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秀魚)>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경상도속찬지리지』(1469)에 수어(水魚)로,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 수어(秀魚)라 기록되어 있으며 『세종실록지리지』토공 및 토산조에는 수어(秀魚)와 비슷한 음의 수어(水魚, 首魚)로 기록되어 있다.
○ 《자산어보》에는 치어라 기재하고, 숭어의 형태·생태·어획·이명 등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몸은 둥글고 검으며 눈이 작고 노란빛을 띤다. 성질이 의심이 많아 화를 피할 때 민첩하다. 작은 것을 속칭 등기리(登其里)라 하고 어린 것을 모치(毛峙)라고 한다. 맛이 좋아 물고기 중에서 제1이다.”라고 하였다. 숭어는 예로부터 음식으로서만 아니라 약재로도 귀하게 여겼다. 또 고급 술안주로도 이용하였는데 난소를 염장하여 말린 것을 치자(子)라 하여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대접하였다고 한다. 《난호어목지》에 “숭어를 먹으면 비장(脾臟)에 좋고, 알을 말린 것을 건란(乾卵)이라 하여 진미로 삼는다.”고 하였다.
8) 지주인 부친이 강서로부터 대동강 동숭어 2마리를 지주로 보내왔다. 나에게 조금 나누어 준다고,[地主父親自江西送大同江凍秀魚二尾于地主 以一分我] / 소세양(蘇世讓 1486∼1562)
浿江江水綠於藍 대동강 강물은 쪽보다 푸르고
江出鰡魚味獨甘 강에서 자란 숭어는 어찌나 맛좋은지..
幾度往來曾染指 몇 번을 왕래하니 이미 내 손끝에 물들었는데
渺然今日隔西南 서남쪽이 떨어져 있어 이제야 아득하다.
江西太守使君親 강서의 태수 그대와 친하니
遠送江心凍玉鱗 멀리서 보낸 강의 마음, 동숭어(언 옥비늘)로구나.
老老餘恩應及我 오래오래 특별한 인정으로 우리 함께 살자꾸나.
南烹終亦讓西珍 남쪽의 음식에 마침내 서쪽 보배를 사양한다네.
9) 고을 관아에서 밤에 술을 마시다가 주인이 사군(使君) 신여겸을 보며. 숭어회 대접을 받고[夜飮州衙 示主人使君愼汝謙] / 이하곤(李夏坤 1677∼1724)
酒谷高秋別 술골(酒谷)에서 높고 푸른 가을날 이별하여
綾州臘月逢 능주에서 섣달에 만났구나.
相看如夢寐 서로 보니 꿈속 같아
一笑盡從容 다만 한번 웃고는 조용히 바라본다.
盤膾鯔魚細 소반 위의 숭어회가 장황하고,
官醪竹瀝濃 관아의 막걸리는 대나무에 걸러내어 짙구나.
木碑多頌德 목비(木碑)에다 뛰어난 덕망을 칭송하니
民已化陶鎔 백성이 대단한 조화를 빚어내었도다.
치어는 즉 숭어다. 주인이 나를 위해 회를 만들어, 특별히 이 회를 대접했다.(鯔魚卽秀魚也 主人爲余斷肉 特設此膾)
○ 본래 물고기를 뜻하는 우리말에는 ‘-티’가 있었는데 이것은 아마 ‘?(魚)’를 나타내는 우리 고유어의 어근일 가능성이 높다. 그 ‘-티’가 뒤에 ‘준치’, ‘갈치’, ‘넙치’, ‘꽁치’, ‘가물치’, ‘한치’, ‘쥐치’ 등에서 보이는 바처럼 ‘티’가 구개음화하여 ‘치’로 바뀌었다. 이 고유어 ‘-치’에 대칭되는 것으로 한자어인 ‘숭어(秀魚)’, ‘잉어(鯉魚)’, ‘붕어(?魚)’, ‘청어(靑魚)’, ‘석어(石魚)’ 등이 있다.
이처럼 어류의 이름을 고유어와 한자어로 구분하여 명명하게 된 데에는 당시에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치’ 계열은 대개 몸에 비늘이 없는 반면에 ‘어(魚)’ 계열은 비늘이 있는 것이 그것이다. 당시 선비들의 의식에 따라 한자어로 나타내는 ‘어’ 계열은 ‘치’ 계열보다 고급 어종으로 생각하여 명명하였던 것이 분명한데 그것은 비늘이 있는 ‘어’ 계열의 어종은 제사상에 올렸던 반면에 비늘이 없는 ‘치’ 계열의 어종은 아무리 맛이 뛰어나도 제사상에 올리지 않은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뒤 한자어가 일반인들에게 보편화되면서 비늘이 없는 ‘치’도 차츰 ‘어’의 명칭이 붙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치’이든 ‘어’이든 물고기의 이름은 대개 그 생김새와 맛을 따라 이름이 붙여진 것들이 많다. 가령 ‘숭어’는 맛이 빼어나게 좋아서 붙여진 것이고 ‘청어’는 등 쪽이 암청색을 띠었기 때문이며, ‘조기’는 머리 부분에 돌처럼 딱딱한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석어’라고 표기했고, 작지만 노란 색깔을 띠고 있으면서 조기처럼 돌이 머리에 들어 있어 이 고기를 황석어(黃石魚)라 했는데 그것이 변하여 대개 ‘황새기’라고 부르고 있다.
‘치’ 계열도 마찬가지로 빛이 검게 생긴 고기라 하여 ‘가물치’(옛날에는 검을 현을 가물현이라 했다), 칼처럼 생겼다 하여 ‘갈(칼)치’, 입술부분에 구멍이 있다 하여 ‘공(孔)치’, 몸이 뱀처럼 길다 하여 ‘뱀장어’ 쥐 소리를 내는 물고기라 하여 ‘쥐치’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뱀장어는 남성의 정력을 돋우는 어류라 하여 한자로는 ‘만어(鰻魚)’ 또는 ‘만리어(鰻?里)’라 표기하였는데 여기서 만자를 파자(破字)하여 보면 고기 어(魚) 옆에 날 일(日)자와 넉 사(四)와 또 우(又)가 합해져 있다. 이것을 풀이해 볼 때 하루에 네 번 관계를 해도 또 하고 싶을 정도로 정력이 넘치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10) 김군을 추억하며 준다.[贈金君億] / 이학규(李學逵)
蘆葉靑靑江水平 갈대 잎은 푸릇푸릇 강물은 잔잔한데
鯔魚風後月華生 숭어는 바람 분 뒤 달빛에 생겨나네.
熊州三老多春興 웅주의 노인들이 봄날에 흥겨워
須向南洲曳▼(罒/㘝)行 마침내 남주를 바라보다 그물에 이끌러 간다.
六幅艑艖五尺篷 여섯 폭의 거룻배에 5척의 뜸이
長洲一任去來風 긴 물가를 따라 바람 타고 가고 있네.
邇來十口須漁釣 이래로 열 명의 식솔을 먹이고자 낚시를 하는데
媿爾沙邊水勃公 부끄러운 듯, 백사장의 물을 밀치고 뛰어 오른다.
[주] 봉(篷) : 물에 띄워서 그물, 낚시 따위의 어구를 위쪽으로 지탱하는 데에 쓰는 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