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9구간 산행기
일자 : 2015. 9. 20 (일)
산행구간 : 한강기맥 9구간 (부목재 – 대학산 – 화방재)
산행시간 : 09:20 – 17:50 (8시간 30분, 점심 생략)
산행거리 : 00? km (접근 3.5 km, 기맥 3.9 km, 알바 20 m +)
참가자 : 23정하선, 27송기훈, 27이수룡, 27조동식, 30라영호 (이상 5명)
지원 21이두성 총 6명
이동 : 승합차
주요지점 통과시간
09:20 부목재 출발 – 임도산책(1시간 40분)– 11:00 알바 시작 – 13:40 알바 끝(원점 회귀 : 2시간 40분 알바) – 임도에서 간식 및 휴식(45분) - 14:25 대학산 입구 – 14:45 대학산 안부 – 15:18 대학산 정상 – 16:55 진지리 임도 사거리(25분 휴식) – 17:50 화방재
[알바 – 허탈한 웃음]
아침 9시 20분, 청명한 가을날의 고요한 아침, 무척이나 낭만적인 임도를 걷는다. 대학산 안부로 가는 들머리까지는 대학산 허리를 구불구불 휘감아 도는 제법 긴 임도 따라 걸어야 하지만 맑고도 시원한 아침 공기에 모두는 기분 좋게 산책하듯 가벼운 걸음으로 걷는다. 우리는 채 마르지 않은 이슬에 등산화 코 끝이 살짝 젖음을 새삼스레 즐거워한다. 하긴 일상에서 아침 이슬에 구두 끝을 적셔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아무도 없는 고요한 아침 산책길, 우리는 반딧불 이야기며 이런저런 주제로 수다를 떨며 걸으며 마치 소풍 나온 아이들 마냥 즐겁기만 하다. 반딧불 이야기? 대략 이런 스토리다. 하선 형님 댁은 청정지역이라 반딧불도 보인다 하니 수룡이 이 말을 받아 예전에 자기는 반딧불을 모아 책을 읽었다 구라를 풀고 능청스런 영호가 반딧불을 얼마나 모아서 책을 읽었느냐 놀란 눈으로 되물으니 개그 달인 수룡의 답은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 엄청 많이 잡아 모았었다는 식의 개그에 그저 낄낄 웃는다.
그렇게 넋 놓고 떠들며 걷다 보니 무언가 이상하다. 들머리까지 예정 시간이 삼사십 분인데 벌써 한 시간을 훌쩍 넘게 걸었고 대학산이 뒤로 보이니 아뿔싸, 그만 들머리를 지나쳐 버렸다. 다시 되돌아 가는 수 밖에 없다.
지난 6월 하산종료지점인 부목재. 임도 차단기가 보인다.
구비도는 임도를 따라 걷노라면 발 끝을 촉촉히 적시는 이슬. 반딧불 이야기며 이런저런 이야기에 발길 멈출 줄 모르고 하염없이 걷기만...
한참을 되돌아 와 들머리로 보이는 지점에서 힘차게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벌써 11시다. 계획대로라면 대학산 정상에 섰을 시간이건만 애먼 시간만 엄청 많이 까먹었다. 시작은 깎아지른 듯한 경사길, 그나마 길도 희미하고 가시덤불이 우거진 길. 무언가 또 잘못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에는 이미 너무 높이 올라와 버렸다. 일단 능선길까지 올라보기로 했다. 희미하던 길도 어느새 없어지고 우리는 나뭇가지 사이를 헤집으며 또 덤불을 뚫고 우격다짐으로 기다시피 오른다.
그렇게 기나긴 사투 끝에 이름 모를 암봉에 오른 시간은 오후 1시. 무려 2시간이나 걸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엉뚱한 봉우리에 서 있는 상황이다.. 암봉에서 주위를 보니 대학산이 저 멀리로 보인다. 참 멀기도 멀리 보인다. 화방재에서 두성 형님과 조우하여 같이 점심을 들기로 하고 갖고 온 식량은 전부 두성 형님의 차에 두고 온 터, 갈 길은 아득하고 식량은 하나도 없고 그저 황당하고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
아직 길다운 길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하지? 최선의 방법은 하나. 일단 앞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여 능선길이 나오면 대학산까지 가고 계곡이 나오면 임도로 하산하기로 한다. 현 상황을 두성 형님께 알려드리려 했으나 통화불가지역이라 겨우 문자로 알려드리고는 발걸음을 옮긴다.
