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영월로 휴가를 갔다. 선생님께서 다녀 온 사진 보면서 빨리 가고 싶어 예정했던 것보다 보름 앞당겼다.
안동 휴게소에서 같이 가기로 한 도담 님 가족을 만났다. 날씨가 끝내준다.
우린 딸 둘, 도담 님 댁은 아들 둘. ㅎㅎ 인류로 보면 딱 본전치기다.^^
차가 막힐까 봐 새벽 5시 30분에 출발했더니, 10시쯤 금자 님 집에 다다랐다.
금자 님이 어제 만난 사람처럼 반갑게 맞아준다.
금자님표 보약(과일 효소)을 마시고, 전통 한옥을 짓고 있는 곳으로 갔다.
<금자네사랑방> 카페 회원인 나눔의기쁨 님 댁이라고 했다. 사진작가면서 우리 멋과 우리 맛을 알고, 즐길 줄 아는 분이라 했다.
집을 짓고 있는 중이라 목재가 여기 저기 천막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거기서 내가 좋아하는 소나무 냄새가 났다. 보리를 거꾸로 매달아 놓은 것도 어쩌면 집과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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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환한 웃음으로 맞아 준다. 하얀 고무신을 신고.
낯빛이 어찌나 맑고, 깊고, 부드러운지….
들어 갈 때 댑싸리가 자라는 게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당에 댑싸리비가 있었다. 묶어 있는 모습이 어찌나 다소곳하고 얌전한지 마치 주인 마나님 닮았다. 나눔의기쁨 님과 한 이불 덥고 자는 안주인은 개밥바라기 님이라고 했다. 처음 뵙는데도 하나도 낯설지 않다. 금자 님 카페에서 사진을 여러 번 봤던 분이라 더 반가웠다.
여기저기 신나게 둘러 보다보니, 옥수수 삶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밥상이 차려졌다.
녹두로 쑨 청포묵에, 노각(늙은 토종오이) 무침, 고추장에 박은 매실장아찌, 호박잎쌈……
아, 이 행복, 절로 감사하단 말이 새어 나왔다. 금자 님도 고맙고, 금자 님과의 인연을 맺어 준 우리 선생님도 고맙고, 이 더운 여름에 귀한 정성으로 맞아 준 나눔의기쁨 님과 개밥바라기 님도 고맙고…….
청포묵은 이 댁에서 직접 농사지은 녹두로, 집에서 손수 쑨 묵이라 했다. 그 정성과 맛은 두고두고 고마울 것 같다. 강원도 자주 찰옥수수는 찰직하고 쫀득하고 고소하고 달았다. 그런데 단맛이 여느 옥수수하곤 달랐다. 옥수수를 밥으로 먹기도 하는 촌놈도 반할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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댑싸리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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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댁 새끼 고양이 두 마리는 또 어찌나 귀엽던지. 이제까지 그렇게 귀엽고 예쁜 고양이는 처음 봤다. 엄마를 잃어서 이제는 개밥바라기 님이 엄마다. 우리 딸들은 고양이를 보자마자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새끼 고양이 데려가 키우자고 난리다.
두 마리는 플라스틱 작은 젖병 꼭지를 서로 물려고 아웅다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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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우리 집 8월 달력에 나와 있는 한반도 지형을 보러 갔다. 가는 길에 누군가 갈라진 땅을 파 한반도 지형을 만들어 놓은 걸 봤다. 지도를 인쇄해 땅에 붙여놓았다 해도 믿을 만큼 똑같이 말이다. 대단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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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형을 한 눈에 내려다보고, 내려와 뗏목을 탔다. 위에서 바라보던 한반도 지형을 뗏목타고 돌아보는 체험이다. 동해에서 출발해 남해를 돌아 서해 중간까지 뗏목타고 갔다 왔다. 체험 진행자의 구성진 뱃노래가 아직도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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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금자 님 집에서 먹었다. 집에 도착해 주문받은 옥수수 택배 작업을 함께 했다. 끝내고 나니 벌써 어두워졌다. 저녁은 마당에서 먹었는데 상을 차리는 건 인해전술을 썼다. 마루에서 음식 접시를 내 주면 이 손 저 손 거쳐서 밥상에 차려졌다. 금자 님표 밥상을 처음 보는 우리 신랑과 도담 님 남편 입이 쩍 벌어졌다. 온갖 나물에 보약 수준인 반찬들. ㅎㅎ 오늘 두 집 신랑, 아내 덕분에 호강 제대로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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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밥 짓는 금자씨 어머니. 말씨도 몸짓도 어찌나 다소곳하고 고우신지... 어머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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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푸는 금자 님, 팍신팍신 감자밥이 잘 되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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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 절달! 그런데 뭔 반찬이 이리 끝도 없이 나오노?
잠은 우구네 민박에서 자기로 했다. 가는 길이 비포장이라 승용차를 세워 두고 2키로는 우구네 트럭을 타고 갔다. 여자 두 사람은 앞에 타라고 했는데, 난 뒤에 탄다고 했다. 트럭 뒤에 타는 즐거운 경험을 노약자 배려하는 남편들 때문에 놓칠 수야 없지.
