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남 님 일상생활 24-2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어.”
김길남 님의 주방용품 중에서 상태가 좋지 않아 버렸던 도마, 프라이팬, 냄비를 사기 위하여 김길남 님과 직원이 증평으로 함께 나섰다. 증평에 도착하여 잡화점에 들러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을 구매하고, 미처 구매하지 못한 물건들은 증평장뜰시장의 기물점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우선 잡화점에 도착하여 주방용품을 찾아보니 냄비나 프라이팬은 김길남 님이 쓰시던 물건들에 비해 작아서 구매할 수가 없었다. 김길남 님이 사용하시던 프라이팬은 28cm 이상의 제품들이었는데 26cm 이하의 제품들만 있었다.
“이 프라이팬은 평소 쓰시던 프라이팬이랑 비교해서 크기가 어때요?”
“작어.”
“그럼 이 냄비는요?”
“이건 훨씬 작어.”
“그럼 이 도마는 어떠세요? 기존에 쓰시던 것보다 훨씬 가볍고 큰데요.”
기존의 도마는 휴대, 수납이 편한 아주 작은 크기의 도마였기에 잡화점에서 집어 든 도마와는 크기 차이가 꽤 났다.
“예전에 쓰던 도마는 요리하실 때 재료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으셨어요?”
“응”
“이 도마는 크기가 재료도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을 만큼 커서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응. 좋아.”
도마를 구매한 뒤, 증평장뜰시장의 한 기물점에 들렀다. 기물점에는 김길남 님이 사용하실 크기의 냄비와 프라이팬도 많고 인덕션에 사용한 제품도 많았기에 어렵지 않게 냄비 하나와 프라이팬 하나를 구매할 수 있었다. 구매하기로 했던 주방용품을 모두 구매하고 다온빌로 가는 버스가 오는 시간이 남았기에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직원이 제안했고 김길남 님께서 흔쾌히 수락하셨다.
“생각해 보면 저희가 이렇게 외출할 때 정했던 일 말고 다른 걸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응?”
“저희끼리 다온빌 밖에서 차분하게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어요. 늘 시간에 쫒기다보니까.”
“응”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2인용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카페라는 장소 자체가 익숙하지 않으신 것인지, 아니면 외출하여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인지 김길남 님의 표정은 딱히 흥미롭다는 표정은 아니셨고 살짝 긴장하신 듯했다. 하지만 직원이 김길남 님이 관심이 있으실만한 화제를 던지자 조금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다. 평소에 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김길남 님의 자취에 관하여 화제가 닿게 되었다. 최근 들어 이런저런 불만이 쌓여 자취에 대한 욕구가 커지신 김길남 님이셨기에 자연스럽게 향후 자취를 한다면 어떤 형태로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김길남 님, 자취를 하시면 꼭 여기 증평이어야 된다는 거죠?”
“응.”
“꼭 증평이어야 될 이유가 있을까요?”
“자주 가는 한의원도 여기 있고, 교회도 여기 있고, 봉사 활동도 여기서 해.”
“확실히 평소 자주 다니는 곳에서 가까우니까 그렇긴 하겠네요. 그런데 증평에서 지내면 금전적인 문제가 좀 걸리긴 해요.”
자취를 시작하는 단계인 김길남 님이 선택하실 만한 증평 시내의 원룸 가격을 알아보니 김길남 님의 한 달 개인연금 수입 대부분을 월세로만 내야 할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직장을 구하시는 것이 불투명한 김길남 님이시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그럼 다온빌 주위에서 자취를 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응?”
“만약에 다온빌 주변 마을에서 방을 얻을 수 있으면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요? 다온빌에서 식사만 해결해도 생활비를 엄청 아낄 수 있어요. 만들고 치우는 귀찮음이 없어지는 것도 당연하고요.”
“음...”
“그리고 다온빌이랑 가까우면 다온빌 입주민들이나 직원들도 훨씬 가까이 있으니까 쉽게 자주 볼 수 있어요. 그만큼 길남 님 필요하신 것 들어드리기도 좋고요.”
김길남 님께서는 점점 말수가 적어지시더니 말없이 어색한 웃음을 짓기 시작하셨다. 거절의 표시였다. 아무래도 김길남 님을 설득할 때에는 한 번의 시도로는 부족한 듯했다. 한번 정하신 것을 잘 바꾸지도 않으시고, 바뀌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받으시니 더욱 그러했다. 아마 직원이 이야기한 금전적인 이야기 같은 것들은 김길남 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듯했다. 다온빌 내에서의 생활을 포함하여 김길남 님의 생활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듯하다.
2024년 01월 05일 금요일 김정원
자취를 주제로 자세하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셨네요. 어려운 부분도 있고,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고민하시고, 김길남 님과 의논하시며 도우시다 보면 좋은 방법이 떠오를 때도 있을 겁니다.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 최승호
길남씨과 증평에서 자취하고 싶은 이유가 있네요. 길남씨와 길남씨의 둘레사람과 이야기 나눠봐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