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부 : 그래도 우리는 사랑을 꿈꾼다
기 획 : 운군일
극 본 : 윤성희
연 출 : 오세강
조연출 : 손정현
S#1. 버스 안 (낮)
규인... 슬픈 얼굴로 버스 안에 앉아 있다.
S#2. 까페 (낮) - 규인의 회상 (15부 S#68)
호정: (화내는) 최규인! 너 공자님이야?
예수님이야? 부처님이야? 니가 뭔
데 그렇게 태연해? 니가 뭔데, 내
가 딴 남자랑 결혼을 한다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냔 말이야! 넌
화도 안 나? 넌 어떻게 이 상황에
돌아버리지도 않니?
S#3. 버스 안 (낮)
버스.. 정차한다. 규인... 문이 닫히려고
할 때 벌떡 일어나서 버스에서 뛰어내린다.
S#4. 결혼식장 앞 거리 (낮)
규인... 사람들과 부딪히며 급하게 달려온다.
S#5. 결혼식장 입구 (낮)
규인... 뛰어와서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춰선다.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하
는 모습이다.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선다.
S#6. 공항 국제선 출국장 앞 (낮)
광고 촬영 스텝들... 안으로 들어간다.
호재: (티켓, 여권을 손에 들고) 먼저 들어
가세요! (핸드폰으로 수지에게 전화
를 건다)
메시지: (E) 지금은 고객 전화기의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호재: (녹음 버튼을 누르고 삐- 소리가 나면
메시지를 녹음한다) 나야! 핸드폰까지
꺼놓고 울고 있는 거 아니지? 어른들
한테는 내가 잘 말씀드렸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구! 애기야! 내가 진짜
미안해하는 거 알지? 내 마음 알면,
나 목요일 4시 반에 도착하니까 마중
나와. 안 나오면 실망할 거야. 사랑해!
(전화를 끊고 출국장으로 들어간다)
S#7. 수지 집 거실 (낮)
태희, 대철... 침통한 얼굴로 앉아 있고,
진해, 열순... 마주 앉아 있다.
진해: (머리를 조아리며) 이거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자식놈 잘못 가르친
저희를 욕 하십시오.
태희: 저는요.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
옵니다. 우리가 좋아서 시킨 결혼식도
아니고, 진짜 피눈물을 삼키면서 시켜
준 결혼식인데 그걸 펑크를 내요?
진해: 글쎄 말입니다. 제 자식놈이지만 저도
기가 딱 막힙니다.
열순: 일 때문에 외국 가느라 그랬다잖아.
결혼식 한다고 들인 돈이 아까워서
그렇지, 우리 호재가 뭐 죽을 죄라
도 졌어?
태희: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아드님 역
성을 드세요? 그런 식으로 키우셨
으니 호재가 이렇게 막 나가죠.
대철: (말리는) 여보! 예의를 지키세요.
사돈지간만큼 어려운 사이가 어딨
다고 이러십니까!
열순: 괜찮습니다. 사부인이 보기와는 달
리 별로 예의 같은 거 안 따지는
분이시라는 거, 진작에 알고 있으
니까요.
진해: (열순을 쿡 찌르고)
태희: 사부인! 저도 예의 지키면서 살고
싶어요. 제 타고난 모습대로 예의
깎듯이 지키면서 우아하게 살고 싶
은데, 호재가 절 그렇게 놔두질 않
잖아요! 아시죠? 수지 약혼식도 호
재 때문에 엉망 됐던 거! 딴 사람
하고 하는 약혼식도 깽판쳐, 저하고
하는 결혼식도 깽판쳐, 그녀석은
식하고 무슨 웬수 진 일 있어요?
대철: 옛날 얘기는 왜 또 꺼내고 그래요?
열순: 그러게요. 그게 무슨 자랑거리라고
우리 앞에서 끄집어내시는지 모르
겠네. 말 나온 김에 하는 얘긴데요.
수지 약혼껀도 저희 집이니까 그냥
넘어간 거예요. 딴 놈하고 약혼식
문지방까지 갔었다는 걸 뻔히 알면
서도 군말 없이 받아주는 시부모가
우리 말고 또 있을 줄 아세요?
태희: 그러니까 뭐예요? 그거 눈감아줬으
니까 호재가 결혼식을 깽판치든 말
든 입다물고 있어라 이 말씀이세요?
열순: 역시 배우신 분이라 이해는 빠르시
네요.
태희: 뭐예요? 지금 사과를 하러 오신
거예요? 속을 뒤집어놀라구 오신
거예요?
대철: (비통한)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결혼식이 어그러져서 제일 속상한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지금 이시간,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쓴 소주를
들이키고 있을 사람은 우리 수지란
말입니다!
태희,열순,진해: (!)
S#8. 아파트 규인 집 거실 (밤)
규선... 문을 열어주면,
규인... 술에 취해서 들어온다.
규인: (규선을 껴안으며) 누나! 안 잤어?
규선: 니가 안 들어왔는데 어떻게 자?
규인: 미안해! 진짜 미안해!
규선: (규인을 부축해서 소파에 앉히며)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규인: (히죽 웃으며) 좀 마셨어.
규선: 그렇게 속상해? 아직도 그렇게
속상한 거야?
규인: 뭐가?
규선: 오늘 호정이 결혼식이었잖아. 그래서
너 이렇게 술 마시고 들어온 거잖아.
규인: 와... 우리 누난 정말 모르는 게
없구나. 누나 앞에선 아무 짓도
못하겠다.
규선: (속상한) 너 언제까지 이럴 건데?
응?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호정이
때매 마음 못 잡고 헤맬 건데?
규인: 오늘까지만 봐 줘! 딱 오늘까지만!
오늘 지나면 어차피 다 끝나는
일이잖아.
규선: 그래! 다 끝난 일이야!
규인: 맞어! 다 끝난 일이야! (눈물 글썽
해서) 다 끝났어! 이제 진짜 다 끝
났다구! 근데, 누나! 내 가슴이 왜
이렇게 뻥 뚫린 거 같지? 내가 끝낸
건데, 내가 끝내버린 건데, 왜 이렇
게 (가슴을 두드리며) 여기가 답답
하고 아픈지 모르겠어. (눈물을
흘리면)
규선: (눈물 글썽해서 규인을 안아주며)
니가 바보니까 그렇지! 니가 바보니까!
S#9. 호텔 룸 (밤)
<결혼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대형 카드가
놓여 있고, 신혼부부를 위한 과일 바구니와
샴페인 등이 세팅되어 있다. 테이블 위엔
까먹은 과일 껍데기가 수북하고, 호정과
수지... 샴페인을 마시고 취해 있다.
호정: (잔을 부딪히며) 호재녀석같이 철
없는 남자한테서 해방된 걸 축하
한다!
수지: (잔을 부딪히며) 너두! 너두 규인
이 같이 냉정한 남자한테서 해방된
걸 축하해!
호정: 남자 그거 별 거 아니잖아! 남자
때문에 울고불고 이제 그런 거
그만 하자구!
수지: 맞어! 남자는 사랑을 할 자격이
없는 놈들이야! 그렇게 자기밖에
모르는 놈들이 사랑은 무슨 사랑!
호정: 근데, 우리도 참 멍청하지 않니?
세상 남자들 결국 다 똑같은 놈들
인데,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은
다르겠지, 이 사람만은 날 정말
사랑하겠지, 이러구 착각하고 살
잖아!
수지: 그러게 말이야! 남자들은 하나같이
못됐구, 여자들은 하나같이 멍청해!
나 봐! 얼마나 멍청하면 딴 남자도
아니고 내 남편하고 결혼식 한 번
을 못해서 이렇게 버벅거리겠어!
멍청해! 진짜 멍청해!
호정: 앞으로 똑똑하게 살면 돼! 똑똑하게
사는 거 간단하잖아! 남자만 안 좋
아하면 되는 거야! 남자만 안 좋아
하면 멍청해질 일도 없구, 가슴 쓰
릴 일도 없구..
수지: 배신감에 몸서리칠 일도 없구!
호정: 그렇지! 진짜 사는 거 같이 사는
거지!
수지: 근데 어떡하지? 난 벌써 결혼해버
렸잖아! 그 못된 놈이 내 남편이
잖아!
호정: 남편이건 뭐건 이젠 좋아하지 마!
