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월요일 - 서부 일주 11일째
LA에서 사흘동안 지냈던 숙소는 만족스러웠다.
내내 아침식사로 와플을 구워 먹어 맛있기만 하던 와플이 슬슬 질릴 정도이니 우리로서는 행복한 투정이다.
LA에서 San Francisco까지 고속도로로 간다면 여유롭겠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몇 군데 들러가려면 일정이 빠듯하다.
짐을 챙겨 서둘러 숙소를 나섰지만 벌써 8시, 갈 길이 바쁘다.
Santa Barbara
북쪽으로 100 마일 정도 달리니 18세기 말 스페인계 이주자들에 의해 개척되어
스페인풍 정서가 가득한 Santa Barbara가 나온다.
하얀 벽과 빨간 지붕이 짙푸른 녹음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변가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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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Barbara 거리에는 하얀 벽과 빨간 지붕 집들이 예쁘게 들어서 있다>
해변가를 따라 조성된 Shoreline Park에 이어진 산책로에는 애완견을 동반하고
아침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역시 미국은 개들의 천국이다.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좋아보이나 잔디밭에 들어갈 때는 개 X을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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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Barbara Shorelin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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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개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 여유롭다>
갈 길은 멀어도 Santa Barbara에 왔으니 명소 한 군데는 들러가기로 하고
여행 책자를 뒤적이며 선택한 곳은 Mission Santa Barbara,
전도관의 여왕(Queen of the Mission)이라고 불려온 기품 있는 건물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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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Santa Barbara>
Solvang
관광객들에게 덴마크보다 더 덴마크답다는 평을 듣는다는 서해안의 덴마크 마을,
Solvang 역시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입구에서 부터 예쁘고 깔끔하게 단장한 건물들과 거리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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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154234F4D1D3BA423)
<서해안의 덴마크 마을, Solvang은 덴마크 마을의 한부분을 그대로 가져온 듯하다.>
Solvang의 명물이라는 페이스트리의 단 맛은 엄마의 잔소리로 뾰루퉁해 있던 깐돌이의 마음을 풀어주었다.
맛있다. 그러나 좀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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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vang에 왔다면 페이스트리를 먹어보자>
Hearst Castle
출판왕이라 불리는 William R Hearst의 저택인 Hearst Castle은 방이 150 여개나 되는 대저택으로
투어를 통해 호화스럽게 꾸며진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단다.
며칠 전 예약이 필수라고 듣긴 했지만 아무리 궁리해도 오늘의 빡빡한 일정에서
2시간 투어에 할애할 여유가 없어 예약을 하지 않고, 성의 외부 모습만 보고 가기로 했다.
Hearst Castle Tour 예약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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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st Castle은 저 멀리 산 위에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막상 Visitor Center에 도착해 보니 Tour Bus만이 성 가까이에 갈 수 있단다.
이런 낭패가. 먼 발치에서 성의 윤곽만 살펴보고,
예약하지 않고 온 방문객들을 위한 듯 싶은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으니 공연히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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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본 Hearst Castle 내부의 응접실은 화려하다>
Hearst Castle을 나와 Montery까지 이어지는 Scenic Drive Course는
방금 전 Hearst Castle에서의 낭패감을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
이제껏 Scenic way라는 안내문구나 표지판에 현혹되어 일부러 먼 길을 돌아 찾아갔건만
해변도로라고 해도 바닷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별장들이 시야를 가려 제대로 바다가 보이지 않았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암절벽과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해안을 끼고 가는 진정한 Scenic way이다.
동해안 7번 국도가 연상되긴 하지만 규모에 있어선 비교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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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는 기막힌 절경을 품고 있다>
View point마다 차를 세우고 기막힌 절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7시까지 Monterey 17-mile Drive입구에 도착해야 하기에 아쉽게도 쉼없이 달려야 했다.
우리가 본 중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임에 틀림없다. 강추.
