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군산에서 보성
어제 저녁 열심히 지도 공부한 그가 오늘은 새만금을 간단다. 가져온 카스테라와 호텔방 커피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해오름을 놓치지않으려고 서둘러 떠났다. 나선지 몇 킬로 안 가 앞이 뻥 뚫린 바다 위 길이 보였다. 왼쪽 뿌연 하늘에는 붉은 해가 떠있었다. 장관이었다. 게다가 통행하는 차도 없었다. 우리는 흥분했다. 사진을 찍어야지. 정차하고 차 뚜껑 열고 기사 폼 잡고. 방조제 담수호쪽을 향하여 뚜껑 열린 운전대와 해를 담고, 바다쪽을 향하여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를 담었다. 세게 부는 차거운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바람소리를 담고 싶어 동영상으로 돌려 찍었건만 나중에 보니 오작동이었다. 오픈 카 주행을 시도했다. 새벽의 찬 공기가 그 낭만을 허락하지 않았다. 80킬로 속도제한을 지키니 너무 단조로웠다. 속력 좀 올리라고 부추켰다. 딱지 먹을까봐 속도 측정기 통과 후 즉시 가속했다. 차의 순발력 시험도 되었다. 측정기 3개를 지나서 3번째 시도에 170 킬로에 도달했다. 70 노인이, 음, 나쁘지 않아. 차도 흔들림 없이 안전성이 높구먼.
위키피디아는 새만금 사업이 군산를 출발 서해안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고군산군도를 거쳐 변산반도를 연결하는 방조제 건설이라 한다. 33.9km의 길이는 세계 최장(2010년)이란다. 방조제로 간척토지 283km²와 새만금호 118km²가 만들어졌으나 환경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한다. 여하튼 이 방조제는 우리를 30분이상 폭주족 비스름한 젊은이로 되돌려놓았었다.
다음 행선지는 우리가 출발하기 전 날 주어들은 격포해수욕장에 있는 채석강이었다. 해변가길을 따라가니 끊임없이 푸른 바다와 백합죽 광고가 보였다. 백합꽃으로 만든 죽은 아니겠고 한참 후에야 백합이 조개라는 것을 깨달았다. 돌을 캐는 채석장으로 잘못 알고 시쿵둥했는데 안내판에 이태백이 달 건지려하다 익사한 채석강과 비슷한 환경이라서 부쳐진 이름이라 하니 흥미가 확 일었다. 채석강은 “강이 아니라 썰물 때 드러나는 변산반도 서쪽 끝 격포항과 그 오른쪽 닭이봉(200m)일대의 층암 절벽과 바다를 총칭하는 이름”이란다. 과연 절벽이 층층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퇴적암이란다. 그리고 썰물이라 움푹 패인 곳에서 자라는 생물이 보였다. 절벽을 따라가면 나올 다양한 형태의 괴암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목적지 보성까지 갈 길이 먼 관계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백합죽을 먹고가자 한다. 문제는 항상 나의 배꼽시계와 그의 것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백합죽이 궁금했다.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먹었다. 그냥 조개죽이었으나 역시 전라도는 딸려나오는 반찬이 그만이었다. 알고 보니 백합이 변산반도 특산물이고 새만금방조제건설로 채집량이 감소했다한다. 그래서 죽 한 그릇이 만원이었구나!
목적지 중간 지점으로 내장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백양사를 택했다. 이 절이 우리나라 5대 총림(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수덕사, 백양사)의 하나인 줄 몰랐다. 총림은 “승려들의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禪院)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講院),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律院)을 모두 갖춘 사찰을 지칭하는 말”이다.
절 구경을 하고 나오면 1시간은 족히 걸린다 하여 입구 식당에 주차하고 시간이 걸리는 백숙을 주문하고 떠났다. 백양사는 여러 전각이 옹기종기 붙어있었다. 632년 창건된 백양사는 대부분 1980~1990년대 복원, 건축되었다 한다. 사람 왕래 없는 고요한 절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으나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식당으로 돌아왔다. 조금 기다리니 입이 엄청 큰 뚝배기 그릇에 백숙이 나왔다. 우짤거나 다 먹을랑가 모르겄네. 총 공격태세로 살점을 베껴 먹으니 다리뼈가 7센치는 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질기거나 냄새가 안 났다. 주인 말씀 왈 특별 한방재료와 삼채 때문이란다. 삼채란 미얀마의 부추, 특히 길고 양 많은 흰 뿌리 부분이 맵고 쓰고 단 맛이 있어 삼채, 인삼같아 삼채란다. 소주를 곁들였건만 그 삼채한방백숙을 남기고 나와야만하는 불상사를 겪었다. 미국 딸네집에서 익혀버린 습관으로 섭한 감정이 주인이 대신 싸준 우리가 남긴 맛있는 찹쌀밥으로 조금 진정되었다. 나오니 흐린 날씨였다. 아니 날씨도 술 마셔 흐린가?
