, 근데 싫다고오!"
"대체 무슨 소리야?"
"좋아! 근데 싫어, 싫어, 싫어!"
현지가 자신에 대해 좋게 말하라고 명령으로 내렸던 것.
그래서 다희는 마음껏 싫다는 말도 못하고,
좋다는 말에 싫다는 말을 섞어서 알아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다희의 말을 듣고 있는 희찬도, 다비도, 정하도 도무지 다희의 맘을 알 수가 없었다.
다희는 '싫어.'란 말을 더 많이 넣으면 알지 않을까해서 더 많이 넣어보기도 했지만 헛수고였다.
셋 중, 아무도 답답한 다희의 심정을 이해해주지 못했다.
다희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다비 품에 파고들었다.
"아빠, 바보!"
희찬은 황당한 얼굴로 다비에게 왜 그러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모르긴 다비도 마찬가지이니 다비는 어깨를 으쓱여보이며 다희를 토닥거렸다.
-
"씨이. 아빠랑 안 가아!"
"나다희! 그냥 와라, 앙?"
"안 가아아아아아아! 엄마랑 이쓰꺼야!"
(안 가! 엄마랑 있을 거야!)
"엄마는 다희 못 봐준다니까? 시간이 없잖아!"
"씨잉. 아빠가 엄마 일까지 해!"
"어우, 이걸 그냥 콱!"
"으, 우에에에엥! 엄마아아, 으아아앙!"
아직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도 하지 않았는데,
희찬의 품에 안긴 다희가 가만히 있질 않고 발버둥을 쳐대며 온 몸에 진을 다 빼놓고 있자,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올려 다희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희찬이 때린 한 대가 제대로 먹혔는지 다희는 이제는 발버둥에, 울음까지해서
거의 바락을 하기 시작했다.
희찬은 얼굴에 짜증을 가득 담고 이를 으득으득 갈기만 했다.
우는 다희를 달랠 생각은커녕, 다희를 노려보며 말했다.
"울어, 울어! 막 울어! 맘껏 울어, 나다희!
아주 아빠를 죽여라, 죽여! 으아악!"
희찬까지 덩달아 승질을 부리며 부녀가 쌍으로 쇼를 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 안에 도달해서는 더 과간이었다.
결국은 희찬의 품에서 빠져나온 다희가 엘리베이터에 벌렁 드러누워버렸다.
희찬은 이젠 지쳐서 될대로 되라 식으로 다희를 내팽겨치고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게 더 서럽게 했는지 다희가 커다란 소리로 울어댔다.
희찬은 귀를 틀어막고 다희를 일부러 보지 않으려 고개를 팩 돌렸다.
층수가 내려갈수록 학교에 가는 학생, 출근하는 사람이 하나 둘 엘리베이터에 탔다.
전부 밖으로 나가야 하니 1층으로 갈 것이 뻔한 일.
사람이 탈수록 다희의 울음소리는 보란듯이 더 커졌다.
그러다, 여자 한 명이 다희에게 다가가 다희를 쓰다듬으며 달래기 시작했다.
"꼬마야, 집이 어디야? 집 잃어버린 거야?
아님, 엄마 아빠 잃어버린 거야? 언니가 찾아줄까?"
여자의 물음에 다희가 훌쩍거리며 희찬을 휙 노려보며 손가락질을 했다.
"쟤가 우리 아빤데! 달 울지 마. 하는데 울지 마. 안 해줘!"
(쟤가 우리 아빤데! 딸 삐져서 울고 있는데 울지 마. 안 해줘!)
다희의 말에 여자는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희찬을 위아래로 흘겨보았다.
희찬은 여자의 시선에 얼굴이 빨개져서는 쓰고 있는 모자를 더 푹 눌러썼다.
그런 희찬을 본 다희가 이겼다는 듯, 씩 이빨을 내보이며 얄밉게 웃으며 희찬에게 말했다.
"메-로옹!"
#
"어제 있잖아, 글쎄 다희 닮은 애를 길에서 봤다니까?"
"진짜?"
"응, 진짜 예뻐. 역시 다희 닮은 애더라. 그래도 다희보다는 덜 예쁘더라."
"다희가 짱이지, 다희 팬미팅 때 노래 부른 거 봤냐? 진짜 잘 불러!"
역시나 교실에 들어오자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여자애들은 모여 앉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깔깔거리고 있었다.
다비 성격에 그런 아이들 사이에 같이 껴서 떠들 성격은 아니니,
멀찍히 떨어져 있는 자신의 자리에 가 앉았다.
윤미랑 친구를 하기로 한 후라, 아이들이 이제는 조금 익숙하긴 하지만
그래도 자주 말을 나눠본 적도 없으니 그들 사이에 끼는 것도 어쩐지 우스웠다.
하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내용에 '다희.'라는 게 나와서, 다비는 귀가 트였다.
다희에 대한 칭찬이라니, 엄마로써 다비는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은다비!"
그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다비가 퍼득 정신을 차렸다.
예상치 못한 부름에 다비가 눈을 깜빡이며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줬다.
윤미가 다비에게 오라는 제스처를 내보이고 있었다.
다비는 얼떨결에 일어나, 윤미에게 다가갔다.
"왜 혼자 그렇게 고독을 씹고 있어?
나랑 친구 먹기로 했잖아. 그럼 이제부턴 고독을 씹을 게 아니라,
같이 누군가를 신나게 씹어줘야지. 새로 들어온 선생이나 욕할까? 진짜 재수없잖아."
"어, 맞아아앙!"
윤미의 말을 시작으로 아이들은 새로 들어온 선생에 대해 욕을 꺼내기 시작했다.
다비는 벙 쪄져서는 윤미의 옆에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윤미가 의자 하나를 끌어다 놓고 앉히자, 그제야 픽 웃으며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듯
같이 어울려 수다를 떨었다.
-
"나 아르바이트 가야 돼."
"언제 가야 하는 데?"
"앞으로…1시간 남았어."
"그럼 같이 놀다가도 되겠네!"
윤미의 재촉에 다비가 난감한 지 입술을 입에 물었다.
윤미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다비의 소맷자락을 붙잡은 채, 계속 집어 당겼다.
"1시간 동안 집에서 밥 해놓고 가야해."
"누구 밥 먹여줘야 할 사람 있어?"
윤미가 수상쩍다는 얼굴로 눈을 게슴츠레 뜨고 물었다.
윤미의 물음에 다비가 잠시 당황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내가 고아인 건 알지?"
"응, 알아."
"근데 가족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있어서…."
"진짜? 나한테도 소개 시켜줘!"
"그건 좀…곤란한데."
"왜? 어째서?"
"조금, 조금 그런 이유가 있어. 나중에, 나중에 소개해줄게."
다비가 내빼며 대충 둘러댔다.
그러자, 윤미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다비의 손을 잡았다.
"까짓것 그 사람들 보고 알아서 밥 먹으라 그래.
바보들이냐? 자기들이 알아서 밥 하나 못 차려 먹게? 애들 키우냐?"
윤미의 말에 다비는 입을 텁- 닫았다.
