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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장 여의(如意)
1
휘리리릭― 휘리릭―!
신법을 펼치매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들이 요란했다.
양문룡은 어디를 가고 곤륜일옹이 군웅들을 이끌고 여의총의 통로를 쏘아진 화살처럼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를 비롯해 대부분 군웅들의 얼굴에는 비장감과 안타까움들이 가득했다. 용해린의 마지막 장면은 그렇게 군웅들의 가슴 속에 각인되어 그들의 마음을 쓰리게 한 것이었다.
쿠콰콰쾅― 우르르르―!
그들 뒤로 굉렬한 소음들이 들려왔다. 돌아보지 않아도 그것이 여의총이 무너지는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지체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그것만이 군웅들이 용해린에게 해 줄 최대한의 성의였다.
사악한 기운이 하늘을 가득 뒤덮고 있다.
만마혈황을 따르는 수하들의 기세에서 오는 것이다.
수천여 명의 마인들이 여의총의 외각에서 넓게 포위하고 있었다.
천 명의 혈왕마군과 팔백 명의 마령검사 등 혈마천 최강의 세력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절영곡이 내려다보이는 하나의 작은 구릉, 백여 명의 인물들이 무너지는 여의총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들의 정 가운데에 만마혈황을 위시해 패천마종이라는 인물과 마종사뇌가 자리하고 있었다.
"컥!"
"크악!"
여의총의 초입부분의 한 입구.
단말마의 비명성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여의총에서 나오는 군웅들이 지르는 비명성이다.
무너지는 여의총에서 성한 입구는 그 한 군데 뿐이라 군웅들이 모두 그곳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마령검사들이 족족 베어 넘기고 있었다.
진퇴양난이었다.
뒤에서는 여의총이 계속해서 주저앉으며 무너지고 있었고 앞에서는 혈마천이 길을 막고 있었다.
마종사뇌의 계략이었다.
여의총을 무너뜨리고 설혹 살아나온 군웅들조차 기다렸다가 잡아 버리는 계략, 그의 계략대로 일은 착착 진행되어 갔다.
그러나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와아아!"
갑자기 함성이 들려오며 혈마천의 측면을 공격해 갔다.
무너져 복구하기 어렵다고 여긴 다른 통로에서 더 많은 고수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들은 나오는 즉각 혈마천의 고수들을 베어갔다.
다지문성 양문룡이 그 짧은 시간에 무너진 통로를 복구한 것이다. 하나만 남은 입구를 보고 혈마천의 계략을 간파한 그가 대부분의 군웅들을 이끌고 다른 통로로 나온 것이다.
상황은 삽시에 평형을 이뤘으며 혼전의 양상을 띠어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다.
군웅들이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여의총에서 온갖 함정들과 기관들을 헤쳐 나왔고, 또 서로 적대시하며 다퉜었기에 기력이 많이 소모된 상태였다.
그들을 노리고 있던 혈마천의 고수들과 제대로 된 싸움이 될 리가 없었다.
군웅들이 속속 쓰러져 갔다.
그나마 정천의 검사들이 마령검사들을 여유 있게 상대하고 있어 그래도 나았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상대는 천 명의 혈왕마군이었다.
그러나 혈왕마군이 나서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그들은 그리 큰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있었다.
쿠쿠쿠…… 쿠쿠쿠쿠……!
굉음 때문에 두 패의 세력이 잠시 멈칫했다.
절영곡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십 리에 걸쳐 펼쳐졌던 절영곡이 자욱한 돌가루들을 천지 사방으로 날리며 무너지고 있었다. 절영곡을 형성했었던 절곡들이 하나하나 무너지는 모습이 진정 장관이었다.
그러나 절영곡을 내려다보는 군웅들은 자신들의 가슴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며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아아!"
"용공자!"
양문룡과 곤륜일옹은 너무도 어이없어 했다.
왜 아니겠는가? 절영곡이 완전히 무너지고 그 지하에 자리했던 여의총도 무너지며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음이니.
혈마천은 여의총에 든 군웅들을 완벽하게 몰살시키려고 작정을 하고 절영곡 전체에 화약까지 매설해 두었던 것이다.
