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에 낙방하고 아무런 취업 준비도 없이 막장 졸업을 한 후 한동안 개념 없이 방황까지 하다가
작년 겨울 뒤늦게 토익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이야 토익 하산을 하고 맘 편히 있지만 정말 처음 시작할 때는 고등학교 이후 듣기를 해본 적이 없는터라
MP3파일의 외국인 목소리가 넘 얄미워서 몇 대 때려주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난하고 무식해서 미련스러운 건지 용감한 건지 독학으로 토마토 시리즈를 사다가 공부를 했었는데
문제집 앞에 적어두었던 문장들이 그 당시의 고통을 말해주고 있다.
11/28 절망적임. 못 알아 듣겠음. 스크립트 봐도 직해가 안 됨.
12/ 1 충격+절망. 미칠 것 같음. 슈버.(ㅋㅋ)
12/ 9 절망의 도가니.
12/10 제자리 걸음일세.
12/15 짜증 게이지↑↑↑
하지만 신이 도우셨는지 다행히도 4번의 시험동안 점수를 쑥쑥 끌어올리며 4월 토익을 끝으로 기분 좋게 하산할 수가 있었는데
아마도 토마토 교재(BASIC/INTENSIVE)가 내용이 알차고 체계적이어서 기본교재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던 것 같고
딸려 있던 파트별 전략 표현집을 밤낮으로 반복해서 들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연히 스크린영어사의 영화대본 교재를 알게되어 시작하게 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무한 반복 리스닝이
알게 모르게 영어 성적 향상에 큰 기여를 하지 않았나 한다.
그러나 얼마 전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지금까지의 나의 영어 공부에 대한 회의감에 젖게 되었으니...!
사람들은 우연히 내 토익성적을 알고 놀랐지만
그 점수로도 라이팅과 스피킹이 전혀 안되는 것에 더 놀라는 눈치였다.
"아놔~~ 나는 영어 공부 시작한지도 별로 안 됐고 외국인이랑 눈도 한번 마주쳐본 적이 없다고요!!!"라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은근히 존심이 상해서 며칠 전에는 당장 초급자용 라이팅 책을 하나 사서 연습해보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오늘 도서관에서 뽑아든 책이 바로 <박코치 기적의 영어 학습법>이다.
시험영어 성적 따놓은 것 말고는 영어로 입도 뻥끗 못하는 허망하기 그지없는 나의 영어 실력.
정체되어 있는 듯한 영어 실력에 물꼬를 트기 위한 실용적 영어 공부의 지침이 필요했는데 때마침 이 책을 만난 것이다.
사체과 출신의 토종 한국인으로서 군제대 후 그동안 담쌓고 있던 영어 공부를 시작하여
현재는 박코치라 불리는 인기 영어영어강사가 되었다는 것이 솔깃해서 읽기 시작했지만
딱 지금 내 상황에 필요한 조언들이 많아서 매우 유익했다.
-시험문제만 풀고 정답을 찾는 연습만 하는 시험만을 위한 영어학습은 당신의 입을 틀어막는 족쇄가 될 것이다.
-영어는 무조건 듣는다고 해서 들리는 것이 아니다.
-들을 수 있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말할 수 있다고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나에겐 이런 문제점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핸드폰에 동영상 몇 개를 넣어놓고 거의 매일 조금씩 반복해서 듣고 있긴 하지만
단 한 번도 소리내어 따라 따라 읽어본 적은 없었다. 받아적기를 해본 적도.
이 책의 요점은 이거다.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영어공부를 하는 방법은
첫째 발음 교정, 둘째 문장 암기통해 일단 소리그릇을 만들라는 것이다.
*소리그릇
발음 교정을 통해 영문뉴스나 영화대사를 듣고 아는 단어 정도는 어느 정도 받아적을 수 있는 능력.
+문장 암기를 통해 중학교 2학년 교과서나 쉬운 동화책 정도는 직독직해 할 수 있는 능력.
즉 3,500단어를 '소리로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즉 내 경우, 그저 가볍게 흘려 듣는 노력만 해왔으므로 소리그릇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기본기가 없으니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었던 것이다.
소리그릇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다양한 팁들은 이 책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영어 학습자들이 많이 궁금해할 법한 질문형식의 카테고리로 간단 명료하고 서술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술술 읽힌다.
앞으로 이 책에서 얻은 팁들을 활용하여 독하게 영어공부해서 오늘의 창피함과 민망함을 언젠가 전복해 버리리.
꺾여진 존심이여, 다시 고개를 들라.
그래도 그대, 시험영어일지라도 꽤 괜찮은 학습능력을 발휘하지 않았던가!
영어, 완전 정복해 버리자!!!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