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장,
소희는 이미 프랑스에서부터 한국의 재벌 사모님들이 단골고객이었다.
그들은 해외에 나와서 쇼핑하기를 즐겨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명품이라고 하면 사족을 쓰지 못하고 값비싼 것들만 선호하고 있었다.
값이 비싼 물건일수록 그들에게는 더 인기가 있고 그들이 선호하는 것들이다.
그들은 서로의 입김을 통해서 프랑스의 미셀이라고 하면 최고의 상품만을 취급하는 매장이라는 소문을 내고 있는 것이다.
언제든지 외국여행이 자유로운 그녀들은 일부러 프랑스 미셀의 매장에 최고로 좋은 명품을 구입하러 다니곤 했었다.
그러나 프랑스 매장하고는 달리 이곳에서는 맨 아래층에 일반고객들을 위한 매장을 마련해 놓고 진열을 해 놓았다.
이층의 VIP고객하고는 다르게 많은 차이점을 두면서 작은 물건들을 진열해 놓고 일반인들이 구입하기 쉬운 악세서리나 구두 등을 비치해 놓았다.
미셀이 살아있을 때부터 그들은 미셀의 고객이었던 것이다.
미셀이 죽고 나서 소희가 주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들은 더 자주 소희를 찾곤 했다.
이미 그들은 소희가 한국에 분점을 오픈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고객들이다.
소희는 그들을 위해 오픈을 하면서 작은 파티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심리를 더욱 부추기는 것이 되기도 한다.
소희의 초대장을 받은 대기업의 부인들은 자신들이 초대되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최대한의 성장을 하고 나타난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소희에게 특별한 대접을 받는 고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마담 엘레나가 한국에다 이렇게 좋은 매장을 내셨으니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좋은 물건을 구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군요.”
“사모님! 언제든지 필요하신 물건을 말씀만 해 주십시오. 최고의 명품으로 항상 사모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호호호.......... 이래서 내가 마담 엘레나를 찾지 않을 수가 없어요. 사업이 번창할 수 있도록 내가 많이 도와줄게요.“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사모님만 믿고 무작정 무모한 일을 벌인 것입니다.“ ”다음 달에 우리 딸아이 약혼식인데 마담이 알아서 좋은 물건들을 구입해 줘요! 물론 신랑 예물도 함께요.“ ”네! 제가 알아서 모든 물건을 구입하겠습니다.“ 대재벌의 사모님이라고 돈 쓰는 것이 무서운 줄을 모른다.
그들은 무엇이든 최고의 명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다.
남들이 가져보지 못한 최고의 것을 추구하며 자신들만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오픈 파티를 하면서 소희는 많은 것들을 주문 받는다.
한국에서의 첫 출발이 매우 순조로운 것이다.
생각보다 맨 아래층의 매장도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소소한 물건이지만 적지 않게 수익을 올려주고 있는 것이다.
“재우씨! 이제는 방송국에 다녀오지 않으시겠어요?“
“네! 오늘 오후에 다녀오겠습니다.“ 서재우는 소희가 하는 말이면 어떤 이유도 달지 않는다.
또한 소희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는 듯이 무슨 일이든 소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 준다.
그것이 서재우가 소희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그날 오후 서재우는 하수영을 만나고 있었다.
서재우는 소희의 명함을 꺼내어 하수영에게 준다.
“이런 매장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방송에 필요하신 모든 것을 협찬하고 싶어 하아나운서를 찾았습니다.“
하수영은 명함을 받아들고 자세히 살펴본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상호였다.
“엘레나 콜렉션이라고 하면 얼마 전에 명품들만 취급한다고 하며 오픈한 곳이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저희 가게는 명품이 아닌 것은 절대로 취급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서 협찬이라니요? 모든 물건들은 한 번만 쓰더라도 중고가 되는 것이 아닌가요?“ 하수영은 명품을 살 만한 능력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묻는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선전을 하게 된다면 그보다 많은 자금이 들어갑니다. 오히려 유명한 아나운서께서 입으시고 방송을 해 주신다면 그보다 더 확실한 선전효과가 어디 있겠습니까?“
“네! 잘 알겠습니다. 협찬을 해 주시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지요.“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 하수영은 말없이 서재우를 바라본다.
뭔가 특별히 자신과 거래를 하자는 것인가 보다 하면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왕이면 함께 진행을 맡고 계시는 여자 앵커분과 함께 오시면 좋겠습니다.”
