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머스 (Shamus)
1973년 미국영화
감독 : 버즈 쿨릭
음악 : 제리 골드스미스
출연 : 버트 레이놀즈, 다이난 캐넌, 조 산토스
래리 블록, 론 웨이얀드, 죠르지오 토찌
'샤머스'는 30-40대 시절 버트 레이놀즈 출연 영화중 국내 개봉된 몇 편 안되는 작품중 하나입니다. 이전 출연작은 '전쟁과 정조(Armored Command, 61)' '방랑의 나바호조' '100정의 라이플' 등이 개봉되었고, 이후 70년대가 되어서는 그의 출세작인 '샤머스'가 거의 미국과 몇달 간격 없이 개봉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가 36세에 출연했는데 이후부터는 흥행적으로 승승장구하며 80년대 중반까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흥행 오락배우로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국 본토의 그의 흥행력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샤머스'가 기대이하의 흥행을 기록하자 이후 70년대 버트 레이놀즈가 출연한 영화는 더 이상 개봉되지 않았고, 언론을 통해서 들려오는 버트 레이놀즈의 흥행력에 대한 기사가 갸우뚱해질 정도였습니다. 국내에서는 듣보잡, 할리우드에서는 대흥행 배우였던 것이죠. 81년에 출연한 '캐논볼'과 '샤키머신'이 비로소 우리나라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나름 뒤늦게 체면을 세웠지만 '캐논볼'의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았던 성룡과 로저 무어가 특별출연이었음에도 마치 주연처럼 홍보를 하여 그 덕에 흥행을 한 것이니 순수 버트 레이놀즈 힘으로 우리나라에서 흥행한 영화는 오로지 '샤키 머신' 한 편 뿐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단지 흥행배우였을 뿐, 그의 작품은 그다지 명작이나 걸작 레벨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나름 '노만 주이슨' '피터 보그다노비치' '스탠리 도넨' '로버트 알드리치' 등 A급 감독의 작품에도 출연했지만 그들의 대표작들로 남지 못한 영화들이었습니다. 즉 수준은 낮지만 흥행력은 있는 상업배우 정도가 버트 레이놀즈의 레벨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대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70-80년대 최고 흥행배우 자리를 놓고 늘 경쟁을 벌였을 정도로 상업배우로서의 그의 위상은 높았습니다. 무려 5년 연속 최고 흥행배우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니.
당구창 침대에서 자는 맥코이
거대한 개의 습격
악당과 주인공
여러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는 주인공
'샤머스'는 국내 개봉후 TV에서 한 번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극장에서도 TV에서도 잘린 부분이 있었고, 그다지 수준 있는 탐정물은 아닙니다. 좀 엉성하고 진부한 영화라고 평가합니다. 마치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우 탐정을 흉내낸 듯한 느낌도 들고, 약간 007 영화의 패턴을 따라한 듯한 느낌도 있지만, 그다지 논리적이지도 않고 편집도 좀 엉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모험과 액션등은 있지만 다소 육중해보이는 그의 체격은 이소룡 만큼 호쾌하지도 않았고, 성룡 처러 다채롭지도 못했고, 실베스터 스탤론이나 아놀드 슈왈제네거처럼 강력해 보이지도 않았고, 찰톤 헤스톤처럼 듬직한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주먹좀 쓰는 동네 양아치가 용쓰는 수준처럼 보였습니다. 더구나 시종일관 입고 등장하는 거추장스런 트렌치 코트는 그의 액션을 펼치는데 방해요소처럼 거슬렸습니다.(왜 형사 콜롬보도 아닌데 그런 코트를...)
'샤머스'는 버트 레이놀즈가 주연한 탐정 이름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영화속에서 '맥코이'라고 불리우기 때문에 샤머스 맥코이라는 그의 이름에서 차라리 '맥코이'라는 제목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샤머스라고 불린 적은 딱 한번 정도로 기억됩니다. 어느날 보석을 강탈한 인물이 잠을 자다 화염방사기 공격에 사망하고 원래의 보석 주인인 E. J. 흄 이란 인물은 맥코이에게 그 사건을 의뢰합니다. 맥코이는 그리 잘 나가는 탐정은 아니었고 허름한 아파트에서 당구대를 침대삼아 숙식하는 인물이었는데 거금을 선불로 받고 그 사건 조사에 착수합니다.
다이안 캐넌
"당신 몸이 참 빵빵하군요"
요즘 서점 알바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성희롱으로 철장에
갈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런식으로 들이대면
여자가 알아서 몸을 내준다. 전형적인 70년대 마초적 영화
액션연기를 많이 보여준 버트 레이놀즈
뭐 탐정이고 사건을 조사하지만 대단한 활약을 하거나 유능한것은 아닙니다. 그냥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고 그러다가 주먹질도 하고 때리기도 하지만 얻어터지기도 하고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깁니다. 굉장히 현실적인 탐정이지요. 그리고 결국 돌고 돌아서 E. J. 흄과 최후에 다시 만나서 사생결단 모험을 하지요. 사실 내용의 짜임새나 미스테리한 과정을 푸는 건 의미 없고 그냥 샤머스 맥코이라는 캐릭터 하나 만들어서 그가 펼치는 모험과 섹스가 주된 내용입니다 보석 강탈 사건은 그냥 밑밥에 불과하지요. 철저히 오락성에 의존한 킬링타임용 영화입니다.