암봉을 떠나 잡목을 헤치고 잠시 진행을 하니 지형은 계곡으로 내리 꽂는 형세. 물론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쉽사리 보이는 약초꾼 다니는 길도 없고 그저 숲을 헤치고 급경사를 내리꽂듯 나아갈 수 밖에. 그렇게 한참이나 고생 끝에 어렵사리 계곡에 닿으니 희미하나마 길이 나타나고 좁고도 험한 계곡길을 따라 걸음을 재촉해 본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임도가 보이고 우리는 무사히 임도로 탈출할 수가 있었다. 푹신한 임도에 발을 디딘 순간 우리는 안도와 함께 웃음이 터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왜냐고? 그 때의 시간이 오후 1시 40분이니 무려 2시간 40분 동안 생고생을 하며 엉뚱한 봉을 올랐다 왔는데 살펴보니 탈출한 지점이 시작한 지점에서 불과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라니 어찌 허탈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이고, 이거 길이 없자너요? (30라영호)
그렇다고 도로 내려갈 수는 없자너. 난 빠꾸가 젤 시러~! (27조동식)
음마, 여기가 워뎌? (좌 27송기훈 우 23정하선) - 허무봉 정상에서. 사진 좌 끝이 올라야 할 대학산....ㅠ.ㅠ
대학산이 저긴데...(넘 멀다...ㅠㅠ) - 좌측 안부 계곡으로 올랐어야 했다.
일단 앞으로 무조건 전진~! 그러나 길도 없고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천신만고 끝에 아딘지도 모르는 계곡에 도착, 희미한 길이 있다. 반갑다~!
임도를 내려다 보며 무사히 내려 오는데...
허허허~ ^^ 그저 허탈한 웃음만. 왼쪽이 등반 시작 그리고 우측 화살표가 거의 세 시간만에 내려온 지점.
[대학산
– 화방재 : 시공의 다리를 건너]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우리들, 일단 정확한 들머리를 찾은 후 작전을 짜기로 한다. 다시 임도 따라 100 미터 정도 돌아나가 걸어가니 우거진 풀숲에 가려진 작은 길이 보이고 이 지점이 틀림없는 들머리라 판단을 한다. 일단 배도 고프고 작전도 짤 겸 배낭을 벗는다. 점심거리는 모두 차에 두고 왔지만 다행히 초콜릿, 과일, 과자 등이 있어 간단하나마 요기를 하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한다. 편하게 임도 따라 화방재로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마음으로 대학산을 넘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길게 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의 의견은 하나로 ‘가자~!’ 그리고 ;넘자~!’ 이다. 지친 심신을 달래며 한 시간 가까이를 느긋하게 쉰 다음 다시 힘차게 발을 뗀다. 이 때의 시간이 오후 2시 25분. 당초 계획에는 10시 30분이었으니 무려 4시간 가까이 늦었다.
작전회의 중~! 걍 임도 따라 화방재로 갈까, 아님 다시 산을 오를까?
일동 : "대학 갑시다~!!" - 윗 사진 좌상단이 대학산 안부로 오르는 맞는 길이다.
훤한 길은 아니지만 길이 오롯하게 이어지니 이미 고난도 유격훈련을 마친 우리네에게는 비단길이나 마찬가지, 모두가 성큼성큼 잘도 걷는다. 불과 20분 만에 대학산 안부 갈림길에 닿았다.
“저기가 지난 번 명길 형님의 메모가 달렸던 곳이여~!” 수룡이 새삼 반가운 마음으로 지난 유월의 기억을 되새긴다.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 두성 형님과는 여전히 불통이라 궁금해하시며 걱정하실 두성형님께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다.
안부에서 급경사길을 잠시 오르니 호랑이 굴을 만나고 바위를 타고 넘어 5분여를 더 진행하니 드디어 오늘 산행길의 주산인 대학산 정상에 설 수 있었다. 이 때 시간은 오후 3시 18분. 요즘 대학 가기가 그리도 어렵다는데 정말 어렵게도 대학에 왔다. 옛날옛적 어느 선비가 이 산에 들어 와서 열공을 한 끝에 대학자가 되었기에 산 이름을 大學山(876m)이라 지었다는 전설이 있는 이곳에서 한참을 쉬었다 간다. 시간이 늦었기에 오늘 산행은 화방재에서 마치기로 하니 시간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화 통화가 잘 되므로 두성 형님께 그간의 상황을 설명 드리고 화방재에서 만나기로 했다. 걱정 말고 천천히 내려오라는 두성 형님, 그저 고맙기만 할 뿐.
동식 : 여기 맞는 길이여? 기훈 : 나도 몰러~~
다행히 맞는 길인가 보다. 길은 좁지만 오롯하게 대학산 안부 방향으로 뻗어 있다.
수룡 : "저기 나무에 명길 형님이 메모지 붙여 놨었어~" - 드디어 대학산 안부에
힘이 예전만 못하다면서도 줄곧 앞장서 날아 가시는 하선형님.
시간은 오후 3시를 넘었고 점심도 먹지 못했지만 모두는 신명나게 오른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 길.
드디어 호랑이 굴에 도착. (오리가 호랑이 흉내 내기...ㅋㅋ)
대학산 정상에서 인증을. 오후 3시 18분
넘어진 김에 쉬어 가는 중
오후 3시 40분, 하산길을 즐겁게 내려간다. 예상 외로 길이 험하다. 바위를 타고 넘는 길이 나타나기도 하고 가파른 길에 설치된 고정로프를 잡고 내려서며 한참을 걸어야 한다. 슬슬 배가 고프다고 느껴질 무렵 드디어 진지리 임도 사거리를 만난다. 오후 5시 5분전이다.
하산길도 만만치는 않다.