그 녀석이 너만큼 속상하고 너만큼
힘들어할 때까지 절대 좋아해주지
마! 좋아해줄 가치가 없는 녀석이야!
수지: 너두 규인이 싹 잊어버려! 첫사랑을
더 오래 기억하는 건 남자라잖아!
그녀석, 분명히 너 놓친 거 후회하
면서 통곡할 날 올 거니까 넌 그냥
싹 잊어버려! 그게 복수하는 거야!
호정: 수지야. 고마워! 오늘 내 옆에
있어줘서..
수지: 무슨 소리야! 고마운 건 나지! 너
마저 내 옆에 없었으면 나 오늘
무슨 짓을 했을지 몰라!
호정: 수지야! (수지를 얼싸안고)
수지: 호정아!
호정: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가 꼭 신혼
부부 같다. 그치?
수지: 차라리 니가 내 신랑이면 소원이
없겠다!
호정: 사랑해!
수지: 나두... 나두 너 너무 사랑해!
호정,수지: (다시 얼싸안고)
S#10. 호텔 룸 (밤)
시간 경과.
호정과 수지... 껴안고 잠들어 있다.
S#11. 공항 입국장 (낮)
호재.. 광고 촬영 스탭들과 입국한다.
뛰어나와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수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실망한다.
S#12. 옥탑방 (낮)
호재.. 살짝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미는데,
수지... 평온한 얼굴로 책을 읽고 있다.
호재: (괜찮겠다 싶어 들어와서 너스레
떠는) 애기야! 나 보고 싶었지?
수지: (쳐다보지도 않는다)
호재: (수지를 껴안으며) 아우.. 난 우리
애기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네!
수지: (호재를 확 밀친다)
호재: (넘어지고)
수지: (손가락으로 옆에 싸놓은 짐가방을
가리킨다)
호재: 저게 뭐야?
수지: 당장 필요한 건 다 싸놨어.
갖고 나가!
호재: 뭐?
수지: 이 집에서 나가라구!
호재: 무슨 소리하는 거야?
수지: 나, 이런 기분으로 도저히 너하고
같이 못 살아. 그러니까 당장 이
집에서 나가란 말이야!
호재: 싫어! 정 나랑 살기 싫으면 누나가
나가!
수지: (소리 꽥!) 도망간 게 누군데 나
보고 나가래?
호재: (깜짝!)
S#13. 호정네 주방 (밤)
진해, 열순, 꽃님, 호재..... 식사를 한다.
꽃님: 으이구.. 모자란 놈! 결혼식도
못해보구 소박부터 맞고 쫒겨나?
진해: 이 놈은 쫒겨나도 쌉니다. 천하의
대역죄인 아닙니까? 대역죄인!
열순: 얘가 무슨 대역죄인이야? 남자가
일에 미치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호재: 역시 날 이해해주는 건 엄마뿐이
구나!
열순: 너! 수지가 제발 돌아와달라고
싹싹 빌기 전까진 절대 집으로
들어가지 마!
꽃님: 얘! 니가 아무리 시어머니래도
그렇지, 코치를 할래면 제대로
해라. 결혼식 파토 내고 도망친
건 니 아들놈이야. 지금 누구
보고 싹싹 빌라는 거니?
열순: 결혼 초부터 머리 숙이고 들어
갔다간 평생 지 마누라한테 기
못 펴고 사는 수가 있단 말이야!
진해: 맞다! (자기를 가리키며) 여기
살아있는 증거가 있잖냐! 내가
신혼초에 니 엄마한테 꽉 잡혀
서 평생을 숨 한 번 크게 못
쉬고 살았다.
열순: 당신하고 얘하고 지금 입장이
같애? 난 최소한, 성공하겠다고
뛰어다니는 남편 트집 잡아서
앵앵거린 적은 한 번도 없어.
호재: 그렇지? 내가 집에서 쫒겨날만큼
잘못한 건 아니지?
열순: 아니라니까!
진해,꽃님: (고개를 절레절레)
S#14. 호재의 방 (밤)
호재.. 침대에 누워 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이다가 벌떡 일어난다.
호재: (혼잣말) 아.. 그거 참 이상하네!
누나랑 같이 산 지 얼마나 됐다고
혼자는 잠도 안 오냐? 팔베개를
안 해줘서 그런가? (다시 누워서
베개를 팔 위에 올려놓고 잠을 청
한다. 그래도 잠이 안 와서 베개
에 얼굴을 파묻고 괴로워하는)
S#15. 옥탑방 (밤)
수지... 역시 누워서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다. 벌떡 일어나서 불을 켜고 책을 폈다
가 머리에 안 들어오니까 곧 덮어버리고
옆에 있는 베개를 꼭 껴안고 눈을 감는다.
S#16. 광고회사 건우방 (낮)
건우... 슬픈 얼굴로 앉아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건우: 여보세요!
열순: (F) 나 호정이 엄마!
건우: 안녕하세요!
열순: (F) 요즘 많이 바쁜가부지?
호정이도 통 안 만나는 거
같든데....
건우: (곤란한) 네.....
S#17. 호정네 거실 (낮)
열순: 오늘 저녁에 별 일 없으면 우리
집으로 저녁 먹으러 와. 내가
시원한 해물탕 끓여줄께!
건우: (F) 가고는 싶은데요.
못 갈 거 같습니다.
열순: 왜?
건우: (F) 호정이가 저한테 다신 연락
하지 말라고 부탁을 했어요. 근데,
제가 찾아가면 정말 미움 받을 거
같아서요.
열순: (놀라는)
S#18. 다방 (낮)
열순과 호정.. 마주 앉아 있다.
열순: 너 건우한테 다신 연락하지 말라고
그랬어?
호정: 응!
열순: 왜? 니 복을 니가 차내도 유분수지,
왜 그런 소릴 해?
호정: 엄만 건우한테 미안하지도 않어?
내가 건우 안 좋아하는데, 그렇게
계속 붙잡아놓는거, 걔한테 미안하
지도 않냐구!
열순: 그럼 좋아해주면 되잖아!
호정: 엄마! 제발 바랄 걸 바래! 사람 좋
아하고, 싫어하고, 그게 내 맘대로
되는 일이야?
열순: 너, 아직 규인이 녀석하고 그런 거
야? 그 녀석이 이사까지 가길래 니
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닌 거야?
호정: ...................
열순: 규인인 안 돼! 건우 같은 애가 안
나타났으면 모를까, 니가 꽃길 놔
두고 자갈길 가는 꼴은 나 절대
못 봐!
호정: (화내는) 걱정 마! 규인이하고 끝
났어! 엄마 소원대로 규인이가 확
실하게 끝내줬으니까 자갈길이니
뭐니 그런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란
말이야!
열순: 그럼 뭐가 문제야? 규인이하고도
끝났는데 건우한텐 왜 그러는 거냐구!
호정: 내 마음이 무슨 전구야? 규인이랑
깨졌다고 금방 건우로 갈아 끼워?
열순: 당연히 갈아 끼워야지! 건우라고
백날천날 너 기다려줄 줄 알어?
걔 정도면, 너보다 조건 좋은 기집
애들이 줄줄이 따를 게 뻔한데,
걔가 너한테 목매달고 있을 때 잡
아야 될 거 아냐!
호정: 엄마! 나 지금 엄마한테 이런 얘기
들을 기분 아니야! 그만 좀 해! 응?
열순: (답답하고)
S#19. 옥탑방 앞 (아침)
수지.. 출근 차림으로 나오는데,
호재.. 기다리고 있다.
수지: (호재가 보이지도 않는 듯 무시
하고 지나가는데)
호재: (앞을 막아서며 리본이 묶인
향수를 불쑥 내민다)
수지: (비켜가려는)
호재: (다시 막아서며) 향수야! 이거
고르느라고 면세점에서 한 시간
이나 돌아다녔단 말이야!
수지: 이런 걸로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하지 마! 어림없어!
(호재를 밀치고 가는데)
호재: (열받아서)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나 크게 잘못한 거 아니래! 남자가
성공해보겠다고 발버둥치는데 밀어
주진 못할망정 옆에서 앵앵거리는
누나가 더 잘못하는 거래드라!
수지: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며) 그래!
어머님 말씀이 다 맞어! 그러니까
어머님하고 살어!
호재: (선물을 내밀며) 어쨌든 이거 갖고
가! 안 갖고 가면 진짜 화낸다!
