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크리스마스가 가까웠던 12월 어느 날 독일에 사는 내 동기동창인 친구가 정원에서 쓰러져 다행히 이웃에게 발견되어
가까운 병원으로 옮겼는데 시간이 흘렀음에도 쓰러진 이유를 찾지 못 해서 다시 대학병원으로 옮겨 진찰을 받고 보니
뇌에 혈전이 막혔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답니다. (뇌경색)
정원에서 쓰러졌기 망정이지 집안이었었다면 살지 못 했겠죠. 부패한 시체를 찾았다는 뉴스가 떴겠죠?
부랴부랴 서둘러 약을(혈전용해제) 써서 치료를 하긴 했는데, 그때부터 언어장애와 함께 오른쪽 모두
잘 쓰지 못 하게 되었습니다.
사고가 난 초창기에는 그래도 친구들이 교대로 방문하고 부축하여 휠체어에도 앉히고 밖에도 나오고,
끓여간 한국식 죽을 잘 받아먹고 상태가 꽤 호전되어가는 듯 해 보였습니다.
그때 이미 나는 한국으로 돌아온 상황이라 모두 사진이나 다른 친구들과의 전화로 아픈 친구의 상태를 파악했었죠.
병원생활과 재활병원의 기간이 끝나고 그 친구는 아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부터 약 500km 떨어진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남편과는 오래 전에 사별했고, 아들과 딸이 있는 그 친구는 아들 가까이 살면 아들이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렇게 결정했겠죠.
아들이 가까이 살긴 했지만, 그렇게 친구 하나 없는 외딴 곳에서 투병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재활만 잘하면 어느 정도 되찾을 건강이 지금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악화되었답니다.
저는 이 친구를 보면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프면 그 어느 곳에 살든지 죽을 맛이긴 하겠지만, 뇌경색인 경우에는 운동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급성 기 치료가 끝나고 난 뒤 적절한 재활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비틀거려도 화장실만이라도 내 발로 걸어서 갈 수 있으면 그것도 감지덕지 아닙니까?
그런데 독일엔 사람이 귀하니, 간호사들은 바쁘고, 또한 간호사가 일일이 다 해줄 수도 없고,
보호자가 나타나야 침대에서 나올 수 있을 정돕니다.
병원 정원이라도 혼자는 절대로 나가면 안 됩니다.
병동 안에서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나 방문객이 없을 때는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한국엔 돈만 주면 요양보호사니 복지사니 물리치료사니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누군가를(요양원? 복지사? 간병인?) 지정해 하루에 두 번은 한 시간씩 밖으로 나오거나
조금씩이라도 걸을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재활병원도 많고요. 또한 한국엔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참 많습니다.
저도 이런 곳을 걷다보면 뇌경색 등을 앓았던 적이 있는 분들을 많이 보는데, 대부분 나이 든 이들은
참으로 열심히 운동을 합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혼자 거동하기를 원해서 죽어라 운동을 합니다.
한국에 사는 제 지인 중에서도 뇌경색을 앓은 적이 있는 몇몇 분이 있는데 모두들 재활에 열심히 노력하여
완쾌는 아니더라도 화장실만큼은 혼자 다니십니다.
독일은 복지가 잘 되어서 모두 공짜라고요? 아닌데요?
제 친구는 40년 넘게, 평생을 독일에서 일했습니다. 당연히 연금 타죠.
그러나 그 연금으로 요양병원을 감당하긴 어렵습니다.
한 달에 5,400유로 내야 하는데 (한국 돈으로 약 8백만 원) 평생 의료보험도 들었고, 개인적으로 보험도 들었어도
합해서 60%는 직접 낼 수 있고(건강보험에서 내주는 것 포함) 나머지 40%는 아들딸이 내야합니다.
독일이나 한국이나 부양의 의무는 있죠.
자식은 18살까지 부모가 책임지고, 돈 없는 가난한 부모는 당연히 자식들이 책임을 져야죠.
