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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은 맑은 날씨로 시작된다.
아직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구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광주는 비가 많이 온다는데 지금은 어쩐지 모르겠다.
일기예보로는 오전까지는 비가오고 오후에는 흐린 날씨가 된다고 하여 다소 안심했는데 방금 들어가보니 한때 비라고 되어있다.
뛰는 도중 조금이라도 비를 맞게 되면 여러가지로 불편한데...
정말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일단 가족끼리 아침 일찍 나서서 광주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광주에 도착하니 치평동 성당 바자회하는곳으로 오랜다.
내 당초 계획은 광주에 도착하여 점심 일찍 먹고 낮잠을 많이 자고 저녁에 뛸 생각이었는데 벌써부터 차질이다.
어쨌든 바자회장에서 보신탕 한그릇 먹고 셋째이모댁에 온 시각이 2시가 넘는다.
4시반에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누워보지만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살포시 잠이 드는둥 마는둥 하는 가운데 시간만 흘러가는데 4시가 되니 누워있는것도 그래서 일어나서 돌아다녔다.
5시에는 나가야 한다니까 다른사람들까지 덩달아 일찍 식사를 하게 되었다.
점심을 일찍 먹어서인지 아니면 먹어두어야 한다는 의무감때문인지 약간 평소보다 많은 양의 식사를 했다.
광주시청 야외 음악당이 집결지여서 현지에 도착하니 5시 30분이 넘었다.
먼저 광화문 한준 충청팀장님이 알아보고 인사나누고 이어서 광주 11기 재중씨 전화받고 만나서 오늘 일정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광화문 팀 한 분 두분 모이더니 함께 기념사진도 한컷 했다.
내가 과연 100km를 해 낼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그래도 일단 출발이 문제일뿐 특별한 사유 없는 한 실패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처음은 시청주변을 한바퀴 돌고 천변도로로 나가는 코스이다.
작년에 재중씨가 13시간이 넘었다고 해서 나도 12~13시간에 완주하리라 생각하고 같이 출발을 했다.
그런데 재중씨는 같은 소속 팀들과 함께 작전이 있었는지 초반 가속하기 시작한다.
내가보기에는 5분주는 좀 넘고 6분주는 안되는 속도인데 엄청 빠르게 느껴진다.
다리도 안풀리고 날은 덥고 숨은 턱턱 막히는데 왜 이리 빠르냐고 물어보니 일단 가보자고 한다.
약 2km정도 그렇게 가는데 이런... 뒤가 묵직해지더니 도저히 이대로는 못가겠다.
할 수 없이 뚝방 아래 적당하고 가려진곳을 찾아가며 달리다가 마침 폐가가 있어 그곳으로 몸을 숨겨 응가를 하고 다시 올라가니 이제 거의 6분주의 속도주자들이 무리지어 달려온다.
한준 팀장님이 선두로 아마도 12시간 이후의 페이스가 아닐까 생각된다.
볼일보고 다시 올라왔어도 내 앞에도 내 뒤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달려가고 있다.
다리도 이제 좀 풀어지고 뱃속이 편하니 이제 좀 달릴만하다.
처음 10km지점 표지판이 나오고 출발한지 꼭 한시간 걸렸다.
천변을 따라 쭈욱 달리다가 다시 산동교쪽으로 올라가는 공원에 첫번째 CP가 나온다.
12km지점이라고 하는데 이미 땀은 비오듯 오고 여기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머리에도 좀 뿌리고 다리좀 풀어주고 물 한병 챙겨 배낭에 담고 교각으로 올라가서 달리기 시작한다.
여기는 예전에 우리가 살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많이 와 보았던 곳이어서 많이 익숙한 곳이다.
시내길을 따라 인도로 달려가니 오르락 내리락 불편함이 있지만 어차피 속도를 낼 일도 아니니까 괜찮다.
출발한지 2시간이 지나가니 이제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20km표지판이 보이면서 랩타임 2시간 5분여초로 계속 6분주는 이어지는 것 같다.
나중에 어찌될지 모르지만 아직은 6분주가 괜찮을것 같다.