수지: (호재에게 온다)
호재: (선물을 받으러 오는가 싶어 표정
풀리는데)
수지: (냅다 호재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가버린다)
호재: (아파서 펄쩍펄쩍 뛰고)
S#20. 치과 (낮)
수지.. 진료를 하고 있다.
환자 나가고 나면, 간호사.. 들어온다.
간호사: 강선생님! 핸드폰 꺼놓으셨죠?
어머님이 병원으로 여러 번 전화
하셨어요.
수지: 엄마가요? (핸드폰을 꺼내서
전원을 켜고 태희에게 전화를 건다)
태희: (F) 여보세요!
수지: 엄마! 나!
태희: (F)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돼?
수지: 무슨 일인데?
태희: (F) 호재가 우리 집으로 쳐들어왔어!
수지: (놀라는) 네?
S#21. 수지 집 거실 (밤)
수지: (뛰어들어오며) 호재 어딨어요?
대철: 촬영 있다고 나갔다.
수지: 여기로 들어오게 놔두시면 어떡해요?
태희: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데 무슨
수로 막어? 미우나 고우나 법적으론
니 남편인데, 가택침입죄로 신고할
수도 없잖아!
대철: 그래도 우리 집으로 밀고 들어온 거
보면, 어떻게든 너하구 풀어보겠다는
계산 아니겠냐! 그래서, 못 이기는
척 받아줬다.
태희: 풀긴 뭘 풀어요? (수지에게) 너!
절대 그냥 흐지부지 넘어가면 안 돼!
이번에 쉽게 넘어가주면, 앞으론 더
한 일도 저지를 녀석이야! 그녀석은!
대철: 안 넘어가주면요? 애들을 이렇게 계
속 별거시킬 생각이예요?
태희: 그렇게 괘씸한 짓을 했으니 저도 마
음 고생 좀 해야죠. 지가 얼마나 끔
찍한 만행을 저질렀는지 마음 깊이
참회하고 개과천선할 때까지 절대
용서해주면 안 돼요!
수지: (한숨을 쉬는데)
호재: (들어오면서 유쾌한 목소리로)어머님,
아버님! 윤서방 돌아왔습니다!
수지: (호재를 노려보면)
호재: (잠깐 움찔하다가 금방 느물느물하게)
여보! 잘 지냈어?
수지: (호재를 끌고 나간다) 나와!
호재: 할 얘기 있으면 집에서 해!
수지: 빨리 안 나와?
호재: (끌려나가며) 어머님, 아버님!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대철,태희: (못말리겠다는 표정이고)
S#22. 수지네 집 앞 (밤)
수지.. 호재를 끌고 나온다.
수지: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호재: 무슨 생각은? 마누라한테 소박
맞았으니까 어머님, 아버님한테라도
사랑 받아보겠다는 똘똘한 생각이지!
수지: 나도 없는 집에서 뭘 어쩌겠다는건데?
호재: 누나가 없어도 나한텐 엄연히 처갓집
이야!
수지: 지금 니 입장이 우리 엄마, 아빠한테
민폐 끼칠 입장이야?
호재: 그게 싫으면 언제든지 불러!
바로 돌아가 줄테니까!
수지: 좋아! 어디 니 맘대로 해 봐! 우리
엄마 가뜩이나 너 이뻐하시는데,
우리 집에서 참 편하기도 하겠다!
호재: 편하지 않을 게 뭐 있어? 집 넓겠다,
뜨거운 물 콸콸 나오겠다, 호강도
이런 호강이 없구만! 누나도 온 김에
저녁이나 먹고 가지?
수지: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히는)
호재: 싫어? 싫음 말구! 잘 가!
(집으로 들어간다)
수지: (약올라 미치겠다)
S#23. 까페 (낮)
건우와 열순... 마주 앉아 있다.
열순: 얼굴이 안 좋네. 우리 호정이 때매
마음 많이 상했구나!
건우: ................
열순: 나도 여자지만, 여자 마음이라는
게 원래 팔랑팔랑, 순간적인 기분
에 맘에 없는 소리도 하고 그러니
까 너무 신경쓰지 마!
건우: 아뇨. 호정이 순간적인 기분으로
그런 얘기한 건 아닙니다. 제가
아니라 규인이가 필요하다고 저한테
분명히 얘길 했거든요.
열순: (당황) 걔가 그런 소리까지 했어?
건우: 네.
열순: (변명하는) 아마 규인이가 이사 나
가고 나서 마음이 허전해서 그랬을
거야. 둘이 한 집에 오래 살다보니
까 친구처럼 식구처럼 정이 들어서
그렇지, 절대 찐하게 연애하고 그런
적 없어. 그건 내가 보장해! 그리고
지금은 그마저도 완전히 끝났다고
호정이 지 입으로 얘기하던데 뭐...
건우: 그래요?
열순: 내가 없는 소리하겠어? 그러니까,
이럴 때 건우가 더 확실하게 밀어
붙이면, 우리 호정이도 그 마음
모른 척할 수 없을 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건우: (고민스러운)
S#24. 사진관 (낮)
호정... 손님에게 필름을 받아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있는데, 건우... 들어온다.
호정: (건우를 보고 표정 굳어지는)
손님: 언제 찾으러 오면 돼요?
호정: 내일 오전에 오세요.
손님: (나가면)
건우: (씩 웃으면서 뒤에 숨기고 있던
피자를 호정 앞에 올려놓고)
따뜻할 때 먹어! 간다!(나간다)
호정: (!)
규인: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데)
차희: (맞은 편에 와서 앉는다)
규인: 왔어?
종업원: (메뉴를 갖고 오면)
차희: 콜라 주세요!
종업원: (가면)
차희: 그렇잖아도 한 번 만날라 그랬어.
규인: 왜?
차희: 한 대 패줄라구!
규인: (?)
차희: 너, 호정이 결혼한다 소식 듣고도
끝까지 호정이 안 붙잡았다며?
규인: 그게 맞을 짓이야? 결혼하는 애
붙잡고 늘어지면 그게 맞을 짓
아닌가?
차희: 너한테 실망했다. 난 그래도 니가
절대 호정이 포기 안 할 줄 알았어!
규인: ............ 결혼식은.....
잘 했구?
차희: 아니!
규인: (놀란) 왜?
차희: 그 청첩장 가짜였으니까!
규인: 뭐?
차희: 너 때문에 호정이가 너무 힘들어
해서 수지하고 내가 극약처방을
썼던 거라구!
규인: (화난) 그게 무슨 소리야?
차희: 호정이가 니 진심을 알아야되는데,
그래야 널 정리하든 말든 마음의
결정을 할텐데, 니 마음을 알아낼
방법이 없어서 너한테 그 청첩장을
보내본 거야.
규인: 호정이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차희: 아니! 호정인 청첩장 보내고 나서
나중에 알았어. 처음엔 펄쩍 뛰었
지만, 나중엔 애타게 기다렸을
거야! 호재가 수지한테 했던 것처럼
니가 자길 못 가게 붙잡아주길..
규인: (!)
S#27. 사진관 (낮)
건우: (초밥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갖고 오느라고 시간이 좀 걸렸
으니까 빨리 먹어! 간다!
(돌아서는데)
호정: 넌 점심 먹었어?
건우: (씩 웃으며) 아직!
호정: 그럼 같이 먹고 가!
건우: 그래도 돼?
호정: (끄덕)
건우: (신나서 초밥을 꺼낸다)
호정: (착잡한 마음으로 건우를 바라보고)
S#28. 사진관 앞 거리 (낮)
규인... 걸어온다. 사진관이 보이자 멈춰선다.
어떡할까 망설이다가 사진관으로 걸어간다.
규인: (사진관 창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데)
호정: (건우와 함께 초밥을 먹고 있다)
규인: (애잔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돌아선다)
S#29. 사진관 (낮)
식사 끝난 뒤. 호정.... 건우에게 커피를
주고 마주 앉는다.
건우: 내가 사 온 거니까 진짜 맛있는데?
너하고 같이 먹어서 그런가?
호정: 건우야!
건우: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알어.
아니까 하지 마!
호정: 알면서 왜 자꾸 날 찾아오는 건데....
건우: 보고 싶으니까! 부담스러우면 그냥
사진관에 오는 손님이라고 생각해!
너한테 점심을 배달해주는 착한
단골손님 정도면 되겠다.