대꾸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윤미는 다비의 대꾸가 없자, 빙그르 웃으며 다비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다비는 처음처럼 밀어내지 않고 살짝 미소까지 지으며 윤미의 뒤를 따랐다.
#
"현지야?"
희찬이 조심히 현지를 부르며,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의 대기실 문을 열었다.
앉아 있는 현지에게 조심히 희찬이 다가갔다. 현지가 밝게 희찬을 맞았다.
"엇? 희찬선배!"
"그래, 안녕?"
희찬이 손을 살짝 들어올리며 인사를 했다.
그에 현지는 양 손을 들어올려 휘저으며 반가움을 표했다.
"무슨 일이세요?"
현지의 물음에 희찬이 망설이는 듯하다 대답했다.
"앞으로 저번에처럼 다희 누구한테 맡길 지 맘에 걸리면,
너한테 맡길까 하는데…괜찮을까? 너도 나처럼 바쁠라나?"
희찬의 조심스런 부탁에 현지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승낙했다.
"바쁘긴요. 선배만 하겠어요?
선배야, 아이돌이잖아요. 나야, 선배보다 시간이 널널하죠! 좋아요, 언제든지 다희 맡겨요.
저 다희 예뻐 죽겠거든요. 다희 정말 좋아하거든요!"
현지의 승낙에 이번에 희찬이 해맑게 웃었다.
"고마워, 그럼 나중에 부탁할 일 있으면 연락할게. 번호 좀 알려줘."
희찬의 말에 현지가 곧바로 손을 내밀어, 희찬이 내미는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현지는 입가에 웃음을 지우지 못한 채, 희찬의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저장 시켰다.
"이름 내 마음대로 저장해도 돼요?"
"응, 뭐."
"그럼 [예쁜현지]라고 저장해놓아도요?"
"응, 맘대로 해."
"알았어요, 후후."
현지는 기분 좋게 번호를 저장시키고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희찬에게 내밀었다.
희찬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냐는 듯,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현지에게 시선을 줬다. 현지에게 시선이 닿자, 현지가 입을 열었다.
"다희한테 무슨 일 생기거나 그러면 제가 선배한테 연락해야 하잖아요."
"아, 그래."
현지의 말이 일 리가 있다고 생각한 희찬이 현지의 핸드폰을 받아들어,
번호를 저장시켰다. 그러다, 다비 생각이 난 희찬이 현지에게 말했다.
"근데 내 친구가…집에서 같이 지내거든.
근데 걔네도 다희를 대따 예뻐하고 걱정해서 말이야.
혹여, 무슨 일 생기면 걔네들한테도 연락을 줘야 하거든.
그러니까 걔네들 번호도 등록해도 되냐해서…."
"좋아요."
희찬의 물음에 현지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허락했다.
희찬이 정하의 핸드폰 번호와, 집전화 번호를 저장했다.
다비가 핸드폰이 아직 없으니 그럴 수 밖에.
"알았어, 그럼 나중에 다희 좀 부탁할게."
"아, 선배. 여기까지 오셨는데 맛있는 거라도 사주고 가요오."
현지가 애교 아닌 애교를 가볍게 부려왔다.
하지만 희찬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냥 싱긋 웃으며 대기실을 나갔다.
"미안, 시간이 없어서."
희찬이 나가고나자, 현지가 의자에 털썩 앉으며 핸드폰에
저장 된 번호 3개를 꺼내보며 중얼거렸다.
"김정하라…. 여자는 아닌 것 같고, 여자 한 명 남자 한 명이랬는데….
그럼 여자애는 핸드폰도 없는 건가?"
#
다비는 윤미를 따라, 윤미의 집으로 놀러갔다가
보고 온 거라고는 희찬의 브로마이드라던가, 희찬의 음반 등등.
그 뿐이었다. 윤미가 다비를 끌고 와 보여준 게 그게 다였지만,
다비는 어쩐지 친구랑 어울린다는 게 이렇게 즐거웠었나. 하는 생각을 품었다.
정말 초등학교 이후로 느껴보는 즐거움이었다.
왜 여태까지 친구들은 귀찮은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건지.
아무리 일에 치여 바빠도 친구 하나 쯤은 사귈 수 있었던 것이거늘.
다비는 왠지 헛살았단 기분이 들었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 생각했는데.
다른 보통 사람들이 윤미를 본다면, 연예인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는 여학생쯤으로 보이겠지만
다비에겐 그것도 하나의 열정으로 보였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 좋아함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만날 수 없는 대신 그렇게나마 마음을 표현하는 것, 보기 좋았다.
자신은 그동안 어떤 것에 열정을 쏟은 걸까. 열정이란 게 있긴 했던가.
그러고보면 윤미를 사귀고 나서는 윤미에게 많은 것을 배워가는 것 같았다.
"아, 이제 가야해."
다비가 윤미가 내미는 희찬의 또 다른 사진 한 장을 쳐다보다,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의 로봇 식으로 움직이는 다비의 모습에 윤미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다비의 손목을 끌어, 침대에 앉혀놓고는 말을 걸며 서랍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가지 말고 기다려, 마지막으로 보여줄 거 있어.
너는 너무 바쁘게 사는 것 같아. 6시까지 가야 한다며?
여기서 걸어서 20분 거리라고 해놓고 지금 겨우, 5시 30분이라구.
나한테 10분 정도는 투자해줄 수 있잖아."
"그래도 늦으면 어떡해? 아르바이트잖아, 내 가게가 아니라.
그럼 분명 맘에 안 찬다 하면 끊어버릴 게 분명하다구."
"너무 초조하게 생각 마.
야, 내가 아르바이트 희찬이 새로 나온 신곡 앨범 살려고 했었걸랑?
근데 그거 1,2분 늦는 건 대충 봐주더라.
한 두번이면 당연히 봐주지. 그리고 아무리 악덕 사장이라도 다른 알바생 구하기 귀찮아서
그냥 그 정도는 대충 예쁘게 애교 식으로 보고 넘어가기도 하더라."
"그래도…."
윤미의 달램에도 다비는 어쩐지 맘이 놓이지 않아, 자꾸 시계만 쳐다봤다.
그 사이 윤미는 서랍장을 뒤적이다, 드디어 찾던 것을 찾았는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으며 공CD 하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이걸 보지 않은 자, 나희찬을 논하지 말라."
윤미가 외치고는 다비를 컴퓨터 의자에 앉히고는
컴퓨터 모니터를 잘 보이도록 해주고 CD를 컴퓨터에 넣었다.
"이거, 구하기 대빵 힘든 거야.
인터넷에 잠시 떠돌다 사라져 버렸거든. 기획사 측에서 삭제 요구를 했다나 뭐라나.
이게 어찌 보면은 진짜 나희찬 띄워지는 건데,
어찌 보면 나희찬 진짜 바닥으로 내려찍는 거거든.
그러니까 기획사 측에서는 삭제가 시급했겠지. 그래서 이제는 인터넷에서 찾기 어려워."
청산유수, 늘어놓은 윤미는 CD를 넣고 동영상 하나를 실행 시켰다.
