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를 걸며
조우리
애초에 물에 젖지 말아야 했었다고
뿌리가 적응하던 이하 빈칸 밤 귀 앞에
오래된 피라미드가 말을 걸고 있었다
투명한 장례식에 새들이 몰려왔고
가족 돌봄 하나뿐인 간병인 빈민의 삶
물 마른 산호초들이 짙은 까닭 되곤 했다
색깔이 참 예뻤던 농아인 홈스쿨링
두 등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 때문인가
거대한 잎이 되어버린 그림자란 벽의 근작
더운 비 피하려고 참 쉽게 저지르는
입춘 무렵 요양병원 우리 말 기다리며
장애인 작가의 구화 수평계를 재고 있다
ㅡ계간 《시조시학》(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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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리 / 여수 출생. 2008년 《전남일보》 시, 202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