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성 일상 24-1 “머리깎으러 가지예.”
재성 씨가 아침에 출근하는 직원을 보고 현관 앞에서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재성 씨? 밤에 잘 주무셨나요?”
“예~”
“복지사님, 머리깎으러 가지예~”그러고 보니 재성 씨가 이발한지가 이제 두달 가까이 되는 것 같았다.
“재성 씨~ 증평에 늘 가던 미용실로 가실건가요?”
“예~”
“재성 씨, 1월 달부터 114번 저상버스가 청주와 증평 사이를 정기적으로 운행하는데, 기관차 말고 시내버스를 한번 이용해서 다녀오시는 것은 어떨까요?”
“괜찮아 예~”
재성 씨는 그 동안 증평을 갈 때면 기관차를 이용했었는데, 다행히 이 날 대중교통에 대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음 날~, 점심 식사를 마친 재성 씨와 함께 버스정류장으로 나가서 증평가는 114번 버스를 기다린다.
“재성 씨 춥지 않으세요?”
“네 괜찮아 예~”
30분을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증평 가는 114번 버스가 이제 서야 모습을 보인다.
“114번 와 예~”
“네~ 재성씨~”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어 섰고, 경고음과 함께 저상버스 발판이 재성 씨 휠체어 앞 지면에 닿는다.
“재성씨 버스로 탑승해도 될까요?”
“네~”
직원의 도움을 받아 저상버스에 몸을 실은 재성씨가 차창을 바라본다.곧이어 추수한지가 오래된 황량한 시골의 들판이 재성 씨의 눈 안에 들어 왔다.
“재성 씨 오랜만에 버스 타 보네요? 그렇죠?”
“네ㅎㅎ”
“이렇게 시내버스를 타고 나오니 어떠세요?”
“좋네 예~”
‘증평수도사업소 정류장’에 하차하여 재성 씨와 함께 늘 가던 'J헤어샵' 미용실로 향했다.
“재성 씨, J헤어숍 미용실 문이 닫힌 것 같아요~ 어떻하죠?”
“다른 데로 가지 예~”
주변을 돌아보니, 길 건너편에 '겨루헤어샵’ 간판이 눈에 띄인다.
“재성 씨, 건너편에 ‘겨루헤어샵’이 보이네요! 저기 가서 이발하시는 건 어떠세요?”
“가지~예”
재성 씨와 함께 미용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점심을 먹고 있던 미용실 원장님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어서오세요?”
“어떻게 깎아 드릴까요?”
“원장님, 죄송하지만, 저 말고 당사자분께 직접 여쭈어봐 주실래요?”
“아~ 네”
“어떻게 해 드릴까요?”
“시원~하게 깎~아주세요~”
재성 씨가 본인이 원하는 머리를 미용실 원장님께 말한다.
“짧게 깎아드리면 될까요?”
“예~”
처음인데, 미용실 원장님이 무척이나 친절하였다.
지루하지 않도록 잔잔하게 대화를 이끌어 주셨다.
“장애인분들은 미용봉사자분들이 가서 깎아주지 않나요?”
“네, 그렇기도 하지만...이렇게 해야 동네나 마을로 한 번 더 나올 수 있죠!”
“제 말이 맞나요? 재성씨?”
“예 ㅎㅎ”
단숨에 재성씨의 머리가 말끔히 정리되었다.
“어떠세요? 맘에 드세요?”
이번에는 원장님이 재성 씨를 보고 직접 묻는다.
“네ㅎㅎ”
재성씨도 미소띤 얼굴로 대답한다.
“샴푸가 가능할까요?” 커트를 마친 미용실 원장님이 또 다시 묻는다.
“휠체어에서 옮겨 드리면 가능해요~”
“재성 씨, 여기서 샴푸하고 가실래요? 아니면 다온빌로 가서 샴푸하실래요?”
“여기서 할게예~”
직원이 재성 씨를 도와 세면대 의자에 앉혀 드렸고, 곧이어 재성 씨의 샴푸가 이어졌다.
머리를 감은 재성 씨가 다시 한번 거울 앞에 앉아서 말끔해진 본인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헤어 드라이 서비스를 받는다.
드라이까지 모두 마친 재성씨에게 직원이 물었다.
“재성 씨, 이제 결제를 해도 될까요?”
“예~”
“그럼, 제가 재성씨 카드를 꺼내서 대신 결제를 도울게요?, 괜찮으시겠어요?”
“예~”
재성 씨를 대신해서 직원이 미용실 원장님께 카드를 건넸다.
“재성 씨, 영수증 금액을 확인해 주세요 만천원이 찍혔네요”
“예~”
이발을 마치고 미용실을 나오면서 재성 씨에게 직원이 말했다.
“재성 씨 머리가 참 시원해 보이네요~”
“원래 시원해~예 ㅎㅎ”
2024년 1월 4일 목요일 유원욱
“장애인분들은 미용봉사자분들이 거서 깎아주지 않나요?” 시설입주자가 지역사회에서 일반복지수단을 이용해 평범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야 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알게 하네요. 더 자주 더 평범하게 지역사회를 누비고 이용해야 겠습니다. -임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