호정: 이래도 소용없어. 나... 너든 누구
든 이젠 남자 만날 생각 없으니까!
건우: .....................그 정도야?
규인이하고 헤어진 충격이?
호정: (!)
건우: (밝게) 사랑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
약은 오직 사랑밖에 없다고 했다.
호정: 사랑이 뭔데? 난 갈수록 사랑이 뭔지
모르겠어. 그리고... 이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
건우: (!)
호정: 사랑 말고도 세상엔 알아야 될 게
많잖아. 이젠 그런 것들로 눈을
돌리고 싶어. 그러니까 너두, 나 말구
기쁜 마음으로 사랑을 알고 싶어하는
그런 여자를 찾아봐!
건우: (!)
S#30. 사진관 앞 (밤)
호정... 문을 잠그고 돌아서는데,
규인이 기다리고 있다.
호정: (!)
S#31. 까페 (밤)
호정과 규인... 마주앉아 있다.
규인: 왜 얘기 안 했어?
호정: 뭘?
규인: 그 청첩장 가짜였다는 거!
호정: (!)
규인: 너까지 날 속일 필요는 없었잖아!
호정: 아니! 그럴 필요 있었어! 니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았으니까!
규인: (!)
호정: 난 니가 다신 날 안 보겠다고 하
고 간 다음에도 그 말을 믿을 수
가 없었어. 말은 저렇게 해도 날
정말 떠나진 못하겠지... 자꾸
그런 바보같은 생각이 들었다구!
근데, 이제 확실히 알겠어. 넌..
정말 나하고 헤어질 수 있었던
거야!
규인: (가슴 아픈)
호정: 더 이상 너한테 아무 것도 바라지
말라 그랬지? 그래! 이젠 그럴 수
있을 거 같애. 더 이상 너한테 남
은 기대도 없구, 희망도 없으니까!
규인: (슬프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행이
다. 니 마음이 정리가 됐다니...
호정: 응! 이번처럼 수지랑 차희한테 고
마운 적이 없었어! 걔들 아니었으
면 나, 아마 한참동안 미련스럽게
굴었을 거야. 동네 계단을 오갈
때마다 혹시 니가 날 기다리고 있
지 않을까... 그런 생각하면서 기
대하고 실망하고... 그랬을 거야.
규인: (그 얘기에 마음이 약해져서)
호정아...
호정: (O.L) 나 이제 건우하고 정말 잘해
볼라 그래! 걘 나하고 절대 헤어질
수 없다니까..,내가 아무리 싫다
그래도 날 절대 떠나지 않으니까...
그런 남자라면 인생을 걸어도
괜찮지 않겠어?
규인: (!)
호정: 나한테 더 듣고 싶은 얘기 있니?
규인: ...................
호정: 그럼 그만 일어나자.
(일어나서 나간다)
규인: (슬픈 얼굴로 호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S#32. 버스 정류장 (밤)
호정과 규인... 말없이 서 있다.
규인: (호정을 바라보는데)
호정: (무표정한 얼굴이다)
규인: (쓸쓸해지는)
버스.. 도착한다.
호정: (규인을 쳐다보지 않고) 먼저 갈께!
규인: ................ 잘 가!
호정: (버스에 탄다)
규인: (호정이 버스에 타서 창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눈으로 쫒는다)
호정: (규인을 보지 않는다)
버스.... 떠난다.
규인: (슬픈 얼굴인데)
S#33. 버스 안 (밤)
호정...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눈물이
어려 있다. 애써 눈물을 삼키고 냉정하려
고 애쓰는 모습이다.
S#34. 남자 대중 목욕탕 (낮)
호재.. 대철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
호재: 시원하세요?
대철: 뭐.. 그런대로...
호재: 그럼 앞으론 쭉 제가 모시고 다닐
께요.
대철: 자네 아버님이 질투하실 터인데...
호재: 두 분 다 같이 모시고 오면 되죠.
저.. 아버님! 수지 누나에 대해선
이 세상 누구보다 아버님이 제일
잘 아시죠?
대철: 수지가 자넬 만나기 전까진 그런
줄 알았었지.
호재: 아버님이 좀 가르쳐주세요. 어떡
해야 수지 누나가 절 용서해줄까요?
대철: 쉬운 일이 아니네. 나도 아직
자네가 괘씸한데, 수지 마음이
오죽할까...
호재: (시무룩해져서 등만 밀면)
대철: 왼쪽!
호재: 네! (왼쪽을 민다)
대철: (흐뭇한 미소를 짓고)
S#35. 골프 연습장 (낮)
태희: (골프 연습을 하고 있고)
호재: (바구니에 골프공을 가득 채워서
옆에 갖다놓으며) 어머님! 공
가져왔습니다!
태희: (무시하고 골프채를 바꾸려고
골프백 쪽으로 가면)
호재: (태희 골프채를 뺏으며)
몇 번 드릴까요?
태희: (귀찮다는 듯) 아이언 5번!
호재: (아이언 5번을 꺼내주고 태희가
치던 골프채를 백에 집어넣는다)
태희: 일하러 안 가?
호재: 오늘은 어머님, 아버님한테 봉사
하는 날입니다.
태희: 그렇게 시간이 많으면 결혼식이나
제 때 하지 그랬어?
호재: (무안한데)
아줌마1: (지나가다가 호재를 보고) 어머머!
유명한 분이 오셨네!
광고에 나오죠? 그쵸?
호재: 네!
아줌마1: (태희를 보고) 어? 민여사!
(호재를 가리키며) 아는 사이야?
호재: 네! 제가 사위 됩니다.
아줌마!: 정말요? 어머... 이렇게 유명한
사위가 있는데 왜 말을 안 했어?
민여사: 유명하긴 뭐... (하면서도 기분
으쓱해지는)
S#36. 골프 연습장 내 식당 (낮)
호재와 태희.. 식사를 하고 있다.
호재: 어머님! 수지 누나 집 나가고
나서 외로우셨죠?
태희: 그걸 말이라고 해? 수지 아빠
하고 나, 평생을 수지 때문에
웃고 울면서 살았어. 그런 딸이
갑자기 부모 등돌리고 나갔으니
그 심정은 아무도 몰라!
호재: 그럼, 이제 누나하고 같이 사세요!
태희: 뭐?
호재: 제가 누나하고 들어와서 살겠습니다.
그러니까, 누나 마음이 풀릴 수
있게 저 좀 도와주세요!
태희: (!)
S#37. 백화점 숙녀복 매장 (낮)
호정.... 기운 없는 얼굴로 거울 앞에 서
있고, 열순.... 투피스 정장을 호정에게
대보고 있다.
열순: 더 얌전해 보이는 거 없나?
호정: 왜 자꾸 정장을 사준다는 거야?
이런 옷 별로 입을 일도 없는데...
열순: 왜 입을 일이 없어? 앞으로 어른들
앞에 나설 일도 많을텐데...
호정: 어른들? 무슨 어른들?
열순: ....................
호정: (채근하는) 엄마!
열순: (할 수 없이) 건우가 청혼까지 한
마당에 맨날 니들끼리 만나고 있을
순 없잖아. 정식으로 양쪽 부모
상견례 할 수 있게 건우한테 자리
한 번 만들어보라 그랬어.
호정: (속상한) 엄마! 진짜 언제까지
이렇게 날 몰아붙일 거야?
열순: 니가 건우한테 시집갈 때까지!
호정: 엄마 나 미치는 거 보고 싶어?
(나가버린다)
열순: 호정아!
S#38. 백화점 의류 매장 앞 (낮)
호정... 속상한 얼굴로 걸어가는데,
남자의 목에 목도리를 매주고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문득 멈춰 선다.
S#39. 호정의 회상 - 5부 S#68. 의류매장 (낮)
호정... 규인의 목에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S#40. 백화점 의류 매장 앞 (낮)
호정: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린다)
열순: (따라와서) 성질 부리고 갔으면
그냥 갈 일이지, 뭐하러 기다리고
있어? (하다가 호정이 울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너 왜 이래?
호정: (눈물을 닦아내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열순: (!)
S#41. 백화점 내 식당 (낮)
호정... 눈물을 닦고 있고, 열순...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열순: 왜 질질 짜고 그래? 건우한테
시집 가라는 게 그렇게 슬프고
분해?
호정: .....................