만약에 부모도 자식들도 모두 가난하면 그땐 소셜 혜택을(Social security) 받게 됩니다.
아무튼, 저는 한 달에 8백만 원을 내야하는, 스위스는 더 비싸서 보통 일반양로원도 약 9백만 원(6,000스위스프랑)
내야 하는 거기서 아프긴 싫습니다. 이 돈이면 한국에서는 풍족히 쓰지 않나요? 간병인 써가면서?
아플까봐, 병원신세나 양로원 신세를 져야 할까봐 무서워서 한국으로 도망 와 뻐렸습니다. 하하하......
사람에게는 5가지 나이가 있다 합니다.
시간과 함께 먹는 달력의 나이, 주민등록증을 까면 알 수 있죠.
두 번짼 건강수준을 재는 생물학적 나이, 즉 세포 나이를 말합니다. 저는 요 나이를 간간히 써먹습니다.
셋째, 지위나 서열의 사회적 나이도 있고, 넷째, 대화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정신적 나이도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지력을 재는 지성의 나이도 있다고도 하네요?
뭐 유령을 봐도 안 무 서운 나이가 있다느니, 한국말도 통역이 필요한 나이가 있다느니 합니다만,
글쎄요, 여러분의 나이는 어떻습니까?
첫댓글
저도 뇌경색이 왔고 40분만에 응급실 들어가서 3주 입원하고 퇴원후 한달만에 귀국하고 한국에서 치료를
마쳤습니다
3주에 병원비 만팔천불 지불하고 안되겠다 생각하여
귀국을 서둘렀습니다.
다행히 빨리 응급실 가는바람에 큰 휴유증없이
치료되었고 종합병원 신경과 치료 2년정도 했습니다
한국은 치료비 많이 안 들었습니다
이민자들이 귀국하는 이유도 아프면 의료비 부담을
하나의 이유로 꼽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도 휴유증이 있습니다만 남이 알아보지 못하는
혼자 느끼는 휴유증 입니다
한국은 정말 의료보호가 잘 되어있는 나라입니다.
그러셨군요. 그래도 다행히 골든 타임을 놓치진 않으시고 치료받으셨구요.
천만다행입니다. 이젠 꾸준히 운동과 식이요법, 약을 잘 챙겨드시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믿어요.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사시면서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감명깊게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다음편 을 또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공감대 형성에 참으로 중요한 것이 진정성 아닌가 싶어요. 이해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다는 건
연륜과 환경이 뒷받침하는 것일 테고요. 역이민 카페가 아니라면 이런 공감대가 형성 되기나 하겠어요?
아무튼, 감사드려요!
이제 세상이 모두 변했으니 더 늙고 병들어 요양시설에 의탁하기 전에 자기주도적 장례도 미리 구체적으로 준비해두면 좋겠습니다.
구시대적 장례관습에 맏겨두면 후세에게는 짐이 되고 결국 누구도 돌아보지 않을 흙더미/비석으로 버려질 것이라...
내가 건강할때 천년만년 기념해 줄 나무 한그루 심고 미리 명패도 달아 자식들과 함께 사랑을 담아두려 합니다만 그 조차도 여의치 않은 현실...
스스로 미리 미리 존엄사/안락사/자연장/사회환원/기념표식/회고록...
준비할 나이가 되었는데 아직도...
몇만불 세미터리를 사두었다고 떠들고 있는 한인들에겐 어느 자손이 몇번이나 찾아올지 생각해 보았느냐, 도네이션은 또 얼마냐고 묻기도 합니다
어느나라에서건 경제적인 문제외에도 미리 생각을 하고 스스로 최후를 대비해두어야할 세상에 살고있는 우리세대.. 불운인지 행운인지는 각자 생각하기 나름...
잘 사는 것도, 잘 죽는 것도 모두 중요하죠. 더구나 죽고 난 다음과 남아있는 사람들까지 세세히 챙기는 것
역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네요.
