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들 결혼하는 날
하늘이 내린 부모와 자녀의 사이는 천륜이고, 사람에 의해 맺어지는 결혼은 인륜이다. 위로 누나가 3명으로 늦게 얻은 귀한 아들이 장가가는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다. 요즈음은 주례 없는 결혼식을 많이 한다. 진행도 전문 사회자가 예식 시작 전부터 분위기를 띄우며 식장을 뜨겁게 달군다.
신랑, 신부 보다 먼저 아내와 손잡고 양가 부모가 입장한다. “47년 전 4월 27일 아버지, 어머니가 걸었던 길을 아들이 따라 간다.”는 의미다. 처음 본 풍경이고, 70세가 넘어 새로운 경험을 했다.
신랑 입장부터 결혼식을 뒤집어 놓았다. 엄정화의 Festival 노래가 나오고 음악에 맞춰 신랑이 춤을 추고, 하객은 큰 소리로 화답했다. 멋진 결혼식의 시작이다.
“Festival
이제는 웃는 거야 Smile again
행복한 순간이야 Happy days
움츠린 어깨를 펴고 이 세상 속에
힘든 일 모두 지워버려
슬픔은 잊는 거야 Never cry
뜨거운 태양 아래 Sunny days
언제나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라면 돼”
혼인 서약은 신랑, 신부가 하고 성혼선언문은 신부 아버지가 낭독한 후 축사도 했다. 사회자가 신랑 아버지께는 덕담을 하라고 해서 인사를 겸해서 한 마디 했다.
“예쁘게 잘 살아라.” 7글자 너무 짧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소욕지족의 신념으로 살자.”라고 했다. 다른 사람 따라 가지 말고, 자긍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라. 작은 것에서 만족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래 걸려 한 번에 큰 목표를 이루는 것 보다 작은 목표 여러 개를 달성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
사랑하는 든든한 아들, 예쁜 며느리에게 독일의 시인 칼부세의 ‘행복’이라는 시를 보낸다.
“행복
산넘어 언덕 넘어 아득히 먼곳에
행복이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아! 나는 그를 찾아 남따라 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돌아 왔다네.”
축가는 신랑, 신부가 마이크를 잡고 영화 연풍연가의 주제곡 ‘우리 사랑 이대로’를 함께 불렀다. 400여 명의 하객 앞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좋은 내용의 노래다.
“우리 사랑 이대로
날 사랑할 수 있나요
그대에게 부족한 나인데
내겐 사랑밖엔 드릴 게 없는걸요
이런 날 사랑하나요
이젠 그런말 않기로 해
지금 맘이면 나는 충분해
우린 세상 그 무엇보다 더 커다란
사랑하는 맘 있으니.”
마지막에는 부모님께 드리는 영상 편지를 왁스의 황혼의 문턱을 배경음악으로 띄워 마음이 울컥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 아빠께
드리는 편지
준태 그리고 가영
사랑하는 우리의 부모님
시간이 어느덧 흘러서 철없던
응석받이가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만나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온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값진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꽃 같던 시절에 사랑과
희생으로
나를 피워내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부모가 되었던 당신의 젊은 날
가슴을 짓누르는 고민들에
잠 못 들었던 순간에도
어깨가 한없이 무거웠던 순간에도
변함없는 사랑을 주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평생을 다해도 갚지 못할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언제나 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워 전하지 못한 말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던 진심을 담아
오늘 이 자리에서 전합니다.
나를 위해 달려온 당신의 세월이
부끄럽지 않게 부모님을 본받아
좋은 배우자 좋은 부모가 되겠습니다.
아들 준태, 딸 가영
아낌없는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 시간 당신 보다 우리를
더 사랑해 주신 부모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평생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인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엄마, 아빠
어머니, 아버지
2023년 10월 21일
아들 준태, 딸 가영 올림
주례 없는 결혼식이지만 난잡하지 않고 때로는 엄숙하게, 때로는 축제의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허례허식과 절차를 생략하는 스몰웨딩을 지향하는데, 400여 명의 하객이 참석하여 축하를 해주었다. 사랑한다는 말 자주 못하고 근심과 걱정으로 지켜봐 온 아들이 자랑스럽다.
신혼집은 우리 집 마당에서 보이고, 길 하나 건너다. 외출 후 집에 올 때면 건너편 아들, 며느리가 사는 동을 나도 모르게 쳐다본다. 천륜의 정은 끊을 수 없다. 결혼 과정은 다소 급하지만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며느리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취미로 인디밴드 가을정원의 보컬로 기타, 바이올린, 베이스 멤버와 함께 활동하며 해맑게 웃는 착하고 예쁜 아가씨이다.
혼주가 메이크업을 받는 새로운 경험도 했다. 피로연장에서 지인들이 건네는 소주 몇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오후에는 사돈이 보내온 문어, 전복, 과일과 부산에서 가져온 회로 소맥을 취하도록 마셨다. ’오늘은 술이 너무 달다.‘ 노래도 한 곡 했다. 다음 날 신혼 여행 갈 아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부둥켜 앉고 실컷 울었다. 사랑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게 먼저다. 앞으로 더 많이 정을 주고 사랑해야 한다.
나의 든든한 아들 준태, 예쁜 며느리
가영이
행복하게 잘 살아라.
사랑한다.
(2023년 10월 21일)
첫댓글 글을 읽으니 장면장면이 머리속에 떠오르네요~ 너무 즐건 축제의 시간이였습니다~ 나중에도 글을 보며 추억할수도 있고 좋습slek~~^^*
지금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있어
몇 자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