날씨가 어둑어둑해지면서 바닥도 잘 살펴서 달려야 하겠다.
차도를 별도 통제하지 않고 달리려니 위험하기도 하지만 이리저리 주변 상황을 잘 살피면서 가야하겠다.
군데군데 신호건너는 곳이 있는데 차량통제가 없으니 눈치껏 잘 건너야 한다.
제2 CP는 지방도 중에 설치되어 있어 급수받고 떡절편 하나 물고 잠깐 쉬면서 다시 출발한다.
이제는 주변이 어두워지고 앞서가는 주자들의 점멸등만 반짝이는것을 보면서 달려간다.
띄엄띄엄 이어지는 점멸이 흡사 빨간 반딧불이가 움직이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건데 내 앞에는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 멀리서 간혹 보이기만 할 뿐이다.
망월동쪽으로 안내가 되고 이어 5.18 국립묘지 정문쪽으로 8차선 넓은 도로를 내려간다.
평일은 한적한 곳이라 거의 차가 없는 가운데 훤한 가로등불 아래로 열사추모 현수막들이 걸려있어 민주화를 위해 희생되신분들을 생각하며 달려 우회전하니 30km지점을 지나 제3CP가 나오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미리 도로를 건너서 다시 오기가 뭣해서 그냥 지나쳐 가버리자고 생각했다.
물은 있으니까 하고 가면서 물을 한모금 먹고 소변도 보고 광주 - 담양간 국도변을 달려간다.
시골길이라 승용차는 많지 않고 간혹 마을 버스만이 한가로이 다니고 군데 군데 음식점이 있지만 유동이 별로 없는것 같다.
35km지점을 지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도로가 보인다.
오르막길이라 여기서 달려가다가는 초반에 퍼질까 싶어 걷기로 마음을 먹는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가 걸어간다.
앞으로 남은 거리도 많은데 뭐....
정상까지 올라가니 차들이 많이 세워져 있고 음식점도 많이 보인다.
이제 내리막 길인가 하고 가는데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니 11기 재중씨가 40km지점 가까이에 부인이 전복죽해놓았다고 먹고 가라고 전화를 했다. 이후 오르막이 나타나고 조금 가다보니 이야기한대로 하얀 승용차옆에서 자리를 깔고 있는 모습이 보여 물어보니 맞다고 하여 물한잔과 시원한 참외 몇조각 집어먹고 죽은 아직 배가 안고파 먹지 않고 또 고갯길을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가니 이제 충장사가 보이고 제 4CP가 보인다. 방울토마토 몇개 먹고 물 갈아 끼우고 이후부터는 완전 내리막이다.
곳곳에 떨어져 있는 버찌가 씨만 남기고 늘러 붙어 있어 씨가 밟혀 불편하지만 내리막을 시원하게 달려내려간다.
이제 앞사람도 보이지 않고 나 혼자 만이 이길을 달리는것 같다.
간간이 오는 차량때문에 조심조심하면서 내려가는데 한참을 그렇게 내려갔다.
바닥에 표시가 되어있기 때문에 중요한 갈림길에서는 꼭 바닥을 보아야 한다.
앞선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 믿고 따라가련만 아무도 보이지가 않는다.
한참을 내려가니 마을이 보이고 이제부터는 담양 남면인듯 싶다.
이곳또한 큰처형이 노후에 쓸집이 있는 인암리 집 가는 길목이라 잘 알고 익숙한 길이다.
평소 낮에 차로 가던 길을 따라 가다보니 이제 앞에 몇사람이 가는것이 보인다.
담양집 인근을 조금 지나니 제5CP가 보인다.
이제 절반을 온것인데 다리가 시큰거리고 발바닥도 많이 아프다.
마라톤 같으면 이미 골인하고 앉아 쉬고 있을 시각인데 아직도 절반밖에 안온거라니...
여기서 중간 체크 받고 기입한 다음 된장국에 밥 말아주는것 받아 먹고 좀 쉬었다.
마눌에게 전화하려고 하니 터치가 되지 않는다.
땀이 젖어 정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가 싶다.