차가 부릉 출발하자마자 덜컹덜컹, 끼익끼익! 앞으로 꼬꾸라지다, 뒤로 쏠리다. 옆으로 휘청 흔들리다, 머리에 나뭇가지가 스치다 난리도 아니었다. 누군가 롤로코스트 타는 것보다 더 무섭다 했다. 팔과 다리에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근육이 다 뭉치는 기분이었다. 금자 님이 안내하지 않으면 못 올 오지다. 골짜기를 몇 개나 건너고 또 건너면서 모두 바짝 얼었지만, 검은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던 보름달은 환상 그 자체였다.
방 두 개를 빌렸는데, 일본에서 갑작 손님이 왔다고 방 하나를 쓰게 되었다. ㅎㅎ 우리 딸들이나 도담 님 아들들이 그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어쩌겠는가.
새벽에 일어나 혼자 빠져 나와 두 시간을 즐겼다. 활짝 핀 달맞이꽃도 보고(낮에는 닫는다), 계곡을 이리저리 누볐다. 김삿갓 주거지에도 갔다.
아침을 먹고 산양 산삼 밭에 갔다. 서울에서 온 팀도 합류했다. 한 사람은 우리풀꽃모임 초창기 멤버고, 두 사람은 이미 책으로 먼저 만난 풀꽃지기를 만나고 싶어 왔단다. 고맙고, 반갑고, 쑥스러웠다.
이 길도 역시나 강원도라 굽이굽이 도는데, 어느 산비탈에 오르니 비포장 오르막길이다. 길 옆엔 풀이 우거지고, 차바퀴가 지나간 자리만 빼고는 풀과 돌이 반반 섞여있다. 우구네 민박에 가면서 비포장도로를 겪은 터라, 사륜구동차보다 차체가 낮은 승용차 세 대를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8년 전 지금 타는 승용차를 샀을 때 남편더러 산엘 데려다 달라 한 일이 있었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한참 이어지고, 결국 바퀴가 펑크 나고 말았다. 웬만하면 잘 따라주는 남편이 그날은 싸움소 마냥 화를 냈다. 차체가 낮은 승용차로 그것도 새차로 이런 곳에 오자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이다. 지금은 똥차가 다 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 그 일이 또 벌어질까 입술이 바짝 탔다.
휴, 무사히 산양 산삼 농장에 도착. 주인이 상품성이 조금 떨어지는 산양 산삼(장뇌삼)을 하나씩 준다니까 바짝 굳었던 도담 님 남편이 춤을 추고 아주 신이 났다.
이번에도 산양 농장 트럭을 타고 산양 산삼 밭으로 체험을 나섰다. 산으로 가는 길은 우구네 집보다 더 비탈지고 풀도 우거졌다.
열 명 넘는 사람이 앞에 타고, 짐칸에 타고. 드렁, 부릉부릉, 끼이이익, 피익~ 트럭이 이렇게 온갖 소리를 내는 건 처음 봤다. 생각보다 잘 올라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차에서 연기가 나고 차가 멈춰섰다. 모두 급하게 차에서 뛰어 내렸다. 차에서 불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새파랗게 질렸는데, 금자 님은 별 것 아니라는 얼굴이다. 연기가 아니고 라지에타 물이 끓어 나는 김이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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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산삼 한 뿌리씩 준다니 춤을 추는 도담 님 남편.
ㅎㅎ 행동과 말이 어찌나 자연스럽고 재미있던지 이번 여행의 기쁨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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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산삼이란다. 산에 장뇌삼 씨앗을 뿌려 몇 해 째 자연에서 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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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진 트럭. 그 가운데서도 사진 찍는 이 사람은 누구? ^^
휴!
이런 체험은 아무나 하나. 겁도 나면서 속으론 어찌나 신나던지. ^^
차를 세워두고, 산양 산삼 농장을 둘러본 뒤, 배 건너 민박으로 갔다.
배 건너 민박은 줄배를 타고 건넌다. 줄배를 타기 위해 또 구부구부 돌아 산을 하나 넘었다. 이제 나타나나 했는데 또 마을을 하나 지나고, 콩밭과 옥수수 밭을 수태기 지나고, 좁은 시멘트 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런데 구부구부 돌아도 줄 배 타는 곳은 안 보인다. 다 왔나 싶으면 또 산모롱이를 돌았다. 그러다 비포장도로가 또 나왔다. 이번엔 길이 참말 장난이 아니다. 강 옆으로 난 좁은 길에 칼돌이 삐죽삐죽 솟아 있다. 차가 마주 오면 나아갈 수도 물러 날 수도 없다. 간이 더 오그라들었다. 차가 굼뜬 거북이처럼 움찔할 때마다 차체가 위로든 옆으로든 쿠덩덩 흔들린다. 남편은 핸들을 바짝 잡고 얼어 있다. 움직일 때마다 차는 궁둥이가 아프다고 소리를 낸다. 주인 아자씨, 나 죽어유!