“네? 정말 그래도 되는 것입니까?“
“네! 두 분이서 나란히 저희 집 의상과 신발 그리고 악세서리 등을 하시고 방송을 하신다면 더 없이 좋을 것만 같습니다.“ ”모든 것을 다 협찬을 하시겠다고요?“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하수영은 자신이 뭔가를 잘못들은 것이 아닌가 하고 자신의 귀를 만져본다.
더구나 은비하고 함께라면 더 없이 좋은 것이다.
두 사람은 매일 의상 문제로 머리 아파하고 있었다.
의상을 협찬해주는 곳이 그리 마음에 드는 곳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자신들의 돈을 투자해서 의상과 모든 것을 맞추려면 웬만한 금액으로는 어림없는 일이기에 때로는 사정을 해서 협찬을 받아오기도 한다.
고급의상들은 잘 협찬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옷값을 변상해 주는 조건이기는 하지만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수영은 은비를 만나 명함을 내 주면서 의논을 한다.
“어때? 한 번 들려볼까?“ ”수영씨! 명품이라면 쉽게 협찬을 하려고 할까?
“일단 자신들이 먼저 찾아와 사정을 한 곳이니까 가서 사장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가 손해 볼 것은 없지 않겠어?“ ”응! 그렇게 해 보는 것도 좋겠지. 오늘은 시간이 안 되니까 내일 가 보자고.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잠시 다녀오지.“ 이튿날 은비는 하수영과 엘레나 콜렉션을 찾는다.
차를 주차시켜 놓고 그들은 건물을 바라본다.
건물은 상당히 고급스럽게 지어져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서로 바라보기만 한다.
“저런 곳에서 정말 협찬을 해 줄까?” 은비는 자신이 없다는 듯이 말을 한다.
“어떻든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들어가 사장님을 만나보자!”
하수영은 은비의 손을 잡는다.
문을 밀고 들어서니 매장은 매우 깔끔하고 화려하게 진열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자신들에게 협찬을 약속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어서 오세요!”
직원의 모습도 세련되고 아름다운 아가씨들이다.
“여기 사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하수영은 조금 작은 음성으로 말을 한다.
하수영 역시 이런 곳은 처음 들어와 보는 곳이라 주눅이 들었던 것이다.
“네!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방송국에서 왔다고 전해주시면 아실 것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여직원은 인터폰을 통해서 그들이 왔음을 알린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이층에서 서재우가 내려오면서 그들을 반긴다.
“안 그래도 오늘쯤 오시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서 이리 올라오십시오.“ 서재우는 그들을 정중하게 대접을 하는 것이다.
이미 소희는 은비가 왔다는 전갈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딸아이를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엄마라고 밝히지 못하고 만나는 것이다.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리웠던 자식인가?
허지만 지금은 자신이 엄마라고 밝힐 수가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운 것이다.
소희가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 서재우는 그들을 데리고 온다.
“사장님! 방송국 아나운서들입니다.“
서재우의 말에 소희는 정신을 차리고 그들을 맞이한다.
“어서 오세요! 엘레나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수영과 은비가 소희와 인사를 나눈다.
“화면에서 뵙던 것보다도 훨씬 잘 생기셨고 아름답습니다.” 소희는 이제 평상의 마음으로 돌아와 그들을 대하고 있었다.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헌데, 정말 저희들에게 협찬을 해 주시겠습니까?“ 은비는 소희를 똑 바로 바라보며 묻는다.
늘상 사진에서 보던 엄마와 너무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그럼요! 그렇지 않고서야 바쁘신 분들을 오시라고 할 리가 있습니까? 저는 한국에 처음으로 가게를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홍보를 위해 티비 광고를 생각해보았으나 그런 것 보다는 두 앵커 분들에게 협찬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찾아뵈었던 것입니다.“
“이곳은 들어오면서 잠시 느낀 것이지만 정말 명품들로만 매장이 진열되어 있는 것 같은데 만일 협찬을 받은 물건들이 사고라도 생긴다면 저희들로서는 변상을 할 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은비는 솔직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다.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십시오. 설사 사고로 그 물건들이 쓰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도 두 분께 절대로 그런 부담을 지우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저 마음 편안히 제 집의 어떤 물건이든 마음대로 가져다 써 주기만 하십시오.“ ”네?“ 은비는 하수영을 바라본다.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를 말없이 눈으로 묻고 있는 것이다.
“강은비씨! 저는 그런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답니다. 생각보다 제 집에 있는 의상들이 강은비 앵커님에게는 너무 잘 어울릴 것만 같습니다. 의상이든 무엇이든 바로 제 주인을 찾는 것이 얼마나 근사하고 멋진 일입니까? 그러니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이용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은비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너무나 고가의 물건들이다.
