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인력, 직원 20%인 100여 명
지경부 '월드클래스 300'에 뽑혀
"몇몇 제품 집중, 글로벌기업 모색"
올 런던에 지점, 해외진출 가속화
"출혈경쟁보다 품질 인정받을 것"
"2등이 점점 없어지는 1등 독식의 세상이 되고 있다. 우리 같은 중견기업도 가장 잘할 수 있는 몇몇 제품에 힘을 집중해야 글로벌 기업으로 커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노력 중이다"
전동공구 전문기업 계양전기 장병호(59) 대표의 말이다.
계양전기는 전동공구 국내 1위(점유율 35.4%)업체다. 세계 전동공구업계의 절대강자인 독일 보쉬그룹도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계양전기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비결은 '철저히 한국인의 체형을 감안한 '제품. 예를 들어 계양의 공구는 손잡이가 보쉬 제품보다 10~15%작다. 서구인보다 한국인들 손이 작아서다.
장 대표는 이렇게 한국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가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데 있다"고 설명했다. 계양전기는 매년 매출의 6%가량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500여 명의 전 직원 중 20% 가량인 100여 명이 R&D인력이다. R&D와 생산직 인력이 비슷할 정도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계양전기는 올해 지식경제부가 뽑은 '월드클래스 300기업'에 포함됐다. 정부가 2020년까지 세계적 기업 30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아래 잠재력있는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계양전기는 1977년 황해도 해주 출신의 고(故)당사천 회장이 세웠다. 미싱 조립업을 통해 자금을 모은 뒤 '건설업이 커지는 만큼 전동공구 수요도 늘 것'이란 생각에 계양전기를 세웟다고 한다. 당시 제조업을 강조하던 사회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졌다.
건설 붐을 타고 회사는 꾸준히 성장했다. 창업주의 아들인 단재완(65) 해성그룹 회장을 거쳐 전문경영인들이 경영을 맡아 오면서 '자기 돈으로만 사업을 한다'는 경영철학을 지켰다. 그 덕에 대기업들까지 무너지고 휘청거린 1990년 말 외환위기와 2000년 대 후반 금융위기를 큰 탈없이 넘겼다. 현재 이 회사의 부채 비율은 21%다.
계양전기는 최근 해외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초엔 영국 런던에 유럽 지점을 열었고 현지 유통망도 확보됐다. 폴란드와 프랑스로도 영업망과 지점을 넓혀 가기로 했다. 현재 300억원 대인 해외 매출을 2015년에는 14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다. 대우자동차 폴란드 법인인 대우-FSO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장병호 대표를 2010년 영입한 것도 해외 비중을 높이려는 목적이었다.
계양전기는 해외 진출을 노리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먼저 떠올리는 중국 못지않게 유럽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 대표는 "중국 전동공구 시장은 아직까지 무조건 가격으로 경쟁해야 하는 곳"이라며 "출혈경쟁을 하기보다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는 유럽에서 자리 잡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계양전기는 '자동차용 직류(DC) 모터'를 '선택과 집중에 따른 미래 먹거리의 하나로 삼았다. 자동차용 DC모터는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핵심부품이다. 전동공구 분야에서 차근차근 쌓아 올린 모터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이 분야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하이브리드차량과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면 그만큼 자동차와 관련한 각종 모터에 대한 수요도 커지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자동차 엔진이나 파워트레인에 들어가는 모터까지 공격적으로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