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비용 평균 1억3천만원... 결혼이 가가막혀~
결혼시즌이다. 요즘 주말에는 보통 두세군데의 결혼식장을 전전할 만큼 많은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사랑의 완결편이자 행복의 첫 출발인 결혼식. 그러나 결혼식까지 가는 과정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불타는 사랑에 휩싸여 하루하루 천국처럼 살고 있는 연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결국 결혼이란 뜨거운 사랑과는 달리 차갑게 식어있는 현실이다. 더우기 '검은 머리 파뿌리'에 대해 설교할 것도 없이 '내인생의 반쪽'과 예식장에 들어서는 짧은 길마저도 보통 험난한게 아니다.
'나는 그럴리 없다'며 무턱대고 안심하다가는 '아름다운 웨딩마치'로의 길이 자칫 예수의 고행에 버금가는 '골고다 언덕'이 되는 수가 있다. 그래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8년에 가까운 시간을 교제하고 지난 달 31일 결혼식을 가진 이모(30)군과 김모(30)양을 주목해 보자.
드디어 연인에서 부부로 거듭나는 결혼식을 치르고 태국 푸켓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이들 신혼부부의 '가을 결혼기'를 통해 요즘 결혼세태를 들여다 본다.
▶ 예비 라운드 - 도대체 비용이 얼마야?
최근 결혼정보업체 '선우'가 발표한 신혼부부 300여쌍의 평균 결혼비용은 무려 1억 3498만원, 지난 2000년의 평균 7,845만원과 비교하면 3년새 두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비용마저도 쉽지 않은 경제적 부담인데 집 장만에서 혼수, 예물, 예단까지 도대체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태클들을 넘어야 하는 것일까?
▶ 1라운드 - 오늘부터 대한민국 효자효녀
무엇보다 결혼을 다짐하며 겪는 첫번째 어려움은 '어제의 연인'이 갑자기 효자와 효녀로 변신한다는 사실.
아무래도 연애가 개인과 개인이 맺어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이였다면 결혼은 양쪽의 가계가 맺어지는 '규모의 관계'로 탈바꿈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밖에 몰랐던 이군과 김양이 갑작스레 부모의 입장에 대해 '대변'을 넘어 '강변'하는 모습까지 보이게 되니 과연 사랑이 먼저인지, 결혼이 우선인지 헷갈리게 되는 시기다.
▶ 2라운드 - 빛의 향연? 빚의 대향연!
앞서 언급한 1억3498만원이라는 평균적인 결혼비용이 보통의 서민적인 예비 신랑신부에게는 도저히 평균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 현실. 4년차의 평범한 회사우너 이군과 5년차의 김양의 은행통장에 그만한 목돈이 쌍여 있을리가 없다.
어쩔수 없이 은행의 문을 찾는 이 군에게는 이런저런 서류를 준비하는 번거로움에 그 문턱이 새삼스레 높게만 느껴진다. 첫 출발부터 빚을 안고 가는 것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대안이 없어 일찌감치 대출을 알아보는 것이 행복한 결혼을 준비하는 지름길이라 위한할 수 밖에 없다.
결국, 5000만원에 이르는 대출을 받아내는 데 성공은 했지만 행복한 결혼의 무게가 이렇게나 무겁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줄은 미쳐 몰랐다.
▶ 3라운드 - 신부는 혼수준비, 신랑은 혼수상태
결혼을 준비하는 신랑들에게 가장 피곤하게 느껴지는 일은 바로 쇼핑. 쇼핑에 취미가 없는 남자들에게는 여자의 뒤를 일일이 쫓아다니는 일이 상당히 불필요하고 성가시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더우기 둘이 함께 사용할 혼수를 장만하는 쇼핑에 피곤함을 느끼는 신랑을 보면서 신부는 결혼 자체에 대한 신랑의 무관심으로 오해하는 수도 있다. 서서히 피로를 느끼는 신랑에게 서운해진 신부의 해법은 결국 모든 쇼핑에 신랑을 동반하겠다는 애초의 생각을 버리고 최후에 동의를 구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 뿐이었다.
▶ 4라운드 - 시댁이냐 친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최근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장모의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커져가는 추세다. 때문에 전통적으로 우위를 점하던 시어머니와 '목소리가 커진'장모의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고, 시댁과 친정 양쪽의 이해관계를 모두 만족시키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양가가 모두 서울에 있어 신혼집의 위치를 두고 고민하던 이군과 감양은 결국 신혼 초기에 있을 신부의 어려움을 고려해 처가댁 근처로 과감하게 결정했다. 이를 두고 다행히 문제삼지 않았지만 어느정도 시댁 눈치도 보여 이 군과 기양은 2년뒤에는 반드시 시댁 근처로 옮긴다는 약조를 했다.
▶ 5라운드 - 예단이 너무해!!
이군과 김양에게 가장 이해가 되지않는 결혼 문화의 '부조리'가 바로 예단.
신부측이 신랑집에 과연 얼마를 주어야 하고 또 얼마을 되돌려 받아야 하는지를 둘러싼 갈등이 형식적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한다.
보통 500~1000만원 정도의 금액이 상식적으로 적당하지만 예단 금액의 절반 정도를 되돌려 보내는 '금액'을 두고도 시빗거리가 생길 가능성이 많기에 특히 신부 김양의 고민이 많았다. 돌려받을 금액을 예상하기 힘들어 처음에는 예단비용을 500만원 정도를 생각했지만 결국 1000만원으로 결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절반을 돌려받아 큰탈은 없었다고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결혼 준비지만 산넘어 산을 넘는 동안 애증과도 같은 동지애로 더욱 끈끈해졌다는 이군과 김양. 사랑만으로 순수하게 결합되는 것이 연애라면 서로에게 실망하고 미움도 쌓이는 동안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 바로 결혼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발췌) 굿모닝 서울.. 김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