손을 말려 어찌 어찌 하다보니 신호가 가는데 안받는다. 딸래미도 아들도...
둘째 이모댁에 갔을것으로 생각되어 집으로 전화하니 받는데 다 거기 모여 있다고 한다.
걱정스럽게 물어보는데 난 아니라고 했다.
여기까지 거의 5시간 30분이니 거의 6시간 가까이 걸렸다.
밥먹고 좀 쉬었다가 다시 힘을 내어 출발했다.
씨피 사람들의 화이팅을 받으며 가는데 이런 벌써 오르막이다.
심한 오르막은 아니지만 꾸준하다.
좀 쉬었기 때문에 여기는 달려가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긴 오르막을 산속으로 달려올라가는데 한사람이 보인다.
가까이 보니 여자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남자도 힘든데 하면서 앞질러 가니 또 한사람이 올라가는데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정상쯤 가니 이제 그사람과 만나 같이 이야기를 나무면서 내리막 길을 달려간다.
그동안 구경하지 못했던 반딧불이들이 많이 보인다.
아래 마을에서 고동을 잡아보았는데 민물 고동이 있어야 반딧불이가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가니 힘도 많이 덜 드는것 같다.
6분주가 훨씬 안되는 속도로 달려가는것 같다.
그렇게 60km지점을 지나고 다음 CP는 보이지 않는것 같다.
대신 클럽에서 나오신 분들이주는 물을 받아 먹고 다시 또 달려간다.
이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인데 오르막은 무조건 걸었다.
공연히 오르막 힘들게 뛰어 봐야 체려손실만 클것 같아 오르막은 아예 뛰기로 생각하니 오히려 오르막이 나오니 반갑다.
다른분이 뒤에서 달려와 합류하면서 이제 셋이 동무하면서 같이 뛰어 가는데 먼제 그 분이 힘에 부치는지 뒤로 쳐진다.
이제 새로운 분과 함께 동무하면서 가는데 앞으로 오르막이 심하게 3번 더 있다고 하니 이런.....
그래도 걸으면 되지 하는 심정으로 가니 두렵지 않다.
70km지점을 지나면서 아까 30km오기전 사람이 나더러 처음 뛰면서 이렇게 가면 70~80km지점에서 퍼진다고 경고하던 생각이 났지만 아직은 괜찮은 것 같아 다행이다.
조금 지나니 이제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되고 앞서가는 사람들이 다 걸어간다.
나도 걸으면서 동행하는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가다보니 CP가 보이고 여기서 시원한 콜라 한잔 그리고 반잔 더 먹으니 살맛이 나는것 같다. 크게 트림한번 하고 가려는데 호남팀 우리 11기 백수씨가 보여 얼른 갑시다 하니 포기하셨단다.
이후 걸어올라가면서 보니 걷는데도 급이 있는것 같다.
나는 그래도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는데 훨씬 느린걸음으로 가는 사람들은 아마도 힘이 많이 빠진듯 싶다.
이후 약간 평평하거나 약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고 이어서 또 내리막이다.
여기서 나는 많은 주자들을 뒤로 제끼고 앞으로 나섰다.
아직 많은 거리가 남았는데 이러다 퍼지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그러면 걷자는 심정으로 나간다.
나도 이제 종아리가 굳어지고 허벅지도 퍽퍽해지면서 여기저기 근육이 시큰해지기 시작한다.
발바닥은 왜 이리도 아픈지...
그러나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끝까지 가는데 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멈추지 않고 오르막은 걷고 내리막은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마지막 대박 오르막 길을 올라 내리막을 보니 완전 급경사 내리막이다.
엔진브레이크 사용이라는 팻말이 있을 정도로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가는것도 쉬운일은 아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니 화순 시내인듯 불빛이 보인다.
화순 광주간 도로를 따라 갓길로 한참을 가다보니 농로길로 접어들으라고 지시봉을 안내한다.
80km지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고 이제 큰 도로옆 좁은 농로를 따라 가다보니 자갈길 오르막이 나온다.