평소에 가져보고 싶었던 명품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생각일 뿐인 것이다.
“죄송합니다만 그 제안을 수락할 수가 없네요. 그냥 일반 메이커도 손에 만져보기 힘든 저희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고가의 제품들이라서 감당을 할 수가 없을 것만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솔직히 이게 웬 떡이냐 하며 받고 싶습니다만 아마 그것은 욕심이겠지요.“ 은비는 정중하게 거절을 한다.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두 분이 너무 탐나서 이렇게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로서는 큰 투자를 하지 않고도 훌륭하게 홍보효과를 볼 수가 있으니 절대로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고 이득인 것입니다. 저희가 장사꾼인데 그런 계산도 없이 두 분께 협찬을 하겠다고 합니까? 이렇게 부탁을 드립니다.“ 소희는 은비의 그런 마음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대견스럽다.
아빠 혼자서도 정말 당당하고 올바르게 잘 키운 자식인 것이다.
“수영씨 생각은 어때?”
은비는 수영에게 결정권을 주려 하는 것이다.
“글쎄? 사장님께서 저렇게 나오시는데 어떻게 거절을 하겠어? 은비도 생각을 바꾸어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소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그들이 동료로서만 아니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 수영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관찰을 한다.
참으로 잘 생긴 청년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의 집안과 수영의 모든 것이 궁금한 소희였다.
“며칠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강은비씨! 시간을 드리는 것이야 어렵지 않습니다만 제가 처음 시작하는 일인데 도와주신다는 마음으로 승낙을 해 주시기를 다시 부탁을 드립니다.“
“.............네! 가급적이면 그렇게 하도록 결정을 하겠습니다.“ 은비는 딱 부러지게 거절을 하지 못하고 만다.
“오늘 여기까지 오신 기념으로 제가 오늘 의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네?”
“강은비씨를 이렇게 직접 보고 나니 더욱 제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아마 옷이 살아날 것만 같습니다.“
소희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일어나 진열장에 진열되어 있는 의상 중에서 여자 의상과 남자 의상을 한 가지씩 가지고 와서 은비와 수영에게 준다.
“오시면 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러시면 제가 부담이 됩니다. 그냥 마음만 받겠습니다.“ ”정 부담스러우시다면 오늘만이라도 입어 주시길 바랍니다.“
은비는 조금 당황한다.
고가의 의상이라는 것이 한 눈에도 알아볼 수가 있었다.
“얼마나 바쁘신 분들이라는 것을 압니다. 시간을 내서 이렇게 찾아주셨는데 그냥 빈손으로 돌려보내드릴 수는 없지요. 가지고 오셔도 좋고 아주 입으셔도 좋습니다.“
“이런 고가의 의상을 어떻게 그냥 입으라고 하십니까? 그럼 사장님의 성의를 생각해서 오늘만 입고 가지고 오겠습니다.“
은비는 옷을 받아든다.
“일부러 여기까지 오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일 우리 직원을 보내도록 하지요.“ ”어떻게 그런 수고까지...........“
“편안하게 생각하십시오. 이것도 제 사업을 위한 것입니다.“ 소희는 그렇게 자신의 계획을 관철시킨다.
마음 같아서는 엄마라고 하고 이 모든 것들을 은비에게 모두 입히고 치장하게 해 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들이 은비와 은철이가 자식이라는 것을 알아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었다.
이제 내일이면 그들의 부인들을 초대한 날이다.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철저하게 자신이 당한 것보다 더 짓밟아 줄 것이다.
가슴 속에 분노가 사그라질 때까지 자신의 가족들이 당한 고통보다 더 아프게 그렇게 갚아줄 것이라고 소희는 결심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섣부르게 나서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다.
조금씩 그 주변에서부터 고통을 줄 것이다.
가정이 무너지는 아픔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맛보게 해줄 것이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고통이 어떤 것이라는 걸 알게 해줄 것이다.
처절하리만치 짐승의 신음소리를 내 뱉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소희는 결심을 하고 또 결심을 하는 것이다.
은비와 하수영이 돌아가고 나자 소희는 은비의 생각에 빠진다.
생각보다 너무나 잘 자라준 딸의 모습이다.
반듯하고 사려 깊은 딸의 모습을 본 것이 마치 꿈만 같았다.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자신의 처한 상황을 잘 대처해 나가는 은비의 모습에서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소희였다.
남자들도 어려운 아나운서 실장으로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러워 세상에 대고 내 자식이라고 광고를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참고 인내를 해야만 하는 소희는 가슴이 아파온다.
글: 일향 이봉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