열순: 정말 그래서 운 거야?
호정: 아니야.
열순: 그럼 뭐야? 도대체 뭣 때매 백
화점 한복판에서 질질 짜고 그
러냔 말이야. 무슨 일인지 말을
해, 말을! 사람 복장 터지게
하지 말구!
호정: 엄마!
열순: 말하라니까!
호정: 그럼 오늘만.... 내 엄마 하지
말구 내 친구 할래?
열순: 뭐?
호정: 엄만 항상 엄마 입장에 서서 내
얘길 들으니까 내가 할 수 없는
얘기들이 너무 많아. 그러니까,
오늘은.. 엄마 말구,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그렇게 내 얘길
좀 들어줄래?
그럼 얘기할게...
열순: 뭔 소린진 모르겠지만, 일단
얘기해봐.
호정: 나 사실은.... 요즘 너무 마음이
아파.
열순: 왜?
호정: ............ 규인이 때문에....
열순: (!)
호정: 내가 많이 좋아했거든. 엄마가
알고 있는 것보다, 아니, 내 자
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이
좋아했거든. 다신 못 본다고 생각
하니까 알겠어. 완전히 남남이 되
고 나니까 내가 얼마나 좋아했었
는지 이제야 알겠어.
열순: 언제 걔한테 그렇게 마음을 준
건데? 언제?
호정: 몰라... 아주 조금씩만 준 거 같
은데, 어느새 이렇게 다 줘버렸네?
열순: (안스럽지만) 시간 좀 지나면
괜찮아져. 어느 청춘이나 그정도
열병은 한 번씩 앓고 지나가는
법이야!
호정: 친구는 그렇게 말 안해. 그렇게
좋아하면 다시 만나라... 그렇게
말해야지.
열순: ......................
호정: 근데, 다시 안 만날 거야. 내 마음
다 줘도 안 되는 일인 거 알았으니
까 안 만날 거야. 안 만날 건데,
그렇게 마음은 정했는데, 그래도
내가 어쩔 수 없는 데가 있나봐.
이렇게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고
그러는 거 보면....
열순: (속상한) 니가 아빠 닮아서 마음이
여려서 그래. 마음이 여려빠져서...
호정: 그러니까, 엄마... 나한테 자꾸
건우한테 가라고 다그치지 마. 줄
수 있는 마음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
한테 가는 거, 그거 나쁜 일이잖아.
열순: 정말 안 되겠어? 건우한테 줄 마음이
정말 요만큼도 안 남았어?
호정: (끄덕)
열순: 그 놈의 마음이 뭔데? 그게 뭐 밥
맥여주는 거라고 그것 때매 굴러
들어온 호박을 차 버리는 거야?
호정: 글쎄 말이야..
열순: (퉁명스럽게, 하지만 마음이 담긴)
내가 엄마가 아니구 니 친구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되는 건데?
호정: 안아 줘! 내가 옆에 있어줄 거니까
아무 걱정 말라구 한 번만 꼭 안아
줘!
열순: 징그럽게... (호정을 곱게 흘겨보
다가 호정을 끌어당겨 안아준다.
눈물 글썽해지고)
호정: (역시 눈물이 글썽해서 열순을 꼭
안는다)
S#42. 도서관 입구 (낮)
규인... 나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규인: (전화를 받는) 여보세요!
.............. (놀란) 안녕하세요!
S#43. 까페 (낮)
열순과 규인.. 마주 앉아 있다.
열순: 오랜만이다.
규인: 네! 별 일 없으셨죠?
열순: 나야 뭐 그날이 그날이지.
규인: ......................
열순: 내가 또 무슨 소릴 할라구 만나자
그랬을까 싶어 겁나니?
규인: 아니요.
열순: 그동안 미안했다. 그 얘기 하고
싶어서 만나자 그랬어.
규인: (!)
열순: 내가 너한테 심했다는 거 알아.
우리 호재도 수지네 집안에서
내내 찬밥덩어리 취급 받고 있는데
나라고 왜 그 억울한 심정을 모르
겠니? 하지만, 부모는 자식 일 앞
에선 사리 따지고 그렇게 안 돼.
그래서 난 너한테 그럴 수밖에 없
었구, 똑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고
해도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거다. 자식도 없는 니가 내 이런
심정을 이해할지 모르겠다만....
규인: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열순: 그렇다면 다행이구....
규인: ......................
열순: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데....
규인: (?)
열순: 나 때문에 호정이까지 미워하진
마라.
규인: 미워하지 않습니다.
열순: 니들... 서로 안 보기로 했다며?
규인: 어머님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다.
저희 문제예요.
열순: 정말이니?
규인: 네!
열순: (착잡한 마음으로 규인을 바라본다)
S#44. 치과 대기실 (낮)
수지...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고 있다.
수지: 오늘 저녁에? 나야 별 일 없지 뭐.
왜?
태희: (F) 너하고 같이 밥 한 끼 먹은
지도 오래 됐잖아. 늦지 말고 나와!
수지: 알았어! (전화 끊고 진료실로 들어
간다)
S#45. 레스토랑 (밤)
수지...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다.
수지: (시계를 보더니) 늦으시네?
호재: (갑자기 나타나서 맞은 편에 앉는다)
수지: (호재를 보고 놀라서) 너도 나왔어?
호재: 나만 나왔어!
수지: 뭐?
호재: 이 자리 어머님, 아버님이 만들어
주신 자리야. 그러니까, 오늘은
화부터 내지 말구 착한 딸답게
얌전히 내 말 좀 들어!
수지: 우리 엄마랑 아빠가 이 자릴 만들어
주셨다구?
호재: 그렇다니까! 내가 그랬잖아. 어머님,
아버님 사랑받으러 들어간다구! 나
한다면 하는 놈이야! 이젠 두 분 다
내 편이니까 그만 뻗대고 항복해!
수지: 항복? (벌떡 일어나서 나가버린다)
S#46. 레스토랑 앞 (밤)
수지... 나온다. 호재가 쫒아오지 않자
이상해서 뒤를 돌아다본다.
수지: (너무 심했나 싶어 후회의 빛이
스치는 순간)
호재: (차를 몰고 와서 수지 앞에 끽
하고 세운다)
수지: (놀라면)
호재: (조수석문을 열고) 타!
수지: (외면하는데)
호재: (무서운 표정으로) 빨리 타! 안
그럼 이대로 몰고 가서 아무 데나
확 받아버린다!
수지: (찔끔!해서 뚱한 표정으로 탄다)
호재: (차를 출발시키고)
S#47. 자동차 극장 (밤)
영화 시작하기 전. 서 있는 차들 중에
호재의 차도 있다.
S#48. 호재의 차 안 (밤)
수지: (불만스런 얼굴로 앉아 있고)
호재: 마실 것 좀 사올게. 뭐 마실래?
수지: 아무거나 사와!
호재: (씩 웃고 내린다)
수지: (혼잣말) 차! 이런 데 와서 분위
기 잡으면 그냥 넘어갈 줄 알구?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고, 영화 주파수로
맞춰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멈춘다.
수지: (거울을 보고 있는데)
호재: (E, 음성은 라디오 속에서 나오는)
애기야!
수지: (어디서 나는 소린가? 싶어 두리번
거리다가 스크린을 보면 호재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깜짝 놀라는)
호재: (스크린 속에서) 미안해. 누나 가슴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내가 아무리 성공을 바란다고 해도,
누나가 내 곁에 없으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거, 그건 누나도 알지? 내가
백 번을 결혼하든, 천 번을 결혼하든,
내 신부가 될 사람은 오직 강수지 한
사람 뿐이야! 애기야! 사랑해! 아침
마다 새로운 해가 뜨는 것처럼 죽을
때까지 매일매일, 처음처럼 사랑할게!
호재가 사라지고 나면 영화가 시작된다.
수지: (감동받은 얼굴인데)
호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음료수
하나를 주며) 자!
수지: (눈물 글썽해서 호재를 쳐다보면)
호재: (딴청하는)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수지: (얄밉다는 듯 호재를 곱게 흘겨보면)
호재: (수지를 와락 껴안는다) 누나도 나
사랑하지? 내가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나 사랑하잖아! 그치?
수지: 제발 내 속 좀 썩이지 마!
호재: (고개 끄덕이고 수지에게 키스한다)
S#49. 수지집 거실 (밤)
대철과 태희... 마주 앉아 있다.