음질도 별로 좋지 않았고, 화질도 별로 좋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뚜렷히 들려왔다.
"나희찬 오디션 봤을 적이래.
너도 보면은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갈 거야."
윤미의 말을 흘려들으며 다비는 동영상에 시선을 집중했다.
잠시 후, 흐릿한 화질 속 키가 작은 남자아이 하나가 앞에 나섰다.
이제 겨우 15살쯤 보이는 남자아이가 마이크를 손에 들고 앞으로 나왔다.
물론, 대부분 그 나이쯤 오디션을 보고 기획사에서 키운 다음 나오긴 하지만.
"아, 여기! 여기 심사 위원석에 미소라는 가수 보이지?
너도 이 가수는 알지?"
"아아, 알아!"
다비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다비가 유일하게 잘 아는 가수. 잘 알 수 밖에 없는 가수.
미소가 부른 노래는 다비도 좋아하는 곡이 많았다.
나이는 꽤 있긴 했지만, 나이 대를 불문하고 미소의 노래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노래가 많았다.
"이 가수가 희찬이 키워준 거잖아."
"진짜?"
"응, 기획사에서도 미소가 발이 넓거든.
그래서 미소가 대폭 희찬을 밀어줘서 희찬이 이만큼 큰 거거든."
"근데 이 남자앤 누구야?"
"뭐시라!? 잘 봐!"
윤미가 버럭 화를 내며 다비의 시선을 모니터로 거의 집어넣을 기세로
얼굴을 모니터로 들이대도로 했다.
다비는 미간을 좁히고 키가 작고, 옷도 후줄근하게 입은……남학생을 쳐다봤다.
머리도 더벅머리로 지저분해 보였다.
패션감각이라고는 완전 꽝.
학교에서도 왕따라도 당할 법한 꼴.
하지만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싸움을 하면 잘할 것 같은 눈빛이었다.
꼴은 저래도 왕따는 아닐 듯했다. 일진이라면 모를까.
어쨌든 다비는 잠자코 지금 나오는 남자가 자신도 아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으로 쳐다봤다.
윤미가 버럭 화까지 내가며 잘 보라고 하는 거 보면,
분명 지금 가수로써 활동하는 사람일테니 말이다.
심사위원들은 물어보는 것도 없이 바로 노래를 시작하게 했다.
긴 간주가 흘러나오고…천천히 남자아이의 입술이 열렸다.
"세상이 힘들어도 그댄 울지 말아요.
내가 지켜줄테니까 울어선 안 돼요.
내가 곁에서 당신을 웃게 할테니 울지 말아요.
세상이 버거워도 두려워 말아요.
내가 그댈 위해 그대의 짐을 대신 들어줄게요.
내가 곁에서 당신을 즐겁게 할테니 웃음만 주세요."
남자아이가 부르기 시작한 노래는 미소의 노래인 [세상이 힘들어도]라는 곡.
미소가 작사, 작곡을 전부한 곡이었다.
그리고 그 노래는 다비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했다.
다비는 거의 넋을 놓고 동영상 속 남자아이의 노랫소리에 귀기울였다.
부드럽고 풍부한 목소리가 사람을 휘어잡고 있었다. 언젠가 느낀 적 있는.
"나희찬…."
"역쉬! 이제야 알아보는 군!"
윤미가 손가락을 딱-소리를 내며 히죽 웃었다.
"진짜 노래 잘 부르지?"
"응."
꼴은 정말 후줄근하기 짝이 없었지만,
정말 노래 하나는 끝내주기 잘 불렀다.
뭐, 꼴은 그래도 얼굴은 잘 생기긴 했다.
"진짜 멋져."
다비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여태까지 아무리 희찬의 노래, 멋진 사진 등을 보여줘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다비의 입에서 스스로 멋져.란 말이 나오자,
윤미는 자신이 희찬이라도 된다는냥 날아갈 듯한 얼굴로 펄쩍, 펄쩍 뛰어댔다.
"내 말 이제 이해가 가?"
"아아, 대충은."
"꼴이 이런 꼴 보이면은 나희찬 성형 어쩌고 그러는 말도 나오기도 했고,
나희찬을 키워준 게 미소 선배잖아. 그런데 미소 선배 노래를 부르고 있잖아.
그래서 그러는 거 아니냔 말이 나오곤 해.
솔직히 니가 봐도 노래실력으로 된 거잖아, 안 그래?
다 괜히 질투나니까 그러는 거야. 희찬이 어딜 봐서 성형이냐?
얼굴 잘 봐봐, 잘 생겼잖아. 그냥 패션 감각이 꽝인 거지. 지금은 옷도 잘 입는댔어.
저 때는 노래 하나만 믿고 오디션 보러 왔다고 했어.
그런데 희찬에 대해 관심 있고 희찬을 좋아하는 우리 팬들이야, 희찬의 노래 실력 때문에
올라 온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데, 꼭 안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구."
"이건…진짜 노래 실력으로 올라온 거 같아."
다비가 거의 넋을 놓고 중얼거렸다.
다비의 맞장구에 더 힘을 입은 윤미는 신명나게 희찬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윤미와 있으면 희찬은 정말 대단한 가수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느낌을 확실하게 받았다.
여태까지는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이 동영상을 보고나니 할 말을 잃었다.
나희찬은 정말 실력파 가수였다.
[★]인기가수 육아일기 18…[불안]
"아, 내일 새벽에 가. 스케줄 표 봐서 알지?"
"아, 진짜?"
일을 갔다가 돌아온 희찬의 말에 다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이건 뭐 스케줄 표를 주나마나 잖아."
희찬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희찬의 말에 다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집어넣었다.
"그럼 내일도 빡빡하게 일하는 거야?"
"응, 다희 현지한테 맡겨야 겠어."
"그래, 그럼."
다비는 못내 내키지 않는 듯 했지만,
이미 그러겠노라 약속을 한 후라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하는 다희랑 한창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애도 아니고 저러고 노냐?"
희찬이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희찬의 말을 들은 정하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희찬을 노려봤다.
"그럼 애랑 놀아주는데 어른같이 하고 노리?"
정하의 반박에 희찬이 입을 꾹 다물고 끙-소리만 냈다.
다비는 개와 고양이마냥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둘의 모습에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며 시계를 본 다비는 눈을 크게 뜨며 다희에게 다가갔다.
"다희야. 이제 자야지."
"싫어! 정아삼천이랑 어흥-놀이 할거야!"
"안 자면 안 돼, 빨리 자자."
다비가 '어흥-놀이'를 하겠다며 떼를 쓰는 다희를 안아들었다.
다희가 발버둥 치며 징징거렸다.
정하는 그런 다희를 빙글 웃으며 보다가, 다비에게 눈짓을 보냈다.
정하의 눈짓을 받은 다비가 다희를 정하에게 넘겨줬다.
"딱 한 번만 하는 거야, 그럼."
"응! 그러엄! 내가 이번에 어흥-할 게, 삼천이 살려줘요!하고 도망 가아!"
"그래."
정하가 빙그르르 웃으며 말했다.