그런데 그 긴박한 순간에 쩝쩝 음식 씹는 소리가 쩝쩝 났다. 아니, 우리 식구 가운데 이런 긴박한 상황에 소가 되새김질 하듯 여유 있게 무얼 먹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남편 입을 봐도 바짝 오마물고 있다. 딸들을 돌아보니 눈만 똥그랗게 뜨고 입도 뻥긋 못한다.
'잘못 들었나?'
그 손간 또 쩌업~ 쩝 소리가 났다. 그러고 나서도 소리는 가끔 들렸다. 소리 진원지를 찾지도 못한 채 말이다. 그러다 조금 뒤 난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다 빨개졌다. 남편이 차가 덜컹 거릴 때마다 쩝쩝 소리를 내고 있었던 거다. 바짝 긴장해 입이 마르니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면서 그렇게 소리를 내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쩝쩝 거리며 도착해 드디어 줄배타기. 바짝 언 얼굴들이 줄배와 동강 물을 보더니 금세 펴진다.
건너편엔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강물이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풍덩 빠져서 건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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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건너 민박에서 여성 동지들만 찰칵! ^^
금세 줄배는 강 건너에 닿았고, 우린 세상에서 가장 맛난 매운탕을 먹었다.
매운탕에 들어 간 고기는 동강에서 잡은 매기, 꺽지, 쏘가리, 빠가사리 들이란다.
아, 이 행복, 이 충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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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먼진 곳 또 오려면 전화 번호를 알아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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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행복한 먹는 시간. 매운탕 기가 차게 나온 사진이 있는데, 20장이 넘는다고 안 올라 간단다. ㅋㅋ
다음에 기회 있으면 구경시켜 드릴게여.
이렇게 숨은 절경 강원도 오지는 친절한 금자 씨 안내가 아니면 어림도 없다. 아니 친절한 금자씨에 용감한 금자씨가 합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친절한 금자씨, 고맙습니다.
용감한 금자씨, 고맙습니다.
금쪽같은 시간 쪼개 안내해 주고, 숨은 강원도 절경 보여 주어서요.
나눔의기쁨님과 개밥바라기님과 어머니의 정성어린 대접은 감사를 넘어 감동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서울쪽에서 오신 각시취 님, 질경이 님, 현숙씨. 반갑고 기뻤어요.
귀한 만남과 만남, 소중히 가꾸어 갈게요.
딸들은 이제 엄마 아빠 안 따라 나선다고 합니다. ㅋㅋ 겁 안 납니다.
안 데불고 다니면 저도 편합니다. ^^
ㅎㅎ 그래도 먼 훗날, 영월이 그리워 길 떠날 날 있을 거라 믿습니다.
금자 님과 도담 님 가족과 보낸 1박 2일, 두고두고 꺼내 볼게요.
[090805-06. 영월1박2일 풀꽃지기 일기]
첫댓글 이야~~구경 한번 잘 했다! ㅎㅎ 즐거운 체험이었겠습니다! 그러고보니, 금자님 댁이 글나라 공식 강원도 체험 장소로 지정되는 건 시간문제구먼유~~
영월만 가면 다들 선남선녀가 되나봐요. 하늘과 가까운 곳이라 그럴까요~ 부럽습니다^^
일 년을 별러도 못 가본 곳, 원없이 보았네. 글나라 공식 휴양지 지정... 범초 샘 힘 좀 쓰셔야겠어요.ㅎㅎ
좋은 곳 많이 보았네요. 글나라 제자들을 잘 대접해준 금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정말 아름다운 추억이네요. 저도 낼 모레 세울님과 비스무리한 추억 만들러 영월 들어갑니데이~~~~
야~ 세울님 영월갔다온 글 보니, 눈도 시원 마음도 시원, 머리까지 시원합니다! 가족분들도 이런 귀한 체험 처음이셨을거에요. 멋져부러요~
아! 말이 필요없었겠어요. 몸과 마음이 보약같은 1박2일을 보낸 걸 보니... 두고 두고 생각 날 여름 여행! 덕분에 제가 구경 잘 했네요.^^8
2009년 여름.. 저는 완전히 금자님한테 빠져 버렸습니다. 금자님... 우야든동 건강하게 오래도록 금자님을 아는 사람들과 살고지고 해야됩니더! ^^ 글을 다 읽고도 세울 선배님의 달뜬 목소리가 제 주위를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도담선배님 가족도 뵙고 세울선배님 가족도 뵙고... 완전 배부릅니다. ^^
선생님. 교재에 금자네 사랑방이 소개되어 있길래 검색하다가 매우매우 뒤늦게 이 일기를 봅니다. 제가 마치 여행을 다녀 온 듯 너무 기분이 좋아 댓글 남깁니다. 20대 중반에 동생과 강원도 여행을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한반도 지형 보니까 딱! 생각이 나네요. 이제 아기와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네요~ 행복한 추억에 잠기게 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