화약이 터짐과 동시에 절영곡은 무너진 것이고 아직 여의총 안에서 나오지 못한 무적해룡 용해린은 여의총 안에서 압사당한 것이다.
"클클, 무적해룡은 빠져 나오지 못한 것 같군."
돌연 들려온 음시천존의 말이 군웅들을 일깨웠다.
군웅들의 신형이 돌려지며 음시천존을 향했다.
무너지지 않은 석곡의 뒤에서 수하들을 이끌고 음시천존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아직도 무너져 내리고 있는 여의총을 바라보며 히죽 웃고 있었다.
득의의 웃음이었다.
무적해룡을 죽였다는 것에 대해 대단히 만족해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그들이 하는 일을 사사건건 방해했던 최고의 골칫덩이가 사라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반면에 음시천존을 바라보는 군웅들의 시선에는 하나같이 분노의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상고의 비급이 있다고 속여 끌어들인 후 자신들을 폭사시키려 했던 그들에게 분노가 이는 것이다.
그러나 군웅들이 분노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용해린을 저들이 죽였다는 것에서 오는 분노가 훨씬 컸다.
잠깐 동안 보고 겪었던 용해린의 행동과 모습에서 그들은 대영웅의 기상을 보았고, 단 한 번에 그에게 매료되었다.
그 무적해룡을 저들이 압사시킨 것이다.
그들의 분노는 전신에 끌어오르는 살기로 이어졌다.
"죽엇!"
누군가의 외침이 터졌다.
파파파팟―!
수십 가닥의 검기가 음시천존을 향해 덮쳐 갔다.
양무룡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검기를 폭출시킨 것이다.
그것이 신호였다.
"음시천존! 각오하라. 천지회륜(天地廻輪)―!"
"아미타불! 부처님의 자비를. 대비참(大悲斬)―!"
곤륜일옹이 자신의 성명절기인 천지쌍환(天地雙環)의 륜식을 펼쳐냈다. 이어 보타신니마저 대자대비검공을 펼쳐냈다.
세 사람의 공세는 가공(可恐), 그 자체였다.
"으헛! 이것들이?"
불시에 터진 삼인의 공세에 음시천존은 헛바람을 들이키며 뒤로 황급히 물러났다.
음시천존이 아무리 무공이 고강하다 해도 십대고수의 두 사람과 거기에 맞먹는 실력을 지닌 양무룡의 공세는 감히 혼자 맞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뒤로 물러나는 음시천존을 대신해 그가 만든 유령강시(幽靈疆屍)와 마령검사들이 삼인의 공격을 막아갔다.
각기 오십여 명씩 백 명이 사 인의 공격에 맞부딪쳐 갔다. 그러나 그들로서는 분노에 젖어 최강의 무공을 펼쳐내는 세 사람의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곤륜일옹의 천지쌍환과 양무룡의 검은 마령검사들의 목을 여지없이 베어 버리며 그들의 금강불괴와도 같은 굳강한 몸체들을 뻥뻥 구멍들을 내버렸다.
거기에 대자대비검공을 구사하는 보타신니는 마령검사들을 그냥 멈춰 버리게 했다. 모든 신경들을 끊어 버리며 그들의 움직임을 멈추게 한 것이다.
"와아! 혈마천을 분쇄하라!"
세 사람의 파상적인 공격에 고무된 군웅들이 각자의 무기들을 휘두르며 음시천존 등에게로 달려들었다.
노도와도 같은 기세였다.
한마음이 되어 공동의 적을 상대하는 그들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죽음의 공포가 눈앞을 가리고 검을 쥔 손을 떨리게 했던 순간들은 어느새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엇비슷했던 두 패의 전력이었으나 기선을 제압한 군웅들이 혈마천의 무사들을 몰아붙였다.
그들이 상대할 수 없었던 마령검사들과 유령강시들은 세 사람의 절대자들이 처리하고 있어 혈마천의 무사들을 상대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전세가 완전 결판난 것은 또 하나의 세력이 나타나 음시천존이 이끄는 혈마천의 세력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혈마의 후예를 남김없이 도륙하라!"
"세가의 무사들은 혈마천의 주구를 하나도 남기지 말고 응징하라!"
