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도 가자! = 하모회 먹으러 가자! 생선회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이 부산 사람들이다. 그만큼 회를 좋아하고 또 회를 잘 안다는 의미일 게다. 그런데 이들조차도 잘 모르는 회가 있다면 믿어질까. 그것도 아주 맛있고 영양가 높은 회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회가 하모회인데, 실제로 물어보면 셋 중 둘은 모른다고 한다. 외려 어떤 고기인가 되묻기 일쑤다. 아직은 생소하고 낯설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모를 아는 사람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그들에게 어떤 고기인가 물으면 어김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최고라는 의미냐고 되물으면 '하모! 하모!'라 답한다. 여기서 '하모 하모'는 '물론', '그렇지'로 통하는 부산 경남지역의 사투리를 말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장마가 그치고 해수욕장이 본격적으로 개장되기를 학수고대한다고 한다. 태양이 이글거리고, 백사장 모래가 더욱 뜨거운 열기를 뿜어낼 때 더욱 맛있는 회가 하모라고 한다. 최근 들어 하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은어 '송도(해수욕장) 가자'라는 말은 '하모회 먹으러 가자'란 말의 다름이 아니라고 한다. 여름철 보양식 '최고' 7~8월 육질 더 쫄깃 하모는 붕장어(아나고)와 비슷하게 생긴 바다 장어류다. 남해안 일대 갯벌에 주로 서식하며 몸길이 2m까지 자란다. 6월 하순부터 9월 초까지 전남 여수와 경남 고성지방을 중심으로 잡힌다. 하모의 정식 명칭은 갯장어다. 하지만 부산을 비롯한 남해안 지역 사람들은 낯설어 한다. 일본 학명인 하모를 더 친숙하게 부른다. 하모라는 이름은 이빨이 날카롭고, 한 번 물었다 하면 잘 놓지 않는 습성 때문에 '물다'라는 일본말 '하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하모는 장어류 특유의 스테미너 식품인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 힘이 얼마나 센지 한번 요동치기 시작하면 잡고 있는 사람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휘청거린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날 허기졌을 때 보양식으로 그만이라고 한다. 하지만 하모는 단순히 스테미너식이라 해서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장어류와 달리 횟감으로도 맛이 뛰어나다. 특히 일반 생선류들이 알을 품어 육질이 퍼석해진 7~8월에 육질이 더 쫄깃하다고 한다. 게다가 100% 자연산인 점도 하모를 더 찾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모가 여름철 횟감 으뜸에 꼽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이런 하모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들어서였다. 그전에는 어획량 대부분이 일본으로 수출됐다.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일 뿐 아니라 피부미용에도 좋은 식품으로 인정받아 일본인들의 사랑을 폭넓게 받았다. 교토가 일본 최고의 미인들의 고장이 된 것도 하모 덕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후 하모의 명성이 점차 국내로 알려졌다. 덩달아 국내 수요도 늘기 시작했다. 먼저 생산지인 여수와 고성지방을 중심으로 붐이 일었다. 부산은 그보다 조금 더 늦은 2000년대 초반 들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하모는 이제 국내 수요도 맞추기가 힘들 정도가 됐다고 한다. ![]() 비빔회·샤브샤브 등 요리… 씹히는 맛 일품 민물장어와 먹장어는 혈액에 약간의 독성이 있어 구이밖에는 먹을 수 없다. 그러나 하모는 회와 데침회 두 가지 요리로 다 해먹을 수 있다. 물론 일반 가정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빨이 날카롭고 잔가시가 많아 전문 요리사가 아니면 쉽게 조리하기 어려운 어종이다. 하모는 그래서 전문 횟집을 찾아 맛을 보는 것이 좋다. 회는 일반 생선처럼 고추냉이 간장이나 양념 된장, 혹은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무방하다. 물론 야채에 쌈을 싸먹어도 괜찮다. 하지만 전통 방식을 따른다면 더욱 맛있는 별미로 느껴질 것이다. 우선 양파에 얹혀 먹는 방식이다. 횟집마다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초고추장 소스가 나오는데 그 소스에 회를 찍어 양파와 함께 먹는다. 아삭아삭하면서 고소하게 씹히는 맛이 기가 차다. 또 다른 방식은 양파 대신 채를 쓴 각종 야채와 함께 버무려 먹는 것이다. 일종의 야채 비빔회라고 볼 수 있다. 야채와 어우러진 새콤달콤한 맛이 그만이다. 데침회는 흔히 말하는 '샤브샤브'라 생각하면 된다. 하모 머리와 뼈 등을 고아 만든 육수에 각종 야채와 한약재를 넣고 팔팔 끓인 뒤 촘촘히 칼집을 낸 하모를 살짝 데쳐 먹는 방식이다. 이 때 고기 색깔이 하얗게 변하면서 오그라드는데 그 모습이 아름다운 눈꽃을 닮았다. 호사꾼들은 이를 하모꽃이라 부르며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는다. 담백하면서도 혀를 감치는 부드러움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맛이다. 전식으로 나오는 뼈 튀김이나 후식으로 나오는 어죽은 하모만의 특별 보너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