"어흥-! 나는 호랭이다! 덕 한 개만 주면은 안 먹지요!"
(어흥-! 나는 호랑이다! 떡 하나만 주면 안 잡아 먹지!)
"아아…동화책을 읽어준 게 문제였어."
다비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픽 웃으며 소파에 걸터앉아서
정하와 다희가 노는 모습을 지켜봤다.
희찬은 집에 들어오지 않고 문 앞에 서서는 놀고 있는 정하와 다희를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봤다.
"다희가 눈길도 안 줘."
희찬이 실망의 투로 슬프게 말하며 힘없이 걸어들어와,
다비의 옆에 걸터앉았다.
"다희가 아빠한테 아는 체도 안 해."
희찬이 신세한탄하듯 한숨을 푹푹 내쉬며 울먹였다.
다비는 희찬의 신세한탄에 위로 대신에 무시로 대응했다.
"정말 슬퍼, 이제 딸이 아빠를 떠나려 하는 가봐."
"아아. 아무리 아빠를 두고 결혼을 하더라도 김정하는 아닌데."
"아아, 우리 예쁜 다희를 저런 개망나니한테 줄 순 없는데."
희찬의 중얼거림을 가만히 듣던 다비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정말 아빠는 가슴이 아프구…"
"시끄러."
끝내 다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희찬의 신세한탄을 끊었다.
끊긴 자신의 한풀이에 희찬이 눈을 부릅뜨고 다비를 노려봤다.
"니가 딸을 빼앗긴 아비의 마음을 알아?!"
희찬의 말에 다비는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는지 헛웃음만 흘렸다.
"살려주세요, 호랑이님~"
"우하하하. 내가 짱이다!"
(우하하하. 내가 이겼다!)
"이런, 삼촌이 잡히고 말았네."
"헤헤. 다희가 짱이지?"
(헤헤. 다희가 이겼지?)
"응, 다희가 짱이야. 다희가 이기고 말았어."
"그러엄, 한 번 끝났다.했으니까 이제는 다희 코오-해야 하지이?"
(그럼, 한 번 끝났으니까 이젠 다희 자야하지?)
"응, 이제 다희 자야지."
정하가 어르듯 말하며 다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정하의 손길에 다희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가 헤헤거리며 떴다.
그리고는 이내 도도도- 다비에게 걸어가 안겼다.
"엄마, 다희 코오-할래."
다희가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다비는 그런 다희를 싱긋 웃으며 안아들었다.
다비가 다희를 방 안으로 데려가려 하는데, 다희가 소파에 침울히 앉아 있는 희찬을 발견했다.
"아빠다! 엄마, 다희 내려조오."
"응?"
다비가 얼떨결에 다희를 내려주자,
다희는 희찬에게 와락 안겼다.
다희가 안긴 후에야, 희찬이 싱글벙글 웃으며 언제 침울했냐요? 할 만큼,
기분 좋아하며 다희를 끌어안고 부비적거렸다.
"아빠, 다희 토닥토닥-해저."
(아빠, 다희 자장자장 해줘.)
"알았어, 아빠가 다희 재워줄게."
희찬은 싱글벙글 웃으며 다희를 품에 안고
다희의 등을 조심스런 손길로 토닥였다.
##
"우으…."
희찬이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나왔다.
잠을 자도 편하니 자는 것보다 항상 시간에 치여서 자다 깨고,
잠시 자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다보니 머리가 지끈거리는 건 이제 일상.
별 것 아니기에 희찬은 지끈거리를 머리를 부여잡고 거실로 나왔다.
"…?"
희찬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직 시간은 새벽 4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일어날 사람은 자신 밖에 없는데,
부엌에서 도마질 소리며, 물소리며, 맛있는 냄새…. 요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일찍부터 뭐해?"
희찬이 물음표를 얼굴 가득 담고 다비에게 물었다.
다비는 그런 희찬에게 살짝 웃어보이며 도시락 통에 먹음직스러운 반찬을 담을 뿐이었다.
희찬은 멍하니 다비가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다 됐다!"
이내 3단 도시락통을 반찬, 볶음밥, 과일들로 차곡차곡 꽉 채운 후,
다 됐다며 뿌듯한 웃음을 지으며 희찬에게 말했다.
"이거 갈 때 가져 가, 가서 먹어."
"……………."
"……아니, 뭐…니가 걱정 되서 그러는 건 아니고…그니까….
혹시나 다희가 반찬 투정할까봐, 그럼 현지라는 사람이 고생하니까, 그래서…."
희찬이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자신을 응시하자,
다비는 도리어 당황해서는 버벅거리며 변명을 늘어놓고 말았다.
자신이 변명을 늘어놓고 나서도 다비는 아차.하는 기분인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볼을 붉혔다.
희찬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다비가 요리하느라 어질러진 부엌을 치우는 척하며 말했다.
"거기 도시락 두개니까…3단짜리는 니가 가져가고 거기 작은 거, 2단짜리는 다희 가져가면 돼…."
"고마워."
다비는 희찬의 말에 움찔하며 희찬에게 살짝 시선을 돌렸다.
희찬은 행복하다는 듯 미소를 입가에 담고 있었다.
"항상 배고팠는데, 정말 고마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하는 희찬에 의해 다비는 함박웃음을 입에 담았다.
항상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느라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다고
투덜거리던 희찬이 생각나서 안쓰러운 마음에 챙겨준 건데,
돌아온 말에 어쩐지 뿌듯하고…고마워해서 일까, 왠지…기뻤다.
"뭐야?"
때마침, 시끌벅적한 소리에 정하가 잠이 깼는지
부시시한 채로 부엌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정하의 물음에 다비가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희찬이 빠르게 말을 하는 바람에 말을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은다비가 해줬어. 나 진짜 행복해.
벌써부터 배부른 거 같아, 정말 기분 짱 좋아."
희찬이 정말 좋아 죽겠다는 듯 말했다.
희찬의 행복해하는 모습에 정하가 미간을 찡그렸다.
"이 새끼 뭐가 예쁘다고 도시락을 싸줘?"
"아니, 뭐…다희 것 싸는 김에…."
변명하는 티가 다 나게 당황하며 우물쭈물 말하는 다비에 의해
정하의 미간이 더 찡그려졌다. 정하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맘에 안 들어."
정하가 투덜거리며 털썩 식탁 의자에 앉았다.
"벌써 밥 먹게?"
"맛있는 냄새가 풍겨대는데 배가 안 고프겠어?"
정하의 말에 다비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도시락 싸서 없는데…조금 기다려야 해."
다비의 말에 정하는 불안으로 가득한 얼굴로 꿍얼댔다.
"그러니까 결국은 내 몫은 없다는 말이네.
정말 너무 하네. 정말 맘에 안 들어."
정하의 투덜거림에 다비는 더더욱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그 사이에, 희찬은 정하의 투덜거림을 듣고 있다가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걸고 정하에게 물었다.
"너……나 좋아하지? 그래서 내가 은다비랑 친하게 지내니까 질투나서 그러지?
