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우리 민족이 다 같이 즐기는 대 명절이다. 그런데 명절이 가까워올수록 가슴설 레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숯덩이처럼 가슴이 타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추석명절은 연휴가 5일이나 된다. 이를 두고 '황금연휴'라고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연휴기간에 국내나 해외여행을 떠나니 가슴 설레는 황금연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이나 월급만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직장인들은 황금(黃金) 연휴가 아니라 마음에 주름 지는 연휴가 된다. 명절이 되면 돈 쓸 일이 한두 곳이 아니다. 가족들 먹거리를 비롯해 조상님 제수비, 직장 상사나 절친 선배에게 선물, 본가, 처가 부모님 용돈, 자식들 용돈까지 챙겨야 한다. 경제사정과는 상관없이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명절 인사치레들이다.
선물은 카드로 결제한다지만 친가, 처가 부모님 자식들 용돈은 현찰로 준비해야 한다. 그러자니 생활리듬이 깨지는 목돈이 들어간다. 자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부부간에도 말 한마디 삐끗하면 가정불화로 이어 질 수도 있다. 예로부터 '어려운 집안일수록 싸움도 잤다'는 말이 있다. 명절 끝에 이혼율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걸 보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명절이 아닌성싶기도 하다.
추석명절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19로 인해 가뜩이나 주름진 경제에 시장경기는 어떤지 남문시장, 지동시장, 못골시장을 돌아봤다. 팔달문 버스 승강장에서 내려보니 도로변에는 70대 할머니들이 난전을 펼쳐 어차가 다니는 입구마저 아예 가로막고 전을 펼쳤다.
자식들의 도움받지 않고 자력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노점상(路店商) 노인들이다. 농사지어 갖고 나온 풋고추, 도라지, 쪽파, 대파, 애호박, 오이, 깻잎, 고사리, 햇콩 등 명절 밥상에 오를 반찬거리들이다. 한 노인(75)에게 채소판 돈은 어디에 쓰느냐고 물었더니 생활비에 보태 쓰고 명절에 손자 손녀들이 오면 용돈도 준다고 한다.
어차 도로 좌우로는 연쇄 상가들이다. 우측에는 옷가게를 비롯해 밤, 대추, 생선포 등 제수용품을 파는 상가들이 있고 좌측에는 잡화가게를 지나 과일전과 떡집 등이 있다. 코로나가 두렵긴 하지만 추석명절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는 듯 마스크를 쓰고 대목장을 보러 온 장꾼들로 과일 가게와 떡집은 성시를 이룬다.
과일전에는 사과, 배, 수박, 감 , 포도, 자두, 복숭아 등 과일을 좌판에 펼쳐놓고 장꾼들을 유혹한다. 제사상에 놓는 과일류로는 수박, 사과, 배, 포도 등은 오르지만 복숭아는 제사상에 오르지 못한다. 복숭아나무 가지로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떡집에는 콩을넣은 시루떡, 송편 ,절편, 가래떡 등 각종 떡들이 좌판에 진열되어 장꾼들의 눈요기를 시킨다. 추석명절에는 검정 해콩과 참꽤나 흑임자(검정 꽤)를넣고 빚은 송편을 해 먹는다. 송편은 다양한 모양과 울긋불긋 화사한색갈로 만들어 입안에서 군침이 돈다.
맞은편 옷 전은 평상시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중년쯤으로 보이는 주인에게 "대목장인데 많이 팔으셨나요"하고 물었더니 "장사가 안돼요" 한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명절 때면 새 옷들을 사 입었지만 지금 사람들은 지나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수시로 사 입기 때문에 대목장이 따로 없다"라고 한다.
지동시장은 고기집, 생선류, 채소류, 어물장이다. 옛날 명절 때는 서민들은 돼지고기 두어 근과 쇠고기 한칼(1근)을 사다가 돼지고기는 두부를 넣고 얼큰하게 찌개를 끓이고 쇠고기는 무를 넣고 국을 끓여먹었다. 고기 중에는 예나 지금이나 소갈비가 으뜸이다. 갈비탕, 갈비찜, 갈비구이를 해먹는데 갈비굽는 냄새는 온 천지로 진동해 사람들의 코평수를늘리고 목줄을 댕긴다.
옛날 수원 화춘옥(花春屋) 소갈비는 서울 인천 등지에서 내로라하는 식도락가(食道樂家)들이 찾아올 만큼 유명해 박정희 대통령도 다녀갔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서민들은 엄두도 못 냈다. 가격도 비싼 데다 짝(통째)으로 걸어놓고 팔기 때문에 부잣집들이나 사다 먹고 명절 때 지체 높은 기관장들의 선물용으로 팔려나갔다. 지금도 수원에는 유명한 00 갈비집을 가보면 앉을자리가 없을정도로 손님이많고 여행객들이 찾아올만큼 유명하다.
생선전에는 조개류를 비롯해 아구, 갈치, 왕새우, 물메기, 오징어, 동태, 조기 등 생선들이 널브러져 장꾼들을 기다리고 있다. 생선 종류도 다양하지만 제사상에 오르는 것은 조기뿐이다. 동태는 포를떠 부침개를 만들어 밥상에 반찬이나 술상에 안주로도 쓰인다. 주인에게 "많이 팔으셨나요"하고 물으니"명절 때라 아무래도 평상시보다는 낫지요"한다.
못골시장은 약 3m 정도의 좁은 골목길 시장이다. 양편으로 가게가 연쇄적으로 들어섰다. 반찬가게는 김치를 비롯해 각종반찬류와 육류, 채소류, 젓갈류, 생선류, 튀김류, 건어물 등 밥상에 오를 각종 반찬거리 종합시장이다. 그래서 평상시에도 다른 시장보다 불경기를 덜 타는 편이라고 한다.
오늘도 명절에 먹을 반찬거리를 사러 온 장꾼들이 얼마나 미어터지는지 어깨를 부딪치며 가야 할 만큼 북적댄다. 코로나로 인해 소비경기마 저 떨어져 상인들이 울상인데 그나마 추석명절이라 가족들 먹거리며 조상님들 제수용품 등 반짝 경기가 살아난 듯 보인다. 추석경기가 이대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빨리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어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대해본다.
각양각색의 떡을보니 군침이 넘어간다
차양막을치고 노점상을보는노인들
명절을 앞두고 장꾼들이 북적대는 못골시장
다양한 반찬들이 장꾼들의 발거름을 멈춘다
명절에쓸 생선을 흥정하는 장꾼들
첫댓글 아성 차봉규 선생님 반갑습니다.
아시는바와 같이 크게 위험한 점은 없으나 귀 자체의 치료와
달팽이 관의 상처로 어지름증이 아직은 깨끗하게 치유되지 않아
얼마간은 더 입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온 지구촌이 코로나19로 소란스러워도 세월은 흘러가니 어느덧
한가위 추석이 내일로 다가와 우리들 노년 세대는 가슴에 옛 정서로
만감이 스쳐 지나가나 봅니다.
시의적절히 명절 대목을 소재로 사진까지 정성을 들여 눈과 가슴을
설레이게 합니다.
수고하신 칼럼 잘 읽고 감사말씀 올립니다.
늘 건강한 가운데 가내 두루 행복이 만당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