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학교를 '공대중심 대학'이라고 소개하면 낯설어하는 이들이 있다. 세종대하면 아직도 수도여자사범대학의 명성과 체조와 무용, 호텔관광경영대학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사회, 특히 공과대학 교수사회에 세종대학이 무섭게 변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질만큼 알려져 있다.
▲ 항공우주공학 전공 학생들의 수업 장면. 세종대는 '세종·록히드 마틴 우주항공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항공우주공학을 특성화 분야로 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세종대학교의 전신은 1946년에 설립한 서울여자학원. 1954년에 수도여자사범대학으로 개편하였다가 1978년에 세종대학으로 이름을 바꾸고 남학생들도 받아들였다. 세종은 세상(世)에서 으뜸(宗)가는 대학이 되겠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남녀공학 체제로 전환하고도 10여년간 답보상태에 있었다. 10ㆍ26 사태와 80년 ‘서울의 봄’, 그후 격렬하게 이어진 민주화 운동의 와중에서 발전을 모색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80년대 말 총장 선출과 관련하여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결국 직선제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1990년이 되어서야 세종대학교는 안정이 되었다.
1990년 재단에서 선임한 이중화(67) 총장이 취임하고, 당시 부총장이었던 주명건(53) 현 재단이사장이 재단 실무를 맡으면서 세종대학교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이중화 총장은 1966년부터 세종대에 재직하면서 학교의 문제점과 해법을 잘 알고 있었고,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주명건 이사는 선진 교육 제도에 관해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2년부터 학내 소요사태가 완전히 사라지자 본격적으로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세종대학교는 기존의 단과대학 구성으로는 21세기에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판단하에 다양한 검토를 시작했다. 심도있는 모색 끝에 수립된 것이 공대중심 대학, 연구중심 대학이었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공대중심 대학으로의 변신이 당면과제라는데 의견이 일치했던 것이다.
수도권 정원동결에 묶여 정책을 실현하기 힘들었으나 1996년에 대학정원에 관한 규정이 바뀌면서 공과대학과 전자정보공학대학을 설립했다. 1996년 이후 지금까지 세종대는 학교 규모가 2배로 늘어났으며 예체능 여학생 중심 대학에서 전교생의 60%가 자연계열, 전교생의 60%가 남학생으로 구성비율이 확 바뀌었다.
세종대는 공대중심으로 가되 마치 고정관념처럼 뿌리박혀 있는 대학의 서열화를 탈피하기 위해서 타 대학을 능가할 수 있는 분야를 특성화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여 선정된 분야가 항공우주공학과 정보통신, 생명공학이다. 세종대학교는 이 분야를 특성화하여 2005년 한국의 '톱(top) 5'에 속하는 연구중심 대학으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3년 동안 교수 150명 영입
▲ 국내 최초로 개설된 만화애니메이션학과의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목표달성을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분야는 훌륭한 교수진을 영입하는 일이었다. 세종대는 3년에 걸쳐 150명의 신진 교수를 영입했다. 이들은 대개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의 톱 10 대학을 졸업했으며 유수의 연구소에서 5년 이상 연구한 인재들이다. 주명건 이사장의 지론은 “최고의 교수가 최고의 학생을 만든다”는 것. 이종화 총장은 “세종대 공대의 교수진은 대한민국 최고”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우수 교수진을 영입할 수 있었던 것은 IMF 관리체제 하에 대부분의 대학이 교수 영입을 자제할 때 과감하게 인재를 기용했기 때문이다. 새로 영입된 교수 가운데 72%가 30대이며 정보통신분야의 경우 20대 교수도 끼어 있다. 젊고 유능한데다 현실 감각까지 갖춘 인재들이 대거 영입되자 당장 각종 평가에서 세종대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학술진흥재단 선정 신진교수과제부문 전국대학 1위, 중앙일보 전국대학 평가에서 교수당 SCI(과학논문인용색인) 논문 게재수 개선도 전국 3위, 교수당 SCI 인용빈도 전국대학 10위, 최근 3년간 전임교수 1인당 국내외 학술지 게재 논문수 A등급, 한국과학재단평가 연구관리 A등급, 전체 교수의 60% 이상이 외부 연구과제 수탁 등의 실적을 올린 것이다.
