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 근황 61번째입니다. 이제 60회를 넘어섰습니다. 이 기록은 2009년 5월 26일 경
성대 구 신학관 101호실에서의 다섯 번째 연습 기록입니다. 공연 날까지 산술적으로는 10
일 남아 있고, 연습시간으로 보면 3회 남아 있습니다. 이날 연습은 레퀴엠 연습으로는 26번
째 연습입니다. 공연날까지 10일 남아 있고, 연습 회수로 3번 남아 있다니까 아직 조금 남
은 것 같지만, 다음 주 토요일이 공연날이라고 한다면 전혀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죠?
선생님 말씀이 월요일 연습은 불가피하게 잘 안되는 경향이 있고, 금요일은 전반적 연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연습일은? 다음 주 화요일인 5월 2일
하루라는 말입니다. 그날 솔로와의 협연이 있겠군요.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이런 상
황이 오늘에야 우리들 뇌리에 들어왔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기록의 주된 내용은 그런 것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 제 이야기부터 좀 해야겠네요. 학교에서 4시 30분에 출발해
서 집에 5시 15분경 도착했는데.... 요새 브랄란테에서 발간한 베토벤 전질 음반에 완전히
푹 빠져 사는 실정이라, 오늘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 [겔레르트에 의한 6개의 노
래], [괴테 시에 의한 가곡]등 주옥같은 명곡에 푹 빠져 있다보니 어어어... 시각이 6시 20
분경 되어 버렸습니다. 6시 30분에는 출발해야 되는데, 저녁 먹을 시간이 없어져버린 것이
죠. 그래서 뭐 ‘도착해서 김밥 먹지 뭐’ 하고 그냥 바로 연습실로 갔는데.... 허기가 진 상태
로는 그 힘든 노래를 부를 자신이 도저히 없어 우선 연습 전에 배를 채워 두려고 김밥을 허
겁지겁 그냥 먹어댔는데.... 나중에 단장님이 핀잔을 주더군요. 연습전에는 안 먹기로 했는데
내가 먼저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고요. 아차!! 싶었지만 그래도 허기진 상태로는 도저히 자신
이 없이 김밥을 두 줄이나 먹은 것 같습니다. 그런 중에 선생님도 오셨죠.
선생님이 왔을 때, 대략 20명 정도? 저번에 30명 이상 온 것으로 본다면 너무 적은 숫
자더군요. 선생님은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면서 지금 우리는 단순히 연습을 하고 있는 것
이 아니라 연주 직전 리허설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 단원들의 시간 준수 상황이나 연
습을 준비하는 태도에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정말 심각할 지경이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습니다. 일단 지휘자가 보면대 앞에 서면 그때부터 음악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
문에 완벽한 긴장 상태에 놓여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일단 연습실로 들어오면 일체의 사
담은 중지하고 오직 연습에만 몰두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선생님은 어느 시기가 지나면 우
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셨는데, 그것이 전혀 이루어
지지 않으니까 참다참다 결국 대단히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로 내심을 토로하신 것 같습니
다.
예전에 영광도서에서 연주를 할 때도 선생님은 이와 비슷한 지적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런 버릇은 정말 빨리 고쳐져야 하는데, 합창단 내에서 제일 연장자인 제가 솔선 수범하여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 서지 못하고 평소의 원칙마저도 어기는 짓을 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어제 선생님께서 우리는 지금 모차르트가 자신에
게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과의 마지막 사투를 벌이며 작곡했던 이 곡의 창작 상황에 우리를
두고 모차르트가 지향했던 세계를 지향하는 마음으로 연습에 임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를 하
셨는데, 하루 뒤에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지다가 난 아무래도 까마귀 고기를 너무 많이 먹은
인간인가 봅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해서 우리는 약간 기가 죽은 상태로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어제 연
습한 Agnus Dei로부터 시작하여 Communio로 이어 연습하고, 다시 Introitus로부터 마지막
까지 훑어 보게 하면서, 선생님은 일단 중간에 끊지 않고 전체를 한번 부르게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부분부분 챙기기 보다는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하고 전체를 훑어 가면서
부분 부분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보이면 그것을 보완해 가는 식입니다. 바로크 시대와 고전
파 시대의 음악은 메조 포르테나 메조 피아노 같은 것은 없고, 강약의 대비가 선명하다고
하면서 강하게 나오는 부분과 약하게 나오는 부분의 대비를 극대화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우리가 연습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단원들은 계속 들어오고 있었는데, 뒤에 들어온 단원
들은 아마도 평소와는 달리 바짝 독이 올라 있는 합창단의 모습을 목도하였으리라 봅니다.
모두들 쭈빗쭈빗하는 기색이었으니까요. 한 사람이 오면 모두가 동요하는 그런 차원을 벗어
나 이제 우리는 지휘자와 한 몸이 되어 음악 작업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선
생님도 말씀하셨습니다만 실제로 우리가 연주를 할 때도 관중석은 다소 어수선할지도 모릅
니다. 하지만 관중석에서 어떤 동요가 일어나든 우리는 동요가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입니
다. 선생님은 자기가 노래할 부분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그 자리에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거나 악보를 덮는다거나 하는 행동도 자제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우리가 일단 무대에 오르면
우리의 동작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다 음악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죠.
