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포옹
원제 : The Indian Fighter
1955년 미국영화
감독 : 앙드레 드 토드
음악 : 프란즈 왁스만
출연 : 커크 더글러스, 엘사 마르티넬리, 월터 매튜
다이아나 더글러스, 월터 에이블, 론 채니 주니어
에드먼드 프란즈, 알란 헤일 주니어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광야의 포옹'은 마치 1990년 케빈 코스트너 감독, 주연의 '늑대와 춤을'의 예고편 같은 작품입니다. 물론 '늑대와 춤을'에 비할 영화는 아니지요. '늑대와 춤을'이 백인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인디언에 대한 우호적 시각으로 그린 진솔한 영화였다면 '광야의 포옹'은 서부의 판타지를 다루고 있으면서 슬쩍 인디언에 관대한 척 시늉을 합니다.
백인들과 인디언 수우 족과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자니 혹스(커크 더글러스)는 용감하고 총도 잘 쏘는 서부의 사나이로 인디언에 대한 정보가 밝아 인디언 파이터 라고 불립니다. 그는 수우족 추장과 상당한 친분을 갖고 있는데, 추장에게 백인 기병대와의 평화를 중재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 수우족은 백인들과 일단 평화로운 공존을 합니다.
당연히 이런 평화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죠. 백인들 중에서는 인디언을 사람취급 안하는 악당이 있으니까요. 수우족이 금광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것을 간파한 웨스(월터 매튜)와 그의 동료는 백인과 물물교환 거래하기를 좋아하는 인디언을 꼬셔서 그 위치를 알아내려고 합니다. 그러나 추장에게 절대 비밀로 하라는 엄명을 받은 인디언들은 쉽게 넘어가지 않지요. 웨스는 결국 술을 먹여서 취하게 만들고 취한 인디언이 장소를 실토하게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그걸 목격한 그레이 울프라는 인디언 전사가 비밀을 이야기한 인디언을 처벌하려다가 오히려 웨스에게 당합니다. 다른 인디언들이 그걸 보고 백인을 공격하고 웨스 일행은 인디언이 공격을 먼저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로 인하여 백인 기병대와 인디언 부족과의 대치가 이루어지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집니다. 숫자가 적은 백인들은 인디언 불화살 공격에 몰살당할 상황, 자니 혹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인디언 처녀 오나티(엘사 마르티넬리)를 설득하여 웨스 일행을 체포하여 추장에게 넘겨서 다시 평화를 회복하고자 합니다. 오나티는 웨스가 먼저 도착해있는 금광으로 자니를 안내하는데....
커크 더글러스가 연기한 백인 주인공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인디언과 백인의 평화를 중재하고 용감한 그의 노력으로 어렵사리 평화가 유지된다... 뭐 그런 내용입니다. 그 와중에 인디언 처녀와의 사랑도 이루어지고 두 사람이 결혼하여 아기를 낳으면 그 아기가 평화의 상징이 될거다 라는 뭐 그런 판타지 입니다. 백인이 먼저 시비를 걸고 인디언이 나름 정당방위로 대응한 것으로 설정하긴 하지만 시비건 백인은 백인중에서도 악당이었고 평화를 위한 노력과 해결사 역할은 백인 주인공이 하니, 가해자 입장에서 마치 피해자에게 관대한 듯 꾸민 영화입니다. '늑대와 춤을'의 진솔함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죠.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커크 더글러스 조차도 인디언 몇 명을 죽이니까요.
그리고 커크 더글러스가 인디언 처녀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도 사실상 성추행입니다. 목욕하는 인디언 처녀를 몰래 엿보고, 지나가는 그 처녀를 강제로 덥쳐서 억지로 키스를 하고 물가에서 접근하여 강제로 껴안고... 그런데 처음에는 반항하던 인디언 처녀가 어느 순간 순순히 몸을 맡기고 오히려 그가 떠날까봐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죠. 50년대 당시의 여성에 대한 남자의 마초적 본능이 담겨있는 것이죠. 강제로 키스하고 강제로 껴안고 하면 결국 여자가 넘어온다는. 그렇게 시작하고 결국 죽고 못사는 사이가 되고.
커크 더글러스는 1959년 작품 '건힐의 결투'에서도 인디언 처녀와 부부로 사는 보안관을 연기했는데 여기서도 인디언 처녀와 사랑에 빠지는 서부의 용사 역할입니다. 그런데 참 웃긴게 기병대와 함께 머물고 있는 백인 과부가 커크 더글러스를 마음에 두고 집요하게 구애를 해도 자신은 서부의 유랑자이고 농사지을 인간이 못된다고 계속 딱지를 놓더니 훨씬 젊은 인디언 처녀에게는 인종을 초월하여 결혼하여 아기를 키울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정말 우스운 내용이지요.
이탈리아 출신의 미모의 여배우 엘사 마르티넬리의 할리우드 영화 데뷔작인데 그녀는 프랑스 영화 '윤무'에 엑스트라 정도 비중으로 출연한 이후 이탈리아의 옴니버스 영화에 한 편 출연하고 바로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것입니다. 이탈리아 모델이었던 그녀는 잡지에 모델로 등장했다가 커크 더글러스의 아내인 앤 더글러스의 눈에 띄어서 캐스팅되었다고 합니다. 인디언 처녀 역할이라서 대사가 거의 없었고 그래서 부족한 연기에도 큰 지장이 없었지요. 연기보다는 인디언 흉내를 내며 약간의 노출연기를 보일 뿐입니다. 이후 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했지만 할리우드, 프랑스 영화에 나누어 출연하면서 나름 주연 배우로 역할을 했습니다. 그다지 큰 스타는 되지 못했습니다. 미모 만큼 연기나 존재감이 따라주진 못한 배우였지요. 존 웨인과 공연한 '하타리'가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케빈 코스트너가 혹시 '늑대와 춤을'에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싶은 예상도 해봅니다. 똑같이 수우족과 백인과의 평화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아파치족이나 코만치족은 흉폭하게 다루던 당시 50년대 미국영화가 많았는데 , 백인과 인디언과의 평화를 다룬 영화를 시도했다는 것이 독특하기는 합니다. 50년대 이색 칼라 호러물 '납인형의 비밀'을 연출한 앙드레 드 토드가 감독했고, 시원스러운 시네마스코프 화면으로 펼쳐지는 칼라영화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엘사 마르티넬리도 인디언인척 하는 백인 여배우였지만 인디언의 비중있는 주요 캐릭터들은 대부분 백인이 인디언인척 하고 연기합니다.
ps2 : 인디언이 기병대 요새를 향해서 불화살을 던지는 모습이 꽤 볼만합니다. 나름 영리한 전법을 써서 백인들을 궁지로 몰아 넣습니다.
ps3 : 인디언 파이터 라는 나름 괜찮은 제목을 두고 왜 '광야의 포옹'이라는 이상한 제목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커크 더그러스와 엘사 마르티넬리가 격하게 포옹하는 곳은 광야가 아니라 개울이었지요.
ps4 : 존 웨인도 주연 물망에 올랐다고 하는데 젊잖은 역할로 많이 출연한 존 웨인이 어린 인디언 처녀를 덮치는 연기는 상상이 안되는군요.
[출처] 광야의 포옹(The Indian Fighter, 55년) 늑대와 춤을 예고?|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