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장쓰
창문 밖에서 비쳐오는 햇빛이 얇은 커튼 너머로 전해져 온다. 쨍쨍한 여름, 뜨거운 햇빛이 교실 안의 온도를 뭉근하게 데워 온다. 옅은 갈색의 눈동자를 따끔 거리게 하는 햇살이 눈 밑에 얕은 주름을 지어낸다. 이팝나무의 하얗게 무리지은 꽃가루들이 열린 창을 통해 교실 안으로 날아들어 온다. 뭉글거리는 꽃가루들은 매미 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교실을 배회 하듯 떠다닌다. 핏줄이 비추어 보이는 하얀 손이 꽃가루를 집어내려 휘젓지만 따듯한 공기만 손에 담기었다 이내 다시 빠져 나간다.
<아바타>
누런 양푼 냄비에 눌러 붙은 붉은 양념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자주색 고무장갑으로 암만 뽀득거려 보아도 각인된 것 마냥 불그스름하게 남아 있었다. 초록색 세제를 쭉 짜서 다시 닦아내어 보자 그제 서야 찌꺼기들이 씻겨 내려갔다. 세제 거품을 입은 냄비를 흐르는 수돗물에 헹구어 내자 마침내 냄비가 깨끗해 졌다.
아무리 숙식 제공이 되는 일이 편하다는 것이 더 수상하다지만, 오늘따라 일이 고되었다. 오죽하면 30대 초반의 나이에도 어깨를 주먹으로 두둘겨야 할 정도였으니. 연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보아도 어깨는 여전히 찌뿌둥하고 뻐근했다. 어깨를 빙글빙글 돌릴 때 마다 땀에 젖은 축축한 겨드랑이가 서늘해졌다. 소란스래 돌아가는 오래된 선풍기의 후텁지근한 바람은 윤진을 약올리듯 바람을 약하게 불어내었다. 털털 거리는 그 소리를 뒤로하고, 그녀는 바짓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액정 군데군데에 기스가 있고 금이 가있는, 중고로 싸게 산것 이었다. 휴대전화를 키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앱은 자신을 봐달라 외치듯 알록달록한 색을 잔뜩 뽐내는 SNS였다. 그 노력에 답하듯 윤진은 SNS로 들어갔다. SNS에 가장 먼저 뜬 것은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환하게 웃는 여성이었다. 작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짜 맞춘듯 오밀조밀하게 들어가 있는 사랑스러운 외모였다. 그녀가 낀 귀걸이, 매고 있는 가방 모두 명품이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던 윤진은 문뜩 자기 자신의 차림을 훑어보았다. 그녀 역시 같은 꽃무늬가 잔뜩 그려진 옷이었지만 벙벙하게 넓은 사이즈의 몸빼 바지였다. 같은 꽃무늬 였지만, 둘 사이에는 비단 얇은 휴대폰 액정 그 이상의 긴 거리와 장벽이 존재 했다. 채 마르지 않은 물 자국이 남아 있는 붉은 앞치마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단 한순간만이라도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윤진이 축축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더듬어 보았다. 개기름이 묻어 나오는 두터운 피부 너머로 우둘투둘한 여드름 흉터들이 만져졌다. 그래도 전체적인 이목구비는 또렷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휴대전화로 카메라를 킨 윤진은, 화면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았다. 이것저것, 서툴게 기능들을 눌러 가보니 어느덧 뽀얗고 매끈한 얼굴이 화면 가득 채워졌다. 윤진은 어쩌면 이것이 새로운 틈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미완, 수정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