청아하고 낭랑한 소리가 들려오며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장내로 들어섰다.
두 남녀는 일천에 달하는 상승의 무사들을 이끌고 음시천존의 배후를 치고 들어갔다.
남궁운령과 남궁무하였다.
그들이 중원 사대세가를 중심으로 한 중원 삼십대 세가들의 정예들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었다.
그들의 가세로 전세는 삽시에 승패는 결정 나 버렸고, 음시천존은 백여 명의 무사들만을 이끌고 간신히 목숨을 건져 빠져나갔다.
정과 사를 떠나 중원의 무림인들이 공통의 적을 상대한 적은 없었다.
하나 그들은 너무도 간단하게 뭉친 것이며, 승리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것을 그리 생각하지 않았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대부분 무너진 여의총에 가 있었고, 침중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남궁무하가 곤륜일옹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노선배님, 용대협은 어디에 있습니까?"
곤륜일옹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남궁무하와 남궁운령의 고개가 무너진 여의총으로 일제히 돌려졌다.
아직도 돌가루가 날리며 미미한 진동을 보이고 있는 절영곡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 바로 여의총이 있음을 알고 있는 그는 비로소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2
휘이이잉…… 휘우우웅……!
쇠라도 얼릴 듯한 한기가 거칠게 휘몰아쳤다.
만년빙이 몰아치는 폭풍 속을 용해린은 한 발자국씩 힘겹게 내딛고 있었다.
용해린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가 지금 있는 곳은 여의총이 무너지자 어쩔 수 없이 뛰어든 만년빙폭풍이 부는 동굴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지만 창룡노가 울리는 이유를 알기 위해 만년빙폭풍에 들어선 것이다.
내공을 끌어올리며 용해린은 계속 전진했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발을 옮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양손에 금유란과 주벽금을 안고 몸을 가눌 수 없게 몰아쳐대는 빙폭풍에 저항하며 발을 옮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벌써 천여 장은 족히 걸어온 듯했지만 끝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거세어지는 빙폭풍으로 인해 곧 그 끝이 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 여의총의 광장에서 그는 자신의 전력을 모두 내보이지 않았었다.
암중에 도사리고 있는 혈마천의 이목 때문에 용해린은 아직 자신이 천패의 후예란 것을 알려서는 안 되었다.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일 수 없었던 것이다.
하나 지금 자연의 힘에 대항하는 용해린은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내어서야만이 한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만년빙폭풍! 말로만 듣던 것보다도 더한 위력이다.'
내심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는 창룡노를 더욱 꽉 쥐었다.
징! 징징!
창룡노의 진동이 더욱 거세졌다. 그 진동이 너무도 거센지라 용해린은 내공을 끌어올리며 앞으로 나가는데 더욱 애를 먹고 있었다.
창룡노는 마치 능어처럼 파닥거렸다.
'창룡노를 자극하는 물건이 바로 근방에 있다는 것인데,'
용해린의 눈빛이 번쩍이며 앞을 주시했다. 그러나 아직 눈에 띌 만한 특이한 물건은 보이지를 않았다.
휘이이잉…… 휘이잉…… 파팟……!
거친 바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헌데 이전과는 다른 묘한 소리가 빙폭풍에 섞여 들려왔다.
파파팟…… 파라라락……!
빙폭풍에 뒤섞여 무언가 바람에 휘날리며 펄럭이는 듯한 소리가 점점 뚜렷하게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그의 전면에 하나의 거대한 벽이 자리하고 있음이 보였다.
'저것은…… 무엇인가?'
용해린은 흠칫하며 빙폭풍 속을 뚫고 전면을 주시했다.
그의 전면, 기이한 울림과 함께 무언가가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용……!'
용해린이 내심 부르짖었다.
한순간 자신의 눈앞에서 한 마리의 용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하는 백색의 용, 그러나 그것은 실제 용이 아니었다.
하나의 검은 색 깃발에 백색의 웅비하는 용이 정교하게 수 놓여진 것이었다.
'멋진 놈이다!'
용해린은 그 깃발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깃발은 아주 세차게 펄럭였다. 그것을 보는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그의 가슴을 후려쳤으며 머릿속에서 하나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오라―!'