잘 하셨습니다
일단 한국에 나오니 정신적인 스트레스 에서 해방되니 좋고요
건강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 하는
생각으로 귀찮긴 하지만
열심을 다합니다
한국생활 즐기시고 건강하세요
한국이라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비율로는 51 대 49??? 조금이라도 나은 편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단은 죽더라도 고국에서 죽고 싶단 생각이죠.
죽기 전까지는 재미있게 살려고요......하하하
비단 의료비용 뿐 만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나이들면 한국에서 사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미국의 연로하신 분들이 젊을 때 오셔서 수십년동안 도무지 되지않는 미국생활 적응만 하시다가 생을 미국에서 마감하시는것을 보면, 비애를 느낍니다. 인생 후반을 의료, 생활, 문화, 언어, 관습이 편한 나고 자란 한국땅에서 재미있게 사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저보다 나이 더 든 분들이 마지막으로 스위스나 독일에서 돌아가신 걸 보며 마음이 아팠더랬어요.
의료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해도 그냥 마지막은 내가 태어나 자란 곳에서 살다 가려구요.
이민갈때와는 다른세상으로 발전된 한국의 현실이 재미있는 천국인듯 변해가네요.ㅡ물론 절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때 이겠지요.
돈이 있어도 불편한 외국생활은 재미없는 지옥으로 변해가고요.
최소한 의료만큼은 그런듯합니다.
저의 주관적인 판단이랍니다.
네, 많이도 변했어요. 나쁜 면보다는 그래도 좋은 면으로 많이 변한 거 같아요.
왜 모두들 K- 문화, 경제, 사회 등을 외치는지 쫌 알 거 같더라고요.
돈이 부족하면 어디서든 힘든데, 미국에서 힘든 것보다 한국에서 힘든 것이 낫고,
돈이 풍족하면 어디서든 여유있게 지낼 수 있는데, 미국에서 여유보다 한국에서 여유가 낫다는 지극히 개인적 생각입니다.
그쵸?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디서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고......
어머니께서 무릎 수술 후, nursing home에서 요양을 하시고 계십니다.
여기 시설도 좋고, 힘이 좋은 히스페닉 아주머니들이 환자들을 정말 잘 돕고 있더군요.
모두들 웃는 얼굴로 대해주고, 친절합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니께서는 이번 주 수요일에 퇴원하시겠다고 하시네요.
마음이 불편하신 것 같았어요.
집에서 생활하시며, 집으로 오는 PT와 간호사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세요.
그런 것 보면, 우리 집이 좋고, 우리 고향이 좋은 거죠.
저도 나중에 long term care가 필요할 때를 위해서, 한국행을 마음에 두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네, 시설로 보면 미국이나 독일, 스위스 등 나무랄 것이 없는 거 같아요.
모두들 훈련된 친절함도 빼놓을 수 없고요. 보험에 가입했으면 혜택도 당연하고요.
그런데도 저는 서양 병원이나 양로원, 노인병원 등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누군 그러고 싶겠어요? 그러나 누군 남고, 누군 그곳을 떠나왔다는 차이가 있는 거겠죠.
어머님의 빠른 쾌유를 바라고, 함께 멋진 여행도 하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어머나! 버지니아에 사는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너무 반갑습니다. 저 역시 왕팬이였는데... ^^
그래서 지금 한국에 계시는군요. 제가 사는 북버지니아에는 괜찮은 널싱 홈은 한달에 $12,000 - 15,000. 물론 싼곳도 있지만요. 저도 가끔 생각해 보는 주제를 다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반가워요! 버지니아에 제 막내고모와 사촌 언니, 그리고 가족이 살아서 그곳도 늘 마음적으론 가까이 느끼는 곳이지요. 미국이나 스위스나 빈부의 차이가 엄청나죠.
스위스 양로원 최저가가 6,000프랑이니 그 위로는 상상에 맡겨야죠. 사는 것이 비쌌으니 죽는 것도 비싸겠죠?
죽기 전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아프지 말고 (한 이삼 일?),
꼴딱^ 하고 떠날 수 있기 바라죠….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