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반복적인 코레일 1호선 전동차 고장사고,
‘최저가 입찰’을 개선해야
- 가격이 아닌 품질 경쟁체제의 확립과 철도차량 입찰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지하철 1호선의 잦은 고장이 ‘최저가 입찰’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3월에 발생한 고장사고 80%가 특정한 업체에 의해 부실한 부품이 납품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규 도입한 차량 대다수가 '우진산전' 제품이었는데, 사고 후 원인을 분석한 결과 가장 기본적인 장치에 속하는 SIV(보조전원장치)를 포함하여 과전류, 퓨즈 고장 등 내용이 다양했다. 특히 우진산전에 사용된 부품들 대부분이 중국제로 단가가 낮았기에 안전성을 제대로 검토할 수 없었는데, 그런데도 계약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거론한 가격이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4월 부산지하철 1호선 전동차 200량 교체 사업 평가결과를 보면, 국내 3개 업체 모두 1단계 기술평가에서 최소 기준인 85점을 통과했으나, 2단계에서 최저가를 적어낸 우진산전을 최종 낙찰자로 선정한 것이 증거다. 한 마디로 다른 업체의 기술력이나 안전성이 월등해도 오로지 가격 하나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상황들이 반복되었다는 점에서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었는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신, 이번 문제를 무조건 우진산전의 책임으로 전부 돌리기엔 한계가 있다. 철도 제작사 입장에선 기술력이 부족하여 납품일을 제대로 못 맞추더라도 현장에 투입되면 그만이다. 하여 이번 사안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은 바로 코레일이다. 코레일은 이미 올해 1월에 입찰과 관련한 용역을 발주한 결과 현행 최저가 입찰에서 기술력을 살필 수 없는 한계가 증명되었음에도 숨기기에만 급급했으며, 책임을 회피하고자 우진산전 전동차를 투입하더라도 경부선엔 기존 전동차와 병행하거나 혹은 경인선 구간에만 투입하도록 지시를 내려 시민과 노동자들의 눈과 귀까지 막으려고 했다. 이는 코레일 내부의 경영능력 부족과 적자를 핑계로 모든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하려는 행위임은 물론, 안전을 비용과 바꾸려고 했다는 측면으로 볼 때 코레일이 진정으로 '국민의 철도'라는 타이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
따라서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번 1호선 전동차 고장사고와 관련하여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 번째는 현행 전동차의 입찰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저가 수주 관행 탓에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워 안전은 철저히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안전성 검증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도입가격이 낮더라도 부품 안전성과 지속성을 면밀하게 살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국토교통부 자체적으로 철도 및 전동차량 입찰과 관련한 모든 부분에 개입함과 동시에 입찰 매뉴얼을 재정립해야 한다. 특히 우진산전처럼 기술력에 한계가 있음에도 가격 하나로 사업을 가져가는 부분에 대해선 분명한 조건을 둬야 하는데,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중대 사안이 발생한 기업들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도입을 차단하거나 금지하는 방안을 제정하여 시민과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올해는 대구지하철참사 21주기를 추념하는 해다. 시민사회와 노동자들 모두 다시는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외치지만 코레일처럼 이를 외면한 채 비용 논리에 의존하여 안전을 무시하게 된다면 제2, 제3의 지하철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단 보장이 없다. 하여 이번 사고가 1호선에서만 집중되었으나, 이미 해당 기업의 전동차를 도입한 노선이 상당한 만큼 철도와 지하철을 운영하는 모든 기관에선 신규 전동차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끝]
2024년 4월 9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