한가지 더 욕심을 낸다면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San Francisco에서 LA로 달려보기를 권하고 싶다.
Monterey 17-mile Drive 입장료 $10
7시가 다 되어 간신히 Carmel Gate를 통과하여 숨을 돌리니 이미 저물어 가고 있는 해가 다시 우리를 재촉한다. 입구에서 준 안내지도에는 17-mile 드라이브 코스가 붉은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여러 갈래로 갈라진 비슷한 숲길에서 드라이브 코스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길을 잘 못 들어 차를 돌려 나오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나서야 지도에 표시된 붉은 점선이 길에도 그대로 그려져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 이럴수가, 도로에 표시된 붉은 점선을 유의해서 보지 않은 탓이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허탈하다.
우리처럼 Camel Gate나 Highway Gate로 들어왔다면 숲길로 올라가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각 point를 들르면 더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다.
깐돌아빠는 골퍼들의 동경의 대상인 Pebble Beach Golf Links에서 퍼팅 폼을 잡는다. 골프공이 저절로 홀컵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골프코스. 골프가 아니더라도 잔디를 밟으며 푸른 파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치만 즐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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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 Beach Golf Links에서 폼을 잡는 깐돌아빠>
소나무와 삼나무 숲을 빠져나오니 복잡한 해안선을 따라 바다가 보인다. 첫인상은 제주도와 비슷하다.
Point 마다 번호와 이름이 표시되어 있고, 안내지도에 자세한 설명이 있어 구경하기 어렵지 않다.
Monterey 17 Mile Drive Point of Interest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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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바위들은 새들의 휴식처이다>
아름다운 경치가 보이는 곳이라면 여지없이 멋진 별장들이 들어서 있고 자전거로 투어를 하는 이들도 여행지에서 빠지지 않는 풍경이다. 차 뒤에 자전거를 싣고 다니며 즐길만한 경치가 나타나면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돌아보는 이들이야말로 여행을 제대로 하는 것 같다. 우리가 미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2년만 되어도 자전거를 사서 싣고 다닐텐데. 깐돌아빠는 한 술 더 뜬다. "맞아, 차 지붕에는 카누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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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면 아름다운 경치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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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를 따라 피어있는 야생화들이 드라이브 코스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잔뜩 찌푸린 흐린 날씨만 아니라도 훨씬 아름다웠을텐데 저 원망스런 구름은 여행내내 우리를 따라다니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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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피크닉 벤치도 한적한 바닷가와 잘 어울린다>
바위 위에 외롭게 서 있는 한 그루의 Lone Cypress는 17-mile Drive Course의, 아니 북캘리포니아 해안선의 상징으로 종종 팜플렛이나 안내책자의 표지를 장식한다. 사진 작가가 가장 멋진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을 접했던 탓인지 실제 모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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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ne Cypress는 250년 이상이나 바위 위에 외롭게 서 있다.>
바닷가 사진이 잘 나오지 않은 건 카메라 기사나 카메라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구름 탓이다. 하늘을 뒤덮고 있는 두터운 구름은 아름다웠을 석양도 가린 채 어둠만 가져다 주었다. 그렇지만 늦게 도착하여 17-mile Drive 코스를 놓친 여행기를 수차례 읽었기에 무사히 돌아보고 나니 뿌듯하다.
밤길을 달려 도착한 San Francisco 다운타운에 위치한 숙소의 건물은 낡았지만 애써 깔끔하게 단장한 흔적이 보여 지낼만할 것 같다. 다운타운에 있는 숙소는 항상 주차료가 문제였는데 여기는 Limited Free Parking, 그러니까 숙소 내 주차장이 허락하는 차량만큼만 무료 주차란다. 주말도 성수기도 아니라 주차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다. 오늘부터 사흘을 묵게 될 숙소는 일단 합격점이다.
숙소 : Embassy Hotel (Hotels.com, 3박 $24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