대철: (시계를 보더니 흐뭇한 표정으로)
자정을 넘긴 것을 보니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모양입니다.
태희: (책을 보면서) 나까지 나서서
도와줬는데 그것도 성공 못해요?
대철: 민여사! 솔직하게 말해봐요. 이제
우리 사위한테 슬슬 정이 가죠?
태희: 정이 있다면 미운 정이겠죠.
대철: 그래도 맘에 드는 구석이 있으니까
이번 작전에 동참했을 거 아녜요.
태희: 뭐... 가끔 귀여운 구석은 있대요.
대철: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씩
웃더니) 그래도 나보단 안 귀엽죠?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면)
태희: 왜 또 그래요?
대철: (태희에게 은근한 눈빛을 보내며)
밤이 깊었소. 집에 애들도 없고,
우리도 빨리 잠자리에 듭시다.
태희: (싫지 않은) 책 마저 읽어야 되는데...
대철: 내일 읽어요. 책이 발 달려서 도망
을 갈 것도 아닌데... (태희의 손을
잡아끌고 방쪽으로 가는)
S#50. 거리 벤치 (낮)
건우... 호정에게 주었던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열순: (E) 이거... 아무래도 돌려줘야겠어.
난 건우가 너무 욕심나서 어떻게든
호정이하고 맺어주고 싶었는데, 인연
이라는 게 부모 마음 갖곤 안 되는
거지 싶네.
건우: (슬픈 마음이다)
S#51. 건우의 차 안 (낮)
호정.. 당황한 얼굴로 앉아 있고,
건우.. 굳은 표정으로 차를 몰고 있다.
호정: 어디 가는 거야?
건우: ..................
호정: 건우야!
건우: 오늘은 그냥 나하고 좀 있어줘!
호정: 건우야!
건우: (애써 미소 지으며) 오늘만! 오늘만
그렇게 해줘!
호정: (!)
S#52. 거리 (낮)
호정... 서 있으면, 건우..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온다.
건우: (아이스크림을 호정에게 주며) 추운
날 먹는 아이스크림이 별미라는 거
모르지?
호정: (받으면)
건우: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걸어가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참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지잖아. 혼자 있을
때도 이런 저런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난 너하고 이렇게 아이스
크림 먹으면서 같이 거리를 걸어
보고 싶었어. 사실 상상속에선 햇빛
쨍쨍한 여름날의 거리였지만.......
호정: (건우가 평소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건우: 가을엔 같이 산에도 가고 싶었는데
... 니가 힘들어하면 멋지게 니 손
도 잡아주고, 배낭도 들어주고, 그
러면서 정상까지 올라가보고 싶었는
데.... 넌 나하고 뭐 해보고 싶은거
없었어?
호정: .....................
건우: 그래... 넌 없었겠지? 니 상상 속엔
내가 없었을테니까.... (슬픈 미소)
호정: 오늘 너....
건우: (O.L) 우리 노래방 갈까? 너한테
해주고 싶은 노래가 있는데....
(걸어간다)
호정: (?해서 건우를 바라보고 있으면)
건우: (돌아와서 호정의 손을 잡는다)
호정: (손을 빼려고 하면)
건우: (놓아주지 않고 손을 더 꽉 잡고
걸어가기 시작한다)
호정: (어쩐지 뿌리칠 수가 없다)
S#53. 노래방 (낮)
건우... 노래를 하고 있고, (혼자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면 좋습니다. 2000년 이전
곡) 호정... 그런 건우를 바라보고 있다.
건우: (노래를 하다가 호정을 바라보는
눈빛이 애잔하다)
호정: (건우가 마음의 정리를 하려는
것을 느낀다)
건우: (미소를 짓고 노래를 계속한다)
S#54. 강변 (밤)
호정과 건우.... 야경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건우: 고맙다. 오늘 같이 있어줘서.....
호정: 니가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인 거 같아서....
건우: 눈치챘니? 하긴 난 마음을 잘 숨기는
편이 못되니까..... 사실은 오늘 어
머님 만났어. 내가 어머님께 맡겨놨
던 반지를 돌려주시더라. 니가 내 청
혼을 받아들이면 니 손에 끼워달라고
맡겨놨던 반진데....
호정: (!)
건우: 어머님은 너하고 내가 잘 되길 제일
바라던 분이었는데... 그런 어머님이
반지를 돌려주셨을 땐, 이젠 내가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걸 아셨다는
거겠지. 널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분이시니까....
호정: ............. 미안해.
건우: 세상엔 자신이 있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거 처음 알았다. 난 널 위해서
뭐든지 해 줄 수 있는데, 그럴 자신이
있는데, 니가 나한테 원하는 건 물러
나주는 것뿐이니 말이야.
호정: 고마워. 그동안 내가 너 많이 힘들게
했다는 거 알어. 니가 날 생각해준
마음... 잊지 않을게.
건우: 규인이 녀석이 참 부럽다. 처음엔 너
하고 함께 보낸 그 긴 세월만 부러웠
는데, 이젠 모든 게 부러워.
호정: 부러워할 거 없어. 규인이도 나하고
잘 된 건 아니잖아.
건우: 하지만 그녀석은, 니 마음을 갖고
떠났잖아.
호정: ......................
건우: 나... 규인이가 못했던 일,
한가지라도 해보고 싶다.
호정: (?)
건우: 너하고 친구로 남는 일....
호정: (!)
건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러고 싶어.
나... 친구로는 괜찮은 놈이지?
호정: 그럼!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건우: 넌 내가 태어나서 제일 어렵게 얻은
친구야. 그거 알아야 돼!
호정: (미소 짓고)
건우: (강물을 바라보는데 어쩔 수 없이
슬픈 표정이 된다)
호정: (안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NA) 세상에서 사랑만큼 잔인한 일이
있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
를 또다른 누군가에게 되돌려준다.
난 지금 건우의 아픔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아픔을
덜어줄 수는 없다.
S#55. 호정 집 계단 (밤)
호정... 계단에 앉아 있다.
S#56. 호정의 회상
재영, 현민, 진성, 정훈과의 중요 장면들 편집.
호정: (NA)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그랬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어느새 신기루처럼 사라
져버리기도 했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랑과 상대방이 알고 있는 사랑이
너무나 달라서 상처를 받을 때도
있었다. 아무리 연애를 많이 해도,
아무리 많은 얘기를 들어도, 끝내
정답을 알 수 없는 한 가지가 바로
사랑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을 찾는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집착하는
아이들처럼....
S#57. 야외 결혼식장 (낮)
결혼 예복을 입은 호재... 싱글벙글한
얼굴로 식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꽃님, 진해, 열순... 들어온다.
호재: 오셨어요!
꽃님: 오늘은 도망 안 갔니?
호재: 네! 오늘은 제일 먼저 와서
기다렸어요.
진해: 아쉽다. 니가 또 도망가면,
이번엔 나하구 니 엄마하구
니들 대신 식 한 번 올려볼라
그랬는데... 우리도 결혼식
못해봤잖아!
호재: 그럼 효도차원에서 지금이라도
도망갈까요?
열순: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하지 마!
(호재 얼굴을 쓰다듬으며) 우리
아들, 이렇게 차리고 있으니까
꼭 왕자님 같으네. 누가 낳았는
지 참 미끈하게 잘도 낳아놨다.
대철, 태희: (들어온다)
태희: 윤서방!
호재: (열순을 놔두고 반갑게 달려가는)
어머님!
열순: (서운한 얼굴로 보는데)
호재: (태희에게) 어머님 너무하세요!
이렇게 이쁘게 하고 오시면 어떡
해요? 누가 신분지 헷 갈리잖아요.
태희: (좋으면서) 또 객쩍은 소리한다.
대철: (장단 맞춰주는) 미장원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었네. 이렇게
아리따운 신부 어머닌 보다보다
처음 봤다나?
호재: 어머님! 제가 포옹 한 번 해도 되죠?
태희: 포옹?
호재: (태희를 껴안으며) 수지 누나
낳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태희: (눈물이 글썽해져서)
그거 알면 잘 살어!
호재: 네!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열순: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삐죽거리며)
왜 껴안고 난리들이야?
꽃님: 얘! 니 미끈한 아들... 아무래도
변심한 거 같다.