아아, 이럴 줄 알았어. 항상 은다비랑 조금만 친해보이면 툴툴 댈 때부터 내가 알아봤지.
진짜 이 놈의 인기는 남자고 여자고 남녀노소 구분없이 아주 대단해, 아 피곤해."
희찬은 정말로 진지하게 자신의 말을 믿는 듯 피곤한 얼굴을 하며
다비가 싸준 따끈따끈한 도시락을 들고 부엌에서 나갔다.
"……다비야. 너 오늘 요리에 안 넣던 거 넣었냐?"
"에? 그, 글쎄?"
##
"부탁할게."
"네, 걱정 마요. 그나저나 밥은 먹었어요?"
"아니, 이제 막 먹으려고…."
"어머, 진짜요? 도시락은 싸오셨어요? 제가 사다드릴까요?"
"아냐, 괜찮아. 싸왔어."
"진짜요? 선배가 싸온 거예요? 선배 요리 잘 하는구나."
"아니, 친구 싸줬어. 근데…나 지금 바빠서 다희 좀 빨리…."
"아, 미안해요~"
현지가 빙긋 웃으며 희찬에게서 다희를 받아들었다.
다희는 아직 덜 깼는지 눈이 게슴츠레 떠져 있었다.
"다희야. 말 잘 듣고 언니랑 놀고 있어~"
희찬이 밝게 말하며 다희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제야, 다희가 정신이 번쩍 드는지 현지 품에서 발버둥을 치며 울먹였다.
"아빠, 아빠 가지 마아아!"
하지만 희찬은 별 거 아닐 거라 생각하며 빠르게 뛰어서, 대기실로 들어갔다.
희찬이 가버리자 다희는 부르르 겁에 먹어 떨며 울먹거렸다.
현지는 그런 다희에게 살짝 웃어보이며 말했다.
"아빠 말 들었지? 언니 말 잘 들어야 돼."
#
학교에 온 다비는 미간을 찡그린 채, 앉아 있었다.
알 수 없는 어두침침한 기운이 주위에 맴도는 것 같았다.
뭔가 분명 안 좋은 기운이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기운에 다비는 입술을 입에 물었다.
다비는 불안한 마음에 입술만 질끈질끈 깨물었다.
자꾸 느껴지는 불안감 때문에 마음이 초조해졌다.
다비는 다희에게 연락이라도 해야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다희한테 어쩐지 안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다희 걱정하며 현지에게 전화를 하기는 미안했다.
잘 맡아줄 거란 믿음이 없으니까 그러는 걸거라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게다가, 핸드폰도 없다.
다비는 근심의 한숨을 후우-내쉬었다.
"왜 그렇게 얼굴에 '나 걱정 있어.'라고 써놓고 있어?"
어느새 다가온 윤미가 다비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아아…, 그냥 좀."
"왜?"
"그냥 좀 뭔가 불안해."
"에이. 너 문 안 잠그고 나왔어?"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그냥 막 불안한 거 있잖아.
마음이 놓이질 않는 거. 자꾸만 온 몸이 불안해지는 거."
"무슨 일 있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윤미가 걱정스레 묻자, 다비가 고개를 천천히 내저으며 말했다.
"있으면 안 돼지, 무슨 일…."
'안 되지, 다희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안 되지, 무슨 일이 있을리도 없을 거야.'
다비는 애써 마음을 진정 시켜보려 하지만
느껴지는 불안감은 가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인기가수 육아일기 19…[다희가…]
"후우- 힘들다."
현지가 땀이 잔뜩 흐르는 이마를 손등으로 훑으며 대기실 의자에 털썩 앉았다.
현지는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물과 수건을 들고 올 매니저를 기다렸는데,
매니저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현지는 미간을 팍 찡그렸다가, 대기실에 다른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미간을 얼른 폈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꺼내,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긴 신호음이 끝에 겨우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현지가 목소리를 줄이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현지의 물음에 매니저는 묵묵부답.
"빨리 와, 더워 죽겠잖아! 음료수랑 수건을 알아서 가져다 줘야 할 거 아니야?
매니저가 이렇게 농땡이 깔래?"
[현지야……큰일 났어.]
"뭐? 지금 니가 매니저 일 제대로 안 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이야?"
현지보다 매니저가 나이가 더 많건만,
현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니가'라고 칭하며 짜증스럽게 물었다.
[하…. 다희가……]
매니저가 말하기 어렵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다희가 뭐!?"
[없어졌어.]
쿠우웅-
"뭐, 뭐어?"
[다희…잃어버린 거 같아.]
"뭐!?"
매니저에게 되물었다가 다시 들려오는 똑같은 사실에
현지가 벌떡 일어나며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현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현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또 다시 되물었다.
"무, 뭐? 뭐라고 하는 거야!?"
[졸려서…다희를 뒷자석에다가 재워놓고 나는 운전석에 앉아서 잠깐 눈을 붙였거든.
근데 눈을 뜨니까 뒷자석 문은 활짝 열려 있고 다희는 없는 거야….]
"하! 미쳤어!? 애를 두고 잠을 쳐…흠흠! 자면 어떡해?"
현지가 본래 성격대로 '쳐 자면'이라는 조금은 상스럽게 말하려다가
얼른 조근조근 말하는 투로 바꿔서 걱정스레 물었다.
"빨리 찾아 봐! 어린 애가 가면 얼마나 갔겠어?"
[알았어, 그럴게.]
-
전화를 끊은 매니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겨우 2살 7개월 정도 밖에 안 된 애가 가면 어딜 갔단 말인가.
게다가, 아직 2살 밖에 되질 않았으니 문을 못 열거라 생각했는데
다희는 역시 생각대로 보통 애들보다는 똑똑한 모양이었다.
-
매니저와의 전화통화를 마친 현지 입술을 물어뜯으며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왔다갔다 거렸다.
초조하게 안절부절을 못하던 현지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희찬의 번호를 눌러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현지는 신호음이 가기도 전에 얼른 핸드폰을 닫았다.
"아니야……선배한텐 말 안 해도 돼.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럼 물론이지. 찾을 수 있을 거야.
찾고나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선배 품에 안겨주면 돼. 그래, 그러면 돼.
그럼 나랑 진수오빠 빼곤 아무도 모르잖아?"
현지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어떡해, 못 찾으면…."
고민을 하던 현지는 다시 핸드폰을 열었다.
이번에는 매니저인 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찾았어?"
[이제 막 찾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찾아! 찾는 중이야, 기다려봐!]
"어떡해…."
[일단 나희찬씨한테 연락해야지. 다희 일이니까.]
"화내면 어떡해? 나, 나 욕 먹으면!"
[그래도 말하는 게 예의야!]
"알, 알았어. 끊, 끊어!"
[그래!]
뚝-
전화가 끊기고 현지는 털썩 소파에 앉았다.
매니저는 희찬에게 연락을 하라고 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았다.
경찰에 신고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결국은 그것도 희찬에게 들키는 일이였다.
현지는 어떻게든 희찬이 모르게 해야 한단 생각을 하고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멍하니 앉아 있다가 다시 핸드폰을 꺼냈다.