그것은 운명의 소리였다.
웅웅웅―!
깃발에 수놓인 용이 울부짖는 듯했으며 창룡노 또한 용의 울음을 발하고 있었다.
용해린은 운명에 이끌리듯 앞으로 나아갔다.
칭얼대는 듯한 음성이 펄럭이는 깃발에서 들려 오는 듯했다.
어쩌면 그것은 용해린의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지도 몰랐다.
용해린은 좌수에 주벽금을 넘겨 안고 우수를 내밀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그는 앞으로 손을 내미는 것이다.
세차게 펄럭이는 검은 색 깃발의 끝자락이 그의 손에 잡혔다.
부르르……!
벼락에라도 맞은 듯 용해린의 전신으로 짜릿한 그 어떤 전류가 관통했다.
깃발을 잡은 용해린의 손에 힘이 들어갔고 그는 그것을 힘주어 바싹 끌어당겼다.
검은 깃발이 그에게로 날 듯이 끌려왔다.
그 순간이었다. 만년빙폭풍의 바람이 씻은 듯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기이하게도 동굴 안을 매섭게 휘몰아치던 빙폭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평범한 찬바람만이 불고 있을 뿐이었다.
용해린의 시선이 석벽을 향하고 있었다. 거기 무수한 글들이 새겨져 있었다. 용해린이 감히 거부할 수 없는 세월의 힘이 담겨 있었다.
가장 먼저 띄는 것은 한 줄의 싯구였다.
〈여의번(如意幡)! 창룡을 만나 여의창룡번(如意蒼龍幡)이 만들어지는 날 천하의 모든 혈란은 종식되리라.〉
창룡노를 쥔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창룡노의 울음이 아닌 스스로의 감격에서 오는 떨림이었다.
'찾아냈다. 여의……! 반쪽의 용!‘
3
"쳐라!"
"막아라!"
챠챵! 쾅! 콰쾅!
격전은 또다시 벌어지고 있었다.
음시천존이 이끄는 혈마천의 세력을 물리친 군웅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의총을 뒤지고 있었다.
무너졌다 해도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머물러 있었던 것인데, 두 시진이 지나지 않아서 구천광마가 일만의 고수들을 이끌고 군웅들을 공격한 것이다.
곳곳에서 피 튀기는 대격전이 다시 벌어졌다.
하늘에 점점이 뿌려지는 선홍빛 진한 피! 그것은 바람을 진득한 혈풍(血風)으로 만들어냈다.
* * *
"하아아……!"
"흐아아……!"
더운 열기를 발하는 묘한 신음이 동굴에 울려 퍼졌다.
동굴 바닥에 누운 금유란과 주벽금이 신음을 발하고 있었다.
혈도가 제압된 그녀들의 전신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더불어 그녀들의 전신은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녀들을 내려다보는 용해린은 곤혹스런 표정이 가득했다.
두 여인의 상태를 능히 짐작하기 때문이다. 두 여인은 지금 폭발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다.
원래부터 온갖 영약을 복용해 각자의 신체에 엄청난 잠력을 지니고 있던 두 여인들이다. 그런데다 음시천존이 다시 그녀들의 몸속에 오백여 종의 영약, 독초들을 복용시켜 파멸염시를 만든 것이니 두 여인은 몸속에 실로 상상을 불허하는 잠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들의 잠력이 정천금검대와 격돌하며 조금씩 터진 것이며 용해린에 의해 완전 폭발한 것이다.
두 여인의 신체를 걷잡을 수 없이 휘도는 잠력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그녀들은 잠력이 터져 죽을 것이다.
"허어, 이것 참……!"
용해린이 고개를 흔들었다.
"대공을 이룬 이때에 여인들을 안아야 하다니."
현재 두 여인의 체내에는 영약들의 힘으로 인해 엄청난 잠력이 형성돼 있는데 그 미증유의 거력이 지금 미친 듯이 폭주하고 있다.
그 힘을 제어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음양대법(陰陽大法)을 사용해 두 여인의 체내에서 폭주하고 있는 잠력을 사내가 받아들이는 방법뿐이었다.