세종대학교 전임교원의 연구비 수주액은 현재 총 130억원에 이른다. 이에 관해 주명건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쟁쟁한 대학을 물리치고 우리 학교가 여러 프로젝트를 맡게 되자 학계에서 세종대 교수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죠.”
세종대학교는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모토에 걸맞게 산학연 협동 연구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소, IBM 등 30여개 업체와 교육·학술연구 교류협약을 체결했다. 세종대 학생들은 협력 연구소와 기업체에서 인턴십을 받으며 현장 학습을 하고 있다. 두뇌한국 21 사업에서는 인문사회(경제학, 경영학), 가정학, 농림 등 총 4개 분야에 선정되었다.
●록히드 마틴과 우주항공분야 연구
세종대학교가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특성화 분야는 항공우주공학. 지난 세기가 자동차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세기는 항공우주공학이 주도한다는 판단 아래 1999년 7월 세계적인 항공사 록히드 마틴과 첨단 기술 및 교육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세종ㆍ록히드 마틴 우주항공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최첨단 무인항공기 제조와 운영기술을 중심으로 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사는 항공관련 기자재 지원, 우수학생 장학금 지원, 교수의 해외연구 지원, 국제 공동심포지엄 개최 등 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사 전문가를 파견해 기술자문과 기술자료 지원도 하고 있는데 내년 1학기부터는 록히드 마틴사의 무인항공기 설계전문가가 온라인으로 영어 강의를 하게 된다. 세종ㆍ록히드 마틴 우주항공연구소는 학술진흥재단의 2000년 대학중점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세종대는 산학연의 긴밀한 연계를 위해 세종 테크노컴플렉스 설립 계획을 세우고 지난 10월 제1연구센터를 준공했다. 2010년에 4연구센터까지 건립하면 6만5000평의 연구단지가 조성된다. 이곳에서 정보통신, 전자공학, 컴퓨터, 생명공학, 디자인, 만화애니메이션 연구가 이뤄진다. 이 모든 계획이 연구중심대학으로 우뚝 서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한다.
세종대는 현재 8개 단과대학에 1만여명, 12개 대학원에 3000여명이 공부하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호텔관광대학과 예체능대학이 강세를 보였다. 국내 최초로 호텔, 관광분야의 학과를 개설하여 그동안 많은 인재를 배출했으며 리듬체조하면 세종대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체조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다. 국내 최초로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개설하여 이미 이 분야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다.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자 넬슨 신, 국내 최고 인기 만화가 이현세, 2002 월드컵 기술위원장 이용수씨 등 실전에 강한 이들이 교수로 초빙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호텔관광대학과 예체능대학도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하여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세종대는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기존 학과의 명칭을 변경하고 학부를 세부적으로 재편성했다. 이와 함께 2001학년도 입시에 새로운 학과를 선보인다. 신설학과는 호텔관광대학의 조리외식산업학과, 자연과학대학의 인터넷학과, 전자·정보통신공학부의 광공(光工)학과, 컴퓨터공학부의 디지털콘텐츠학과 등이다.
●국내 최상급의 디지털도서관
세종대학교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주고,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취지 아래 세종대학교는 중앙도서관 시설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2년6개월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공된 연면적 5300평의 중앙도서관은 최첨단 정보시스템을 갖춘 디지털도서관이다. 재학생 3만명 이상의 대학과 대등한 규모로 이용자수를 대비할 때 다른 대학의 3배에 해당한다.
24시간 개방하는 이 도서관의 열람석은 총 3600석. 1999년 9월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WTO(세계무역기구) 전문도서관으로 지정돼 WTO 관련 각종 자료를 구비하고 있고, 국내 대학 최초로 아시아개발은행 기탁 도서관으로 선정되었다.
중앙일보 2000 전국대학 평가에 의하면 도서자료 구입 비용 부문에서 세종대가 사립대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세종대는 학생들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전세계 잡지를 인터넷으로 제공받는 데만 매년 5억여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장서를 보관하기보다 새롭게 쏟아지는 자료를 제공하는 ‘움직이는 도서관’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에 도서관 뿐만 아니라 연구센터를 비롯한 각종 교육시설을 신축 또는 증축했는데 전체 시설 가운데 58%가 이에 해당된다.
