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촛불을 켜고 G. A. Rossini의
Stabat Mater를 듣습니다.
불청객 감기가 여전히 심술을
부리고, 아주 오랫동안 몰랐던
상실의 무게에 짓눌려 허우적
거리고 있어서지요.
아버지와는 거의 대부분을 떨어져
살아와 몰랐는데 이제 상실의
슬픔과 고통에 한숨을 쉬고 회한에
잠겨 때로는 눈물을 흘립니다.
왜 몰랐을까요?
어떤 상실은 웃음 가운데서도
노래부르는 가운데서도 눈물
흘리게 하는 슬픔인 것을요.
사람은 늙어가면서 비로소 철이
드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누구나 힘겨운 날들을 살아
가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삶에서 맞이하고 싶지 않은,
피하고 싶은 날들이지요.
그럴 수만 있다면요.
그러나 애써 거칠어진 마음을
위로하며 추스립니다.
힘든 시간은 고요한 시간이면서
자신의 참 모습과 대면하는
고독한 시간이지요.
이 고독한 시간이 있어 우리는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진지하게
살아갈 수 있나 봅니다.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누구나처럼
제게도 사별로 사랑하는 이의
상실로, 질병의 한 가운데서
삶을 잃어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또는 소소한
일상을 꿈꾸며 지난한 회복의
과정에서 슬픔의 날들을 살아
가는 친구들과 삶을 나눈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서 그분들에게 슬픔과
고통이 물러가고 환한 웃음의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이 슬프고
힘겨울 때 비로소 그들의
슬픔과 고통을 온 마음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나는 내 슬픔이
누군가의 슬픔의 무게를
덜어주고, 누군가의 슬픔이
내 슬픔을 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한 때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 함께
슬퍼할 사람이 있을 때
내 슬픔에 따스함이 깃들지요.
삶에서는 알기만 해서는
도저히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요즘들어 자주 듭니다.
오늘 슬픔과 두려움 속에 있을
당신과 나의 오늘도 다시 오지
않을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기를요.
"자신의 비참함을 알지 못하고
신을 아는 것은 오만을 낳고,
신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비참함을 아는 것은절망을
낳는다."
파스칼이 한 말로 기억합니다.
당신과 나의 오늘이 어떤 모양
이든, 어떤 색깔이든 당신과
나의 신께 기도하고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요.
내가 나를, 내 삶을 사랑하고
소소한 삶의 그 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행복할 수 있겠지요.
- 당연한 일 -
"이렇게 멋있는 걸 왜 모두
기뻐하지 않을까요?
당연하다는 사실들
아버지가 계시고
어머니가 계시다.
손이 둘이고 다리가 둘
가고싶은 곳을 자기 발로 가고
손을 뻗어 무엇이든 잡을 수 있다.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나온다.
그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아무도 당연한
사실들을 기뻐하지 않아.
당연한 걸 하며 웃어버린다.
세 끼를 먹는다.
밤이 되면 편히 잠들 수 있고
그래서 아침이 오고
바람을 실컷 들이 마실 수 있고
웃다가 울다가
고함치다가 뛰어 다니다가
그렇게 할 수 잇는
모두가 당연한 일
그렇게 멋진 걸 아무도
기뻐할 줄 모른다.
고마움
그 고마움을 아는 이는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들뿐
왜 그렇지?
당연한 일."
『종이학』의 저자
이무라 가즈키요가 젊은 날
죽기 직전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새해 선물로 쓴 시.
(1979.1.1. 쓰고, 1.21 죽음)
첫댓글 우리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리석게도
다 잃어버린 다음에
소중함을 느끼나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엄지님
안녕하세요?
따스하고 즐거움
가득한 설날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고르비님 오랫만에 모습을 보니 방갑고
노래도 잘부르시는군요.. 그리고
진솔하고 멋진글에 머물럿다 갑니다..
앞으로 종종 만나 볼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리산님
반갑습니다.
골탄님으로부터 단편적인
소식 들었습니다.
부지런함과 활기참!
평생의 부러움이고 좀
과장하면 경외의 대상이지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대부분
운명이랄 정도로 부지런하게
살아오셨지요.
저는 아버님, 부지런한 사람을
부러워하고 존경합니다.
누구나 다할 수 있는 것을
저는 하지 못하니 딱하지요.
아름다운 노년의 삶
그것은 그게 뭐든 자질과
능력으로, 또는 존재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위안,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삶이
아닌가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늘 부지런하고 활기찬
삶으로 기쁨과 보람 많이
누리기 바랍니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좋은글 감명깊게 잘보았습니다. 감사 합니다. 좋은날 되소서
꾸미커님
안녕하세요.
감기가 여전한데도 쏘다니다보니 떨어지질
않으니 게으른 선비 정월
대보름날 다락에 올라가
공부하는 꼴이라는 핀잔을
듣습니다. 물들어왔을 때
노젓는 데 왜그러느냐고
항변하지만 궁색하기만
합니다.
노년에 꼭 필요한 게
건강이라면 부지런하고
활기찬 활동으로 지켜질
텐데 그런면에서 부지런하고
호기심 많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꾸미커님을 보면
참 좋은 자질을 가졌구나
부러워집니다.
설날을 맞이합니다.
가족과 함께 정겹고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