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처녀
원제 : Midnight Mary
1933년 미국영화
감독 : 윌리암 A 웰만
출연 : 로레타 영, 리카르도 코르테즈, 프랑코트 톤
앤디 드바인, 우나 메르켈, 프랭크 콘노리
워렌 하이머, 마사 슬리퍼
'한밤중의 처녀'는 1933년에 만들어진 할리우드 흑백고전입니다. 로레타 영이 주연한 영화인데 저는 로레타 영의 다른 출연작보다 이 영화의 소개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레타 영은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인지도가 없는 배우입니다. 아마도 캐리 그래트와 공연한 '주교의 부인'이나 오손 웰즈 감독, 주연의 '이방인' 정도가 그나마도 고전영화 팬들이 접했을 만한 로레타 영 주연의 영화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오드리 헵번, 엘리자베스 테일러 급 배우들과 비교해서는 듣보잡이고, 그 외에도 '데보라 커' '에바 가드너' '그레이스 켈리' 같은 배우들에 비해서도 거의 알려진 바 없는 배우지요.
하지만 1930년대 로레타 영의 위상은 상당했습니다. 바바라 스탠윅, 베티 데이비스와 거의 동급 위상이었고, 우리나라에 1930년대에 그레타 가르보와 함께 가장 활발하게 극장 간판에 걸린 여배우입니다. 그런 전설급 여배우인데도 안타깝게도 알려진 영화가 너무 없습니다. 앞에 언급한 두 편의 영화도 그녀가 다소 나이가 들었던 시절의 작품입니다. 반면 '한밤중의 처녀'는 작품의 완성도도 괜찮은 편이지만 로레타 영이 20세에 출연한 영화입니다. 요즘 말로 '리즈시절' 작품이지요. 로레타 영 이라는 배우의 제대로 된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1933년 어느날, 법정, 살인사건 피의자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리고 있습니다. 판사, 검사 모두 진지하게 법정에서 발언하고 있는데 정작 재판의 당사자인 피의자 메리(로레타 영)는 별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합니다. 그렇게 결심공판이 끝나고 판결을 위해서 배심원단이 퇴장합니다. 대기실에서 담당 변호사와 앉아있는 메리는 덤덤하게 옛 일을 회상합니다.
1910년생인 메리는 아홉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가난하게 살다가 절도누명을 쓰고 갱생원에서 몇년 보호관찰속에 지냅니다. 이후 출소한 뒤 딱히 할 일을 구하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범죄의 소굴에 빠져듭니다. 그는 악당 리오(리카르도 코르테즈) 밑에서 일을 합니다. 어느날 클럽에서 만난 톰 매너링(프랑코트 톤) 이라는 변호사와 서로 이끌리게 되고 톰을 만난 뒤 메리는 범죄소굴에서 손을 씻고 싶어합니다. 톰은 막대한 상속을 받은 부자였고, 메리를 위해서 자신의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직으로 일을 하게 만듭니다. 새출발한 메리는 열심히 일을 하고 톰은 어느날 분위기있는 카페에서 메리에게 청혼을 하는데 하필 메리를 알아본 경찰관이 들어오고 상황파악을 한 메리는 체념을 하고 톰에게 돈을 바라고 자신이 접근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헤어집니다. 경찰에 연행된 메리는 리오의 행방을 묵인한 댓가로 몇년 감옥생활을 합니다. 감옥에서 톰이 결혼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절망하는 메리, 몇년 뒤 출옥한 메리는 결국 리오의 여자가 되어 범죄소굴에 다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톰과 마주친 메리, 반가운 재회도 잠깐, 톰을 질투한 리오는 그를 죽이려고 하고 메리는 필사적으로 이 상황을 막으려고 하는데....
1920년대 금주법 시대, 범죄조직이 횡횡하던 시대부터 1930년대 초반의 경제대공황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메리라는 한 여인의 가난하고 아름답게 태어난 죄로 혹독하게 인생고를 겪는 이야기입니다. 메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두 남자가 있는데 범죄조직의 리오와 성공한 선량한 변호사 톰 입니다. 너무나 극명하게 다른 두 남자 사이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겪는 메리인데 불과 1시간 14분 러닝타임의 영화에서 이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마음만 먹으면 몇부작 미니시리즈로도 가능한 내용입니다. 그러다 보니 진행이 굉장히 빠릅니다. 그럼에도 1930년대 영화 치고는 대사가 어수선하지 않고 차분한 진행이 눈에 띕니다.
약간 '마담 X' 가 연상되는 내용입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그 영화와 비슷하죠. 가문있는 남자와 사랑하게 되는 신분이 낮은 여성의 비극이라는 점도 그렇고. 물론 결말은 '마담 X' 와 다릅니다.
로레타 영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농부의 딸' 보다 15년 빨리 만들어졌고 그래서 다소 무리하게 젊은 역할을 연기한 느낌의 '농부의 딸'과는 달리 '한밤중의 처녀'에서는 20살이라는 반짝반짝한 시절이라서 미모도 상당하고 10대 중반부터 20대 초반까지의 역할이라서 자신의 나이와도 딱 맞는 연기입니다. (그럼에도 물론 요즘 20세 보다는 훨씬 성숙하지요) 한 때 상당한 인기를 누린 배우의 전성기 시작점의 영화라는 점에서 로레타 영의 진정한 매력을 충분히 엿볼 수 있습니다. 로레타 영은 10대 중반인 1920년대 후반부터 이미 주연급 배우로 활동했기 때문에 1933년 당시에 이미 상당한 연기경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거의 20여년의 전성기를 누린 배우였지요.
제 1회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날개'를 비롯하여 '공공의 적' '스타탄생(37)' '옥스보우 사건' '폐허의 군도' 등 1920년대 ~ 50년대까지 꾸준히 연출활동을 해 온 윌리암 웰만이 감독했고, 로레타 영과 공연한 두 남자는 리카르도 코르테즈와 프랑코트 톤 이라는 배우인데 두 배우 모두 30년대에 많이 활동한 유성영화 초기 배우지요. 프랑코트 톤은 빌리 와일더 주연의 사막 스릴러 '열사의 비밀'에서 인상적인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배우입니다.
제목 'Midnight Mary' 에서의 Midnight 는 밤 이라는 의미보다는 '암흑가의 메리' 라고 해석하는게 맞습니다. 즉 어둠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메리의 상황을 빗댄 제목입니다. '한밤중의 처녀'는 우리나라 개봉기록에 있는 제목입니다.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암흑의 세계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것은 동일합니다. 올바르게 살아야지요.
평점 : ★★★ (4개 만점)
ps1 : 메리의 친구 버니 역의 우나 메르켈은 모리스 슈발리에가 주연한 '메리 위도우'라는 영화에서 다소 코믹스런 왕비역으로 기억되는 배우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영화도 '메리'라는 제목이 들어있네요. 물론 사람이름으로 쓰인 메리는 아니지만.
ps2 : 진 할로우와 클라크 게이블을 출연시키려고 했는데 클라크 게이블이 거절해서 리카르도 코르테즈가 출연했습니다. 여주인공에게 주도권이 있는 영화이고 악역이라서 거절한 것 같습니다.
ps3 : '한밤중의 처녀'는 사실 오역이지요. '암흑가의 처녀' 라고 해야 맞죠.
[출처] 한밤중의 처녀(Midnight Mary, 33년) 로레타 영 20세 출연 범죄 로맨스|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