#
"어이구, 다비학생 지금 들어오나?"
"아, 네. 안녕하세요."
다비가 꾸벅, 옆집 아줌마에게 인사를 했다.
아줌마는 싱글싱글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다비는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메고 있던 학교 가방을 방에다가 가져다 놓고 부엌으로 나와 컵에 물을 받았다.
더운 날씨에 목이라도 축일 생각이었다.
물컵을 들고 거실로 나와, TV를 켜고 물을 들이켰다.
한 잔 가지고는 부족한 것 같아서 또 한 잔을 떠와 들고 소파에 앉으려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다비는 이 집에서 계속 지내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의 집 전화를 받는 것 같아 살짝 껄끄러운 느낌으로 전화를 받았다.
상대편은 아무 말도 없었다.
"여보세요?"
[저기요….]
다비가 다시 물자,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다비는 그냥 끊을까 생각하다가 일단은 용건이 있어,
전화를 했을 것이니 메모라도 해서 희찬을 줄 생각을 상대편이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저……김현지…그러니까, 류인데요.]
"아!"
이름을 듣자마자 희찬이 다희를 맡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다비가 밝은 얼굴로 외쳤다.
"다희 잘 있어요!?"
다비는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희에 대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다희 도시락 싸준 건 먹였고요?"
"반찬 투정은요? 잘 먹죠? 다희가 좋아하는 걸로 쌌는데."
"다희가 피자 치즈 덮은 햄을 제일 좋아하죠?
그거 집에서 궁리하다가 다희 주려고 만들어 본 건데 잘 먹더라구요."
[저기요!]
"아…죄, 죄송해요. 다희 생각하니 말이 많아졌네. 하하..하."
현지는 어떻게 말하나 입이 떨어지지가 않아, 주춤주춤 거리다가
어차피 말해야 할 거, 희찬한테 그대로 전하는 것보다
희찬의 친구의 입을 통해 전하면 그게 왠지 덜 무서웠다.
그래서 전화를 한 것이니 희찬도 아닌데 맘껏 말해 버리잔 생각으로 현지가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다희, 잃어버렸어요.]
챙그랑-
다비가 들고 있던 물컵이 떨어져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졌다.
컵에 들어있던 물들도 쏟아져 나와, 다비의 옷이건 말이건 모두 튀었다.
물컵은 다비의 바로 발등에 떨어져 유리가 박혔다.
발등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피가 뚝뚝 흐르고 욱씬욱씬 아파왔지만
다비는 자각할 수가 없었다.
"네? 뭐라고 하셨어요?"
다비는 자신의 귀에 들려온 말이 꿈 속 말처럼,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말이라서 절대 진실일 거란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런데도 심장은 현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모양인지 미친듯이 불쾌하게 뛰었다.
[다희 잃어버렸다고요, 희찬선배는 일하는 중이라 전화 받기 힘들 거예요.
희찬선배한테는 전화하지 말고 다희 찾아요.]
"……그게, 그게 무슨 소리에요? 잃어버리다뇨!"
[저도 일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잠깐 매니저한테 맡겼는데
매니저가 한 눈 파는 사이에 다희가 딴 데로 가버렸어요.
길거리에서 손을 놓은 것도 아니고 차 안에서 재워놓은 건데,
문을 열고 다희가 나갔어요. 저희는 잘못 없어요. 저희는 다희 얼마나 열심히 돌봤는데요?]
"그 말은 지금…전부 다희 탓이란 거예요?
아니, 나보다 어리다고 들었어. 반말 할게. 존댓말 하자니 속이 터지거든?
존댓말을 계속 쓰고 있다가는 욕이라도 나올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다희는 이제 고작 2살이야! 자나깨나 아이가 뭐하나 보는 것은 보는 사람이 책임져야 할 일이고.
다희가 무슨 잘못이 있어? 맘대로 차 문 열고 나간 거? 그래, 그게 잘못이겠지.
근데 당신이 말하는 건 다 다희 잘못이라는 듯이 말하는데,
이제 고작 2살 된 애를 그렇게 그냥 둔 너희 잘못도 있는 거야, 뭐? 너희는 잘못이 없어?"
[하, 이게 막 말 놓네? 내가 놓으라고 했어!?]
"됐고! 다희 어디서 잃어버렸는데?
방송국 앞? 응? 거기서 잃어버렸어?"
[야! 말 돌리지 마!]
"……다희를 좋아해? 다희를 아껴? 다희를…열심히 돌봐?
다 거짓말이지? 정말 다희를 좋아한다면, 아낀다면…그렇게 말 못해.
아무리 아이가 잘못해도 다 내 잘못이다.라고 말하게 되는 거야.
그게 정말 좋아하는 거고 아끼는 거야. 그런데…넌 거짓말인 거 같다.
그리고……정말 다희를 좋아한다면 지금 이 상황에서 싸움을 하는 쪽보다
다희 찾는 쪽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정상이야. 방송국 앞에서 잃어버린 거지? 끊어."
다비는 전화를 끊자마자 빠르게 휙 몸을 틀어 현관으로 향했다.
신발도 신지 않고 집을 뛰쳐나왔다.
다행히도 엘리베이터는 아까 막 올라왔기에 아직 층에 머물러 있었다.
다비는 다급하게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다비의 양말에 피가 새어나와 빨갛게 변했다.
박혀있던 유리는 움직인 덕에 커다란 것들은 빠졌지만 잘잘한 작은 것들은 아직도 다비의 발등에 박혀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1층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마자, 다비가 밖으로 뛰어나갔다.
무작정 도로로 뛰쳐나가 택시를 붙잡았다.
"어디갈까요, 손님?"
"다희, 다희…."
"네?"
"방, 방송국이요. 방송국!"
다비는 하마터면 '우리 다희 있는 데로 가주세요.'라고 애절하게 말할 뻔했다.
다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가 새파랗게 질리는 것을 반복했다.
자꾸만 다희의 밝은 미소가 눈앞에 아른 거렸다.
봄 햇살보다 부드러운 다희의 목소리가,
여름 태양보다 더 쨍쨍한 다희의 생기 있는 미소가
가을의 예쁜 단풍보다 더 예쁜 다희의 얼굴이,
겨울 바람도 이겨낼 수 있게 만들 것만 같은 다희의 애교가 떠올랐다.
하나 같이 전부 다희의 예쁜 모습 뿐이었다.
가끔 울고불고 떼를 써도 어쨌든 모두 예뻤다.
다비는 다희를 생각하자 눈물이 주르륵-흘러내렸다.
"다희야……."
다비는 흐느낌 섞인 목소리로 다희의 이름을 애틋하게 읊조렸다.
#
"응?"
집으로 돌아온 정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집 문이 보통이면 꼭 잠그는 다비인데 활짝 열려있었다.
학교에 갈 때 분명 꼭 잠그고 나갔는데 열려있다는 것은 누가 왔다는 소린데,
나희찬이라도 잠시 들린 건가.
정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집에 발을 들여놓았다.
"………?"
정하가 미간을 찡그렸다.