금유란이라면 상관이 없겠으나 주벽금은 황실의 군주였다. 너무도 고귀한 신분이 아니던가?
하나 달리 방법은 없었다.
당장 눈앞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헛된 예의를 차리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었다.
"후, 할 수 없지."
먼저 용해린은 요지선녀 금유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사륵, 사르륵……!
금유란의 옷은 하나하나 벗겨지고 있었다.
옷이라고 해봤자 망사 같은 얇은 옷 하나뿐이었다.
금유란과는 이미 한 번 관계를 맺었던 사이라 그리 어색한 느낌은 없었다.
"하아……!"
금유란의 입에서 단내가 흘러나왔다.
그런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자신의 것을 겹쳤다.
뜨거움을 담은 그녀의 입술이 용해린의 입술을 격하게 더듬어 왔다.
오래 끌 일이 아니었다.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모르니 이 여인들을 빠르게 깨어나게 해야 했다.
다행히 그녀들은 음기가 충만해 전희(前喜)가 필요 없었다.
용해린은 간단히 옷을 벗고는 이내 금유란의 몸 위로 올라탔다.
허리를 조절해 그녀의 비궁을 찾았다. 이미 한 번 들어갔던 곳이라 그런지 쉽게 찾아졌다.
팽팽하게 단단해진 금유란의 중심부의 입구에 잇대어 맞췄다. 그리고는 그대로 허리를 내리눌렀다.
"하악!"
"흠……!"
그녀의 비궁이 단숨에 용해린의 물건을 삼켜 버리고 말았다. 밑에 깔린 금유란의 허리가 꺾어지며 하체를 바싹 그의 밑으로 들이밀었다.
본능적으로 더한 쾌감을 얻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용해린은 서서히 율동하기 시작했다.
금유란의 머리를 보듬어 안으며 허리의 율동에 점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응…… 흐으……!"
금유란의 입에서 쾌감에 겨워 하는 신음이 점점 고조되어 갔다.
"훅훅!"
용해린의 허리 움직임이 더욱 더 급박해졌다.
* * *
"천궁황! 꽤나 속을 썩이는구나."
마종사뇌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천궁황을 노려보았다.
전세는 비등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남궁세가가 이끌고 온 중원 세가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새로 남궁가주가 된 비천홍검 남궁무하와 그의 누이 남궁운령의 무공은 십대고수에 버금갈 정도였다.
남궁무하는 마령검사 열을 상대하는 데도 밀리지 않았고, 남궁운령은 한령빙마와 평수를 넘어 오히려 압박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뛰어난 활약으로 인해 조금 뒤에 나타난 천궁황은 여유를 가지고 마종사뇌의 움직임을 주시할 수 있었다.
혈마천 쪽에서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는 힘은 천 명의 혈왕마군과 패천마종의 개인시위 십패왕(十覇王), 그리고 마령검사 오백 명이 남았을 뿐이다.
천년을 이어 내려와 당세에 이르러 최강이라고 말하던 혈마천의 힘이 결코 이것이 다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어쨌든 지금의 상황은 그리 급박하지 않았다.
혈마천의 중원단 고수들이 상당했었으나 주변에 상당수 머물러 있던 중원 제파의 고수들을 끌어들였기에 아군의 세력도 그리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여의총의 소문을 듣고 달려온 무림인들로서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의 얘기를 들어 혈마천의 음모를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분기탱천한 그들도 생사를 걸고 혈마천에 대항하고 있었다.
천궁황이 전황을 주시하고 있을 때였다.
"흐흐, 천궁황! 너는 우리들과 한 번 놀아야겠다."
천궁황 앞으로 음시천존과 구천광마가 진한 살기를 흘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자전신룡이 나서려 하자 그를 제지하며 천궁황이 나섰다.
"후후, 늙어 죽지 못한 폐물들이 그 간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아야겠다."
"클클, 여전히 입심은 죽지 않았군."
"그 주둥이를 뭉개 버리겠다."
쇄애액- 쇄액―!
십대고수의 이 인이 천궁황을 동시에 공격해 갔다.
그러나 천궁황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그들을 맞아갔다.