세종대는 재학생 2∼3명 가운데 1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학금 수혜율은 전국 사립대학 가운데 2위이며 학생당 장학금 액수는 31만3000원으로 전국대학 가운데 6위이다. 또 자원봉사 장학금과 자원봉사 특별전형제도, 정보화 부문의 최종 단말기 평균속도와 재학생 대상 사이버 강좌수에서 전국대학 1위를 차지했다.
세종대는 32명의 원어민 강사를 배치해 학생들에게 강도높은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다양한 정보통신 교육을 의무화하였다. 이와 함께 채플을 교양필수로 지정하여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전인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세계 20개 대학과 학술교류 및 자매결연을 체결한 세종대는 2001년 봄학기부터 미국 시러큐스대학의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세종대학 내에 개설한다. 50%의 강의를 시러큐스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맡고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된다. 정원을 500명으로 늘려 5년 내에 세계적인 경영대학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공동 MBA 과정 개설을 주도한 전성철 세계경영대학원장은 “세계인을 대상으로 동북아 경제와 경영에 대한 지식을 영어로 가르칠 수 있는 전문 경영대학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며 “외국 MBA의 4분의 1에 불과한 경비로 첨단 분야의 선진경영학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대학교는 세상에서 으뜸가는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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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건 이사장-이중화 총장 인터뷰 /
"총장ㆍ이사장 공조 체제가 발전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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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학교가 빠르고 강한 변신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명건 이사장과 이중화 총장의 긴밀한 공조 체제 덕분이다. 주명건 이사장은 이 총장과 자신을 “숨 쉬듯 자연스러운 관계”라고 칭했다. 이중화 총장은 두 사람의 역할분담을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숲속에 있다면 이사장님은 밖에서 숲을 조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사장님이 넓은 안목으로 큰 흐름을 주도하고 나는 안에서 나무 하나하나를 보살피고 있지요.”
대체로 사립대학의 총장 임기는 4년인데 세종대 이중화 총장은 현재 10년째 재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장기계획이 가능했고 그것이 세종대 발전으로 이어졌다.
주 이사장과 이 총장은 수시로 만나 학교 발전을 논의하고 실천방안을 세운다고 한다. 이중화 총장은 학교 발전의 원동력을 이렇게 말했다. “깨끗한 재단이 학교 발전에 헌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받아 모든 교수들이 일치 단결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지난 3년간 150명의 교수를 새로 임용했지만 재단에서 단 한푼도 받은 일이 없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예전부터 청탁과 압력이라는 단어가 없었습니다.”
주명건 이사장은 교수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세종의 앞날을 밝게 한다고 말했다.
“총장님 이하 모든 교수님들이 세종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에 많은 감명을 받지요. 연구소에 불이 꺼지지 않는 학교입니다. 총장님과 저는 오로지 좋은 교수님을 모셔서 지원하는 것에 최선을 다할 따름입니다. 교직원 모두 살림을 알뜰하게 살아 재정에 도움을 주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요.”
재단과 학교당국이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있다며, 세종대학교의 성장에 기대를 걸어도 좋다고 두 사람은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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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동향 /
영화예술학과, 호텔관광경영학과 경쟁률ㆍ지원자 점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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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학교는 정시모집 나군으로 원서접수 마감일이 12월 29일이다. 2000년 입시 결과 예체능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의 수능 평균성적이 대체로 350∼360점 대였다. 예체능계열의 영화예술학과(이론·연출전공)는 370점, 호텔관광경영학과 372점으로 세종대에서 가장 높은 점수대를 보였다.
지난해 최고의 경쟁률을 보인 학과는 영화예술학과(이론·연출 전공)로 34.4대 1이었다. 만화애니메이션학과 11대 1, 호텔관광경영학과(야간학부) 12.3대 1로 인기가 높았다. 호텔관광학과 야간학부의 수능평균 역시 359점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세종대가 집중육성하는 공과대학과 전자정보공과대학의 수능평균은 360점대. 올해는 수능평균이 올라갔기 때문에 이보다 높은 점수여야 합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