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대낮 길도 살펴보며 가야지
오육십년대 그믐밤
이웃동네 마실길 나서는
지팡이 든 할머니께
비포장 신작로 살펴 가시라 일렀는데
그때는 길눈이 밝았는지
잘도 찾아가신 것 같다
지금은
낮이지만
두 바퀴달린 손수레에 의지한 할머니께
아스팔트길 살펴가라 당부 드리고도
염려스러운 시대다
오육십년대는
높은 장독대 김치움막 어두컴컴한 부엌에도
잘 다니셨는데
지금은
주방개수대 냉장고 앞에서도
눈 뜨고 우두커니 서 있다
무엇 때문에 왔는지
스스로 잊은 채
삼시세끼 밥 먹듯 먹는
약봉지도 찾지 못하고
먹었는지
마셨는지
다시 확인하러 들락거린다
잊음이 지나쳐
스스로 잃어가고 있는지
넘어지면 고관절
자빠지면
골다공증 증세라
21세기의 문화 문명시대의 아픔은
오육십년대 보다
훨씬 힘들어 보일 때가 있다
장수시대의 부작용으로
생각되지만
다양한 삶에 중심축을 잃은
노인성 스트레스가 아닐까
단순한 삶에
정신 맑았던
오육십년대의 행복한 추억이
더욱 좋아 보인다
21세기
통신 교통 복지 인터넷시설이
잘 돼 있지만
경쟁사회의 복잡한 생활에 정신 줄 놓은
젊은이들과의 거리
그리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
이 시대의 간극이
옛날보다 더욱 넓어 보이니
어찌된 일인가
격세지감의 꼰대정신일까
아름다운 옛 추억을 다시 찾는
단순한 삶으로 회귀해야
육체 정신적 건강이
맑아지지 않을는지
괜스레 젊음을 따라잡으려다
늙음까지도 잃어가는 나락
더욱 단순하게
빛의 굴절 없는 텅 빈 맘으로
살아감이
현대를 적응해가는 길이 아닌가싶다
그러기에
밝은 대낮에도
오직 혼자뿐
외로운 길이니
소음 공해
굴절된 빛의 반사가 많은 길을
살펴보며 가야하지 않겠나
현법 / 유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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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대낮 길도 살펴보며 가야지
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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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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