작지만 이렇게 암봉을 오르기도 하고
다시 급경사길을 만나
고정 로프를 잡고
살살 내려가야 한다.
드디어 임도를 만났다.
이제 다 왔다는 안도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임도 사거리의 풍광이 너무도 편안하고 아름답기에 한참을 쉬었다 간다. 사람도 별로 찾지 않는 이 깊은 산에 이렇게 사방으로 멋지게 임도를 닦아 놓았으니 큰 돈 들여 공사를 한 경제성을 따지기 전에 그저 너무도 아름답고 평화스럽다는 생각에 머리 속의 모든 잡생각은 시나브로 없어져 버리고 모두는 순수의 마음으로 눕기도 하고 각각의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한다.
“한 번 누워서 하늘을 보아 봐, 다른 세상이 보여~!” 누군가 말을 했다. 그 말대로 누워서 본 하늘과 숲은 과연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속세와는 또 다른 세상을.
기맥길은 임도 위 능선으로 이어지지만 능선길이 임도와 나란히 뻗어 있기에 굳이 산길을 택할 필요는 없다. 언제 또 이렇게 멋진 임도 산책길을 느긋하게 걸어 본단 말인가? 오후 5시 20분, 우리는 유유자적하며 시공의 다리를 건너 속세를 향해 가는 도인처럼 무념의 발걸음을 한발 한발 옮겼다. 두성 형님이 자리 펴고 기다리는 화방재 약수터에 닿은 시간은 오후 5시 50분. 별난 산행의 끝이다.
멋진 진지리 임도 사거리. 각각 부목재, 물골, 화방재, 가래골에서 시작한 임도가 만나는 곳이다.
널직한 풀밭에 텐트 치고 두어 밤 지냈으면 참 좋겠다. 구수한 커피 마시며..
누워서 보는 세상은 또 다른 세상.
다시 화방재로 임도를 걷는다. 주변 풍광이 너무도 고요하고 아름답다.
이렇게 멋진 숲이 임도 내내 이어지고
드디어 임도는 그 끝을 보이는데 바로 화방재다.
화방약수에서 아침부터 자리 깔고 하루 종일 우리를 기다리신 두성 형님.
너무 고맙고 죄송하고....
[후기]
그렇게 엄청난 대형 알바를 할 줄은 몰랐다. 무려 세 시간에 가까운 알바, 그것도 엄청 힘들고 종내 제자리로 돌아온 허무한 알바. 독일어 Arbeit 를 줄여 그렇게 부른다지. 원래 ‘노동’, ‘일’ 이라는 단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부업’, ‘임시로 하는 일’ 등의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그런데 산행에서 길을 잘못 들어 본래 계획했던 길과 다른 길을 가면 ‘알바했다’라고 흔히들 표현하는데 그 연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주(主)산행’이 아닌 ‘부(副)산행’을 했기에 그렇게 ‘알바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대개 알바를 하면 짜증이 나기 마련인데 나에게 오늘의 알바는 그저 우습기도 하고 무척이나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으니 왜일까?
점심을, 아니 저녁을 맛나게...
점심을 거른 탓도 있지만 모두 정성스럽게도 갖가지 맛난 반찬을 갖고 왔다.
조금이라도 남기면 담부터 마눌님이 아니 싸줄 거라는 공포감에 싹싹 비웠고,
시키지도 않았지만 영호가 설거지를 했다. 그의 나이 방년 60세~! ㅋㅋ
첫댓글 한참 반딧불로 공부. .등등 구라를 피던 와중 라데빵스 말하기를 :
"이렇듯 편안한 풀밭길 걷다보니 옛날 신병훈련때 야간행군하던 때가 생각나는군요 연일 고된 훈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깜깜한 밤 앞 훈련병 따라 아무생각없이 걷다보면 은은히 비춰오는 달빛이 참 포근하게 느껴지는게 밤새 걷겠더라구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 계시던 하선이형 :
"내가 6.25 1.4 후퇴때 우리 연대도 어쩔 수 없이 후퇴를 하게 되었을 때 주로 야간에 행군을 하였는데 먹는건 말할 것도 없고 며칠을 제대로 잠도 못 잔 상태에서 한참 걷다보면 내가 어느새 졸면서 북괴군을 따라 걷고 있는거야 그러면 깜짝놀라 얼른 우리쪽 아군 행렬로 돌아와 걷곤 했지"
고생들 하셨습니다. 특히 하선형님께서 후배를 잘 못두어(?) 생고생을 하셨습니다. 아무려면 1.4후퇴때만큼 힘들겠습까만은 ....
저는 9월23일 두로봉을 올라 한강기맥 종주를 모두 마쳤습니다. 양수리에서 끝나는 마지막 구간은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종주팀, 화이링!
형님, 한강기맥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우리는 내년 이맘 때나 종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구간에 초대하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알바 또 하고싶은 심술같은 오기도 아닌 객기가 솟구치네^^
그땐 알바후 진산을 오르기도 싫었는데...
결산
전기이월 : - 370,900
회비입금 : + 150,000
당일지출 : - 78,000 (아침 28,000+주유 50,000)
당일잔액 : - 298,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