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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 새끼의 명칭 ☆
경이로운 어린 생명이라서 정을 듬뿍 담아 다양한 이름을 붙였
다. 갓난아기 다시 말하면 신생아를 통상적으로 아기라고 호칭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나뉠 때 갓 태어나서부터 돌전까지의 아
이를 영아(纓兒), 생후 1년부터 5세까지의 어린아이를 유아(幼
兒)라고 호칭한다. 천금같이 귀한 아이들이 먹성 좋고 건강의 상
징으로 여겨지는 돼지처럼 무럭무럭 자라라는 기원을 담은 뜻이
었을까?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지체의 높고 낮음이나 빈부의 차
를 따지지 않고 모든 계층에서 새로 태어난 아기를 가돈(家豚),
돈아(豚兒), 미돈(迷豚), 돈견(豚犬), 약식(弱息) 따위로 부르는
게 보편적인 정서였다. 사람의 경우와 엇비슷하게 동물의 어린
새끼를 특별히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 또한 언중(言衆)의 언어
관습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었다. 그 세계로 초대 여행이다.
농경문화와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가졌던 동물의 새끼에 대해서
는 빠짐없이 곱고 감칠맛 나는 토막이말 이름이 붙여졌다. 먼저
소의 새끼는 송아지, 태어난지 얼마 안 되는 소의 새끼나 염소 뱃
속에 있는 새끼를 송치, 한 살 된 송아지는 하릅송아지, 뿔이 날
만한 정도의 송아지를 동부레기, 중소가 될 만큼 자란 큰 송아지
를 어스럭송아지, 아직 큰 소가 되지 못한 수송아지를 엇부르기,
작은 수소를 일컬어 부룩소, 열 살이 된 소를 담불소, 귀가 작은
소를 귀다래기라는 애정 어린 이름을 붙여 불러왔다. 특히 농사
에서 중요한 몫을 했던 소의 호칭을 보면서 선조들의 애정과 시
선은 섬세하고 따스했으며 소박하고 그윽함을 에둘러 표현했던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개의 새끼를 강아지, 털이 짧고 부드러운 강아지를 쌀강아지,
한 배에서 난 세 마리의 강아지를 솥발이, 걸음을 떼어 놓기 시작
한 강아지를 발탄강아지라고 한다. 또한 닭의 새끼를 병아리, 알
에서 갓 깬 병아리를 솜병아리, 말의 새끼는 망아지, 그 해의 태
어난 말을 금승말, 이마가 흰 망아지를 태성, 그 해에 난 돼지는 햇
돝, 일 년 된 돼지 새끼를 애돝이라고 칭했다. 이들 외에도 포유류
중에서 호랑이 새끼를 개호주, 곰 새끼를 능소니, 노루 새끼를 장
사니, 돌고래 새끼를 가사리라고 한다. 참고로 한 배에 낳은 여러
마리의 새끼 가운데 맨 먼저 나온 새끼를 무녀리라고 이른다.
물고기 새끼의 경우이다. 우리에게 친근한 명태의 새끼를 노
가리 혹은 앵치, 고등어 새끼를 고도리, 갈치 새끼를 풀치, 숭어 새
끼를 모쟁이 혹은 동어, 가오리 새끼를 간자미, 조기 새끼를 꽝다
리, 전어 새끼를 전어사리, 농어 새끼를 껄떼기, 청어 새끼를 굴뚝
청어, 방어 새끼를 마래미, 붕어 새끼를 쌀붕어, 잉어 새끼를 발강
이, 파라미 새끼를 열피리, 열목어 새끼를 팽팽이, 누치의 새끼를
모롱이라고 부른다.
예로부터 날짐승을 애소리라고 했다. 우리의 산과 들을 오가며
살고 있는 장끼와 까투리 사이에 태어나는 새끼인 꿩병아리를 꺼
벙이(꺼병이)라고 한다. 불과 반백 년 전만 하더라도 매를 길들여
사냥을 하던 모습이 흔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가 우리 산야에
서식하는 조류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희귀해진 까닭에 그 새끼인
초고리의 도전적인 모습을 마주해 볼 길이 없다. 따라서 요즘 아
이들은 매 꼬리에 달았던 명패인 시치미를 구경한 적이 전혀 없
지 싶다. 한편, 태어난 지 일년이 안된 새끼를 잡아 길들여서 사냥
에 쓰는 매를 보라매라고 한다.
동물은 아니지만 여기서 몇 가지 곤충의 경우를 넌지시 넘겨다
본다. 매미의 애벌레는 굼벵이, 누에나방의 애벌레는 누에, 모기의
애벌레는 장구벌레, 반딧불이 애벌레는 개똥벌레, 잠자리의 애
벌레는 물송치 혹은 학배기이다. 또한 명주잠자리의 애벌레는 개
미귀신, 각다귀의 애벌레는 며루, 가두배추밤나비의 애벌레는 돗
벌레라고 부른다.
우리 주위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동물과 곤충들이 먹
이사슬을 이루고 가파른 긴장 속에 먹고 먹히며 생태계를 유지하
고 있다. 이 무수한 동물이나 곤충 중에서 인간과 직간접적인 관
계가 깊은 부류들은 나름대로 애증이 점철되며 그에 상응하는 대
접을 받아왔다. 그에 따라 어린 새끼나 애벌레들도 각별한 별칭
이 붙여져 사람의 입에 오르내려 왔으리라. 이들 명칭을 잠시 들
여다보다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비불외곡(臂不外曲)을 실감했
다. 왜냐하면 우리 조상들의 농경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소
에 대한 명칭에서 생각하는 무게가 확연하게 표날 정도로 유난
스러웠다는 이유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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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불 : 말(馬)이나 소(牛)의 열 살을 일컫는 말이다.
* 강아지 : 주로 어린 자식이나 손주를 귀엽게 이르는 말.
혹은 자식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 무녀리 : 언행이 좀 모자라는 못난 사람을 비유할 경우에
쓰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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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말밭 산책 ( 한판암 수필집 중에서 )
첫댓글 몰랐던 단어들 고맙습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