TV는 혼자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대고 있었고 부엌에만 불이 켜져있었다.
집 안에는 어떤 인기척도 없는 것 같았다.
정하는 집 안을 둘러보다가 TV 옆에 수화기가 선 덕에 데롱데롱 매달려 바닥으로 축 늘어진 모습과
그 아래에 물에 젖은 깨진 유리를 발견했다.
정하는 잠시 말없이 그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곧바로 깨진 유리로 다가갔다.
수화기가 이상하게 놓여 있는 걸로 봐서는…손에 힘이 빠져서 떨어트린 거 같았다.
정하는 수화기를 제자리에 놓고 유리를 주워서 깨끗히 치웠다.
마음 같아서는 다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전화를 해보고 싶은 것이었지만
핸드폰이 없는 다비이기에 방도가 없었다.
마음은 이미 초조하기 짝이 없으면서도 애써 진정해보는 정하였다.
"제기랄!"
하지만 역시나 다비가 걱정이 되서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젠장, 다비야. 무슨 일 있는 거야?"
정하가 곁에 없는 다비에게 물었다.
[★]인기가수 육아일기 20…[겁쟁이나 만들고…]
"다희야! 다희야! 나다희!"
다비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다희를 목이 터져라 부르며
SCS방송국 앞을 활보하고 다녔다.
벌써 1시간은 돌아다닌 것 같은데, 도무지 다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비는 울지 않으리라 맘을 먹고 눈물을 삼켰다.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우는 것은 오버라고 그렇게 여기며 눈물을 참으며 다희를 찾아다녔다.
"다희야! 다희야!"
다희를 한참 찼던 다비의 시선이 다희를 부르는 다른 사람에게로 향했다.
현지의 매니저, 진수였다.
"다희야!"
"다희…아세요?"
다비가 다급하게 진수를 붙잡고 물었다.
진수가 다비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희, 다희 찾고 있어요?"
"아, 네. 현지 매니저거든요."
"아…. 어디쯤에 갔을 지 예상 가는데 없어요?"
"자고 있느라…죄송해요."
"사과는 나중에 하고 빨리 찾도록 해요.
다희한테 번호 적힌 종이라던가, 그런거 주머니에 넣은 거 없어요?"
"딱히…없는데…."
"하아…네. 내가 저쪽부터 찾아볼게요. 저기부터 찾아주실래요?"
"아, 네!"
다비와 진수는 빠르게 흩어져 다시 다희 찾는 것에 몰두했다.
다비는 심장이 거세게 뛰어대서 심장마비라도 걸릴 것 같았다.
숨이 차도록 달리면서 휘집고 다니는데도 다희가 보이질 않았다.
바로 앞은 차도인데, 차도를 쳐다보던 다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신이 아찔해졌다. 만약에 다희가 울며 헤메다가 차도로라도 내려가게 된다면?
다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풀며 더 큰 목소리로 다희를 부르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각. 현지는 정하에게도 연락을 했다.
현지의 연락을 받은 정하는 앞뒤 재볼 것 없이 다비처럼 뛰쳐나가 다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다른 게 있다면 거의 혼이 쏙 빠진 얼굴로 SCS방송국으로부터 달려간 다비와는 달리,
조금은 침착하게 상황을 생각하고 경찰서로 달려갔다.
"네, 키가 이 정도 되고요. 나이는 이제 2살이요.
말을 꽤 잘해요. TV보시죠? 연예프로 그런 거 자주 보시면 알 수 있을텐데,
그런데에 몇 번 나왔었거든요. 눈이 큰 편이고요……"
조목조목, 다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정하는 마지막으로 잃어버린 장소로 추정되는 SCS방송국 앞까지 말한 후, 경찰서를 나왔다.
그리곤 핸드폰을 꺼내, 희찬에게 전화를 걸며 SCS방송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탔다.
"SCS방송국으로 가주세요. 왜 안 받는 거야, 이 새낀."
정하는 짜증스럽게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닫고 주머니에 넣었다.
"조금만 빨리요, 조금만요."
#
희찬은 방금 막 방송 하나를 마치고 대기실로 나오자마자, 핸드폰부터 열어봤다.
핸드폰에는 부재중 전화로 한 건이 와 있었다.
희찬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재중 전화를 건 사람 이름을 봤다.
의외였다. 번호를 알려줘도 단 한 번도 전화를 한 적 없는 정하였다.
희찬은 곧바로 정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긴 신호음이 가도 전화는 연결 될 생각을 안 했다.
[여보세요?]
"아, 응. 왜 전화했어?"
한참 후에야 정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희찬은 무슨 일인지 모르기에 별 생각없이 툭 물었다.
하지만 정하의 목소리가 초조하고 긴장어린 상태였다.
[다희…잃어버렸대.]
"뭐?"
[SCS방송국 앞에서 잃어버렸다나봐.
그래서 지금 SCS방송국으로 가고 있어. 지금 도착했거든?
나 다희 찾아야 돼. 전화 끊는다.]
"대체 언제 잃…여보세요? 여보세요!?"
희찬은 무슨 소리느냐고, 언제 잃어버린 거냐고 물어볼 생각으로
입을 열었는데 전화는 가차없이 끊겼다.
희찬은 드륵- 의자를 밀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희찬아. 빨리 와, 인마!
다음은 생방송이란 말이야!"
"형…금방 갔다올게."
"뭐, 뭐? 나희찬! 야!"
뒤에서 급하게 준형이 희찬을 불렀지만,
희찬은 준형의 부름은 들리지도 않았다.
이미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희찬은 빠르게 달려서 방송국 밖으로 나왔다.
SCS방송국. 지금 여기가 그 장소였으면 좋으련만.
희찬은 입술을 물어뜯으며 택시를 잡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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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다희가 다비랑 뒷모습이 비슷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여자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여학생이 뒤를 돌아봐, 다희를 한 번 쳐다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치맛자락을 빼냈다.
다희는 울상으로 매몰차게 자신을 뿌리친 여학생을 쳐다보고는 다시 터벅터벅 길을 걸었다.
눈물이 글썽글썽 맺힌 상태로 다희가 훌쩍였다.
"엄마아아아. 흐으으앙!"
이내 울음을 터트리며 다희가 풀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빠아아, 후으아앙!"
다희의 울음소리에 사람들이 힐끔힐끔 다희를 쳐다보고 지나갔다.
하지만 정작, 다희에게 다가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희 혼자 서럽게 울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줌마 한 명이 다희 앞에 멈춰섰다.
그리곤 쭈그려 앉아서는 다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길 잃어버렸니?"
"아니요!"
다희가 버럭 화를 내며 답했다.
"그럼?"
"엄마한테 가자 하는 거였어요!"
(엄마한테 가는 거였어요!)
"근데 엄마를 못 찾고 있구나?"
"…네에."
"아줌마가 엄마 찾아줄까?"
"진짜요오?"
"응!"
#
SCS방송국에 도착한 희찬은 대충 택시비를 지불한 채,
무작정 다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얼굴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라, 희찬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희찬은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볼 새가 없었다.
바쁘게 다희만 찾아다녔다.
