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힘든 취직 대신 시집 갈래요"
결혼정보업체, 20대 초·중반 여성 가입율 증가
'1등 신랑감' 찾으러 대기업 알바·인턴직 노리기도
6살 연상의 잘 나가는 은행 직원과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미애(26ㆍ여)씨. 이 씨는 불과 5개월 전 만하더라도 '스튜어디스'를 꿈꾸며 어학연수와 대학 홍보대사 활동, 미인대회 수상 경력에 전문학원 수료까지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항공사의 취업벽은 높기만 했다. 이 씨가 대학 졸업 후 3년여 간 입사원서를 낸 곳 만도 10여 곳. 매번 들려오는 탈락 소식에 지친 이 씨는 결국 최후의 보루로 남겨뒀던 '시집'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고 품질이 보증(?)된 남자를 만나기 위해 팔방으로 뛰었다.
150만원을 투자해 유명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탁해 여러 차례 소개팅과 선을 봤지만 '인상은 마음에 들지만 직업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차여야만 했다.
결국 스스로 '1등 신랑감'을 찾기로 결심한 이 씨는 서울에 있는 은행에 인턴직으로 들어갔고 지금의 예비 신랑을 낚아챌 수 있었다.
청년취업률이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취집'을 꿈꾸는 젊은 여성들이 부쩍 늘었다.
22일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입자 중 26세 이하 여성은 전체 가입자의 5.9%로 2006년과 비교하면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6세 이하 여성 가입자 수는 80%정도 많아졌다.
듀오 광주지사의 한 커플매니저는 "광주는 비싼 가입비 때문에 가입자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무료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상담을 원하는 88ㆍ89년생 여성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꼽는 '취집'의 필수조건은 남성의 경제력. 나이 차이는 크게 고려하지 않고 스스로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취집을 원하는 여성들은 안정된 직장에 근무하는 미혼 남성들의 정보 수집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또 사랑받는 여성이 되기 위해 외모 가꾸기는 물론 방대한 양의 독서, 악기 연주, 요리에 도자기 굽기까지 취업 준비만큼이나 빡센(?) 시집 준비를 한다.
이 씨는 "잘난 남편감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안다면 '남자 하나 잘 만나서 팔자 고치려 든다'고 비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노력해서 취업하는 거나 시집가는 거나 똑같은 거 아니냐"고 말했다.
출처-광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