* * *
용해린의 망막을 어지럽히며 하나의 우물이 눈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리석처럼 미끄럽게 뻗은 두 다리를 지나 아직도 싱싱한 젊음을 잃지 않고 있는 팽만한 허벅지 사이 숲이 울창한 여인의 비지(秘地)가 자리하고 있었다.
움푹 들어간 배꼽하며, 군살이 전혀 없이 평원같이 매끄러운 아랫배.
그리고 도발적으로 솟아오른 젖가슴에 두 개의 유방이 자리하고 있고 그 끝에는 연분홍색 유두가 살짝 매달려 있다.
실로 탄력 넘치는 몸매였다.
그녀의 얼굴은 더욱 아름다웠다.
두 개의 눈썹은 수려했고, 오똑한 마늘쪽 같은 콧날은 고고함의 상징이었다.
난향군주 주벽금.
당금 황제의 하나 뿐인 누이로 황실 최고의 미인이 바로 그였다. 또한 천하 최고의 미인들이라는 천하오미 중 최고의 미를 지닌 여인이었다.
하나 그녀도 지금 파멸염시로 생성된 기운들이 폭주하고 있어 온몸이 붉어진 상태였다.
"미안하오이다!"
알몸의 몸으로 용해린은 주벽금의 몸뚱이 위로 몸을 포갰다.
"으음……!"
용해린은 신음을 삼켜야만 했다.
그녀의 피부는 너무도 부드러웠다. 사이함마저 주는 그런 매끄러움을 지니고 있었다.
더구나 다른 여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포근함을 그녀는 주고 있었다.
그 포근함에 그녀의 얼굴에 볼을 부볐다.
이어 그는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고는 곧 진기를 일으켜 입으로 진기를 불어넣었다.
"후욱…… 훅……!"
더불어 용해린의 손은 주벽금의 전신 혈도를 매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신체에 담긴 잠력들을 일깨우는 것이다.
무공을 익힌 금유란과는 달리 무공을 전혀 모르는 주벽금의 잠력을 다시 피워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스…… 스스스슷……!
주벽금의 신체에서 기이한 음향과 더불어 붉은 기운이 일어났다.
그 기운은 용해린의 진기에 의해 일어나는 주벽금의 신체에 담긴 영약들의 기운들이었고, 혈마천이 그녀를 마녀로 만들면서 사용한 마약들의 기운이기도 했다.
"하아……!"
그녀가 금방 반응하기 시작했다.
단내를 풍기며 그녀의 비밀스러운 그 부분에서는 어느 새 사내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용해린이 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입술을 시작으로 목을 지나 가슴까지, 정신없이 그녀를 탐해 갔다.
용해린의 두 손가락이 그녀의 중심 부위를 더듬고 있었다. 뜨거운 액이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앗…… 아아!"
그녀의 입에서 쾌감에 겨운 숨이 흘렀으며 그녀의 하얀 목이 뒤로 제쳐졌다.
그런 그녀의 우측 젖가슴에 매달린 유두를 입 안에 물고는 혀로 굴렸다.
"아앗! 하앗!"
그녀는 대단히 기분이 좋은 듯했다.
이윽고 용해린이 머리를 들어 주벽금의 입술을 다시 포갰다.
본격적으로 행위에 돌입하려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그녀의 두 다리가 어느 새 넓게 벌려졌으며 그 사이로 용해린의 뜨거운 상징이 밀고 들어갔다.
"하으응……!"
그녀의 허리가 가는 경력을 일으켰다.
용해린의 아래에 있는 주벽금이 자신의 하체를 휘감는 감촉이 너무 좋아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중심 부분을 연결한 채로 꼭 껴안은 자세 그대로였다.
용해린의 혀와 그의 혀가 다시 서로 얽혀 들었다.
주벽금의 안에서 용해린의 것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고 다시금 쾌감이 시작됐다.
용해린의 행위가 조금 전까지와는 천지차이였다.
급격하게 달아오르는 것이다.
두 사람의 신체에서 붉고 하얀 기운이 휘돌았다. 행위에 열중하면서도 용해린은 그녀의 내공과 자신의 내공을 합일시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마도 금유란과 주벽금의 내공을 공유하며 승화시킨 용해린의 내공은 천외무봉의 수준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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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