한참을 그렇게 다희를 찾고 있는데 저 멀리 다비와 정하가 보였다.
어느새 둘이 만난 모양이었다.
희찬은 둘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다희? 다희 찾았어?"
희찬이 다급하게 물었다.
희찬의 물음에 다비와 정하가 잠시 희찬이 올 지는 몰랐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대답을 들은 희찬 역시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다비는 당장이라도 울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시 찾아보자, 찾을 수 있을 거야. 좀 더 멀리까지 나가보자.
다희가 나갔을 수도 있잖아."
"그, 그래!"
정하가 침착하게 말하고 희찬이 답하며 달려갔다.
"다비야. 가자!"
"응!"
정하가 다비의 손을 이끌었다.
ㅡ…♬ 그때, 들려오는 벨소리에 정하가 다희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며 핸드폰을 받았다.
[김정하 학생?]
"아, 네!"
정하가 눈을 크게 뜨고 자리에 멈춰섰다.
다희를 찾고 있던 다비가 정하의 밝은 목소리에 행동을 멈추고 정하를 쳐다봤다.
[다희라고 했죠?]
"네!"
[찾았습니다, 지금 파출소로 와 주실래요?]
"아, 네! 금방 가겠습니다!!!"
정하의 얼굴이 화색이 돌았다.
핸드폰을 끊은 정하가 다비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뭐야? 무슨 전화야?"
"다비야! 다희…찾았대!"
-
"다희야!"
다비는 넘어질 듯 달려들어오며 다희를 와락 끌어안았다.
다희를 보고 있던 경찰이 미간을 찌푸리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하가 경찰관을 보고 고개를 꾸벅이며 감사를 표했다.
"어우, 아주 애 먹었다니까요? 말을 통 들어야 말이지."
경찰관이 뒷목을 피곤하다는 듯, 툭툭 두드리며 자신의 자리에 가 앉았다.
다비는 울먹거리며 다희를 끌어안고 있었다.
다희도 다비를 끌어안은 채,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정하는 그런 둘을 가만히 서서 쳐다보며 살짝 웃었다.
파출소 밖으로 나온 셋.
다비가 품에 안겨 있는 다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어디 갔다 온 거야?"
"엄마한테 가자…하려고."
"가만히 있으면 엄마한테 데려다 줄텐데,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그렇지만, 나는 그 언니 좋고 싫단 말이야!
그래서 다희, 엄마한테 오고 싶었단 말이야!"
"좋고 싫다니…?"
"좋은데 싫어."
다희가 우물쭈물대며 말했다.
"그 언니…싫구나, 우리 다희."
"흐윽…응!"
다희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답했다.
현지가 자신을 싫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던 말 때문에,
다희는 싫다는 말도 맘 놓고 못하고 돌려 말한 거였는데 여태까지 알아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 어린 마음에 얼마나 답답하고 무서웠을까.
다희는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다비 품의 안겨서 무서웠던 것을 눈물로 쏟아냈다.
현지에 대해 싫었던 것을 다 말해버리면 현지가 화를 낼까 두려워,
다희는 현지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싫다.'란 말만 한 채, 다비의 품에서 울 뿐이었다.
다비는 그런 다희를 안쓰럽다는 듯 토닥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옆에 서서 지켜보던 정하가 다비의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줬다.
다비가 정하를 쳐다보며 살짝 웃어보였다.
"안 울려고 그랬는데…분명 다희 찾을 수 있으니까, 안 울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다희 찾았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왜 자꾸 눈물이 나지?"
다비가 목이 메어 말을 뚝뚝 끊으며 정하에게 물었다.
정하는 다비의 눈물을 계속 닦아주며 답했다.
"니가 그만큼 다희를 걱정했다는 거야, 바보야."
차를 타고 집 앞으로 도착했다.
다희는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싱글벙글거리며 엄마랑 있어서 좋다는 둥의 애교를 떨었다.
집 앞에는 정하의 연락을 받은 희찬이 서 있었다.
희찬은 다희를 안고 오는 다비를 발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나다희!"
희찬의 목소리가 화가 나 있는 듯했다.
희찬의 화난 음성에 다희가 움찔하며 다비의 품에 파고들었다.
"아빠 봐!"
"그만해, 다희도 놀랬어."
"아빠 봐, 나다희!"
다비가 만류했지만 희찬은 기어코 화를 내며 다희가 자신을 보도록
다비에게서 다희를 빼앗듯 데리고 왔다.
다희는 겁에 질린 눈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희찬을 쳐다봤다.
"아빠아…."
"누가 그러래? 누가 맘대로 돌아다니래!"
"…잘못했어요, 흐으으그. 아빠아."
다희가 희찬의 품에 안겨들며 훌쩍거렸다.
희찬은 자신의 품에 쏙 안겨드는 다희를 꽉 끌어안으며
눈물을 참느라 빨개진 눈을 감으며 다희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걱정했잖아…아빠, 놀랬잖아….
다희 없어지는 줄 알고……아빠, 겁 먹었잖아….
아빠 겁쟁이나 만들고 말이야, 나다희. 다신 이러지 마."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흐으으으앙."
끝내 커다랗게 울음을 터트리는 다희를 희찬을 꽉 끌어안아 토닥이며
참았던 눈물을 한 방울 톡- 다희의 어깨로 떨어트렸다.
*
그런 말이 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자식한테 항상 부모는 진다는 말과도 같은.
자식 앞에서 부모는 항상 여려진다.
자식을 뒤에 두고 있을 때는 강해지면서, 자식 앞에 있으면 항상 약자가 된다.
자식의 말에 안 된다고는 해도 떼쓰고 울면 미안해지고, 마음이 약해진다.
자식 걱정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겁쟁이가 되고 만다.
그게 부모다.
정작, 자식을 뒤에 두고 있을 땐 지키기 위해 강해지면서.
모든 일이든 이겨내기 위해 애를 쓰면서.
첫댓글 ㅠㅠㅠ와 정말 재밌어요
ㅜㅜ이햐아~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꼬리말 감사합니다♥
와 진짜....완전 너무재미잇는거같아여!대박임
에헤! 대박 행복해요~!!//꼬리말 감사합니다♥
재밌어요~~~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에헷! 기대한 만큼의 충분한 만족감을 드렸으면 좋겠어요~!//꼬리말 감사합니다♥
너무 감동이예요ㅜ 눈물이 흐르네요~~... 진짜 감명깊게 봄니당>_<ㅋㅋ!!
부족한 소설인데 감동했다니 마냥 기쁠 따름이에요~//꼬리말 감사합니다♥
대박...ㅋㅋㅋ 정말 재밌네요.
대박........끄약~행복행복~//꼬리말 감사합니다♥
에헤헤헤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대박](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6.gif)
두번에 ![완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35.gif)
까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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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헤헤.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네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꼬리말 감사합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2.gif)
스크랩해가요~
네~//꼬리말 감사합니다♥
스크랩 해가요~
네~~//꼬리말 감사합니다♥
진짜 볼수록 더 재밋네요>_<스크랩이요ㅎㅎ
감동적이에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