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계신 번역맘 중에서는 전업번역가 안 계신가요?
저는 본의 아니게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전업번역가입니다.
근자에 여자의 번역작업을 "주부의 부업"으로 묘사하시는 글을 몇 번 보게 되는데,
여기에는 가정의 경제는 "남성"이 책임지고 "여성"은 보조 역할에 그친다는 통념이 자리잡고 있는 듯합니다.
뭐, 번역을 "부업"으로 할 수도 있고 "자기계발", "소일거리", "취미생활", "사회봉사" 따위의 명분으로도 할 수 있겠지요.
명분이야 어떻든 번역은 그냥 저냥 할 만한 "부업"이 결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말도 유창하지 않은 판에
몇 일만 손 놓고 있어도 낯설어지는 게 외국어지요.
할수록 어려운 게 번역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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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합니다.
집안 살림은 남편이 전담합니다(저보다 깔끔합니다..^^;;)
몇 년 전에 이 게시판에 연수입이 6,000만원이라고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소춘 님께서 더 열심해 해서 1억도 버는 번역사가 되라고 덕담을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드디어 1억이 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억대 연봉을 번 것이죠.
그런데 제 삶의 질은 나아졌을까요?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도진개진입니다.
씀씀이는 벌이에 비례해서 도리 없이 늘어나고
저축액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투팍 님 말씀마따나 이렇게 벌어봐야 서민 생활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렇지만,
제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
남편이 월급 따박따박 갖다주고 집에서 조신하게 살림해 주시는 아짐들입니다.
이런 부러움 때문에, 제가 얼마를 벌었느냐는 행복지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냥 제가 지나온 삶이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적어도 번역에 한해서는)
제가 어쩌지 않아도 번역일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몇 년을 이렇게 지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이 지긋지긋한 도시 생활을 끝내거나,
아이들을 품 안에서 내쫓을 때까지는 계속해야겠지요.
세상에는 남자, 여자만 사는 게 아니라, 남자 가장, 여자 가장, 싱글맘, 싱글 대디, 독신남, 독신녀, 노처녀, 노총각, 사별남, 사별녀....무수히 많은 유형의 카테고리로 나뉘는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삽니다.
그러니까 "주부의 부업"이라는 다분히 "할 일 없는데 심심해서 해 보는 유한마담적 취미"류의 말씀은 자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저는 연수입이 1억이 안 되는 4인 가족의 가장이지만 아내가 일해서 월급 따박따박 갖다 주면 그 돈 가지고 생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직장 생활하다 우연히 번역을 알게 되었고 직장을 그만 둔 뒤에 선택의 여지가 없이 번역에 올인했습니다.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여성 번역가와 싱글 번역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기술/비즈니스 번역이 한 가정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40대 이상의 남자 번역가에게는 녹록치 않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도 번역이 죽고 못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요.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면 안 되겠지만 차이점은 있지요. 여자분들이 많이 진출하는 업종, 싱글들이 많이 있고, 혼자 벌어서는 번듯한 가정을 이끌기가 힘든 직업 중 하나가 번역입니다. 돈 받고 기술/비즈니스 번역할 때 유한마담적 취미로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혼신의 힘을 다해야지요. 단지 그 모든 힘을 처리 단어수에 맞추게 되는 우리의 번역 현실이 안타깝다는 마음은 있습니다. 언젠가 소춘님이 하신 말처럼 번역해가지고 억대 연봉을 버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되는데 그게 참 거시기하다는 말씀입니다.
하준 님이 "가장"으로 겪고 있는 불안, 초조, 쓰라림, 힘겨움....저도 다 겪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이니까요. 요는 여자, 싱글, 남성..이런 구분은 이제 안 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어느 직업은 혼자 벌어서 번듯한 가정 꾸리기 쉬울까요? 주변 사람들 평가에 의하면 "저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우아하게 돈 버는 직업도 없답"니다...ㅎㅎㅎ
그런데요 현재 40대 중반 이상 50대 남자들에게 녹록한 직업환경이 그리 많지도 않잖아요.. 엊그제 아는 이들이 모였는데.. 어떤 분의 남편 대기업(삼, 현, 엘은 아니지만 큰 회사임) 입사 동기 10명 중에 남편 하나 남았고 나머지 아홉 중에도 일하는 이는 두 명 나머지 7명은 아무 것도 안(못)하고 있답니다. 그들의 나이는 모두 50 전후입니다. 아마 그들 중에 번역이나 해볼까 하고 이 바닥으로 흘러 들어올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입장을 바꿔 놓고 내가 여자라면, 싱글이라면 기분이 어떨까를 생각해보니 별로 듣기 좋은 얘기는 아니군요. 미스터(혹은 미스) 마켓을 누가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누가 말했듯이 고독하게 자신의 길을 가야겠지요. ^^
달을 가리켰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시는군요. 그 동안 즐거웠습니다.
음음..
나 원 참, 정말 피터팬 같으시네요......