열순: 변심은 무슨 변심? 장모 자리가 워낙
까탈스러우니까 비위 맞춰주느라
저러는 거지!(말은 그렇게 하지만
기분 나쁜 얼굴인데)
진해: (열순을 껴안으며) 여보! 여기 더
미끈한 당신의 남자가 있으니까
외로워하지 마!
열순: 왜 이래요? 징그럽게!
(하면서도 미소가 번지는)
S#58. 결혼식장 신부 대기실 (낮)
웨딩드레스를 입은 수지를 사이에 두고
차희와 호정 옆에 서 있다.
호정: 강수지! 우여곡절 끝에 면사포 쓴
소감이 어때?
수지: 감개무량! 만감교차다!
차희: 결혼이 연애의 무덤이라는 거 알지?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
수지: 또 살벌한 소리 한다! 너 축하하러
온 거 맞어?
차희: 너.. 왜 군대하고 결혼식장에서
행진곡을 틀어주는 줄 알어? 둘 다
치열한 전쟁을 대비해서 힘내라는
뜻이야!
호정: 그만해! 애 울겠다!
수지: 괜찮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인
데 뭐! 내가 그동안 호재하고 치룬
전쟁이 몇 번인데! 이젠 옆에서 폭
탄이 터져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차희: (수지 어깨를 두드리며) 됐다! 그
정도 깡이면 결혼해도 되겠다!
호정: 수지야! 내 동생 잘 부탁한다!
수지: 잘 부탁드려요! 형!님!
호정,차희,수지: (웃고)
S#59. 야외 결혼식장 (낮)
웨딩 마치가 울리는 가운데, 대철.. 수지를
에스코트해서 행진을 한다.
호재: (나와서 맞는데)
대철: (눈물 글썽해서 수지를 바라보며
수지를 호재에게 넘겨줄 생각을
안 한다)
호재: (대철의 귀에 속삭이는) 아버님!
이제 저한테 넘겨주셔야 되는데요!
대철: (할 수 없이 수지 손을 호재에게
넘겨주며) 수지야! 행복해야 된다!
수지: (눈물 그렁그렁하고)
호재: (수지를 데리고 주례 앞에 서면)
대철: (자리에 앉아 훌쩍거리고)
태희: (대철에게 손수건을 건네며 역시
눈물 글썽해진다)
S#60. 야외 결혼식장 (낮)
호정이 찍는 사진 몇 컷!
1. 호재, 수지... 맞절하다가 타이밍을 못
맞춰서 머리를 부딪히는 모습!
2. 호재, 수지..... 행진하는 모습.
3. 호재, 수지..... 입맞춤하는 모습
S#61. 야외 결혼식장 (낮)
수지와 호재를 중심으로 차희, 문식 등
친구들 서 있고, 호정..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앞에 서 있다.
호정: 신부님! 부케 던지세요!
수지: 네! (부케를 차희 쪽으로 던지
려는 듯 하다가) 호정아! 받어!
(호정에게 던진다)
호정: (놀란 얼굴로 부케를 받으려고
뛰어오르는데 부케를 놓치고)
건우: (뒤에 서 있다가 부케를 받는다.
웃으면서 호정에게 주면)
호정: (환하게 웃으면서 받는다)
규인: (뒷쪽에서 그런 호정과 건우의
모습을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며
서 있다)
차희: (규인을 발견하고) 규인아!
호정: (놀라서 돌아보면)
규인: (미소 띤 얼굴로 걸어와서 호재,
수지에게) 축하한다!
호재: 왜 이렇게 늦었어? 안 오는 줄
알았다!
규인: 미안해!
호재: (자기 옆자리에 규인을 세우며)
누나! 형 왔으니까 한 장 더
찍어줘!
호정: 어! (당황함을 애써 숨기며 사진
을 찍으려는데)
건우: 너도 가서 서! 내가 찍어줄게!
수지: 그래! 너도 와!
호정: (수지 옆에 가서 선다)
규인,호정: (잠깐 눈빛이 스치고)
카메라 렌즈 속에서 행복한 수지와 호재,
그리고 애써 미소를 짓고 있는 호정과
규인의 모습이 함께 찍힌다.
S#62. 야외 결혼식장 앞 (낮)
규인... 걸어나오면, 호정.. 따라나온다.
호정: 와줘서 고마워,
규인: 고맙긴 뭐.....
호정: .............. 잘 지내지?
규인: 응!
호정: 규선이 언닌?
규인: 누나도 잘 지내. 애인도 생긴 거
같드라.
호정: 그래? 잘 됐다!
규인: 응!
호정: (뭔가 계속 말을 해야겠다 싶어)
공부는? 공부는 잘 돼?
규인: 그럭저럭....
호정: (더이상 할 말이 없어서)
.....................
규인: 호정아!
호정: 응?
규인: 나... 오늘 정말 잘 온 거 같다.
웃는 얼굴로 헤어지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오늘 니
웃는 얼굴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
호정: 그랬어? ............. 그럼...
나한테도 환하게 웃는 니 얼굴 한
번만 다시 보여줘. 나중에 최규인
을 생각날 때, 그 얼굴이 떠오를
수 있게...
규인: (수줍게 씩 웃는다)
호정: 환하게!
규인: (크게 웃는다)
호정: (눈물 글썽해지면서 따라 웃는다)
규인: 이제.. 니 안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겠지? 내가 궁금해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살 거지?
호정: (눈물을 참으며 끄덕끄덕) 너두...
너두 나하고 있을 때보다 더 잘 살
거지?
규인: (눈물이 글썽해서 끄덕끄덕)
.......... 들어가!
호정: 너 먼저 가!
규인: 알았어! (돌아서서 걸어가다가 호정
을 돌아보며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
든다)
호정: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규인: (돌아서서 씩씩하게 걸어가고)
호정: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NA) 따뜻한 이별이었다. 서로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어서 괜찮은 이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이별도 이별하지
않는 것보단 못하다. 그래서....
이별은 역시 슬픈 일이다. (돌아서서
식장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S#63. 거리 (낮)
호정....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고 있다. 활기찬 모습이다.
S#64. 사진 공모전 전시회 (낮)
호정.. <가작>으로 당선된 자신의 사진
앞에서 쑥스러운 얼굴로 서 있으면,
수지,차희,호재..... 호정에게 꽃다발을
전해주며 축하인사를 한다.
S#65. 잡지사 사무실 (낮)
호정... 사진이 든 봉투를 남자
기자에게 건네준다.
호정: 늦어서 죄송해요. 욕심부리다
보니까 좀 늦었어요.
기자: 그만큼 좋은 사진들 많이 찍어
오셨겠죠.
호정: 그럼 가보겠습니다!
기자: 잠깐만요!
호정: (?)
기자: 저하고 오늘 저녁 식사 같이
하시는 거 어때요?
호정: 네?
기자: 호정씨 사귀는 사람 없다는 거
알아요. 제가 조사를 좀 했거든요.
호정: (웃으며) 죄송해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나간다)
S#66. 스포츠 매장 앞 (낮)
‘2002년 월드컵의 해가 밝았습니다.
한국 축구의 16강을 기원하며 특별 할인
행사를 실시합니다’라는 광고지 혹은
플랜카드가 붙어 있다. 호정.. 그 앞을
활기찬 모습으로 지나간다.
S#67. 공원 (낮)
2002년. 호재와 수지... 유모차에 태운
아기와 함께 걸어가며 방송사 ENG 카메
라를 향해 얘기를 하고 있다.
(처럼 한마디 할
때마다 끊어서...)
호재: 저한테 제일 중요한 거요? 물론
가족이죠. (수지를 가리키며)
우리 큰 애기하고, (아기를 가리
키며) 우리 작은 애기가 제 삶의
전부예요.
수지: 남편이 유명해지고 나서 저한테
소홀해지지 않았냐구요? 아뇨.
워낙 한결같은 사람이거든요.
한번도 절 실망시킨 적이 없었어요.
호재: (아기를 안고 어르며) 저희 부부를
두고 역경을 이겨낸 사랑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세상에 역경을 이겨내지 않은
사랑은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랑엔 저 마다의 어려움이
있으니까요.
수지: 다만 저희처럼 주변의 반대 속에서
사랑을 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얘긴 꼭 해 드리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자신을 믿
으세요. 그럼 저희들처럼 꼭 행복
해 지실 거예요.