일몰 전에 보성에 도착하려면 무거운 배를 안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곳곳에 음식점은 줄줄이 보이건만, 중간 쉼터 커피점은 2시간 넘어 달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광주 시내를 관통할 때에도 차는 멈추지 않았다. 맞는 길인지 자신이 없어서였을까 교통량이 많아서였을까 주차때문이었을까 내친김에 견딜 수 있어서였을까 아님 목표달성을 빨리 이루고자하는 옛 병이 되살아나서일까. 완전 만사 귀찮다는 무드였다. 문득 언덕을 덮은 차밭이 보였다. 기운이 솟았다. 몇 년 전 스리랑카에서 본 차밭 풍경이었다. 그 곳은 더 높은 산에 더 많은 산에 빼곡이 채워져 있었다. 그 때 차밭의 일군은 최저 임금의 자그만 까마잡잡한 연약한 여인들이었다. 우리나라는? 누가 찻잎을 딸까? 보성군민? 외국인? 스리랑카인? 얼마나 높은 임금일까?
언덕을 내려오니 바로 교원공제회와 제휴된 콘도가 있었다. 율포해수욕장에 있는 해변가 건물이었다. 모든 방이 바다를 보고 있었다. 짐을 놓고 해변을 조금 걷다보니 어느새 일몰시각이었다. 바다에 가라앉는 해, 바다에 비친 해그림자를 향하여 맘껏 눌러댔다.
새만금 방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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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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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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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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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포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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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경위야. 둘째일 의 글이 더 멋져보이네...사진들 너무 좋으네 ; 티켙 은 안받았겠지? 남은일정들이 기대되네.
와 ~ 둘째날 ~ 좋고 ~~~ 채석강 ? 멋지다 ~
옴메 ~ 참말로 행복하신 박사님 표정 ~ ㅎㅎㅎ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너무 재미 있고 맛도 있네..
운전하는거 찍은 사진 아주 좋았고.. 나머지 사진들도 대단히 좋아..
내 친구 경위도 멋져..
절 다음에 나온 사진은 작품사진 같아..
3편을 벌써 기대하면 안되나? ㅎㅎ
재경아 그곳 동부사정 어떠하니? 장은 좀 봐났나?
항상 2일 정도가 문제인데..
냉동고에 있는거만 천천히 꺼내 먹어도 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냉동고에 먹을걸 너어 넣고 사는지 몰라.
매번 거의 비웠다가는 또 다시 집어 넣어..이러면 안되는데.. 음식도 맛도 없고...ㅠㅠ
@재경 그제 그러니까 눈 오기 시작하는 날 아침엔 수채화 배우러 갔었고.. 그후부터 그 담날까지 계속 눈이 와서 방콕...ㅎ
옆집아저씨가 인도를 치워줘서 아주 쉽게 지냈어..
집에서 나와서 인도까지 가는 곳은 내가 천천히 치웠어.. 잘 지내고 있고 오늘은 컴 배우러 가는 날인데..
나갈 생각이야.. 문제는 가는것보다.. 주차야.. 사람들이 눈치우고 차 꺼내 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눈이 쌓여 있어 주차가 어려워..
응, 넘 좋아
얼굴에 방울을 없애 버리니까, 역시 시원 하니 좋다~
그 시원한 기분이 그대로 전해지네~~~
동감![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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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이 빵떡 모자가 되니까 아주 보기 좋아...화가 같으셔..![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경위가 글솜씨 사진솜씨 모두 일품이네....덕분에 방안에 앉아서 구경 잘했어 고마워...백숙도 눈으로 잘 먹고
와~ 멋져부러~~ 글도 사진도.
우리 같으면 그냥 여행만 씽~ 하고 집에 올텐데, 여행기도 쓰고 작품사진도 찍고, 친구들도 행복하게 대리여행 시켜주고~~
탱님도 그걸 의식하면서 스케줄을 더 멋지게 잡으시는거 아닐까? ㅎㅎ
자~ 3편을 기대합니당~
대리만족이라는 낱말의 뜻을 총체적으로 실감나게 해주네요. Thank You !
덕택에 겨울 바다 풍경 잘 본다. 풍경은 쓸쓸한데 넌 아주 행복해보이네. 탱님이랑 같이 다녀설랑.
멋들어버린 부부 여행기.
은퇴후의 여우로움이 느껴지는 여행.
경위글 땜에 애 궁뎅이도 들썩하나 떨어지는건 고작1인치 ㅋㅋㅋ
역시 당분간은 경위 글따라 나도 대리 여행으로 만족 하련다.
경위 탱님 삼계탕 앞서 마냥 행복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