1부가 끝나고 휴식이 있은 뒤 우리는 이제 정말 제대로 된 연습을 해 보자는 식으로 다
시 모이었습니다. 단장의 간단한 광고 말이 있을 때부터 우리는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대기
했으니까요. 선생님은 아까 전체를 불러 볼 때 문제가 있었다고 여기는 부분을 중심으로 연
습에 들어갔는데.... 의의로 평소에 고전을 면하지 못하던 남성 파트들은 뜻밖의 칭찬(?)을
받은 반면, 소프라노를 중심으로 한 여성 파트들은 계속하여 반복 연습을 하며 특정 부분의 소리 내기에 대단히 고심을 거듭하였습니다. 정말 소프라노 파트들은 힘겨운 과정이었으리
라 보는데요? 이게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전에 테너는 아예
음정이 없고, 베이스는 그냥 5성부 소리를 낼 때는 남성 소리 잡느라고, 대강 곡의 골격을
잡아가는 여성 파트는 손볼 겨를이 없었는데(남성 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하기도 했고
요)이제 남성들의 소리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 오니까 여성 소리를 더욱더 엄밀하게 가다듬
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한 단계 신장된 것이죠.
사실 한 단계 신장된 것이라는 점은 선생님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악상 및 기타 지시사항
을 전하면서 곡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입히는 과정에서도 드러납니다. 우리는 선생님으로부
터 떨어지는 그 수많은 지시사항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기억해야 하고 그대로 실행해
야 하고, 완전히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혼자서 연습을 하기에도 좀 그렇고 선생님이 없는 상태에서 하기도 좀 그렇고, 선생님은 반
드시 계셔야 하는데, 시간은 없고..... 쩝!!!! 어느새 시각이 10시가 다 되었거든요.
선생님은 밤 새워 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만큼 잡아 놓았는데 다시 다음 주에 연습
을 해 보아 변화가 없으면 도로아미타불이라는 것이죠. 오늘 연습을 하고 몇 가지를 고쳤으
면 다음 연습시간에는 더욱 나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죠. 이제 그게 되느냐 되지 않
느냐는 아마 다음 주 월요일날 결판이 날 것입니다. 화요일날은 솔로도 다 모이고 문자 그
대로 마지막 총 연습이 될테니까요. 각 파트별로 몇 명씩 나오지 못한 단원들이 있었는데,
오늘 나오지 못한 단원들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정말 오늘 연습이 연주를
위해서는 정말 중요한 연습임을 다 알고 있었을텐데, 나오지 못했다는 것은 그보다 더 절박
한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말이겠지요? 다음 주 월요일은 아예 지금부터 나오지 못한다고 예
정된 사람도 적지 않은데, 과연 선생님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연습은 갈 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이 지금 단원들의 더 큰 고충입니다. 이건 뭐 연습을 하
고나면 ‘이제 이 정도 하면 되겠네!’라는 차원이 와야 되는데, 그런 건 올 조짐도 없고 자꾸
만 첩첩 난관만 우리들 앞에 쌓이는 기분이군요. 하루하루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
하며 정말 자기가 이 필생의 역작을 다 마무리 짓지 못하고 세상을 마감할 수 있겠다는 심
리적 절박에 시달렸던 모차르트의 심정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런지요? 선생님이 말씀하시던
모차르트의 체험 따라하기가 이런 것은 아니겠는지요?
몸이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하는 것이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 것. 우리는 이 시련을 비켜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 카운트
다운을 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이겨나갈 것입니다. 지금은 단지 6월 1일의 연습을 향하
여, 그리고 그 후기 작성을 항하여 다가갈 뿐입니다. 저는 단지 외롭게 달리고 있을 따름입
니다. 그 도정의 연도에 늘어선 뮤클러들의 박수 소리를 꿈결같이 아득한 환청으로 들으면
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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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으로 듣는 박수소리-뮤클 합창단 근황61(2009.5.26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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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외봉님 죄송하지만 다음 연습은 5월 1일이 아니라 6월 1일입니다. 지금이 5월 1일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 저는 어제 집에 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쓰러져 일어나보니 아침이더군요.
으으 '꿈쌍투'할 곳을 '끼리에'한것만큼 큰 실수를 했넹!! 즉시 고침!!
ㅋㅋㅋ
kyrie eleison.....우리 합창단을 불쌍히 여기소서...ㅠㅠ..'보까메' 부분을 솔리스트들에게 ..넘기고 .ㅠㅠ..그 뒤..'오로 수플렉스'에서 합창 들어가는 망상도 해봤습니다..,.,,ㅠㅠ...그래도,...계속 힘빼는 연습 해야죠...다들 재무장합시다..완전무장..
힘을냅시다,월욜날 연습이 또 문제가 되긋꾼요 ㅠ 소리결을 맞춰놨는데 또 많이 못 오시면 ㅠ 흠냐,,ㅠ
꿈쌍투 할곳을 끼리에 하신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 흥분했나봥,,,ㅠ 큭큭
아무때나 흥분하시면 쓰나욧! 정말이지..기록에 남을 일을 하셨어요..소장님..덕분에 매우 경직된 분위기에 큰 웃음 한 번 터졌지만..ㅋ
보지 않았어도 본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노고에 위로하는 천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완성이라는 것은 없겠지요~ 마무리 잘하시고 공연장에서 뵙지요~
멀리서나마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대박공연 되시길!!!^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