나에게 뒤쳐졌던 동반주자가 다시 따라붙어 이야기하며 올라가는데 이 길이 원래 너릿재 국도였다고 한다.
자갈길이고 오르막이고 하여 생각할 틈도 없이 무작정 걸어가는데 한참을 걸어올라가게 되었다.
이야기하면서 가는데도 한참을 걸어올라갔다.
구도로라서 이제는 차가 한대도 안다니고 모든차들은 너릿재 터널길로 새로난 도로로 다닌다고 했다.
정상가까이에는 군데 군데 물웅덩이가 있어 피해서 가니 불빛이 보이고 CP가 나타난다.
여기서 국수 한그릇 말아 먹고 콜라 한잔 시원하게 하고 이후는 내리막이다.
시멘트 포장이지만 군데군데흙길이고 패인곳이 있어 자칫 발 접질리기 쉬워 조심했는데 한번 홈에 발이 빠져 식겁했다.
다시 길로 내려오는 길에 마을을 지나 광주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신나게 달려간다.
퍼질줄 알았던 다리가 버텨주니 고맙기만 하다.
큰 도로를 가로질러 시골마을로 들어선다.(용산차량기지쪽이라고 한다.)
그렇게 쭈욱 가다보니 천변이 나오고 이후 천변으로 내려가 자전거 도로로 들어선다.
90km팻말이 보일듯 보일듯 아무리 가도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리만큼 길게 느껴지는 구간이어서 혹시 못봤나 싶어 앞서가는 사람들을 추월하며 물어봐도 아직 안나왔단다.
그렇게 한참을 가니 90km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 없이 지나갔다고 위안했더니 아니었다.
어휴~ 아직도 10km 더 가야 하니 까마득하다고 생각되었다.
조금 더 가니 마지막 CP가 나오고 여기서는 시원한 수박화채가 공급된다.
시각을 보니 애매하지만 그래도 한그릇은 말끔하게 먹고 출발했다.
지리한 천변도로를 따라 이제 날은 밝아오고 열심히 달려간다.
이제 12시간 이전이 가시화 되면서 그 시각 안에는 가야겠다는 의지로 고통을 참으면서 달려간다.
시계는 물을 먹었는지 너릿재 부근에서 먹통이 되어 모르겠고 간혹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가능할 것도 같았다.
곳곳에 자전거 도로를 보수중인곳이 많아 옆에 풀밭을 달리는게 많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멈출수는 없다.
신발에 돌이 들어왔는지 여기 저기 굴러다닌다.
적당한 곳에 기대어 돌 빼고 또 달리고 그런데 가도 가도 시내로 접어드는 표시가 없어 불안하다.
내 앞에는 이미 아무도 없고 뒤따르는 사람도 없어 불안하여 오가는 사람들에게 시청을 물어보니 그대로 쭉 가면 된단다.
일단 믿고 가는 수밖에 없어 가다보니 어느분이 도착점 500m남았다고 한다.
설마.... 아직천변인데....하고 가는데 지시봉든 아가씨가 위 도로로 올라가라고 표시한다.
넓은 도로 저편에 자전거탄 안내분이 자기를 따라 오라고 하여 따라가니 금새 시청이 눈앞이다.
바로 천변옆에 시청이 있었다니... 하면서도 골인 아취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두손 번쩍들어 준비한 테이프를 통과하여 사진찍으니 비로소 내가 완주 했다는 생각에 감격이 밀려온다.
월계관 쓰고 꽃다발 들고 완주패(가짜)들고 기념촬영하고 있자니 내내 동반주 하던 분이 들어온다.
수고했다고 악수 나누고 이미 들어온 재중씨와 막걸리 한잔하고 추어탕으로 가볍게 아침을 먹었다.
첫 울트라 100km를 멀리 광주에서 이렇게 완주했다.
최종기록 11시간 51분 0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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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헉~ 전 완독 못했슴다.. 노안이라 행간이 이케 붙어버리면 어리버리 어려가가..ㅎㅎ
암튼 100키로 완주 하신거져? 대단하심다. ^^
다 읽었는데..
고식동 평균 연령을 생각하셔서... 나눠서 좀 써주시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