100배 공감합니다
100배 감사합니다
주기적으로 한번씩 나오는 화제인 것 같아요 번역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 '부업'이란 단어를 저도 최근 몇 번 보면서 몇 초간 '응..?' 하고 갸우뚱하다가 말았습니다. 뭐 그러면 그렇고 아니면 말고 지금은 내 발등의 불 때문에 바쁘다 했지요. 그러면서 분명 누군가 짚고 넘어갈텐데.. 슬며시 떠오르는 분이 몇몇 있었는데 한결다움 님은 두 번째였어요 ㅎㅎㅎㅎ 첫 번째 선수라고 생각했던 분은 누군지 안 갈챠드려용 ^^; 그나저나 대단하십니다. 단가가 높다고 해도 그 정도면 물량이 만만찮을텐데 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것은 전에 들어 기억하지만.. 작업량이나 그 고달픔(?)이랄까.. 짐작이 됩니다.
저를 두 번째씩이나 떠올려주시다니, 그저 영광입니다. 네...그 고달픔 때문에 글 하나도 제대로 못 올리고 맨날 눈팅질에 유령질입니다..ㅠㅠ;
요즘에는 아내가 돈 벌고 남편이 전업주부로 살림하는 예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 남녀 차별로까지 확대 해석하지는 맙시다. 단지 이 일을 20년이나 했어도 생계가 막막해지니 답답할 뿐입니다. 저도 한 때는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 놈의 술 때문에 모든 걸 망쳤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인생을 질탕하고 재미있게 살았다고 할까요. 어쨌거나 우리 카페에서 한결다움 님의 작업일지 소식을 접하면서 저는 완전히 꼬리를 내렸습니다. 더욱이 한결다움 님 외에도 단지 작업속도만으로도 저보다 월등한 분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제는 아예 좌절 모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경쟁 목표가 생겼으니까요.
하지만 하루 12시간 작업하신다니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그런 상태로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지속할 수 없게 될 경우의 좌절은 또 어떻게 이겨낼까, 등등의 생각으로 별다른 사심 없이 동지애 같은 심정으로 많이 걱정이 됩니다. 저도 하루 평균 12시간 작업하면 연봉 1억을 돌파할 수 있겠죠. 지금은 하루 평균 5시간도 작업하지 못하지만 설령 가능하게 된다 해도 단지 생계를 위해 모든 사생활을 포기하고 자판에만 매달리기는 싫습니다.
일감이 없어 마음 고생을 많이 한 이번의 좌절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재기하고자 합니다. 이제는 국내보다 조건이 좋은 해외 거래처 찾기에도 적극 나서면서 하루 6시간 정도 집중해서 작업하여 연봉 6,000만 원 이상을 유지하여 가계도 무난히 유지하고, 술도 예전처럼 넋 놓고 마시지는 않되 즐길 만큼은 가끔 마시고, 적당히 놀고, 적당히 운동하고, 적당히 공부하면서 인생을 즐기는 여유로운 중년의 삶을 추구하렵니다.
그래서 집에는 늘 "보약"이 끊이지 않는답니다. "홍삼"은 제가 돈 주고 사구요, 칡즙이랑 포도즙, 호박즙, 배즙 따위는 엄마가 시골에서 무시로 공수해 주신답니다. 뭐, 그런다고 철의 여인이 될 리는 없지만, 피곤은 덜 한 것 같네요...ㅎㅎ
공감합니다. 그리고 한결다움님 존경합니다. 저도 부업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절대로 없습니다. 대기업 댕기는 남편 수입과 비슷하게 벌지만 남들은 집에서 애 키우며 고상하게 생활비 정도 버는 걸로 생각하죠.. 뭐 이젠 핏대세우고 아니거든! 하기도 귀찮고요.. 그냥 내 할 일 할 뿐이죠. 남편이 IT 업계 댕기는데 50살까지 버틸지나 모르겠습니다. 그럼 제가 6-70까지 일해서 먹여살려야 할 것 같은데.. 아 벌써 체력 딸리고 지겨우니.. ㅠㅠ 그나저나 12시간을 우찌 작업하십니까? 대단하시네요.
지나 님도 곧 그리 되실 걸요? ㅎㅎ;; 사실 마음 먹기가 힘들지 마음 먹고 나면 목표치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 문제 같아요. 즐겁게 하자구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과찬이십니다....번역가는 어쩌면 언어를 통해 시대를 반 보 앞서 가는 직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서, 세상에 대해 다소 열린 태도를 지향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오늘 들었습니다...무례했다면 널리 혜량해 주십시오.
제가 "주부 부업"이라는 말을 듣고 느꼈던 불편함을 잘 해명해 주셨네요.