의아한 것은 총기류를 여럿이나 보관하고 있는 맥코이가 왜 제대로 그걸 활용하지 못하고 늘 위험에 빠지는 걸 자초하는지 모르겠고, 여자를 만나면 대략 요즘 기준으로 미투 처벌될 만한 성희롱 농담 몇 번 하면 여자가 처음에는 튕기는 듯 하다가 알아서 몸을 내줍니다. 딱 싼티나는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마초적 장면들이지요.
버트 레이놀즈는 꽤 터프하고 야성적인 분위기를 보이는 배우지만 제 개인적으로 볼 때 그다지 뛰어난 액션배우는 아닙니다. 사실 왜 그의 인기가 그렇게 미국에서 높았었는지는 영화 100년사의 미스테리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40년대 역시 최고 인기 배우로 몇년 등극한 빙 크로스비도 마찬가지지만 그는 노래라도 했지요. 영화사에서 버트 레이놀즈보다 훨씬 멋진 배우는 수두룩한데. 몇 가지 이유를 꼽을 수는 있지요. 70년대부터 스타에 의존하기 보다는 감독의 역량에 의해서 영화의 수준이 결정되는 기류로 많이 바뀌었고, 그래서 '죠스' '스타워즈' '클로스 인카운터' 같은 작품들이 전형적 그런 유형이었고, 50-60년대를 풍미한 많은 고전배우들이 70년대에 퇴조했고, 그런 틈새 시장에 버트 레이놀즈가 야성적 매력을 어필해서 10여년 인기를 누렸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이전의 여러 고전영화 스타들과 그 이후의 해리슨 포드, 톰 크루즈, 톰 행크스 등 버트 레이놀즈 시대 이후의 80년대 부터 인기를 누린 스타들과 비교해볼때 버트 레이놀즈의 인기는 정말 이해가 안가며 '샤머스' 같은 영화의 수준을 봐도 딱 그는 B급 상업액션 스타 정도가 적정한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죽을 고비를 넘긴후 여인과의 섹스
킬링타임 오락물다운 전개
'샤머스'가 나온 그 다음해인 1974년 유사한 내용의 영화, 탐정 하나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인 '차이나타운'이 등장하면서 두 영화의 확연한 수준차이가 느껴졌고 잭 니콜슨이라는 일류배우와 버트 레이놀즈 라는 상업재우의 레벨차이, 그리고 다이안 캐넌이라는 그냥 그런 여배우와 페이 더너웨이라는 일급 배우의 레벨차이를 느끼게 합니다. 걸작과 범작을 비교하기 딱 좋은 케이스로 1년 간격으로 등장한 '샤머스'와 '차이나타운'이 비교예시로 매우 좋을 것 같습니다. '차이나타운'은 별다른 액션이 없는 탐정물이지만 훨씬 볼만했지요.
버트 레이놀즈는 '캐논볼'과 '샤키머신' 의 인기 덕분인지 80년대 국내 TV에서 간간이 그가 출연한 영화들이 방영되어 국내 관객들의 그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키기도 했습니다. '샤머스'도 그때 방영되었고 '서바이벌 게임(탈출 로 방영) '스턴트맨 후퍼' '정의의 사나이 게이터' '유인원 트로피스' 등 국내 미개봉된 그의 영화들이 몇 편 방영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영원히 인기가 없던 배우였고, 90년대 이후 클린트 이스트우드와의 격차도 많이 벌어지면서 한때 라이벌이었다는 자체도 무색해졌습니다. 오히려 '부기 나이트'의 조연 배우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렇게 70-80년대를 풍미했던 버트 레이놀즈는 조용히 잊혀져갔습니다. 역시 배우는 '작품'을 남겨야 오래 기억되는 법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온갖 스포츠 기록을 줄줄 기억하는 '인간나무위키' 인 스프링 이라는 캐릭터는 마치 알프레드 히치콕의 '39계단'을 연상케 하더군요.
ps2 : 감독인 버즈 쿨릭은 율 브리너 주연의 '풍운아 판초 빌라'와 스티브 맥퀸 주연의 '헌터'를 감독한 인물인데 두 영화가 다 그저그랬습니다. 확연한 2진급 감독이지요.
ps3 : 버트 레이놀즈의 인기가 높았는데 이 영화 속편이 만들어지지 않은게 좀 신기합니다. 맥코이는 상업영화에서 활용하기 좋은 캐릭터였을텐데.
[출처] 샤머스(Shamus, 73년) 버트 레이놀즈의 출세작|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