S#68. 공원 주차장 (낮)
아이를 안은 호재와 수지... 유모차를 끌고
걸어온다.
호재: (아이를 수지에게 떠안기며) 애가
왜 이렇게 무거워졌어? 팔 떨어지
는 줄 알았네.
수지: 그러니까 집에 일찍일찍 좀 들어와.
애를 볼 일이 없으니 애가 무거워진
것도 모르지.
호재: 일찍 들어와봤자 난 거들떠보지도
않잖아. 맨날 하늘이한테 붙어서
남편 보길 지나가는 강아지 취급
하면서 뭘 그래?
수지: 애한테 워낙 손이 많이 가니까
그렇지! 무슨 아빠가 맨날 자기
자식한테 질투를 하냐? 넌, 아니
당신은 아빠 자격 미달이야.
호재: 그래! 누나 혼자만 훌륭한 엄마야!
수지: (아이를 보며) 하늘아! 내가 애를
둘을 키운다! 둘을 키워!
호재: 그런 소리 좀 하지 마! 얜 똑똑해서
다 알아듣는단 말이야. 누나가 자꾸
그러면 얘가 지 아빨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겠어?
수지: (피식 웃고)
S#69. 호정네 거실 (밤)
꽃님,진해,열순,대철,태희,호재,수지...
식사를 하고 있다.
대철: 역시 사부인 음식 솜씨는 천하일품
입니다. 수지한테 이 솜씨를 빨리
전수해주십시오. 열순: 제가 어떻
게 수지를 가르치겠어요? 데리고
사시는 사부인이 가르치셔야죠.
태희: 한 동네 살면서 오며가며 들리는데
데리고 사시는 거나 진배없잖아요.
열순: 그렇게 생각하시면 애들 저희 집
으로 보내세요. 오며가며 사돈댁에
들리면 되겠네요.
수지: 네! 어머님이 들어오라 그러시면
내일이라도 들어올 수 있어요.
사실 집안 살림도 그렇구, 애기
키우는 것도 그렇구 어머님한테
배울 게 훨씬 많아요.
열순: (뿌듯한)
호재: 무슨 소리야? 엄마! 어차피 나중엔
우리가 모시고 살텐데, 지금은 장인,
장모님한테 자식 노릇 좀 제대로
하게 놔두세요. 저요. 우리 집에서
도 외아들이지만, 장인, 장모님한
테도 외아들이예요.
태희: (뿌듯한)
꽃님: 그래! 니가 자꾸 호재 처가살이
한다고 툴툴대면 평생 사위한테
얹혀 사는 내 꼴이 우습잖니!
진해: 어머님! 말씀은 똑바로 하셔야죠.
제가 평생 어머님한테 얹혀 산
겁니다.
열순: 아우.. 알았어! 들어와서 살란 소리
안 하면 될 거 아냐! 대신 하늘이도
못 봐 줘! 요즘 툭하면 나한테 하늘
이 맡기고 그러는데 나도 사부인만큼
바쁜 사람이야!
수지: 안 돼요! 우리 엄마한텐 하늘이
불안해서 못 맡겨요.
태희: (수지를 흘겨보며) 내가 뭘 어쨌
다고 불안하다는 거야? 난 체계
적인 육아법에 따라서 하늘일
충실하게 교육시키고 있다구!
호재: 그래요! 하늘인 엄마가 좀 봐주
세요. 장모님은 몸이 약하셔서
무리하시면 안 돼요!
열순: (호재를 흘겨보며) 내 몸은 뭐
무쇠덩어리 줄 아니?
호재,수지: (양쪽 눈치를 보고)
S#70. 회계 법인 회사 사무실 앞 (낮)
회사 간판 클로즈업. 규인... 동료 직원
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나온다.
S#71. 고속 터미널 승강장 (낮)
규인... 천안으로 내려가는 규선과
규선의 남편을 배웅하고 있다.
규인: 아버지한테 못 내려가서 죄송
하다고 말씀드려.
규선: 알았어. 혼자 있어도 밥 잘
챙겨먹구!
규인: 걱정 마! (규선 남편에게)
매형! 그만 가요!
규선,규선남편: (차에 타면)
규인: (손을 흔들고 돌아서서 대합실
쪽으로 걸어간다)
호정: (사진 가방을 메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옆에 서 있던
고속버스에서 내린다) 한 시간
후면 집에 도착할 거니까 하늘이
데리고 집에 와 있어. 이젠
하늘이 보고 싶어서 멀리 촬영도
못 가겠다.
S#72. 고속 터미널 대합실 (낮)
규인... 지나가는데, 많은 사람들... TV에서
방송되고 있는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쇼트
트랙 경기에서 여자 선수들이 금메달 따는
장면을 보고 있다. 규인... 멈춰서서 TV를
본다.
S#73. 고속 터미널 대합실 (낮) - 규인의 회상 (1부)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 따는 장면을 보며
환호하는 호정
S#74. 고속 터미널 대합실 (낮)
규인... 미소 띤 얼굴로 회상에 잠겨 있는데,
호정.. 걸어오다가 TV 앞에서 멈춰선다.
(사람들 양쪽 끝에 있어서 서로를 보지 못한다)
호정: (역시 TV를 바라보며 역시 회상에
잠기는데)
규인: (자리를 뜬다)
S#75. 고속 터미널 지하도 (낮)
규인.. 걸어가며 호정과의 일을 회상한다.
S#76. 회상 (낮)
1-16부까지의 호정, 규인간의 중요 장면 편집.
S#77. 고속 터미널 지하도 (낮)
호정... 회상에 잠긴 표정으로 규인이 지나간
길을 걸어가고 있다.
S#78. 지하철 안 (낮)
규인... 지하철 안에 앉아 있는데, 문이
닫히려는 순간, 호정... 올라탄다.
규인: (새끼 손가락에 끼어있는 반지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호정: (문 앞에 서서 창밖을 보고 있다)
S#79. 지하철 안 (낮)
지하철.. 역에 도착하면, 호정... 내린다.
규인: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는데)
호정: (사람들 틈에 섞여 걸어간다)
규인: (호정을 보고 놀라는)
호정: (지나가고)
규인: (망설이다가 문으로 뛰어가는데
문이 닫혀버린다. 아쉬워하는)
S#80. 호정 집 동네 계단 (밤)
규인.. 계단에 앉아 있다.
S#81. 호정의 회상 (밤)
계단에서의 호정과의 추억 몇 장면 편집.
S#82. 호정 집 동네 계단 (밤)
규인... 미소를 지으면서 일어나서
내려가는데, 호정... 위에서 내려온다.
호정: (규인의 뒷모습을 보고 멈춰서는)
규인: (내려가는데)
호정: (들리지 않는 소리로 중얼거리듯)
규인아...
규인: (몇 걸음 더 내려다가 멈춰서더니
천천히 뒤를 돌아다본다)
S#83. 호정 집 동네 계단 (밤)
시간 경과. 호정과 규인.... 나란히 앉아
있다.
규인: 아직 여기 살아?
호정: 응!
규인: (결혼했는지가 궁금한) 부모님하구?
호정: 응!
규인: ............. 건우는?
호정: 잘 지내. 요즘에도 가끔 만나.
규인: (건우와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얼굴 환해지며 반지를 만지작
거리면)
호정: (반지에 눈이 간다) 반지... 꼈네.
규인: 응!
호정: 너... 그런 것도 끼고 많이 변했구나.
규인: (미소)
호정: .......... 커플링이니?
규인: (고개 젓고)
호정: (안심하는 표정이 스치고)
규인: 이 반지.. 아주 오래 된 거야. 아주
오래 전에 사랑하는 여자한테 주려고
샀었지. 근데, 끝내 줄 수가 없었어.
호정: (!)
규인: 그래서... 다시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면 그 여자한텐 주려고 끼고
있는 거야.
호정: (실망하는) 그 사연을 알면 누가 그
반지 받고 싶겠니?
규인: (씩 웃고) 그렇겠지? 받아줄 사람이
없겠지?
호정: ...................
규인: (반지를 빼더니 호정의 손바닥 위에
놓는다)
호정: (!)
규인: 이 반지 주인은 너밖에 없는 거 같다.
끼어주지 않아도 되니까... 받아줘.
호정: (눈물 글썽해서 반지를 들여다보다가
손에 끼운다)
규인: (!)
호정: (규인을 보고 미소지으며) 주말에 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