제이 님도 살아계셨군요, 여전히 바쁘시죠? ^^;;
네^^ 한결다움님 글 보고 저도 결산을 해봤는데 실적이 별로인데요. ㅎㅎ 저도 시골엄마표 음식 먹고 힘내고 있답니다.^^
제이님 반가워요 ^^
저도 '부업'이란 단어에 잠시 욱! 했었습니다...저에게도 번역이라는 일은 우리 가족의 생계이자 평생직업이고 9년의 대학공부와 4년의 업무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결정체이니까요. 물론 재택이라는 이점으로 집안살림과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긴 하지만 하루 10시간씩 매달리는 부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생명사랑님 잘 지내시죠? 언제 한 번 애 데리고 번개한 번 할까요?
좋죠!! 나들이 가기 좋은 계절에 한번 뵈요.
저도 끼워 주세요. 생명사랑님 보고 싶네요.
좋아요~ 저도 트윈맘님 뵙고 싶어요.
제대로 번역일 해본적 없고 지금은 아이 한 명 키우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르는 생활 중 잠시 아이 낮잠 자는 틈 타 들어와 '부업'이란 단어를 본 저도 좀 속상했는데 실제로 일 하시는 많은 분들은 어떠실까 싶었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저도 본격적으로 번역에 몰두한 지는 얼마 안 돼요. 아이들이 고학년이나 돼야 겨우 시간이 나는 것 같아요. 아기 키우는 일이 힘들지만 내가 아니면 또 누가 키우겠어요? 아이와 하는 시간도 마음껏 즐기셔요~~^^;;
한결다움 님과 다른 분들의 말씀대로 보약 지어 먹는 것은 대단히 권장할 만합니다. 적어도 한여름 되기 전(4-5월쯤)에 한 번과 한겨울 되기 전(9-10월쯤)에 한 번 정도 보약을 지어 먹으니 한결 낫더라구요. 덕분에 체력을 과신하고 술만 작신 퍼마시다가 금년 여름에 큰코 다쳤지만요. 암튼 우리 직업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워낙 체력 싸움이기 때문에 보약을 장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유리합니다.
다들 저에겐 부러운 대상일 뿐이네요. 저는 남편과 제가 부랴부랴 벌어도 님들 수입 절반의 절반도 힘든데. 전문번역가가 되기 위해 발돋움하는 상태인지라 그저 부러울 따름이네요. 번역이 결코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하면 할수록 더더욱 많은 지식을 요하는 일인데, 주변 사람들, 특히 같이 사는 사람들(시부모, 아이들 등등)이 그걸 부업정도로 생각하고 가정주부로서의 의무사항을 따박따박 요구할 땐 사무실 하나 없이 작업해야하는 상황에서 속히 탈출하고 싶을 때가 많답니다. 한결다움님 대단하시구요, 저에게도 프로번역인의 노하우좀 들려주세요~^^
에혀..그 맘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컴 앞에 앉아 있으면 걍 노는 줄 알고,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엄마~~", "여보~~" 똥개 부르듯이...흑....;; 저는 그래서 낮에 자고 밤에 일합니다. 자는데 지들이 어쩔 거여요..ㅋㅋ; 다른 거 생각하지 마시고, 남탓도 하지 마시고, 함진이 님이 가시고자 하는 길만 보셔요. 그러면 다른 건 저절로 해결되는 것 같아요..^^;;
아~ 그맘 잘 알죠. 자기가 일할 때면 물까지 떠다줘야 하고, 내가 일하면 발등에 불이 떨어져도 하루 세끼 해먹이는게 응당한 걸로 아는....에고~ 저도 억대 연봉이 되면 상황이 바뀔까요? ㅋㅋ
예전 사회적 문화에 빗댄 표현이라고 해도...단순히 수입의 많고 적음으로 남의 일을 비하하는 표현은 좋지 않은 표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쓰지 말기로 해요 ^^~~~
약간 신경 거슬렸던 단어를 바쁜 와중에도 짚고 넘어가 주시는 분이 계시네요. 어린 아기 어린이집에 맡기고 집에서 일하는 엄마의 심정을 알까요 흑흑 집에서 일하는 건 보육료 지원도 안해준다는군요..암튼 한결다움님..짚고 넘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도 댓글도 모두 멋지네요. 저도 그 단어에서 잠깐 ...? 했는데. 저는 주부는 아니고 그냥 싱글입니다만 평생 제 일로 가지고 갈 생각입니다. 12시간 작업하신다니 존경합니다. 저는 요새 팔이 아파서 대강 넘기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 팔 통증 없애기 뭐 이런 글에서 어떤 분이 요가를 추천하셔서 시도해 보려고 애는 씁니다만 시간 나면 그냥 자기만 하고...다시 채찍질 해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주부"를 본업이라고 한다면 그만큼 댓가를 달란 말입이닷!!! 가사일도 월급을 준다면 번역을 "부업"이라고 하는데 대해 토 달지 않겠습니다. ^^
사실 [주부의 부업] 글 읽고 뭔가 발끈하긴 했지만 지금 내 상황이 그 듣기싫은 주부의 부업 수준도 못되는지라 자괴감만 커졌더랬습니다.
저도 전업이긴 하지만,,, 부업 수준이네요. 벌이도 그렇고, 생활 수준도 그렇고... 하지만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지금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